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2화 (42/917)

#42

1.

오딜의 얼굴을 터질 듯이 붉었다.

쌍둥이가 홍조를 띄우는 모습이야 뭐 처음 보는 모습도 아니다만 이번에는 그 채도가 달랐다.

지금 오딜의 모습은 백인이 아니라 홍인이라 불려야 마땅했다.

한참을 혼자 일어나기 위해 시우의 어깨를 짚고 낑낑거리던 오딜은 잘 삶은 문어 같은 얼굴로 부탁했다.

기어들어가는 듯이 조그마한 목소리였다.

"저기 조, 조, 조수님... 나 못 일어나겠어... 도와줘."

"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못 일어나겠으니까...도와달라구!"

사정의 여운에 몸을 축 늘어뜨리던 시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네."

시우가 움직이자 그녀의 뒤에 들어갔던 물건도 자연스럽게 비벼진다.

오 시발.

이것마저 기분 좋다.

그 기묘한 느낌에 매혹에서 벗어난 오딜은 기겁했다.

"히윽...! 자꾸 고추 움직이지 마! 기분 이상하단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제가 움직이려는 게 아니에요."

머리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기분 좋은 사정을 해놓고도 시우의 자지는 여전히 뻣뻣했다.

거기에 오딜의 엉덩이 구멍이 움찔거릴 때마다 '뭐야 함 더해?'라고 물으면서 간헐적으로 움직였다.

아무튼 이건 전적으로 오딜의 엉덩이 구멍이 기분 좋은 탓이다.

"빨리...! 속박 풀었어!"

오딜이 속박을 풀어주었기에 시우는 그녀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잡았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볼깃살은 인간의 피부라고는 믿을 수 없는 부드러움과 함께 찰싹 감긴다.

솔직히 계속 주물거리고 싶었지만 유혹을 이겨내고 천천히 그녀를 견인한다.

"하으으으으...."

옷자락을 꾹 깨물며 신음을 삼키려던 오딜의 시도는 그렇게 유의미한 노력이 아니었다.

원래 항문 성교의 쾌감이란 넣을 때보다는 뺄 때 강하게 느껴지는 터이니.

결국엔 몸을 바르를 떨며 이상한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조, 좀만 천천히으응...."

"처, 천천히 하고 있습니다."

"더 천천히!"

별안간 19금 꽁트.

끝까지 끈덕지게 달라붙는 장내점막의 집요함을 느끼며 시우는 마침내 물건을 빼냈다.

-퐁!

가볍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침내 오딜에게서 벗어난 자지는 아쉽다는 듯이 힘차게 껄떡인다.

자지를 받아들이기 위해 벌어졌던 뒷구멍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쏘옥 다물리며 원래의 예쁜 모양으로 돌아갔다.

한 방울의 정액도 새지 않은 것은 그만큼 그녀의 뒷구멍 조임이 훌륭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시우에게 올라타있던 오딜은 그제야 살겠다는 듯 푸욱 숨을 내쉬었다.

"오딜 님..."

"알아! 아무 말도 하지 마!"

시우의 존재를 강제로 무시하며 바닥에 떨어진 드로어즈를 주섬주섬 챙겨입는 오딜.

수치심에 글썽이는 눈물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시우가 오딜의 순결을 강제로 취했다고 여겨질 법한 장면이었다.

실상은 정 반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조수님을 탓하지도 않을 거야 됐지? 빨리 나가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오데트 님은 따로 챙기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다행히 제정신을 차리고 수치심에 휩싸인 오딜이 마법 공격을 퍼붓었다, 같은 이벤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저기에 남은 것이 오딜이기에 망정이지 좀 더 철없는 오데트였더라면 상황이 바뀌지 않았을까?

시우는 마침내 이 무시무시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차 문을 닫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자 다리에 힘이 쭉 풀린다.

"아... 기 빨린다."

잠깐 꿈이라도 꾼 것 같다.

공부에만 열중하던 23년, 노예 생활하며 살아남기 바빴던 5년.

여자와의 접점은 눈곱만큼도 없던 시우였는데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동정을 뗀 것이다.

그것도 눈이 튀어나오게 예쁜 견습마녀를 상대로, 그것도 뒷구멍으로.

"근데 이게 동정 뗀 거 맞나?"

