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1.
"...그래서요! 진짜 거기서 끝인 줄 알았어요. 이제 한 두 번만 더 공격당하면 영락없이 당하겠구나 싶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마차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은 일행은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가장 주된 주제는 당연히 오늘 라티푼디움에서 호문쿨루스를 사냥했던 일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밟고 온 일이니 행여 트라우마라도 남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시우는 쌍둥이의 낙천적인 성격을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던 모양이다.
오데트는 잔뜩 신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투쾅! 푸슈! 같은 의성어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절체절명의 상황을 묘사한다.
"그때! 조수님의 필살 '아라드와의 창'이 등장! 현묘한 필사의 한 수에 악독한 호문쿨루스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답니다!"
"참고로 아라드와의 창이라는 이름은 내가 붙였어. 폼나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시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일 텐데도 이렇게 재밌다니.
아마 그중 90%가 시우 자신의 활약상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신 나갔다고 밖에 설명한 도리가 없는 맹활약이었으니.
뭔가 흐뭇하다.
오데트의 구연동화 공연이 끝났다.
한껏 들떴던 분위기도 거품이 가라앉는 것처럼 조금 잠잠해지자 오딜이 슬쩍 말을 꺼냈다.
"조수님. 이제 나가게 되는 거지?"
"네, 사실 게헨나라면 지긋지긋하니까요."
"그래도 아쉽네. 좀 더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 하인으로 오는 건 좀 그래?"
시우가 애매한 미소를 답하자 오딜도 헛하면서 제 입을 찰싹 때린다.
"언니도 말리네!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랬어!"
"맞아, 그랬지. 오데트 선물 가져와 봐."
"알겠어. 근데 벌써 줄 거야?"
"선물이요?"
오데트는 미니바 쪽으로 가더니 오늘 샌드위치를 담아두었던 나무 바구니를 들고 왔다.
"조수님은 우리의 은인이야."
"그래서 저희끼리 조수님이 좋아하실 만한 것들을 준비했어요."
"오딜님, 오데트님..."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다사다난한 하루였는데 그 와중에 선물을 준비해왔다니 굉장한 감동이다.
"조수님이 마녀이건 아니건 그 어떤 역경 혹은 고난이 함께하건."
"신시우 조수님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것을 맹세할게요."
뭔가 의식같은 말을 한 오딜과 오데트는 차례로 조그마한 손을 건네 악수했다.
"너무 섭섭해 하실 필욘 없어요. 영원히 떨어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맞아, 우리가 제대로 낙인을 승계하고 정식으로 제머나이가 된다면 종종 놀러 갈게."
"아,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네요."
"제법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헤헤."
생각해보니 게헨나와 현세의 구분이 분명한 것은 어디까지나 노예 신분인 시우에게 국한된 것이다.
쌍둥이가 제머나이 백작이 된다면 현세로 넘어와 같이 놀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 우선 선물부터 받아."
"아, 넵. 기대가 많이 되네요."
"더 기대해도 좋아. 조수님이 뭘 기대하던지 그 이상일 테니까."
먼저 오딜이 바구니에서 건넨 것은 예의 오르골.
원래 오딜에게 사랑을 알려주겠다는 애매한 조건을 완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양도 받을 예정이던 아티팩트였다.
"사실 계약이 온전히 이행된 것은 아니지. 사랑이 뭔지 나는 아직도 감이 안 잡히거든."
오딜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르골을 시우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정식 절차를 밟아서 나가게 되면 꼭 필요하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줄게. 내가 주고 싶어. 대신 이거 볼 때마다 종종 우리 생각해."
"감사합니다. 항상 잊지 않을게요."
"다시 만났을 때 조수님이 저희 잊고 계신 것 같으면 다시 잡아 올 거예요."
"하하..하..."
잊을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비록 방식은 좀 이상했지만 시우의 첫경험 상대들이다.
그것도 밖에 나가 사진을 보여주며 '나 얘네랑 뒤로했다'라고 하면 허언증 내지는 조현병 취급받을 만큼 귀엽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자랑할 생각은 없지만.
"그리고 이건 추가로 준비한 것들."
"짠!"
오데트가 꺼내 든 것은 보석함이었다.
