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1.
“아.....”
“.........”
자살하는 마법이 뭐가 있더라?
마약단속반처럼 날카로운 아멜리아의 급습에 예빈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이제 처녀도 아니겠다.
이대로 죽어도 아쉬울 건 없지 않을까?
비수같이 날아드는 적막 속에서 예빈은 조용히 보지에게 잡아먹히고 있던 손가락을 빼냈다.
여느 때보다 확실히 많은 양의 애액이 주르륵 딸려 나와 황급히 옷자락에 닦아낸 뒤 자세를 바르게 한다.
보통 이런 장면을 보면 안에 들어오지 않거나, 설령 실수로 들어왔더라도 나가는 게 일반적일 텐데 아멜리아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예빈이 주섬주섬 팬티를 고쳐입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물론 예빈에겐 그녀의 태도를 지적할 정신도 남아있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진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했다.
“.........”
예빈의 사과해도 아멜리아의 냉엄한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밤새 심란하던 아멜리아는 날이 밝자마자 예빈을 찾았다.
시우의 회복이 정말 순조롭게 되고 있는지, 혹시 치료의 횟수를 줄이거나 할 수 없는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똑똑똑
-똑똑똑
그러나 노크를 여러 번 했는데도 예빈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안에서는 분명 인기척이 있음에도 말이다.
아멜리아는 더는 참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젯밤의 일이 없었더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거친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있다고 넘겨짚으며 잠시 후 다시 찾았겠지.
그러나 예빈에 대한 아멜리아의 불평은 이미 맥시멈을 찍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란 게 존재한다.
“..........”
“웁...웅...우움....”
문을 열자마자 아멜리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엉덩이.
풍만한 엉덩이를 씰룩이면서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성기에 손가락을 박고 꿈틀거리고 있는 예빈 스미르나였다.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고 엉덩이만 치켜든 그녀의 자세는 굉장히 우스꽝스러웠지만 아멜리아는 천불이 끓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저 구멍으로 시우의 물건과 정액을 받아냈단 말이지?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쾌감에 젖었단 말이지?
그래놓고 방에 돌아와서는 혼자 자위까지 한다고?
자위행위가 남에게 엿봐선 안될, 배설 이상으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참을 수 없었다.
예빈을 데려온 것은 그녀가 시우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코 그를 쾌락의 대상으로 삼거나 욕망의 대상으로 삼으라고 불러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강력한 자백마법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예빈의 속내를 정확하게 입증할 방법은 없다.
아멜리아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그녀를 모셔온 것도 아멜리아고, 시우의 생명줄을 쥐고 있을 뿐더러 송장에 가까웠던 시우의 상태를 지금까지 호전시킨 것도 예빈의 공이니.
아슬아슬하게 참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쩔쩔매는 모습 정도는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예빈은 삶은 문어처럼 얼굴을 붉게 한 채 다소곳하게 가랑이 사이에 손을 모아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눌렀다.
“경망스럽네요, 조신하지도 못하고. 추방자들은 전부 이 모양인가요?”
쌓이고 쌓였던 감정은 독설로 변모해 예빈에게 쏟아진다.
예빈은 엉덩이를 송곳으로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퍼득 몸을 떨고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차마 아멜리아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한 쪽은 예빈의 방에 무턱대고 쳐들어와 자위 장면을 본 아멜리아의 잘못이지만...
예빈 역시 아멜리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어릴 떄부터 죽일 년 살릴 년하며 먹은 드라마 짬이 20년이다.
얼음처럼 냉랭한 아멜리아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선했다.
“죄, 죄송합니다... 남작님.”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거듭 사과하자 아멜리아도 머리에 열이 좀 가신 모양이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예빈에게 말했다.
“스미르나 양이 지금까지 노력해준 건 잘 알고 있어요. 그에 대한 고마움도 응당 느끼고 있죠.”
“....넷, 넵....!”
“스미르나 양의 본심에 의심을 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음 치료부터는 제가 동석하도록 하겠어요.”
