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1.
방안은 고요했다.
팽팽한 거미줄처럼 기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오딜이 색색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손가락이 왕복하는 소리만이 고즈넉하게 울려 퍼진다.
"흠...흐음...."
손가락은 생각보다 쉽게 오딜의 안을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손가락 중에서도 특히나 가느다란 약지이기 때문일까?
한 개의 손마디가 어렵지 않게 쏙 들어갔다 쭈욱 빠지는 것을 반복 중이다.
미끈거리는 향유에 뜨거운 조임.
예전에는 충분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몸을 시우는 찬찬히 관찰하고, 만지고, 느꼈다.
"괜찮으...십니까?"
야릇한 분위기.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뒤집혀 쇳소리가 났다.
그만큼 오딜의 애널은 매력적인 마법의 구멍이었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꽉 차는데 어떻게 이곳에 자지를 밀어 넣었는지 만지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으...응... 아직은 별거 없어."
오딜은 한사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들떠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인 걸까?
시우는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손가락의 각도에 변화를 주었다.
그녀의 엉덩이 전체를 손으로 받쳐 드는 느낌으로 지탱하고 조금 더 깊게.
나머지 손가락을 통해 맞닿아있던 엉덩이를 벌린 덕에 한층 더 안까지 삽입할 수 있었다.
"하...으...."
반응이 있다.
가녀린 등이 뒤로 유려한 곡선을 그렸고 손가락을 잡아채는 것처럼 엉덩이가 꼬옥하고 조여온다.
오딜 자체도 그런 편이지만, 그녀의 몸은 요망함 그 자체였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넣었다 빼며 그녀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뻔뻔하고 제멋대로이던 오딜을 고작 약지 하나로 조정하고 있다.
손을 넣을 때면 피하려는 듯이 발꿈치를 치켜들고 반대로 뺄 때면 뜨거운 한숨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떤다.
그 요사스러운 반응 하나하나가 마치 시우를 유혹하는 듯했다.
-퐁!
"히윽!"
오딜의 신음과 함께 약지가 완전히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약지인 만큼 두 마디 이상을 넣는 것은 힘들다.
"왜, 왜 뺐어?"
"손가락이 좀 불편해서요. 조금만 참으세요."
따라서 시우가 선택한 것은 가장 길고 유연한 중지를 넣는 것이었다.
이미 안까지 충분히 향유가 발라진 오딜의 뒷보지에 손끝을 비비다 천천히 밀어 넣는다.
"하우, 하우, 하우...."
입을 뻐끔거리며 이상한 숨을 내쉬는 오딜.
울퉁불퉁한 손마디가 잡아먹히는 것처럼 뜨거운 고기단지에 삼켜질 때마다 오딜의 숨소리도 한층 커다래졌다.
그 관능적인 반응의 시우도 살짝 자제심을 잃고 있었다.
암컷에게 쾌락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수컷의 본능.
고작 손가락질로 고귀한 견습마녀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정복감.
단순히 실험을 위한 것이 아닌 시우의 욕망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오딜은 더 기분 좋게 만들겠다는, 그래서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을 더 관찰하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었다.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읏...하읏...읏...흣..."
힘이 강할뿐더러 길이까지 기다란 중지가 동원되자 애무는 한층 격렬해졌다.
점차 크게 변하는 찌걱이는 소리.
이슬비가 내리는 호수 위의 잔물결 같던 오딜의 반응 역시 거칠게 변모한다.
시우는 유연하게 휘어진 오딜의 허리를 한 손으로 지탱했다.
드로어즈 안으로 손을 넣느라 살짝 올라간 나이트가운의 틈새로 보드라운 그녀의 옆구리와 골반이 만져진다.
군살 하나 없지만 보드랍고 말랑한, 그립감이 최고인 핸들이었다.
"아...으....으..."
시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딜이 이미 뒤로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요구는 '두 사람이 함께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까?'였으니 이 이상의 애무는 필요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그 말을 오딜에게 전하지도 않았다.
브레이크가 풀려버린 느낌이었다.
"웃...웃...우우....흣..."
허리를 살짝 내밀고 서 있던 자세의 오딜은 어느새 무너져있었다.
침대를 짚고 있던 두 팔은 팔꿈치까지 격침했으며 상체가 내려간 탓에 엉덩이를 치켜든 꼴이 되었다.
손의 격렬한 움직임 탓인지 드로어즈도 반쯤 내려가 오딜의 뽀얀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다.
"후우...."
시우는 핏발이 선 눈동자로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손을 좀 더 빠르게 움직일 뿐.
"흐으으....웅...히웃..."
그것만으로 오딜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텐션이 잔뜩 오른 허벅지 근육이 간헐적으로 움찔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뒤로 가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솔직히 시우는 저게 무슨 기분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자신의 손으로 오딜에게 쾌감의 끝을 안겨줘 보고 싶었다.
-찔꺽 찔꺽 찔꺽
"욱...욱....히욱..."
오딜의 야릇한 숨소리가 조금씩 가빠져 간다.
음계가 높아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오딜 딴에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한껏 억누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조용한 방에서는 아무런 여과 없이 달콤한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가 왔다.
"하앙....!"
시우가 손을 지분거릴 때마다 두둥실 떠오르던 오딜의 허리가 순간적으로 낮아진다.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급격하게 움직인 탓에 그녀의 뒷구멍에 자극을 가하던 손가락도 쏙 빠져버렸다.
그 기세에 놀란 시우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탐스러운 오딜의 뒤태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었다.
"흐...흐...흐윽..."