광이 반질반질 나는 검은 나무로 짜여 있었는데 금으로 음각된 두 마리의 새가 새겨져 있었다.
"조수님은 마력을 저장할 수 없으시잖아요. 밖에 나가면 마법 생각이 나실 것 같아서 충분할 정도의 마력수를 준비했어요."
"우리 회사에서 만든 농축 마력수 10병이야."
보석함 안에는 범상치 않은 빛을 뿜고 있는 예쁜 병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력의 질은 썩 좋지 않지만 대신 엄청 대용량이야."
"희석해서 조금씩 쓰신다면 아마 저희가 놀러 갈 때까지는 충분할 거예요."
조금 전에 그냥저냥 감동이었다면 이번에는 찐 감동이었다.
대충 생색내기 용이 아니라 시우가 무엇이 필요할지 고심한 기색이 역력한 선물이었다.
그 이외에도 너무나도 필요했던 선물이 쏟아졌다.
"이건 초크보드, 실습 때 많이 봤으니까 설명 안 해도 알지? 아무 분필이나 아까준 농축 마력수를 식염수와 섞은 물에 잠깐 담가서 쓰면 돼."
굳이 전마지 없어도 단순한 마법진을 구현할 수 있는 초크보드와 마나초크.
"요건 제가 연금술을 사용해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금이에요. 기념으로 드릴게요."
시우의 주먹만 한 크기의 금괴.
"방호 마법이 걸려있는 망토야. 걸치고만 있어도 어지간한 공격은 1회에 한해서 방어해줄 거야. 게다가 이렇게 멋진 디자인이니까 입고 다니기만 해도 패션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걸?"
안쪽에 마방진이 그려진 망토.
"이건 물총새의 깃털로 만든 깃펜인데... 별 기능은 없지만 그냥 예뻐요!"
그냥 예쁜 깃펜 등등.
외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지식이 없는지 군데군데 핀트가 어긋난 물건이 있긴 해도 이 정성이 어딘가?
끝없이 쏟아지는 선물 공세에 시우는 금세 백화점 쇼핑 나온 졸부 아줌마처럼 양손이 가득 찼다.
"정말 소중하게 잘 쓸게요. 현대로 놀러 오시면 제가 이곳저곳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아 참! 이거 꼭 말해줘야 했네. 밖에선 마법을 쓸 때 꼭 오르골을 작동해야 해. 다른 마녀나 추방자들이 눈독을 들일지도 모르니까."
"명심할게요. 거듭 감사합니다."
한참이나 어린 애들에게 선물을 받고 눈물을 꾹 참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쌍둥이는 선물을 받고 눈시울이 붉어진 시우의 모습을 보며 코를 쓱 훔쳤다.
"아이참, 왜 울고 그래."
"맞아요 조수님, 저희까지 울고 싶어지잖아요."
시우는 그리 길지 않은 쌍둥이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녀들 앞에서 공개자위를 했던 일...
마법을 사용한다는 일을 빌미로 성교육 교보재가 되어 대딸과 펠라를 받았던 일...
마차에 납치되어 에로스의 묘약의 실험체가 되었던 일...
오딜이 한밤중에 방에 쳐들어와 애널섹스를 하다 아멜리아에게 들킬 뻔 했던일...
라티푼디움에서 술에 취해 애교를 부리는 오데트의 뒷구멍 첫경험을 취했던 일...
뭐야 시발 내 추억 왜 이래요.
시우는 휘휘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냈다.
"그럼 이제 돌아가면 되는 건가...요?"
아무튼 시간도 늦었겠다.
할 이야기도 대충 끝난 것 같으니 슬슬 자리를 마무리하려던 시우.
"벌써 가시려구요?"
마차 문과 시우 사이에 쏙 끼어들어 길을 막는 오데트.
"아직 마지막 선물이 남아있어."
오데트와 쿵짝이 잘 맞는 오딜 역시 시우의 앞을 나란히 가로막는다.
"이거 말고도 뭐가 더 있나요?"
"그럼~ 제일 중요한 선물이 남았지."
"이게 진짜 진짜 중요해요."
지금 받은 걸 게헨나에서 다 팔기만 해도 평생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또 얼마나 대단한 선물을 준비했길래.
아아, 이번 퀘스트 보상이 너무 달달하다.
