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
아멜리아에게 자유롭게 매장을 둘러볼 것을 허가받고 쇼핑타임이 시작되었다.
아멜리아는 마녀 중에서도 극소수인 귀족.
따라서 그녀의 금전 감각은 일반인과 궤를 달리한다.
아멜리아의 '원하는 것을 고르라'는 선언은 만약 시우가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가져와도 지켜질 것이다.
아마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어음을 쓰겠지.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것이나 골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너무 싼 것을 골라도 안되고, 반대로 너무 비싼 것을 고르는 것도 곤란하다.
전자의 경우 귀족의 호의를 값싸게 취급한 것이 되기 때문에 아멜리아의 체면에 흠이 가고, 후자의 경우는 모처럼의 호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시우는 고민에 잠겼다.
"흐음...."
시우가 서 있는 선반에는 캘빈 클라인 팬티 세트가 놓여있었다.
5 개입.
얼마인지 따로 가격표가 적혀있지는 않았다.
마침 필요한 아이템이다.
시청에서 기본 배급되는 팬티는 1년에 3장밖에 안되는 데다가 소재도 영 거칠거칠해서 가끔 살이 쓸려 아플 때도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는 시우 옆에 누군가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데?"
푸른뱀 접선소의 여주인이었다.
30대 초반일 것 같은 외모에 요염한 눈화장.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트레이닝 복을 융기시키는 그녀의 미드가 굉장히 훌륭하게 부풀어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의 연기와 함께 살짝 풍기는 퇴폐미는 여러 남자 울렸을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흘렀다.
거의 찰싹 달라붙다시피 붙었기 때문에 자칫 팔뚝에 가슴이 닿을 뻔했다.
"그, 그런가요?"
"아주 잘나가는 상품 중 하나야."
"그나저나 마녀님은 어디로 모셨나요?"
가게 주인이면 부자인 마녀를 따라다니는 게 수익 면에서도 이득일 텐데.
왜 이곳으로 온 걸까?
"그분은 이미 쇼핑을 끝내고 접객실에 앉아계셔. 보기와는 다르게 흡연자시더라고?"
"별말 없으셨죠?"
"걱정하지 마."
가게 주인은 눈웃음을 치며 시우의 어깨를 먼지 털듯 쓸었다.
가까이서 보니 도화살이 박혀도 서너 개는 박혔을 법한 인상이다.
" 그보다 궁금한 게 생겨서 그런데 물어봐도 돼?"
"네,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너 남총이야?"
남총.
사전적 의미상으론 남성인 첩을 의미한다.
사실 시우는 게헨나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자 첩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도 몰랐다.
물론 마녀가 결혼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 남편이 있을 리 없고 남총보다는 정부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으나 일반적으로 게헨나에서 마녀의 정부는 남총이라고 불렸다.
칭챙총이라는 나쁜 욕을 알고 있는 시우의 입장에서는 괜스레 더 굴욕적으로 들리는 호칭이다.
"아닙니다."
근데 굴욕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특별히 악의를 갖고 물은 것 같지도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래?"
여주인이 은근슬쩍 더 몸을 붙였다.
아까는 슬쩍 닿는 정도에 불과했던 가슴이 꾹 짓눌러지는 것처럼 팔뚝에 닿는다.
그 어떤 쿠션보다 포근한 극상의 감촉.
시우는 깜짝 놀란 눈으로 여주인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노예지? 이름이 뭐야?"
"저기...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대놓고 던지는 추파에 쩔쩔매며 슬쩍 몸을 떼었다.
예전에 시우였다면 몰라도 아멜리아 외 쌍둥이에게 시달려왔던 시우는 예쁜 여자는 의심하고 보는 습관이 생겼다.
"뭐가? 그냥 이름 물어보는 중인데. 먼저 말하는 게 예의인가? 난 푸른뱀 접선소의 점장 라리사야."
"...신시우입니다. 시청 소속 노예죠."
갈색 금발, 옅은 남색의 눈동자.
쭉쭉 뻗은 팔다리와 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슴까지.
이름을 들으니 다 이유가 있었다.
러시아의 핏줄을 이어받은 것이겠지.
스스럼없이 악수를 권하는 라리사의 손을 잡고 흔드는 시우.
