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1.
오딜은 잔뜩 긴장한 채 시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머리는 열감으로 어지럽다.
혼자서 만지작거릴 때는 결코 느껴본 적 없던 감촉.
사실 오딜은 이미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향유를 듬뿍 묻힌 그의 손가락이 불결한 구멍을 간질일 때 오싹오싹 돋는 소름을 느꼈으니까.
이윽고 귀축배달부에서 봤던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구멍 안을 왕복할 때마다 흠칫흠칫 떨리는 몸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아닌 타인의 신체가 몸 안을 파고드는 이물감.
단순한 이물감을 넘어서 아랫배를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잿더미 같은 열기.
멈추고자 한다면 시작한 지 10초 만에 그만둘 수도 있었고 오딜도 중간에 이 모든 부끄러운 행위를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때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
그 감각은 오딜의 실험종료 판단을 유보하게 만들었다.
묘약에 의해 머리가 달아오른 것도 아닌데 점차 가빠지는 호흡.
후들거리기 시작하는 다리와 그의 손이 몸을 더듬을 때마다 번지는 뜨거운 쾌감.
오딜은 그것이 전혀 싫지 않았다.
도리어 호기심이 들고, 계속 느끼고 싶었다.
처음으로 발정기가 온 강아지가 담요에 생식기를 비비는 것처럼 오딜의 상태 역시 그러했다.
때문의 신음을 죽이고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계속, 계속.
여기서 기분이 더 좋아진다면 다음 계단에는 어떤 새로운 쾌감이 있을지 기다려지고 말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느꼈다.
겹겹이 쌓여가던 쾌락이 그의 격렬한 애무와 함께 와르르 무너지면서 오딜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환한 빛을 보았다.
안구 뒤쪽에서 반짝 빛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황홀하고 따뜻한 빛이었다.
"하아...하아...."
잇새를 꽉 물고 끌어안고 있던 담요로 입을 꾹 틀어막으며 부끄러운 목소리를 숨긴 오딜은 문득 떠올렸다.
처음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알게 되었을 때.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스펀지와 달콤한 생크림은 밋밋하기만 했던 맛의 세계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이후로 오딜은 오데트를 데리고 모든 용돈을 펑펑 쓰면서 게헨나의 제과점을 돌아다녔다.
게헨나의 모든 디저트를 점령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비록 둘 다 충치가 잔뜩 생겨 혼쭐이 난 뒤로는 용돈이 절반으로 줄고 철저한 통제 아래 즐기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남았지만.
아무튼.
그때와 매우 흡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로 알게 된 달콤한 감각.
새로 알게 된 야릇한 일들.
끝도 없이 디저트를 입으로 넣었던 것처럼 자꾸만 더 알고 싶고, 자꾸만 더 느끼고 싶다.
손가락으로도 이 정도로 기분이 좋았는데.
이 상태에서 그의 물건을 받게 되면 어떨까?
지금은 그때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을까?
거짓말을 해서라도, 수치심을 무릅쓰고서라도 알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리고 오딜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반드시 알아내야 직성이 풀렸다.
2.
시우는 뻣뻣하게 선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오딜의 엉덩이 사이에 쿠퍼액으로 절여진 귀두를 슬쩍 문지른다.
"하으...."
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어떻게 인간의 몸이 이렇게 부드럽고 탱글거릴까?
이렇게 비비는 것만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할 자신이 있었다.
"정말 넣겠습니다."
"으...응! 알지? 조금만 넣어야 하는 거?"
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우는 오딜의 골반을 잡고 꾸욱 귀두를 구멍에 눌렀다.
향유로 반짝거리는 먹음직스러운 뒷보지.
이미 사용되지 않는 구멍이라지만 일단은 배설기관. 거부감이 생길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통상적인 섹스가 아닌 변태적인 섹스를 한다는 감정은 시우에게 알 수 없는 배덕감을 심어주었다.
-꾸욱...!
손가락으로 미리 풀어두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두 번째이기에 오딜이 요령을 터득한 걸까?
최초 오딜에게 삽입했던 것보다는 한결 쉽게 파고들기 시작한 자지.
