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54화 (54/917)

#54

1.

시우도 맨 처음 쌍둥이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들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게 둘은 반짝거리는 자색 눈동자부터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의 길이까지 완전히 똑같다.

슬쩍 올라간 입매도, 미소를 지을 때 생기는 보조개까지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빼닮았으니까.

그뿐이랴?

쌍둥이는 서로를 구별하는 아주 작은 표식조차 두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보면 헷갈리라고 하는 것처럼 드레스부터 리본 장식, 악세사리까지 완전히 맞추어 입었다.

그러나 최근 쌍둥이와 부대끼면서 둘을 구별할 특징을 찾았다.

그것도 한 눈에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가장 쉽게는 존칭의 유무.

오딜은 조수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긴 하지만 평소에는 친근한 반말로 대한다.

오데트는 완전 극존칭은 아니지만 제법 꼬박꼬박 높임말을 사용하는 편이다.

다음은 성향의 차이.

오딜은 적극적이고 행동력이 뛰어나다.

호기심이 가득하다는 점은 쌍둥이의 공통점이지만 그걸 가장 먼저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오딜이었다.

반대로 오데트는 약간 내향적이고 소심한 구석이 있다.

언제나 언니가 행동하고 나면 따라 움직인다고 해야 하나?

시우가 처음으로 약점을 잡혀 성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아도 그랬다.

오데트가 별장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동안 오딜이 직접 시우를 함정에 빠뜨렸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차이점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 확신하게 된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바로 오데트는 겁쟁이라는 것이다.

"저도 똑같이 해주세요."

호기심을 풀겠다는 일념 하나로 직접 방안까지 찾아와 애널 섹스까지 제안했던 오딜.

그녀 역시 무척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미지의 행위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데트는 정반대이다.

둘 다 옷을 멀쩡하게 갖춰 입고 있고 아직 아무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톡 건드리면 울음을 쏟을 것처럼 울먹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당돌하고 한편으론 기가 차는 부탁을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데트 님,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백의 시는 아직까지 유효했기 때문에 시우가 입에 담는 것은 모조리 속마음이었다.

강간을 좋아하는 이상성욕자라면 몰라도 잡아먹히는 새끼 양처럼 벌벌 떠는 애를 앞에 두고 성욕이 생겨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냥 홧김에 드리는 부탁이 아니에요."

그러나 시우의 만류에도 오데트의 결연한 의지는 꺾일 줄을 몰랐다.

"언니는 항상 그랬어요. 무슨 일만 있으면 저보다 먼저 가서 가로채고, 양보도 하지 않고... 마법도 저보다 빨리 익혀요..."

"딱히 오딜 님이 절 가로챈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개 노예에 불과한 저에게 달리 마음이 있으셨을 리도 없고.

사실 오데트 님이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것도 그저 호기심 때문 아닌가요? 이 마법 참 좆같은데. 그래도 속 시원하게 할 말 할 수 있는 건 좋네요."

자백의 시의 여파로 오데트는 가식을 싹다 닦아낸 시우의 말투가 낯선 것인지 흠칫 놀랐다.

"아니요, 언니는 항상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있으면 뺏어가요.

아니! 조수님이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관심이 생긴 물건이 있으면... 아니! 이것도 아니에요... 조수님에게 관심이 간다는 건 아니에요.

아무튼 언니는 매일  저보다 한발 앞서서 죄다 가로채 간단 말이에요."

"원래 형제자매끼리는 박터지게 싸우면서 자라는 거래요. 오딜과 오데트 님 정도면 우애가 돈독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시도 때도 없이 투닥거리긴해도 오데트를 생각하는 오딜의 기특한 마음은 아주 잘 보인다.

그래도 몇 시간 언니라고 의젓해 보였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제가 언니보다 항상 뒤처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오데트가 딱히 오딜을 엄청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건 아니다. 옆에서만 봐도 자매간의 끈끈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데 그럴 리 없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오데트를 급발진하게 만들었는가?