“넷! ...네?”
예빈은 귀를 의심케 하는 아멜리아의 말에 10분 만에 고개를 들고 아멜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지?
동석?
아멜리아는 여전히 노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예빈을 쏘아보고 있었다.
차마 마주하기 부담스러운 강렬한 시선이었기에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불만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 아뇨... 없습니다. 넷....”
“그럼, 오늘 치료에 들어가기 전 제 방으로 찾아와 알려주세요.”
그렇게 말한 아멜리아는 예빈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아멜리아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예빈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뜨어어어어......”
예빈은 어정쩡하게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버렸다.
방금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치료에 동석?
“진짜 진짜 조때따....”
안 그래도 섹스로밖에 치유할 수 없다고 말을 할 때 괜한 오해를 살것 같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근데 하필 자위하다 딱 걸렸다.
원래도 25% 가량 의심을 살 상황이었고 예빈이 자위하는 것을 걸리면서 보기 좋게 아멜리아의 의구심을 99%까지 끌어낸 것이다.
그것도 시우와 섹스한 바로 다음 날에.
그 결과 그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남작의 앞에서 시우와의 섹스 치료를 시연하게 되었다.
애먼 짓 못하게 감시한다는 말이다.
가장 부끄러운 것은 실제로 어제 예빈 자신이 치료는 뒷전으로 밀어둔 채 그의 몸만을 진득하게 탐닉했다는 것.
설령 남작의 행동이 지나친 횡포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두 번째 섹스 만에 관전 플레이를 하는 미친년이 어딨어....”
실로 골 때리는 농담이다.
근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생겼다.
그것도 제 일이라 생각하니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물론 예빈이 잘한 건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남작 앞에서 남친 따먹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게 잘하는 짓인가...?”
예빈도 나름 밖에서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19 위계의 마녀이다.
그러나 상대는 대 마녀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20 위계에서 세 단계나 뛰어넘었다고 전해지는 메리골드 남작이였다.
그녀가 진심으로 앙심을 품는다면 예빈 정도는 아주 말끔하게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진짜... 어떡해....”
예빈은 침대에 엎드린 상태로 수영 연습을 하는 것처럼 매트리스를 팡팡 찼다.
그렇다고 이걸 거절할 수도 없고, 왜 괜히 자위를 해서 이 사단을 만든 걸까?
예빈은 30분 전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다.
2.
시간은 깊게 흐르는 강물과 같았다.
예빈이 아무리 애타며 속으로 끙끙거려도 착실하게 흘러가 대지를 밝히던 태양을 끌어 내었다.
식사를 마다하고 방에서 명상하던 예빈은 퍼렇게 죽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명상을 해도 별 효과 없었다.
마녀가 된 이후 10년 동안 느껴본 적 없던 속 쓰림.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위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예빈이 노크를 하기도 전에 아멜리아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미리 나온 것이다.
“....어....”
“가죠.”
아멜리아는 얼떨떨해하는 예빈을 쓱 지나쳐 시우의 방으로 곧게 걸었다.
도축장의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이럴까?
예빈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별수 없이 아멜리아의 뒤를 따랐다.
아멜리아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뚝 멈춰서 복잡한 눈빛으로 시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긴 이제부터 예빈과 신나게 아기 만들기 하는 모습을 직관하게 될 텐데 저런 눈빛이 나올 법도 하지.
예빈은 행여 문 닫는 소리가 아멜리아의 심기를 거스를까 아주아주 조심히 문을 닫고 주춤주춤 옆으로 걸어왔다.
“준비가 끝나면 말하세요.”
침대 옆에 떡하니 의자를 가져다 놓은 아멜리아는 제 상반신만 한 커다란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독서를 시작한다.
뭔가 대화가 오가거나 하다못해 책망의 말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 예상은 빗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중압감이 벗겨지느냐 하면 전혀 아니었다.