"받고 싶어?"
"이미 지나칠 만큼 충분히 받았지만... 더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원래라면 적당히 사양했겠지만 5년간 고생했던 본전을 뽑고 간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쌍둥이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에 시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쌍둥이가 동시에 어깨의 끈을 풀더니 몸을 감싸던 망토를 스르륵 벗어낸 것이다.
품격있는 검은색으로 빛나던 벨벳 망토가 허물 벗듯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둥근 어깨선을 타고 융단 위에 털썩 떨어진 망토.
어쩐지 실내에 들어왔는데도 망토로 꽁꽁 몸을 두르고 있더니.
검은 천자락 안에서 나온 것은 흠잡을 곳 하나 없이 뽀얀 쌍둥이의 나신이었다.
마치 모델 같은 자세로 서로를 마주한 채 알몸을 과시하는 쌍둥이.
"놀랐어?"
"생각해보니까 저희는 조수님 알몸 많이 봤는데 조수님은 저희 몸 완전히 보신 적 없잖아요..."
오데트는 시우의 찌르는 듯한 시선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으며 몸을 슬쩍 비틀었다.
하지만 가슴을 손으로 가린다거나 하는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감상하기 편하게 하려는 듯이 어깨와 가슴을 편다.
새하얀 피부가 적당한 어스름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매일 같이 시녀들에 의해 정성껏 관리된 오데트와 오딜의 고귀한 육신은 보석 가루가 흩뿌려진 양 촛대 위의 불길이 일렁일 때마다 은은한 광채를 내었다.
어쩌면 이 환상적인 광경이 시우의 머릿속에서 뇌내 마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서툴게 융단을 딛고 있는 까치발.
가느다란 종아리부터 건강미 넘치는 허벅지를 지나가면 익히 알았듯 탱글탱글한 볼기짝이 기다린다.
그 위는 신이 빚어낼 때 유독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 완벽한 허리 곡선.
유려한 라인을 관음하며 조금 더 훑다보니 두 쌍의 봉긋한 봉우리가 눈길을 휘어잡았다.
사실 옷맵시로 눈치챘지만 그렇게 모성 가득한 풍요로운 가슴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만큼의 탄력이 넘친다.
한치의 쳐짐도 없이 봉긋 솟은 끝이 뭉툭한 원뿔형 가슴이었다.
지금껏 야동으로 배운바 가슴은 마냥 물방울 모양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로 새로운 심미안을 개안한 것 같다.
"좀 더 천천히 구경해도 괜찮아."
자꾸만 가슴과 가랑이 사이로 손이 가는 눈치이던 오딜 역시 마음을 고쳐먹은 듯이 오데트처럼 바르게 섰다.
탱글한 가슴의 끝에는 분홍색 반원이 펼쳐져 있고 첨단에는 앙증맞은 열매 하나가 꼿꼿이 서 있다.
피부색과는 조금 대비되는 짙은 분홍빛.
그 색감이 선정적이다.
저런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립스틱이 있다면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 같았다.
게다가 가슴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유두가 두 개도 아니고 네 개!
술김인지 아니면 이미 쌍둥이와 각각 몸을 섞으면서 경각심이 낮아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차피 이제 곧 나갈테니 라는 경솔함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양손에 하나씩 각각 쥐고 쭙쭙 빨고 싶었다.
"조수님이 나가면 우리 한동안 재미있는 놀이 못 하잖아."
"맞아요, 아무한테나 알몸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쌍둥이는 서라운드 스피커처럼 번갈아 말하며 천천히 시우와 거리를 좁혀왔다.
"조수님이랑 우리 인연이 보통이 아닌 만큼 특별히 해주는 거야."
"맞아요, 견습마녀 둘과 동시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노예는 아마 조수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걸요?"
어느새 두 뺨을 발그레 붉힌 쌍둥이는 시우와 무척 가까워져 있었다.
마지막 선물 설명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부끄럽다는 듯이 발가락으로 융단을 슥슥 훑는 오데트였다.
"그러니까... 저희 오늘은... 밤새 같이 놀아요."
1.
세상에는 쾌락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이 있다고들 한다.
술, 담배, 산해진미, 마약, 섹스 등등.
보시다시피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의 갈림길이 펼쳐져 있다지.
