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7화 (47/917)

#47

1.

무척 좋은 조건이었지만 그렇다고 내용도 듣지 않고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은 아니었다.

시우는 다시 침대에 앉아 다리를 살랑거리는 오딜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우선 계약 완수를 위한 조건은 세 개야."

"방금까지 두 가지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오딜은 잔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를 부르다 말했다.

"그야 조수님이 너무 오르골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게 보여서. 하나 정도 더 부탁해도 되겠다 싶었지."

그렇게 티가 났던가?

쓱 얼굴을 쓰다듬는 시우를 보고 오딜은 킥킥 웃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 먼저 말해주시죠. 내용을 듣고 정하겠습니다."

저 오르골은 적당한 리스크를 감수를 해도 좋을 정도의 메리트이다.

기껏 탈출했는데 언제 다시 잡혀 올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전혀 없어진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모든 시간을 오롯이 차원 마법진 연구에 투자할 수 있으니 썩 구미가 당겼다.

"좋아, 그럼 하나."

오딜은 손가락을 내세웠다.

"내일 우리랑 소풍을 가줘."

"소풍이요?"

"어차피 조수님도 휴일이지? 마법 작물을 재배하는 영산에 놀러 갈 예정이었거든. 매일 둘이서만 가면 심심하니까 조수님 데려가려고."

이건 시우 쪽에서 기꺼운 제안이었다.

"설마, 제가 아는 그 영산입니까?"

"그럼! 달리 있겠어?"

케테르 공작과 제머나이 백작의 공동 사유지 영산(靈山).

그곳은 게헨나에 공급되는 마법 작물의 95%를 담당하는 대규모 생산지였다.

시우가 관심을 보인 것은 영산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풍광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깐 먼 발치에서 구경한 타카쇼에게 듣자 하니 마치 요정의 숲을 바라본 기분이라고 했다.

여자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타카쇼조차 관심을 가질 정도라니 그 아름다울 모습이 짐작이 간다.

"일단 그건 좋습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치? 조수님이 좋아할 줄 알았어."

오딜은 엉덩이로 침대를 뿅뿅 누르며 같이 신을 냈다.

이런 점은 참 귀여운데.

"그럼 두 번째, 내 이론이 바르다는 걸 여기서 증명해 줘."

첫 번째 조건과 비교하면 조금 까다로웠다.

아마 그 증명이란 오딜의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야 하는 일일 테니까.

그러니까 오딜이 기분이 좋아지거나, 충분하다고 할 때까지.

그래도 무리할 정도로 위험한 일은 아니다.

상황이 조금 달랐더라면 시우가 엎드려서라도 부탁하고 싶어질 일일지도 모르겠으니 우선 접수.

어차피 애널섹스까지 끝낸 마당이다.

손가락 삽입 정도는 조심해서 끝내면 별일 없을 것이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딜은 마지막 조건을 내걸었다.

"마지막으로 있지..."

달빛보다 눈부신 순수함이 오딜에게서 발산된다.

그녀는 뺨의 걸린 머리카락을 쓱 넘기며 시우에게 말했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줘."

창밖에서 쏟아지는 조명에 합쳐져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저 대사를 하는 오딜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 여배우 같다는 점에 말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묘약을 마셨을 때 내가 느꼈던 게 사랑인가? 싶긴 했는데 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건 제가 보기에도 발정제에 가깝긴 했죠."

오딜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조금 평범하게 느껴보고 싶어. 페챠에게, 아 내 시녀야, 물어봤는데... 사랑은 그렇게 쉽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래."

오딜은 침대에서 폴짝 내려오더니 창가에서 세 번째 담배를 피우는 시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 하나를 꼭 잡는다.

"이렇게 손을 만지고, 뺨을 쓰다듬고, 데이트를 하고, 키스를 하고 서로를 알아간 끝에야 간신히 찾아낼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

"그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물론 시우도 그 감정을 모르기에 설명할 도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해보려고. 사실 같이 영산에 가는 것도 일종의 데이트야. 세 번째 부탁의 연장선인 셈이지."

"전 뭘하면 되는 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사랑을 느끼게 해드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데."