"히으으응....! 아, 아파...! 더 천천히...히욱...!"
귀두가 끝이 아주 조금 들어갔을 뿐인데 오딜의 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고통을 호소한다.
사실 두 사람의 체격 차는 상당했다.
시우는 한국 남자 중에서도 키가 큰편에 속하고 자지는 굉장히 큰 편에 속하는 반면, 오딜은 딱 보기에도 체구가 작다.
그중에서도 더욱 좁은 뒷구멍은 말할 것도 없이 차이가 벌어졌다.
시우가 귀두만 밀어 넣어도 오딜의 입장에서는 한계에 가까운 삽입인 것이다.
허나 여기서 도망치거나 굴할 수는 없다.
무릎을 낮추고.
다리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자지를 꽉 잡고 한 걸음을 크게 앞으로.
시우는 격렬한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자지를 더 밀어 넣었다.
"하욱!"
저번처럼 일정 이상의 깊이를 삽입하자 도리어 시우의 물건을 빨아들이는 오딜.
귀두가 완전히 들어감과 동시에 오딜은 깡총 까치발을 들었다.
눕혀져 있던 상체가 스프링처럼 뛰어오르면서 범선의 용골처럼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시발...."
시우는 저도 모르게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황홀하고 빡빡한 구멍이었으니까.
다행히 오딜은 그의 말을 들을 정신도 남지 않았는지 몸을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끝에...넣었어...?"
"네, 들어갔습니다."
상냥하게 자지를 감싸는 감촉 덕이겠지.
그래도 이렇게 한 번 넣고 나니 조금 광기가 가신다.
애초에 오딜이 부탁했던 것도 끝에만 넣는 것이었고 시우는 언제든지 물건을 뺄 준비를 하면서도 오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원 없이 허리를 흔드는 것 또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조수님...이제 한번... 움직여 볼래? 궁금하잖아...."
오딜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에게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목소리였다.
과연 부끄럽다는 자각 정도는 있던 건가? 라고 생각하며 아까부터 꼭 잡아보고 싶었던 곳에 손을 얹었다.
뒤치기 자세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전에 잡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허리와 골반이 맞닿는 일명 '러브 핸들'이다.
나이트가운이 위로 올라가면서 슬쩍 드러난 손잡이를 잡고 시우는 충격을 느꼈다.
겉보기에도 가느다랗고 조그맣단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두 손으로 감싸듯이 잡자 더욱 확실히 체감된다.
여성의 몸은, 아니 오딜의 몸은 정말이지 작았다.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유려한 라인을 지니고 있었다.
통짜 허리인 남성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살로 빚어진 도자기를 반지는 것 같았다.
"이거 움직여도 괜찮은 겁니까?"
동시에 피어나는 위기감.
이렇게 작은 구멍에 억지로 쑤셔 넣듯이 들어간 물건이다.
아무리 오딜의 몸이 반 영체라지만 앞뒤로 움직이면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안 아프니까 괜찮지 않을까...?"
오딜의 뒤는 가만히 넣고만 있어도 움찔거리며 자지를 조여와 무척 기분이 좋다.
그녀의 빡빡한 조임이 자지를 위아래로 훑어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런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조금 더 넣어볼게요."
"으...응, 끝에만 넣으려고 했는데 별수 없네..."
그리고 호기심은 오딜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분명 끝에만 넣으라고 말했던 오딜이 아무런 저항 없이 시우의 행동에 동조하고 있으니.
여태껏 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감각을 탐구하기 위해 열중하던 시우는 별안간 등골을 저미는 한기를 느꼈다.
본능에 가까운 위기감.
-쿵!
그 뒤로 아주 멀리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을 타고 온 맹수의 냄새를 맡은 초식동물처럼 시우는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소리는 아멜리아가 방문을 열고 나온 소리이다.
"조수님...? 왜 가만히 있어?"
"쉿쉿쉿."
시우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다급하게 오딜에게 속삭였다.
"오딜님, 아멜리아 님이 오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뭣? 히끅!"