그런 무수한 갈림길 중 가장 위험한 부류가 무엇인지 꼽으라면 시우는 망설임 없이 성욕에서 기인한 섹스를 고를 것이다.
한번 시동이 걸린 성욕이 어디까지 무분별하고 위험해질 수 있는지 실감 중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좆된다는 걸 알면서도 좆이 섰다.
술에 취해 있는데도.
심지어 이 관계가 발각될 경우 여러 가지 좋지 않을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성난 하반신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싫은 건 아니지?"
"조수님도 저희랑 놀 때 기분 좋아하셨잖아요."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쌍둥이는 부드럽게 팔을 뻗어 시우의 양팔에 한 명씩 매달렸다.
더 놀다가라고 매달리는 아가씨들 같다.
사실 이 선물은 오롯이 시우만을 위한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아마 쌍둥이의 사심이 듬뿍 담겨있을 것이다.
보기와는 다르게 엉큼한 데다가 시우와 시도 때도 없이 야한 짓을 하려고 시동을 걸던 쌍둥이였으니까.
그런데도 옷감 위로 느껴지는 남성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부드러움,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촉감이 시우의 위기감을 무장해제시킨다.
몽글몽글한 젖가슴과 그 끝의 돌기가 옷감 위로 비벼지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좌우에서 들려오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표정이 무척 멍청하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조수님, 여기 앉아.”
“이럴 줄 알았으면 침대라도 놓아둘 걸 그랬어요.”
시우의 의사 따위는 묻지 않았다.
만약 시우가 따지고 들어도 ‘선물이니까!’라는 말로 설득하려 들 것이다.
“부끄러우니까 불은 좀 끌까?”
“하지만 우리 몸도 조수님께 제대로 보여드리기로 했잖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조수님 엄청 얼빠져있기도 하고.”
쌍둥이는 넋이 반쯤 나간 채 멍을 때리는 시우 앞에서 서로 장난을 쳤다.
적절한 키 높이 덕에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가슴과 꼭지들이 시우를 정신없이 매혹했다.
과연 어느 남자가 이런 이런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을까?
“조수님, 생각보다 반응이 없네?”
“걱정돼서 그러신 건가요?”
쓱 시야를 파고드는 쌍둥이의 얼굴.
조금 전만 해도 그나마 수줍어하는 기색이 있었는데 시우의 반응이 도리어 쌍둥이에게 용기를 심어준 모양이다.
“조수님...?”
“푸하!”
오딜은 시우의 앞에서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시우는 최면에 걸렸다 깨어난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태껏 숨을 참고 있던 것이다.
“반응이 뭐 그래?”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오딜은 손을 뻗어 조심스레 시우의 뺨을 쓰다듬었다.
어째 옷을 벗고 알몸을 보일 때마다 이 손동작을 더 부끄러워하는 듯한 느낌이다.
남사스러운 탓이겠지.
“조수님 우리 그릇이 상할까 봐 걱정이라면 그렇게 내뺄 필요 없어.”
“저희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지요! 이거라면 스승님이 아셔도 크게 혼내시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시우 님은 이미 저희의 은인이잖아요! 별일 있겠어요?”
쌍둥이들의 농간에 놀아날 때 목숨을 걸어야 했던 때와 비교하면 훨씬 안전이 보장되고 있는 것은 맞다.
게다가 오늘 만난 제머나이 백작은 상당히 유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으니.
“오데트 조수님한테 우리의 비책을 보여줘.”
“뭐? 왜 나야! 언니가 보여줘!”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 보게 될 거잖아.”
“그래도 뭔가 부끄러운데...”
슬슬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시우는 그제야 쌍둥이의 대화가 다소 엉뚱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뭘 보여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주춤주춤 다가온 오데트가 갑자기 시우의 허벅지에 한쪽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얼굴이 가까워지기에 키스라도 시도하나 했는데 아니었다.
“조수님 잠깐 귀 좀 빌려주세요.”
“오데트, 너무 뜸 들이는 거 아니야?”
오딜의 시비를 말끔히 무시하고 시우의 귓가에 찰싹 달라붙은 오데트.
속닥속닥 가녀린 호흡이 섞인 귓속말이 귓볼을 간질인다.