첫 경험이 생각도 못 했던 애널섹스라는 것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시우의 눈에서는 아직까지도 분홍빛으로 흐물거리던 오딜의 얼굴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고, 팬티 안의 자지에서는 뜨겁고 좁았던 오딜의 뒷구멍 감촉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곧장 정원을 나서려던 시우는 마음을 고쳐먹고 숙소로 향했다.

발기가 가라앉질 않는다.

찬물로 샤워라도 하면서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2.

"........"

"........"

마차를 타고 아르스 마그나 타운의 저택으로 돌아온 쌍둥이.

정문까지 마중을 나온 시녀들에게 시중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온 둘은 여전히 혼이 쏙 빠져있는 표정이었다.

"언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한참 동안 침대에 앉아 같은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쌍둥이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정적을 깬 순간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과 같다.

쌍둥이는 찌릿 서로를 노려본다.

"네가 사랑이 뭔지 알아보자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그건 언니도 적극 동의했잖아! 언니가 묘약의 효과를 강화한다고 분홍 이끼를 두 배로 넣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내가 말렸는데 언니가 '쯧 겁쟁이 오데트, 분홍 이끼는 연금 촉매라 정량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거든?'하면서 우겼잖아!"

"큭!"

이번에는 미묘한 차이로 오데트의 승리였다.

그녀의 말대로 묘약의 효과 강화를 위해 제머나이 영산에서 캐온 분홍 이끼를 모조리 넣은 것은 오딜이었기 때문이다.

"어쩜 좋아! 난 몰라! 조수님께 그런 망측한 짓을 해버리고 말았잖아!"

망측한 짓.

말싸움 도중 자연스럽게 떠올린 기억.

쌍둥이의 얼굴이 동시에 퐁! 붉어진다.

에로스의 묘약은 참으로 지독했다.

차라리 기억이라도 깔끔히 지워주면 모르겠다.

벨로벳 창관의 창녀들처럼 시우에게 매달리던 자신들의 모습은 조금의 손색도 없이 생생하게 쌍둥이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이제 어떡해... 다음 수업에 조수님 얼굴 어떻게 봐? 내가 미쳤나봐... 내 알몸...알몸...알몸을 다 보이고... 게다가... 조수님을 생각하면서 혼자 몸을 만지던 것도 말해....꺄아아아악!"

오데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지만 오딜은 그보다 심각하게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아기가 갖고 싶다고 헛소리까지이이이 으아아앙! 언니 나 죽여줘어어...!"

여동생의 성교시도는 그나마 미수에 그쳤고 남은 건 흑역사 자체 오픈 정도이지만 오딜은 직접 그의 물건을 몸 안에 넣고 씨를 받았다.

그것도 정숙한 레이디라면 결코 손대서도 안 될 뒷구멍으로!

게다가 상대는 조수님이라지만 노예인데!

"오데트...."

"말 걸지마! 이제부터 내가 언니 할 거야! 오딜 멍청이! 오데트 언니라고 불러봐! 이 바보 똥멍청아!"

"나 진지해."

입술을 삐쭉거리던 오데트는 오딜의 심각한 말투에 투정을 멈추었다.

그러나 녹아있는 짜증까지는 어쩔 수 없는지 뾰족한 말투였다.

"뭐가? 나도 진지하게 심각하거든? 지금 당장 유서를 쓰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야!"

"나 조수님이랑 하나가 됐었어."

그의 거친 맥박이 몸 안에서 느껴졌다.

그의 뜨거운 체액도 몸 안으로 받아냈다.

오데트는 자신이 보고 기절했던 광경을 떠올렸는지 떡 벌어진 입을 가렸다.

너무나도 쇼킹한 기억이라 오히려 깊숙하게 봉인되었던 모양이다.

"...맞아, 그랬지...?"

"정말로 하나가 된 기분이었어. 그게 정말 사랑인가...?"

"그 언니 뒤에 안 아파?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

"아깐 아팠어? 어떤 기분이었어? 그리고 도대체 그런 망측한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책에도 없었는데?"

"내가 이야기해 주면 너도 해줄 거지?"

"응."

"우리는 사랑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으니까 특별히 해주는 거야."

"알겠어, 서로 이거로 놀리는 거 금지! 인 거지?"

오데트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오딜도 거기에 손을 걸었다.

"약속했어."

"나도 약속."

오딜은 용암의 해류처럼 뜨겁고 복잡했던 아까의 기억을 더듬으며 늘어놓기 시작한다.