예빈은 야동도 일대일 여성향 순애 야동만 보는 건전한 성벽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옷을 벗으라는 것도 좀 신경 쓰일 텐데 이제부턴 섹스를 해야 한다니....
“저, 메리골드 남작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말이죠?”
“혹시... 제가 차트를 만들어 따로 보고 드릴테니...”
“괜찮아요.”
자리를 비워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칼같이 거절당했다.
예빈은 비명을 지르며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을 삼키며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시우의 바지를 잡았다.
“저기... 메리골드 남작님 바지 내려도 괜찮을까요?”
아멜리아의 한쪽 눈썹이 꿈틀한다.
저러면서도 어조는 톤하나 바뀌지 않고 정숙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하던 대로 하세요.”
어젯밤 하던 대로 하면 안 되니까 여쭙는 거다.
그걸 그대로 재현했다간 제아무리 자비와 관용으로 돌돌 뭉친 성녀라도 단숨에 눈이 뒤집혀 머리채를 붙잡을 것이 뻔했다.
“넵.”
예빈은 침을 꼴딱 삼키고 시우의 바지를 천천히 내렸다.
계곡 사이에 똬리를 틀고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 한 마리가 보였다.
예빈은 손바닥 위에 정신 감응용 젤을 덜어냈다.
하필이면 오늘 달이 너무 밝아 불을 껐는데도 훤하다.
오늘은 하늘마저 예빈의 편이 아닌가보다.
-쓰윽 쓰윽 쓰윽
시우의 물건을 손으로 잡고 어제처럼 젤을 바르는 예빈.
말캉거리던 물건이 그녀의 어색한 대딸과 함께 커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힐끗 아멜리아 쪽을 보자 아멜리아는 황급히 책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말은 빤히 예빈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토할 것 같다.
예빈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옷을 벗었다.
어제 입었던 것처럼 얇은 짧은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예빈은 드레스 자락을 들쳐 팬티를 내렸다.
이쯤 되자 ‘이거 진짜 해야되나...?’싶은 자괴감과 동시에 수치심이 몰려온다.
“오, 올라갈게요.”
“........”
예빈은 침대 위로 올라가 손에 남은 젤을 보지 안쪽까지 손가락을 넣어 골고루 발랐다.
경험상 이대로 삽입하면 꽤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옆 통수가 찌릿찌릿하다.
누구의 시선인지는 따로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공연히 남작의 미움을 추가로 받을 것이 분명하다.
농땡이를 피운 게 아니라 진지하게 의사로서 환자를 대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예빈은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시우의 자지를 쥐고 꽃잎에 슬슬 문질러 구멍을 찾았다.
그래도 어제 한 번 해봤다고 생각보다 쉽게 넣는 곳을 찾았다.
겨우 성기끼리 맞닿았을 뿐인데 벌써 심장이 쿵쾅거리며 뜨거운 숨이 올라오려 한다.
자꾸 어제의 쾌감이 오버랩 되려 했다.
이러면 안 된다.
예빈은 침착하게 집중한 채 시우의 자지를 쑥 받아들였다.
어제 밤새 휘저어진 탓인지 생각보다 쉽게 들어가는 물건.
“으읏...!”
지나친 긴장감과 부끄러움으로 뻣뻣하게 굳어있는 예빈의 몸.
순간의 방심은 발끝으로 어설프게 들고 있던 하체의 균형을 앗아가기엔 충분했다.
“어....?”
이대로 옆이나 뒤로 넘어진다면...?
바로 음경 골절이다.
균형을 잃은 예빈이 시우의 자지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발끝으로 서 있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철푸덕!
예빈은 착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기분이 좋다한 들 마음만 먹는다면 신음을 꾹 억누를 수 있으리라고.
갑작스레 삽입된 귀두가 자궁구를 꾸욱꾸욱 자극했을 때.
“하아아앙...♡”
커다란 신음이 방안에 먹먹하게 울렸다.
예빈 자신이 듣기에도 몹시 간드러지고 음란한 신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