#96
1.
“아아앙...♡”
달콤한 교성이 방안을 가득 채우기 무섭게 예빈은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흘러버린 소리를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멜리아는 눈을 부릅뜨고 하나가 되어버린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시우의 물건.
실험 실습이란 핑계를 대며 지금껏 꽤 여러 차례 손으로 애무하고 사정하게 하였던 그의 물건은 아멜리아도 알다시피 매우 커다랬다.
손으로는 만진다 쳐도 이 아래 조그마한 구멍에 넣는다고? 라는 의문이 들으면 사고가 딱 멈춰버릴 정도로 말이다.
그 커다랬던 불기둥이 예빈의 몸 안에 거짓말처럼 쏙 들어가 있다.
밑의 뿌리 부분 조금을 제외하고는 전부 예빈에게 박혀있었다.
“죄, 죄송해요... 읏....!”
예빈은 매우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아멜리아를 힐끗거리며 사과했다.
그러나 그 사과는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야릇한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를 내지 않을 테니까.
아멜리아는 머리에 핏기가 쭉 가시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둘이서 성교를 하는구나.
저렇게 잔뜩 성이 난 물건을 촉촉하게 젖은 성기 안에 집어넣고, 사정할 때까지 움직일 예정이구나.
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우...훙...우웅....”
예빈은 허벅지를 후들후들 떨며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절로 흘러나오는 신음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 한 손을 들어 입을 꾹 틀어막는다.
예빈의 시선이 힐끗 아멜리아를 향했다 다시 정면을 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한다.
“이제... 움직일게요...”
아멜리아는 대꾸할 여력이 없었다.
사실 아까 그 신음소리를 들은 뒤부터 사고가 정지한 상태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예빈의 허리, 그리고 엉덩이가 천천히 들썩이기 시작한다.
-찌걱 찌걱 찌걱
두 사람이 합쳐진 부분에서는 아주 음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끈끈한 젤이 한껏 늘어지고, 가장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와 점막이 비벼진다.
“후웁...웁...우우...웁...”
“.........”
정말 섹스하고 있다.
그것도 눈앞에서.
남녀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를 과시하듯이 허리를 터는 예빈의 모습이 마치 아멜리아를 조롱하는 듯했다.
아멜리아는 심장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왜 새삼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눈앞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모든 것이 다 이상하다.
“후...웁...후우....하...아앙....”
예빈은 제 입을 막고 있었지만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오는 거친 호흡과 뜨거운 비음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 위로 오돌토돌한 닭살이 돋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저 위축되어 있었던 예빈의 눈동자는 반쯤 멍하게 풀려 애욕으로 끈적이고 있었다.
“응...큿, 흣....으으...읏....!”
예빈이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사실 그녀로서도 이 난감한 해프닝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역력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도,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자지에서 전해져오는 쾌락을 전부 필터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흐...흣..흣....!”
시우의 물건은 여전히 기분 좋다.
아니, 어제보다 훨씬 좋다.
본디 성감대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감도가 좋아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느낄 수 있어야 했을 쾌감에 익숙해진다고 봐야겠지.
그 점에서 이미 습관적 자위중독으로 발군의 클리 감도를 지닌 예빈의 학습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변변한 애무도 없었는데, 옆에서 아멜리아가 뻔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농밀한 쾌감의 꿀을 짜낸다.
이미 그의 전용 보지가 된 것처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기분 좋은 곳이 죄다 자극받는다.
“아...하...웃....”
안 되겠다.
입을 막고 있는데도 자꾸만 소리가 새어나간다.
이런 거 신경 쓸 시간에 치유 마법이나 제대로 펼치는 것이 아멜리아를 납득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예빈은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스미르나의 자성마법 ‘판아케아(Panacea)’는 신체의 ‘밀착’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상의 정보를 읽어 들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힘.
마력 촉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마법은 대상의 신체 부위가 낙인이 존재하는 자궁에 가까울수록 그 정확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시우의 물건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는 여러모로 예빈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변변치 못하지만 예빈 역시 어엿한 마녀이다.
신음을 막는 것에서 의식을 돌려 시우를 분석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이윽고 자신의 신음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실처럼 복잡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파형을 분석하고 그와 영적으로 하나가 된다.
복잡한 정보의 탁류 속에서 쓸만한 조각들을 건져 올려 뇌를 회복시킬 단서를 찾는다.
신음을 억누르는 데 소모되었던 집중력이 온전히 치료를 향해 옮겨간 결과는 뻔했다.
“하아...항....아앙....! 아앙! 아아앙!”
예빈은 목을 놓아 달콤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일부로 무표정을 가장했던 단아한 얼굴이 쾌감에 일그러진 것은 덤이다.
마치 씨를 받아 후손을 낳기 위해 태어난 암컷처럼, 고고한 이지와 지성을 잃은 채로 헐떡인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아멜리아가 보기에 그것은 그저 교접이었다.
예빈의 눈가에서 연두색의 마력반사광이 흐르고 있다지만 그녀의 벌어진 입가에서는 쾌락의 침 한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더욱 더 음란하게 변한 허리 놀림은 시우의 정액을 모조리 쥐어짜겠다는 듯이 위아래로 요동친다.