“조수님, 저 사실 오늘 조수님이랑 있었던 일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아....네.”
워낙 커다란 사건이 사이에 끼어들었기에 시간 감각이 좀 어긋나긴 했어도 오데트의 후장을 개통한 날은 오늘이었다.
오데트의 안에 사정한 정액을 따로 빼낸 것도 아니고 그게 자연스럽게 없어질 리도 없으니 필름이 끊겼다 해도 전후 사정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와는 상관없이 오데트는 점점 몸을 밀착해오며 은근슬쩍 볼록하게 솟은 바지의 가운데로 손을 옮겼다.
“완전히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조수님도 무척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알겠다.
이건 오전과 같은 패턴이다.
시우가 이 선물을 사양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아예 육탄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오데트는 이미 그 방법의 효과를 보았으니 말이다.
“조수님이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아요. 그래서 이걸 준비했어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오데트의 추가 유혹은 이미 필요가 없었다.
쌍둥이의 더블 알몸을 보자마자 머릿속에서는 ‘쌍둥이덮밥’ 다섯 글자만이 맴돌고 있었으니까.
더불어 게헨나에 억울하게 잡혀있던 그간의 나날을 보상받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불타고 있을 뿐이다.
귓볼을 혀로 빨 기세로 바짝 입술을 붙였던 오데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우의 양 허벅지 옆에 발을 올린 채로 소파에 일어선 오데트.
바로 눈 앞에 위치하게 된 자신의 음부를시우에게 과시하듯 선보인다.
“오....”
거기에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팬티 대신 가녀린 비소를 달라붙듯 가리고 있는 것은 엷은 종이 한 장.
어찌나 얇은지 두툼한 둔덕의 모양과 톡 튀어나온 클리의 모양까지 전부 엿보인다.
씰 위에는 마력의 흐름을 막아내는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이렇게 해두면 만에 하나라도 조수님의 마력이 흘러 들어가서 그릇이 망가질 위험이 없어져요.”
“별 위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수님이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준비한 거야.”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졌다.
오데트의 말대로 밤새 문란하게 그녀들과 놀아날 것이다.
쌍둥이 풀코스라면 게헨나 졸업 파티의 메인요리로 적격이다.
“앗....! 조, 조수니임...”
시우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음부의 씰을 과시하며 서 있던 오데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남자로 태어나서 이걸 어떻게 참겠어.
“아이참... 그렇게 안 해도 도망 안 가는데...”
오데트를 무릎 위에 앉힌 시우는 아까부터 눈길을 사로잡던 오데트의 가슴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입으로... 하시게요? 히잇...!”
그리고 주저 없이 앙증맞은 유두를 입술로 덮었다.
그와 동시에 오데트의 새된 신음이 울렸다.
부드럽게 코에 눌리는 가슴.
청량하고도 옅은 살내음.
가슴살이 맨들맨들한 백자 같았다면 유륜으로 가자 혀끝에 살짝 오돌토돌한 피부가 느껴진다.
그 주위를 혀로 슬쩍 훑었다.
“하으으....!”
몸을 바르르 떨면서도 얌전히 시우의 머리를 감싸 안는 오데트.
시우는 입안에서 데굴데굴 헛돌던 말랑한 유두 위주로 자극을 시작했다.
“흐으...흐으...하읏....”
간지러움에 섞여 나오는 쾌감.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그 이율배반적인 감각에 오데트는 눈을 한껏 치켜뜨고 어깨를 움찔거렸다.
“기분...좋아요...조수님...”
한동안 혀의 움직임에 따라 이지러지던 연한 꽃봉오리는 시우가 자극을 거듭함에 따라 점차 단단해졌다.
마치 안에 무슨 심이라도 생겨버린 듯싶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오데트는 굉장히 민감한 체질이었다.
아주 작은 손길에도 흠칫흠칫 반응이 좋다고 해야 할까.
오딜과는 다르게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기색도 거의 없다.
고작 가슴만 조금 빨고 있는데도 소변이라도 누려는 것처럼 몸을 바르르 떨고 있으니.
“언제까지 너만 할 거야!”
느긋이 맛도 보았겠다.
본격적으로 야동에서 보고 배운 테크닉을 써먹으려던 시우의 시도는 오딜이 끼어듦에 따라 일시 정지되었다.