사랑이 무슨 탈부착 가능한 파츠도 아니고 현실 세상이 RPG 게임처럼 호감작을 할 수 있는 장소인 것도 아니다.

"그럼 이렇게 말하면 쉽겠네. 내가 부탁하면 앞으로도 나랑 놀아줘. 다시 안 만나겠다는 말은 하지 말고."

"나랑요? 오데트 님과는 관련 없는 건가요?"

문득 오딜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 시우.

오딜의 말버릇이 '둘이서 하나!'일 만큼 그녀는 평소 오데트를 자주 들먹인다.

방금도 평소의 그녀였다면 '우리랑 자주 놀아줘'라고 말했겠지.

그 위화감에 저도 모르게 지적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우의 지적은 오딜에게도 꽤 예상치 못한 일인 듯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던 오딜이 한참 뒤에나 말실수를 깨닫고 정정했으니 말이다.

"이런, 나답지 않게 실수했네. 아무튼 우리랑 자주 놀아주면 돼."

"잠깐 생각을 해봐도 괜찮을까요?"

"좋아, 현명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을게."

사실 오딜이 작정하고 시우에게 명령한다 해도 시우는 마지못해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어찌 됐건 탈출 마법의 소재가 들키는 순간 아멜리아나 다른 마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왜 오딜은 아티팩트와 교환하면서까지 시우를 부리려고 하는 걸까?

"약점 잡기는 이제 그만두신 건가요?"

"우리가 약점 잡아봐야 조수님이 즐겁겠어? 우리가 즐거우면 조수님도 어느 정도는 재밌어야지."

그런 섬세한 배려가.

시우는 조금 감동했다.

역시 지켜봤던 대로 오딜은 모진 성정이 아니었다.

무척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제 나름대로 시우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있던 것이다.

"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쾌히 흔들면 계약 성립이라는 걸로 알게."

오딜은 쓱 손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시우는 오딜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서로서로 윈윈인 계약에 시우도 오딜도 씩 웃음을 지었다.

2.

내일 영산에 가는 것과 쌍둥이를 놀아주는 건 나중의 일이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계약 내용도 있었다.

바로 오딜의 엉뚱한 호기심을 채워주어야 하는 일이다.

두 사람은 그것을 깨닫자마자 분위기는 심각하게 어색해졌다.

한참이나 침대를 내려다보며 나란히 서 있던 오딜과 시우.

"엄... 그럼."

"어떻게 할까요?"

오딜은 옷자락을 잡고 쭈뼛거렸고 시우 역시 별다른 제안을 못 하고 뒤통수나 긁적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 손이 아니라 조수님이 손을 넣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지가 알고 싶은 거야."

"네, 저도 그 점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세나 그런 것들을 좀 정해주셨으면 하는데."

"이제 우리는 공생 관계잖아? 꼭 나만 결정해야 해? 무임승차 하려 하지 말고 조수님도 아이디어를 내봐."

아이디어를 내라니.

이 무슨 난감한 말인 건지.

하지만 머뭇거릴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행여 아멜리아가 오기 전에 후딱 오딜을 내보내는 것도 중요했다.

"그럼, 음, 그 속옷을 내리시겠어요?"

"뭣? 맨정신으로 그런 걸 어떻게 해?"

엉덩이를 보이는 건 부끄러우면서 맨정신으로 뒷구멍에 손 넣어달라는 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시우는 되레 되묻고 싶어졌다.

"그럼 선 자세로 할까요?"

오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침대를 잡고 요롷게 서 있을게."

그러더니 허리 높이의 침대에 두 손을 얹고 엉덩이만 아주 살짝 뒤로 뺀 상태가 된다.

발레연습이라도 하듯이 공연히 발꿈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이 상태로 만지면 되지 않을까? 드로어즈 안으로 손만 넣어서."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냥 하는 것도 곤란해. 내가 알기로 뒤는 앞과는 다르게 별다른 윤활제가 없으면 아플 수가 있대. 저기 로브 안주머니 확인해 봐."

오딜은 착실한 학생처럼 모든 준비물을 이미 챙겨온 모양이다.

마개를 열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백자병에서 향긋한 꽃향기가 올라왔다.

