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1.
가끔 이성과 본능이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
가령 머리로는 다른 곳을 보아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시선을 도저히 뗄 수 없는 바로 이런 때.
야심한 밤, 어둑한 객실.
로브를 풀어헤친 소피아는 보란 듯이 제 가슴을 밖으로 꺼내놓고 있다.
그 동작에 수치심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없다.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느끼고 흠결 하나 없는 자신감을 지녀야만 가능한 몸동작과 표정으로 느긋하게 시우의 시선을 즐긴다.
터질듯한 가슴이라는 표현이 이토록 어울릴 수가 있을까?
멜론 하나를 반으로 잘라 양쪽 가슴에 하나씩 붙여 놓은 것만 같다.
깔끔한 분홍빛의 유두와 저 크기임에도 조금도 늘어짐 없이 완벽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 폭유를 보고 있으면 소피아도 역시 마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때?"
"크, 크네요."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사실 시우의 취향 카테고리에 '#거유'는 없었다.
야동에서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는 배우를 보아도 두 가지 생각이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내가 저렇게 가슴 큰 여자랑 만날 일이 있긴 하겠어?'
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역시 가슴이 크면 좀 늘어져서 징그럽네'라는 심미적인 문제가 하나.
그런데 그 모든 방해요인을 상쇄시키는 실물이 눈앞에 있다.
"정말 아름다워?"
소피아는 씩 웃고는 대담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경로는 일직선.
시우를 향해 똑바로 걸어온다.
산책하는 듯한 느긋한 걸음걸이에 엉덩이까지 늘어진 연보랏빛의 머리카락이 좌우로 찰랑인다.
한편 육중한 가슴 역시 상하로 요동치며 파동을 만들어냈다.
그 요사스러운 모핑이 어찌나 매혹적이던지 시우는 한시도 눈을 깜빡일 수 없었다.
요녀.
이건 필경 소피아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리라.
시우의 코앞까지 바짝 붙은 소피아는 뒷짐을 진 채 멈춰 섰다.
좀 더 찬찬히 관찰하라는 느낌이었지만 시우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눈을 감았다.
"눈 왜 감아?"
"...죄송합니다."
"부끄럼쟁이구나? 경험이 없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 남자는 오랜만이야."
야한 ASMR처럼 달짝지근하게 속삭이는 소피아.
소피아에게선 달콤한 우유 향기가 났다.
오늘 라리사 때문에 한 번, 아멜리아 때문에 한번 빳빳하게 변했던 물건이 새로 산 속옷 안에서 껄떡인다.
"이리오렴."
소피아는 시우의 손목을 끌었다.
그리고는 아까 대화할 때처럼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조금 전과 다른 게 있다면 허벅지가 바짝 밀착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다는 점.
살짝만 시선을 돌려도 하얗고 커다란 맨 가슴이 시야에 걸린다는 점.
"내가 밤시중을 들라고 하면 거절할 거니?"
시우의 어깨에 턱을 기댄 소피아가 나긋나긋하게 속삭였다.
허벅지에는 이미 가늘고 예쁜 손이 얹혀 있다.
"아닙니다."
"왜?"
"소피아 님의 명령이니까요."
"그게 진심이야? 정말로?"
허벅지에 올라가 있던 소피아의 손이 점점 위로 기어오른다.
그녀의 손은 정확히 허벅지 안쪽.
1cm만 더 움직여도 자지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나는 너한테 갚아야 할 빚이 있거든. 네가 조금 강압적으로 나를 다룬다고 해도 오늘 밤만큼은 용서해 줄게."
"강압적이요?"
"응, 눈을 가려놓고 엉덩이를 때려도 돼. 가슴을 꽉 잡으면서 음란한 마녀 년이라고 모욕해도 괜찮아."
"윽."
소피아의 말은 시우의 머릿속에 선명한 영상을 재생시켜 주었다.