"오데트 님은 그저 초조해하시는 겁니다."

이건 나름 오데트를 설득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초조해하실 뿐이다.

오데트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언젠가는 언니보다, 언니와는 다른 멋진 숙녀가 될 것이라는 말하며 설득하기 위한 포석이었는데.

"네, 초조해요. 그러니까 언니랑 똑같은 것을 원해요."

자충수였던 것 같다.

"요 맹랑한 거 보소... 소심하게 생겨서 할 말은 다 하네. 아, 죄송합니다... 근데 이게 다 자백의 시 때문에 이런 거잖아요? 사실 안 미안해요."

게다가 마음이 급해졌는지 헛소리까지 대거 유출되고 말았다.

최대한 필사적으로 머릿속을 필터링하고 있었는데.

망했네.

시우의 본심을 엿들은 오데트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이거 좀 빨리 풀 수 없나요?"

"괘, 괜찮아요. 누구나 속으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죠... 제가 따로 풀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풀릴 거에요."

오데트는 큼큼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아...아무튼, 제가 언니보다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더욱 뒤처지고 싶지 않아요... 간식을 쟁탈하는 것에서도, 마법 솜씨에서도... 그리고 여러가지 경험에서도..."

"오데트 님 그만두시죠... 오데트 님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솔직히 하는 짓이 너무 애 같아서 그냥 여동생 보는 느낌이에요."

쿠구궁.

오데트의 등 뒤로 산사태가 무너지는 환상이 보였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줘버린 꼴이며 동시에 오데트의 소심함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도발이었다.

"어, 언니랑은 몰래 야한 짓 다하면서... 저한테는 아무 관심 없는 게 그런 이유였어요....?"

언니 분도 억지로 찾아오셔서 어쩔 수가 없던 건데요.

당연히 그런 식의 답변이 나갈 줄 알았는데 어느새 입이 꾹 다물려있다.

오딜 때보다 훨씬 빠른 시간 만에 자백의 시가 풀린 것이다.

"아닙니다...! 그 오딜 님에게도 큰 관심 없었어요. 제가 방금 설명해 드렸잖아요 하고 싶어서 있던 일이 아니었다고!"

"거짓말, 방금 자백의 시가 풀렸다는 건 알고 있어요! 풀리자마자 바로 거짓말이신가요?!"

"다시 걸어주세요! 진짜입니다!"

"됐어요!"

이제는 거의 울음보를 터뜨리기 직전이 된 오데트가 펄럭 망토를 벗어 던졌다.

새하얀 민소매 드레스와 부츠가 그 겨를에 거세게 펄럭인다.

"저는 언니에게 지고 싶지도, 뒤처지고 싶지도 않아요."

뭔가 근본적으로 꼬여버렸다는 느낌이 단단히 들었다.

"따라오세요."

오데트는 이를 앙다물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우를 노려보았다.

잔뜩 분한 얼굴이라 시우가 어찌 말을 걸어볼 시간도 없이 시우의 팔을 잡아끄는 오데트.

그렇게 도착한 곳은 트리 하우스의 구석.

아마도 창고 방으로 쓰는 듯한 골방이었다.

하긴 아무리 작심한 오데트라 하더라도 자고 있는 언니 앞에서 이런저런 짓을 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나 보다.

그렇다기는 해도

"저도 언니가 했던 거 그대로 할 거예요. 조수님도 제게 협조해주셔야 해요."

"....오데트 님."

"이 이상의 거부하기만 해봐요. 그땐 저도 가만히 안 있어요."

단단히 삐진 듯한 오데트.

시우에게 바짝 붙어 그의 작업복 바지를 주섬주섬 벗기기 시작했다.

오데트의 조그마한 머리가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좌우로 흔들린다.

이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데트라면 시우가 조금 적극적으로 나가는 순간 지레 겁을 먹고 다 포기할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아무리 못하게 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원하는 바를 얻으려 들 것 같았다.

"흐음..."