퍼득 자리에서 일어난 오딜.
그 겨를에 그녀에게 박혀있던 물건이 쑥 빠지면서 오딜을 딸꾹질 같은 소리를 냈다.
아무리 오딜이라도 이런 모습을 아멜리아에게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어떡해, 어떡해?"
"오르골! 오르골을 쓰시죠!"
"이건 교수님쯤 되는 마녀 앞에서는 눈속임밖에 안 돼! 바로 앞에 있으면 걸릴 거라구!"
허둥지둥거리며 드로어즈를 올려 입고 망토를 걸치는 오딜.
그녀의 눈은 숨을 곳을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허둥거릴 시간이 없었다.
시우는 급한 대로 침대 아래를 가리켰다.
"일단 여기에 숨어 계세요."
야심한 밤 견습마녀와 단둘이 있는 전속 노예의 모습을 보면 아멜리아가 어떻게 반응할까?
시우는 어떤 대답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냥 적당히 변명을 붙여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상하게 여긴 아멜리아가 제머나이에게 직접 통보를 할 수도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시우의 상상은 결코 낙관적인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딜이 엉금엉금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갔을 때.
시우는 다급히 잠옷 대용으로 입는 허름한 작업복을 정돈하고 방문을 나섰다.
"헉!"
문을 열자마자 아멜리아가 서 있었다.
새하얀 나이트가운을 걸친 그녀가 한 손에는 램프를 들고 어둠 속을 밝히고 있었다.
방문을 여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침실 문을 막 열려 했는지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시우는 폭포처럼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최대한 태연하게 그녀를 맞았다.
"아멜리아 님, 늦은 시간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나 침대 밑으로 숨은 오딜의 모습이 보일까 몸으로 문 뒤를 가로막는 시우.
아멜리아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시우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시우, 방에서 뭐 하고 있었나요? 땀이 나네요."
"하하... 그냥 운동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몸 쓰는 일을 안 했더니 체력이 남아돌아서요."
정확히는 막 허리 운동을 하려던 참이었지.
티를 내지 않으면서 말한다고 했는데 아멜리아가 과연 넘어가 줄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
"방이 좀 더럽습니다. 거실에서 하시죠."
시우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아멜리아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를 밀치지 않고서야 방을 나서며 문을 닫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무척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숨기는 거라도 있나요?"
평소 아멜리아답지 않은 행동에 시우는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무려 몸을 기웃거리며 문 안을 엿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 체통을 지키느라 걸음걸이조차 신경 쓰는 그녀의 모습을 고려했을 때 지금 시우의 모습이 어지간히 수상하긴 한 모양이다.
"숨기는... 거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보이는 시우.
이제 충분히 숨어들 시간이 있었다.
오딜이 타이밍 나쁘게 재채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아멜리아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긴 힘들 것이다.
"흐음..."
아멜리아는 조금 난잡한 방과 시우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몸을 뒤로 뺐다.
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닫고 거실로 나섰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신가요?"
"이걸 주러 왔어요."
시우는 그제야 아멜리아의 손에 들린 물건에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옷 뭉치다.
또 뭔가를 주네.
요즘 아멜리아는 RPG의 이벤트몹 같은 느낌이었다.
만나거나 찾아오면 항상 군것질거리나 담배 같은 것을 건네주고 간다.
"그런 허름한 옷을 입고 살다 보면 방이 더러워지잖아요? 밤에는 이걸로 갈아입도록 하세요."
아멜리아의 이번 드랍템은 양털로 짜인 입기만 해도 잠이 솔솔 몰려올 것 같은 파자마 세트였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잠자리가 불편했는데 잘됐네요."
시우는 꾸벅 고개를 숙여 아멜리아에게 인사했다.
아멜리아는 그런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의 테이블에 앉았다.
왜 안 가지?
주춤주춤 그녀의 옆에 기립하는 시우.
괜히 가까이 붙어 있기만 해도 불안하다.
시우 혼자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아멜리아가 입을 열었다.
"내일 보더 타운에 가기로 했어요. 동행하세요."
그건 뜬금없는 동행 제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