소피아는 저 커다란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며 마녀를 하녀처럼 부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노예, 시우가 주인님. 이렇게도 해줄 수 있는데..."
어느덧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며 부끄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리지만 그럴 리 없다.
이 구도에서 잡아먹히는 것은 엄연히 시우 쪽이었다.
"밤시중을 거절하지 않는 게 정말로 명령이어서야?"
"...아닙니다."
"그럼 왜?"
"소피아 님이 아름다우시니까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의 본능이다.
비록 노예의 신분이라도 그건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럼 5년 전에 아멜리아의 제안은 왜 거절했니? 아멜리아는 예뻐 보이지 않았어?"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걸까.
시우는 의아한 시선으로 바짝 달라붙은 소피아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어깨 바로 위에 얹혀 있었기에 자칫 입술끼리 맞닿을 뻔했다.
"5년 전 일 말씀하시는 거라면 오해가 있었습니다. 아멜리아 님은 밤시중이 아니라 저를 조수로 영입하시려고..."
"응, 그건 알아. 하지만 그때는 밤시중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거절했잖아. 항상 궁금했어."
시우는 고자가 아니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평범하게 섹스를 원한다.
그런 그가 아멜리아의 밤시중을 거절한 것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에 배속받기 전 노예상인에게 온갖 무서운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노예상인은 뭐가 그렇게 심심했는지 족쇄를 차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우에게 구구절절 마녀의 공포스러운 일화를 늘어놓았다.
그 덕에 시청에 팔려 가는 순간부터 마녀에 대한 공포심은 MAX를 찍어버렸고 따라서 아멜리아의 밤시중 제안을 거절했다.
경황이 없고 정신도 없었지만 가서는 안 된다는 본능의 외침에 따라 엉겁결에 거부하고 만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그런 제안을 들었던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고 말이다.
시우의 설명을 들은 소피아는 푸흡 하고 시우의 뺨에 침을 뿜었다.
"하하! 아, 미안... 너무, 너무 상상치도 못한 답변이라서."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던 소피아는 영문을 몰라하는 시우의 얼굴에 묻은 침을 정성껏 닦아 주었다.
"엄청 겁쟁이인 데다가 바보 같은 사람이구나. 이제 좀 알았어 아멜리아랑 비슷하네."
무슨 말만 하면 아멜리아와 엮으려 드는 소피아.
그녀는 여전히 웃음기가 번진 얼굴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는 아멜리아가 그런 무서운 마녀가 아니란 걸 알았잖아? 밤시중을 들라고 하면 할 거야?"
소피아의 질문에 시우는 반사적으로 떠올리고 말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멜리아에 대한 시우의 반발심은 최고조를 달성했다.
그녀가 여태껏 꼬장꼬장하게 괴롭힌 이유가 생각보다 치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조금씩 달라졌다.
최근 그녀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상한 방식의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괜히 닭꼬치를 챙겨주고, 시우의 부탁을 들어 노예에게 관대한 처분을 하기도 했다.
기대도 안 했던 사람이 잘해주면 기대치 위반 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전처럼 아멜리아가 밉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아멜리아가 유혹해 온다는 가정을 떠올리면 그것에 응할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었다.
아직 앙금이 전부 사라진 것도 아니고...
"........"
어쩐지 고민이 깊어가는 시우의 얼굴에 소피아가 말했다.
"미안 미안, 선물을 주겠다고 와놓고는 괜히 이상한 말만 늘어놨네."
"아닙니다. 저도 즐거웠어요."
"어머 다 끝났다는 식으로 얘기하네? 아직 한발 못 뺐잖아. 밤시중들겠다면서."
"그건..."
"시우는 동정이라서 솔직하게 말을 못 할 것 같으니까 내가 좀 도와줄게. 눈감아 볼래?"
갑자기 눈?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지그시 감았을 때 입술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겹쳤다.