이제는 신음을 숨기지도 않고 열성적으로 시우의 몸을 탐하는 예빈의 모습은 아멜리아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벌겋게 발기한 남성기가 푹푹 예빈의 은밀한 비처를 쑤신다.
명도 같은 시우의 자지가 예빈의 속살을 헤집을 때마다 잘 익은 과일을 쑤시는 것처럼 달콤한 과즙이 줄줄 흘렀다.
그 자극적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아멜리아는 심장이 따끔따끔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위아래로 방아를 찧어대는 예빈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눈을 콱 감았다.
무릎에 두었던 책을 접어 들고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선다.
이 방과 침대는 자신과 시우의 무대라는 듯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요분질을 이어가는 예빈.
알고 있다.
예빈이 치료에 집중하고 있기 떄문이라는 것을.
그렇게 다독여봐도 가실 기미가 없는 비참한 패배감은 아멜리아에게 더 이상의 관음을 허가하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문을 닫고 나섰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우두커니 서 있다가 깜빡 떠올렸다는 듯 담배를 문다.
이제 지쳤다.
잃는 것이 두려워 억지로 붙잡으려 했던 마음을 이제는 떠나보낼 각오가 생겼다.
찰나의 꿈에서 벗어나 원래 있어야 하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속 노예 따위가 다른 여자와 몸을 섞건 말건 이젠 알 바 아니다.
이렇게 혼자 비참한 기분으로 아파할 바에는... 다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쯤 충동적으로 손가락을 겹쳐 든다.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고민이 떠오르지 않았다.
충격으로 먹먹한 머리는 그저 ‘편해지고 싶어’를 연호하고 있었다.
-딱!
맑고 청명한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아멜리아의 낙인이 활성화되며 마력회로에 간섭했던 모든 이상 증상들을 정화한다.
사랑의 묘약이 어떤 형태로 남아있건 이걸로 전부 사라질 것이다.
농담거리도 못되었던 사랑놀이도 이걸로 끝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멜리아는 격렬한 구토감을 느꼈다.
‘무슨 짓을 한 걸까?’ 너무 괴로운 나머지 감당도, 되돌리지도 못할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은 아닐까?
“....아.”
나침판도 없이 판자조각과 함께 망망대해에 버려진 불안함.
그 막막함에 불현듯 두려움을 느낀 아멜리아는 필사적으로 낙인의 정화작용을 멈추려 했다.
그러나, 아멜리아가 정화의 정지를 선언하기도 전에 낙인은 회로 내부의 모든 노폐물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젠 늦었다.
그 사실에 까마득한 후회를 느끼며 아멜리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 세월을 살아오며 처음으로 느꼈던 아릿한 사랑의 감정도 이걸로 끝이다.
“.........”
이제 예빈이 시우와 무엇을 하건 상관없다.
설령 시우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짧은 유감을 품을 뿐이다.
아멜리아 메리골드는 이렇게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눈물겨워서 가슴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났다.
“..........?”
아멜리아는 슬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동안 눈을 끔뻑거리던 아멜리아는 이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멜리아는 이를 앙다물고 탁상에 놓여있던 꽃병을 힘껏 벽으로 던졌다.
-쨍그랑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지는 유리조각.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아멜리아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이를 갈았다.
오딜! 오데트! 소피아! 속으로 그 셋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짓씹듯이 말한다.
“똑같....잖아...요....!”
그 어떤 묘약의 영향을 받고 있더라도 모두 정화되었을 터인데.
아멜리아는 아주 조금의 심리적인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깍지 낀 손을 통해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또 여전히 시우와 신나게 몸을 섞고 있을 예빈을 떠오르면 여전히 열불이 솟았다.
즉, 묘약의 효과는 애당초 작용하고 있지 않던 것이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너무 슬프지만 더 이상 괴로워하고 싶지 않으니 놓아줄래요...’ 따위의 말을 진지하게 곱씹으며.
혼자서...
혼자서!
가슴 절절한 신파극을 찍고 있던 것이다.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낀 아멜리아는 침대로 달려가 거위 털 베개에 태클을 걸었다.
깔끔하게 들어간 태클에 이어 마운트 포지션을 점하고 온갖 인상을 찌푸린 채 파운딩을 날리기 시작한다.
-퍽 퍽 퍽 퍽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진짜 전부 다 잃어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슬퍼했는데!
그게 다 착각에서 비롯한 뻘짓거리였다니!
-퍽 퍽 퍽 퍽
아멜리아의 매서운 손놀림에 내장을 토해내고 만 베개의 깃털들이 나풀나풀 공중에 휘날린다.
-퍽... 퍽....
쉴 새 없는 무호흡 파운딩으로 베개를 피떡으로 만든 아멜리아의 손이 점차 느려졌다.
힘도 점점 빠져 툭툭 건드리는 수준이 되었다.
“우...웃....욱...흑...흐흑....”
아멜리아는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스승님이 사라지고 나서야, 시우가 없어지게 될 뻔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것처럼.
사랑이란 감정을 전부 놓으려 했던 그 순간 아멜리아는 알 수 있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아멜리아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감정이었다는 것을.
그걸 잃어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뻐서.
아멜리아는 한동안 절반 크기로 줄어든 베개를 안고 양 손으로 주섬주섬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