평소 오딜의 몸에서 나는 향기와 비슷한 걸 보면 목욕할 때 사용하는 향유인 모양이다.

"그걸 손가락에 바르고 해줘."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병을 기울여 손가락 하나를 푹 적셨다.

충분히 미끈거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드로어즈의 고무줄 부분을 슬쩍 당기자 포동포동한 오딜의 엉덩이골이 보인다.

이 야릇한 상황에 자지는 아플 정도로 발기해 있었다.

옷이나 살에 기름이 묻지 않도록 충분히 공간을 만든 뒤에 손을 침투시켰다.

"힉!"

시우가 드로어즈를 잡아당기는 순간부터 경주마처럼 앞을 바라보던 오딜이 새된 소리를 내며 숨을 집어삼켰다.

"불편하신가요?"

"아니, 아니야. 조수님 손이 너무 차가워서 놀랐어. 계속해 줘."

손바닥 전체로 느껴지는 말랑말랑한 엉덩잇살.

꽉 쥐고 싶은 탱글함은 예전에 이미 검증한 뒤다.

시우는 꽉 맞물린 엉덩이골을 따라 손을 미끄러뜨렸다.

삼엄한 긴장감에 침을 넘기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그럼 넣을게요."

"자, 잠깐만! 조수님 거기 아니야. 거긴 다른 구멍!"

아.

엉덩이골의 매끄러움만을 감상하다가 놓치고 말았다.

그걸 알아챈 것은 말랑한 보지 둔덕을 지나쳐 구멍 앞부분에 손가락을 쑥 넣고 난 뒤였다.

많이는 아니었고, 한 반 마디 정도.

오딜은 예방접종 하는 병아리처럼 화들짝 놀라며 삐약거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넣으면 어떡해! 조수님 그렇게 안 봤는데 음흉한 사람이구나?"

"죄, 죄송합니다."

누가 누구보고 음흉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실수는 실수이니 시우는 황급하게 손가락을 빼고 오딜의 뒷구멍을 찾았다.

"하..."

어째 오딜의 귀가 점점 달아오른다.

아까 성을 낼 때도 슬쩍 옆얼굴을 보였었는데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져 있었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면서 뭘 그렇게 증명하겠다고 이런 수모를 감내할까?

시우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여기 맞죠?"

"뭐, 뭘 물어보고 있어... 보면 알잖아."

이 어색한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건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드로어즈 속 말랑한 오딜의 엉덩이, 그리고 손끝으로 톡톡 건드릴 수 있는 살주름.

시우는 홀린 듯이 그 주름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향유 탓에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것이 무척이나 매혹적인 감각이다.

"이번엔 진짜 넣을게요."

시우는 향유를 바른 약지를 조금씩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저항이 느껴진다.

결단코 침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오무라드는 꽃송이.

"오딜 님, 그렇게 힘을 주시면... 넣을 수가 없는데요?"

뭔가 이 상황에 몰두하기 시작한 시우.

제대로 된 남자라면 꼴려야 정상이 아닐까?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찾아와서 엉덩이 구멍에 손을 넣어 기분 좋게 만들어 달라는데?

"기, 기다려 봐 전엔 됐는데.... 왜지?"

"심호흡 한번 해보실래요?"

"심호흡? 알겠어. 쓰읍... 하... 쓰읍....히양...!"

내쉴 때 풀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시우는 손가락을 쏘옥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오딜은 귀여운 신음을 터뜨리며 뻣뻣하게 경직됐다.

"노, 놀랐...잖앗...!"

"덕분에 잘 들어갔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가 안정적으로 들어갔다.

뜨끈뜨끈한 오딜의 피부보다 훨씬 온도가 높게 느껴지는 촉촉한 몸 안에서 간헐적으로 꿈찔거리는 그녀의 점막이 느껴진다.

솔직히 참기가 힘들다.

당장에라도 요망한 오딜을 침대에 눕혀서 저번처럼 물건을 꽂아주고 싶은 위험한 충동이 한순간 자라났다.

자제하자 자제.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움직이기 시작할게요."

"알겠어....천천히, 천천히 해야 해?"

시우는 손가락을 꿈지럭거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까치발을 든 오딜이 침대의 시트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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