이미 경험이 있는 시우로서는 그 정체를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입안으로 기어들어 와 혀를 꽁꽁 싸매는 그것은 소피아의 혀였다.
끈적하면서도 달콤한 타액이 흘러들어오고 오딜보다 훨씬 두툼하고 쫀득한 입술이 기분 좋게 문질러진다.
"웁!"
키스는 짧았다.
엇 하는 사이에 들어왔던 소피아의 몸이 멀어졌으니까.
"기분이 어때?"
"기분이... 좋죠. 네 뭐..."
이런 미녀와의 키스가 싫을 리 없다.
그러나 3초 뒤, 소피아의 질문이 단순히 키스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소주를 원샷했을 때처럼 핑 도는 현기증.
순식간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고 그 혈액이 고스란히 하반신으로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좋지? 내 침에는 발정제가 들어있거든."
"그게 무슨 말씀... 큭..!"
풀발기한 자지가 딱딱해지다 못해 아파오기 시작한다.
"나는 '짐승의 마녀'잖아. 사역수끼리 교배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자성 마법 중의 하나야."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에 비해 시각은 각성제를 맞은 것처럼 확실하게 소피아의 몸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까지 전부 보인다.
"자자, 고집 그만 부리고. 이거 만져 봐."
소피아는 입을 뻐끔거리는 시우의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교태를 부리듯 가슴을 팔로 모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잘 숙성된 빵반죽처럼 어여쁘게 모여있는 가슴골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유두.
"솔직히 만지고 싶었지?"
은밀한 소피아의 채근.
그녀는 시우의 손을 이끌어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아멜리아의 것도 감촉은 훌륭했지만 소피아의 것과 비교하자면 다소 빈궁한 감이 있다.
뭐랄까 탱글한 탄력보다는 압도적인 부드러움.
슬쩍 들어 올렸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충만한 중량감은 전에 만졌던 라리사의 가슴마저 압살했다.
"옳지, 옳지. 착하지?"
아기를 어르는 것처럼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길을 만끽하는 소피아.
남자를 상대하기보다는 귀여운 강아지를 다루는 손길이다.
"간지럽잖아~ 좀 더 세게 꽉 움켜쥐어도 되는데."
시우는 목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것을 느끼면서 소피아의 가슴을 한층 세게 쥐었다.
이 세상 감촉이 아니다.
지금 이 기분이라면 소피아의 가슴만 만질 수 있으면 평생 그녀에게 복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까지 마법의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 젖꼭지 빨아볼래?"
소피아는 제 가슴을 들어올려 시우의 바로 입가에 대주었다.
발정제의 효과는 우수했다.
시우는 한시의 지체도 없이 소피아의 가슴을 물었다.
"하앙!"
소피아의 달콤한 교성.
시우는 뺨을 풍만한 젖가슴에 비비며 유두를 쭉쭉 빨아들였다.
"그러면 못써, 느긋하게 혀로 돌려가면서 천천히 빨아 들여야지."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에 따르게 된다.
시우는 좀 더 차분하게 애써 침착하며 소피아의 유두를 혀로 굴리며 빨았다.
"하아, 그래... 여자를 기분 좋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알겠니?"
"네...."
몽롱한 목소리로 답하는 시우.
"자, 일어나. 바지 벗자."
시우의 무릎 위에서 일어난 소피아는 멍하게 서 있는 시우의 바지를 벗겨냈다.
그와 동시에 하늘 높이 서서 쿠퍼액을 질질 흘리는 커다란 자지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엄청 크네."
소피아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물건을 가졌을수록 여자를 잘 풀어줘야 해. 그냥 하면 아프거든. 알겠지? 아까 배운 것처럼 가슴부터 상냥하게 애무해야 하는 거야. 잊지마렴."
"네, 소피아 님."
왜 소피아가 이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가 애용하는 발정제의 효과는 매우 우수했다.
"자, 그럼 수업은 이쯤하고 선물 줄게."
그렇게 말한 소피아는 시우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