"모르겠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기분이 엄청 좋았던 것 같아. 뜨겁고 조수님의 심장 박동이 내 몸까지 울리는 기분이고..."

오딜의 무릎이 착 달라붙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랫배가 근질거려오는 것 같았다.

오데트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어느새 몰래 야동을 함께 보는 아이처럼 변한 쌍둥이는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나도... 조수님이랑 닿아봤는데 그곳이 막 화상 입은 것처럼 화끈화끈 거렸어. 그리고, 계속 넣어서 안에 싸게 만들고 싶어졌어."

기분 자체는 좋았다.

성적 쾌감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것도 몰랐던 쌍둥이에게 너무나 큰 자극이 될 정도로 말이다.

"이대로 계속 안겨 있고 싶고 조수님의 아기가 가지고 싶었어. 왜 그랬던 걸까?"

"나한테 뺏기기 싫어서였다면서."

"언니는 항상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이 생기면 가져가잖아. 뺏기기 싫은 마음이 들었던 거지."

툴툴거리는 오데트.

차라리 이렇게 서로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니 부끄러움이 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애시당초 조금 틀어지기는 했지만 이런 '사랑에 관한 정보'를 새롭게 얻기 위해 에로스의 묘약을 준비했던 것이 아닌가?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해. 조수님이 우리랑 다시 놀 일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자마자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냥 보내고 싶지가 않았어."

"그... 뒤에 넣었을 때 느낌은 어땠는데? 화장실 갈 때랑 비슷해? 나 화장실 간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

"음... 전혀 달라. 훨씬 아팠지 아무래도 엄청 커다라니까. 근데 조금 있으니까 막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지 뭐야?"

"나, 나도 사실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도 몇 차례의 의견 교환 와중에 갑자기 조용해진 쌍둥이.

서로의 말에서 묘한 익숙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언니."

"응?"

"우리 반응이 너무 비슷하지 않아?"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둘은 같은 낙인을 절반씩 물려받을 몸이다.

게다가 마력의 패턴까지 똑같은 쌍둥이.

비록 사고방식과 생각의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해도 묘약이 거의 비슷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컸다.

"우리 한 번 더 실험해보자. 약 얼마나 남았어?"

"미쳤니? 그 부끄러운 짓을 또 하라고?"

"아니! 난 절대 안 하지!"

오데트는 팔을 교차에 커다란 X자를 만들어 보이며 부정했다.

오딜은 남은 병을 꺼내 찰랑거려 봤다.

"아직 3회분 정도 남았어."

"언니, 이거 진짜 재밌는 생각이긴 한데... 우리 이거 아멜리아 교수님께 먹여보는 거 어떨까?"

"뭣?!!!"

오딜의 경악성이 쩌렁쩌렁 방을 울리자 오데트가 쉿쉿 소리를 내며 오딜을 진정시켰다.

"어차피 3회분이나 남았는데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잖아. 그리고 교수님은 조수님이랑 같이 수업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시니까 10초 안에 봐야 한다는 조건 달성도 쉬워."

"안 돼! 이건 그냥 바꿔치기로 교수님을 골탕 먹이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뭐가 다른데? 솔직히 언니도 궁금하잖아."

이성은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오딜의 머릿속은 벌써 아멜리아를 떠올리고 있었다.

차갑고, 냉랭하고, 언제나 얼음 동상처럼 팔짱을 끼고 무지막지한 과제 폭탄을 던지는 아멜리아 부교수님.

그 아멜리아님이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안겨서 달려들까?

보아하니 약효가 사람마다 개인차도 있고 끼치는 영향도 다른 것 같은데.

금단의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애초에 자율방어로 막히거나 알아차리시지 않을까?"

"걱정할 거 없어 언니. 이건 '묘약'이잖아."

분류에 따르면 오딜과 오데트가 제조한 에로스의 묘약은 일종의 버프 포션이다.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도핑하고 망설임을 제거해주는 각성제의 일종인 것이다.

독약 따위로 분류되어 자율방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하겠지.

자율방어가 묵인할 정도라면 특별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합리화가 더해지자 오딜은 머릿속에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데트, 걸리면 어떻게 할 거야?"

"혼나야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냉엄한 아멜리아 교수가 진심으로 화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오싹해져서 오딜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호기심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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