“어, 언니... 갑자기 소리 지르지마! 놀랐잖아!”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려 쾌락의 요람으로 끌려가려던 오데트는 번쩍 정신이 들었는지 오딜과 투닥이기 시작한다.
“설명하랬지 누가 조수님이랑 따로 놀랬어? 그리고 넌 오늘 오전에 조수님이랑 실컷 했잖아.”
오딜은 시우에게 계속 달라붙으려는 오데트를 질질 끌어내렸다.
“언니는 꼭 내가 먼저 잘못한 것처럼 말한다? 나 몰래 조수님이랑 뒤로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뭐...뭣...?”
오딜의 얼굴이 퐁 붉어졌다.
자백의 시에 걸린 시우에게서 발설된 내용이었으니 오딜은 오데트가 모든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나한테 말도 없이 혼자만 조수님 독차지하려고 비겁하게 반칙 썼으면서!”
“끄...끝에 조금밖에 안 넣었어!”
“그래? 반칙을 쓰고도 진도를 거기 밖에 못나갔다니 그거참 아쉽네! 난 조수님이 허리 잡고 뒤에서 팡팡 해주셨는데.”
콧대가 높아진 채 언니를 놀리는 오데트.
오데트의 선제공격에 입술을 삐죽 내민 오딜.
언제봐도 시도 때도 없이 기묘한 경쟁이 붙는 쌍둥이다.
분한듯 주먹을 불끈 쥔 오딜은 뚜벅뚜벅 걸어와서 대뜸 시우의 코앞에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조수님 나도 해줘.”
“이런 게 어딨어! 내가 먼저 하고 있었잖아!”
“오데트! 찬물도 위아래가 있어!”
“한 시간 언니인 주제에!”
오데트도 질새라 언니를 따라했다.
가슴 한쪽씩 각각 잡고 시우의 코앞에 들이미는 자매애에 시우의 자지도 한층 더 웅장해졌다.
손으로 꾹 쥐고 있음에도 거의 모양이 변하지 않는 것이 가슴의 탄력을 증명한다.
슬쩍 하늘로 솟은 체리처럼 작고 탄력 있는 젖꼭지가 눈앞에서 현란하게 움직여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조수님!””
짜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휙 시우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눈에는 이글이글한 승부욕이 가득했다.
시우의 판결이 떨어지면 한 명이 웃는 동안 다른 하나가 운다.
참으로 흐뭇하게 난감한 상황이었다.
“가위바위보를 하심이...”
“우리가 애야?”
“이런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운에 맡길 수 있어요?”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시우는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쌍둥이의 허리를 각각 끌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 어떻겠습니까? 좀 더 붙어 보시죠.”
“뭐, 뭐야?”
“너무 가깝잖아요!”
오딜과 오데트는 시우의 힘에 의해 서로의 가슴을 맞붙이고 섰다.
같은 키, 같은 가슴 모양, 같은 허리 사이즈, 같은 머리 맵시, 같은 머리카락 색, 같은 엉덩이.
그리고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마주한 오딜과 오데트의 유두.
정말 이렇게 붙여놓고 보니 거울을 마주 본 것 같다.
그 말이 무슨 의미냐면 배덕감이 장난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쌍둥이 둘을 동시에 시식할 수 있다.
우선 남자 하나에 여자가 둘.
게다가 여자 둘은 사이좋은 쌍둥이.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가깝게 지내온 자매의 알몸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다.
조금 다른 눈매를 제외하면 점의 위치까지 똑같은 쌍둥이를 애무하면서 언니는 어떤 신음과 반응을 보이는지, 동생은 어떤 얼굴로 헐떡이는지 비교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언니를 우선 박아주고 다음엔 여동생에게 박으며 서로의 조임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호화롭고 아찔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지구를 통틀어 몇이나 될까?
오딜과 오데트의 외모가 현대의 그 누구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아마 시우가 처음일 지도 모른다.
흥분감이 정점에 치닫자 이성은 잠이 들고 본능이 눈을 떴다.
“둘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면 둘이 동시에 하면 되는 거죠.”
시우는 입맛을 다시며 쌍둥이의 유두가 맞붙은 공간을 가르듯 혀를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