반쯤 벗겨진 드로어즈 위로 빼꼼 들어난 오딜의 뒷보지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조여졌다 풀어지기를 반복한다.
간신히 땅을 딛고 선 다리는 갓 태어난 기린처럼 후들거렸고 허리는 춤을 추듯이 위아래로 튕겨졌다.
"오우...."
관능적인 오딜의 뒷모습을 관찰하던 와중 시우가 가장 놀란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오딜의 음부와 맞닿아있는 드로어즈.
하얀 드로어즈의 사타구니 부분이 축축한 회색으로 물들어있다는 것이다.
마녀는 따로 화장실을 가지 않으니 저 액체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하아....."
지진이 멎은 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오딜의 떨림.
뜨거운 한숨이 이 음란한 실험의 끝을 알렸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자지만 엄청 아프다. 아마 쿠퍼액으로 팬티가 축축해졌으리라.
침대에 머리를 박고 있던 오딜이 조심조심 뒤를 돌아본다.
그녀의 눈동자는 뜨거운 욕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 뭐해? 조수님."
"네?"
"실험.... 도와준다면서."
달뜬 목소리로 입을 연 오딜의 말은 시우로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실험 도와준다면서?
"방금 도와드리지 않았나요?"
"내가...말했잖아... 조수님의 손이라면 기분 좋아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시우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뒤로 갔던 게 아닌가?
범상치 않은 몸놀림이었고 반응이었다.
게다가 드로어즈가 저렇게 축축하니 틀림없이 오딜이 오르가즘을 느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걸? 혼자 할 때랑 별다를 거 없네 뭐..."
잠깐 시우를 돌아보았던 오딜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하며 칭얼거렸다.
"뭐해, 조수님? 실험... 계, 계속해야지."
미친?
아무리 둔감한 시우라도 오딜이 왜 저러는지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오딜은 사실 손가락을 넣은 극 초반부터 쾌감을 느꼈고 몸을 떨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핑거링으로 절정까지 도달했다.
고개를 파묻으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칠면조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시치미를 떼는 이유는 뭘까?
더 느끼고 싶기 때문?
"이미 기분 좋아지신 거 아니었나요?"
이미 머리끝까지 차오른 성욕 속에서 시우는 최후의 양심으로 오딜의 진의를 확인하려 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렇지도 않았는걸?"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는 눈동자로 오딜은 뻔뻔하게 대답한다.
"그럼 조금만 더 해보겠습니다."
평상시였더라면 '이 정도 해도 아무것도 못 느끼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오딜님의 이론은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넘겼겠지.
그러나 저런 앙큼한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 고자다.
3대 성인을 데려다 놓아도 시우와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잠깐, 조수님."
이제와서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다시 드로어즈 안으로 손을 넣으려는 시우를 오딜이 붙잡는다.
아쉬운 마음 반, 차라리 잘됐다는 마음 반으로 멈칫한 시우.
"네, 오딜 님."
"그, 있잖아... 내가 잘 생각을 해봤는데... 어쩌면 손가락으로는 부족해서 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왜, 그 있잖아... 내가 기분 좋아졌을 때를 생각해보면 사실 조수님은 손가락이 아니라... 그거를 넣었잖아, 조수님 꼬추..."
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얌전히 오딜의 뒷말을 기다린다.
어깨너머로 시우를 힐끔 보았던 오딜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물론 이런 식으로 뒤로... 하는 게 좀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리고 노예인 조수님과 견습마녀인 내가... 아무튼 연결되는 것도 조금 남사스러운 일이지."
"네."
말을 빙빙 돌리기 시작한 오딜.
어쩌면 시우가 먼저 말해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얌전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오딜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근데 사실 처음인 것도 아니잖아? 뭐든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부터는 쉬운 일이라고도 하고... 그러니까 엄... 그...그래서 말인데. 우리 전에 했던 것처럼... 그..."
시우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 끝에만 쪼끔.... 진짜 쪼오끔만 넣어볼래?"
끝에만 쪼끔?
이걸 어떻게 참아.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말고... 그냥 실험의 연장이니까..."
시우는 아까부터 터질 듯이 발기해있는 아랫도리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오딜의 엉덩이를 보았다.
저번에는 소파에 묶인 채로 한번 삽입한 정도가 전부이지만 이번에는 오딜의 허리를 잡고 원하는 대로 흔들 수가 있다.
풀만족이 가능한 것이다.
"빨리 조수님! 할 거야 말 거야?"
오딜은 부끄러움이 커지자 괜히 짜증을 내었다.
주사 맞을 때처럼 엉덩이를 까고 먼저 뒤로 하자고 제안을 하고 있으니 평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화를 낼 정도로 쑥스러울만만했다.
물론 그 부끄러움을 뛰어넘을 정도로 쾌감을 더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이미 한번 했던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더 진득하게 시간을 보내보자.
시우는 오딜의 드로어즈에 손가락을 걸쳤다.
박기 위해서는 일단 벗겨야 하기 때문이다.
"잠만, 다 벗기지 말고... 살짝만 내려줘."
"이, 이렇게요?"
"응... 그렇게."
고무줄을 당겨 드로어즈를 내리는 시우.
여성기는 회음부를 기준으로 항문과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이미 슬쩍 꿀에 젖은 오딜의 꽃잎이 모여드는 장관이 보였다.
번들거리는 향유로 더욱 선명한 자태를 뽐내는 주름과 그 아래 꼬옥 맞불려 있는 포동포동한 보짓살.
여기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알지? 조금만 넣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답한 시우는 바지에서 덜렁 자지를 꺼내고 오딜의 뒤를 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