주섬주섬 시우의 바지를 내리고 물건을 꺼낸 오데트는 물건을 꼬옥 잡았다.

따뜻한 손이 그의 물건을 주물거린다.

오데트는 얼굴을 벌겋게 한 채 한동안 자지를 쭈물거리다가 시우의 얼굴을 쓱 올려보았다.

오딜 때도 느꼈던 건데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머리가 작다.

일반인이 배우들 따라 성형할 수는 있어도 머리 크기와 신체 비율은 타고나는 거라고 하던데.

오딜이나 오데트나 인형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환상적인 비율이었다.

"해주실 거죠? 남자는 이렇게 만져주면 흥분한다면서요?"

난데없이 왜 바지를 벗겨놓고 만지나 싶었는데 행여 시우가 철벽을 칠까 보험을 깔아두는 중이었나 보다.

저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보는데 매몰차게 안 할 겁니다 라고 거절하는 것도 참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저런 순진함을 이용해 넙쩍 받아먹듯이 오데트의 뒷구멍까지 개통하는 건 조금...이라는 생각도 들고.

"대답 않으실 거예요?"

여전히 머뭇거리는 시우의 모습에 오데트는 입술을 꾹 물더니 분에 겨운 듯이 말했다.

"조수님, 잘 들어요. 만약 조수님이 여기서 제 말을 안 들어주면 저는 모든 사실을 스승님께 이를 거예요. 그리고 조수님이 탈출마법을 연구한다는 것도 아멜리아 교수님께 말씀드릴거구요."

최대한 오데트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던 이유가 마침내 등장했다.

시우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은 쌍둥이.

오딜과 적당한 협의가 되었다 한들 오데트의 생각이 다르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딜보다는 훨씬 시우의 사정을 생각하던 오데트가 저렇게까지 나온다는 것은 아마 그녀 나름대로 몰려있는 것이려나.

시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네, 하지만 오데트 님 좀 아니다 싶으시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언니보다는 더 많이 할 거예요."

오데트는 반복적인 자극에 단단해진 시우의 물건을 보고 이제 됐다는 듯이 끄덕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제 드레스 자락을 걷었다.

무릎 허벅지 골반을 걸쳐 그릇이 그려진 아랫배까지 훤히 드러낸 채로 천천히 속옷을 내렸다.

오딜과 마찬가지로 예쁘고 도톰하게 올라온 낙타 발굽 같은 둔덕.

이미 몇 번씩 봤던 모양새지만 볼 때마다 참 모양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소소한 감상과 함께 시우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일단 오데트 님의 부탁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힘들다 싶으시면 그만두세요.

일단 저걸 짚고 서 주시겠어요?"

시우가 가리킨 것은 자질구레한 물건이 쌓여있는 책상이었다.

오데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하더니 책상에 손을 얹는다.

드로어즈가 벗겨져서인지 그녀의 드레스 자락이 동그란 엉덩이 모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저걸 조금만 들춰도 아무것도 안 입은 그녀의 하반신이 전부 보이겠지.

"드레스 자락을 살짝만 걷어 주실래요?"

시우가 정한 전략은 오데트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움에 젖은 그녀가 제풀에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반응을 보아하니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다.

오데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뻣뻣한 움직임으로 드레스 치맛자락을 서서히 거두었다.

커튼 같이 엉덩이를 가리던 드레스가 올라가며 훤한 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했어요..."

"윤활제가 필요한 데 만드실 수 있나요?"

"무, 물론이죠."

오데트가 영창을 외움과 동시에 대기 중의 수분이 모인다.

그렇게 모인 수분은 마치 알로에 젤처럼 점성이 짙고 매끄럽게 변했다.

간단한 연금촉매도 없이 저런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오데트의 마법실력이 결코 모자란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시우는 오데트가 손바닥에 만들어 준 젤을 골고루 손에 펴 바른 뒤 그녀의 뒤에 섰다.

그녀의 어깨는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보일 정도로.

힐끗 오데트가 뒤를 돌아보았다.

"빨리,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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