살짝 굽혀진 라리사의 손가락이 시우의 손바닥을 긁는다.
간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야시시한 제스처였다.
시우는 손을 떼고는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물끄러미 시우를 쳐다보던 라리사가 피식 웃었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여기 잡혀 온 지는 몇 년이나 됐어?"
5년 정도라고 말해주자 라리사는 더욱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싱싱한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미소라고 해야하나.
"다시 악수해 볼래?"
아까처럼 손을 맞잡자 그녀는 똑같이 검지를 안으로 구부려 시우의 손바닥을 긁듯이 간지럽혔다.
"이렇게 악수하면서 손바닥을 긁는 행동은..."
라리사는 시우를 선반에 밀치며 귓가에 속삭였다.
" '나는 당신이랑 하고 싶어서 젖었어요'라는 뜻이야."
개연성이고 뭐고 없는 갑작스러운 육탄공격과 성희롱에 시우는 당황했다.
라리사는 시우의 귓불을 한번 깨물고는 다시 거리를 벌렸다.
"가, 갑자기 왜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시우.
저번에 아멜리아의 심부름으로 담배를 사러 왔을 때도 묘한 눈길로 쳐다보긴 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섹스 어필은 없었다.
이름조차 나누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마녀님이랑 보통 관계가 아닌 건 맞잖아. 그 오만가식덩어리 마녀들이 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사 줄 리 있나."
라리사는 쓱 트레이닝 복의 지퍼를 내렸다.
둥근 가슴을 감싸는 하얀 나시티.
출렁이며 위용을 자랑하는 가슴과 뾰족하게 비쳐 보이는 유두가 어서 움켜쥐라는 듯 시우를 유혹한다.
"옷을 보니 어중이떠중이 마녀도 아니고 높으신 분이잖아? 그런 마녀님이 눈독을 들이는 남자라면 맛이 어떨지 궁금해졌어."
그러니까 종합해보자면.
라리사는 원래 이 남자 저 남자와 배꼽을 맞추고 다니는 요녀이고, 시우가 아멜리아의 귀염을 받는 남자라고 생각되자 묘한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다.
마녀에게 사랑을 받으면 남자의 가치가 올라가는 건가?
아멜리아도 그렇고 여자의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이없게 여자를 꼬시는 데 성공한 시우는 얼떨떨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괜찮아. 따뜻한 홍차와 쿠키도 대접해드렸거든 30분 정도 같이 놀아보는 건 어때?"
라리사는 아예 시우의 상의 아래로 손을 쓱 밀어 넣었다.
손톱을 세운 섬세한 손끝이 귀신같이 유두를 찾아 콕콕 간질인다.
"고상하신 마녀님은 티타임을 보내라 하고, 어른끼리는 조용히 숨죽이고 즐거운 놀이를 하는 거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굳이 드는 생각이라면 이 여자 머리가 좀 이상한가? 정도.
몇 번이나 봤다고 어른의 즐거운 놀이니 뭐니 운운하다니.
뭉그적거리는 시우의 반응에 라리사는 조금 더 적극적인 어필을 시작했다.
"저기 마녀님이 신경 쓰여? 내가 비록 출신은 마녀님에 비해 천해도 가슴만큼은 한 수 위일 것 같은데."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어 슬쩍 흔들어 보인 것이다.
얇고 흰 셔츠 안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젖가슴.
-움찔
잠자코 있던 시우의 아랫도리가 반응한다.
라리사의 말대로 G컵은 족히 될 듯한 가슴은 제아무리 대단한 아멜리아라도 비교할 수 없을 듯싶다.
라리사는 아무 말도 없이 나시를 가슴 위까지 훌러덩 벗었다.
절대 한 손으로 모두 가릴 수 없을 것 같은 풍요로운 젖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남자로서 시선이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시우는 떡 입을 벌리고 한참이나 그녀의 가슴을 구석구석 살폈다.
뽀얀 우유빛 피부와 그에 걸맞은 연분홍 핑두.
야동에서나 보던 러시아 백마의 가슴 그대로였다.
과연 고화질 HD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도 네 걸 만졌으니까 너도 만져봐야 공평하지."
가슴을 보이는 사람은 라리사인데 정작 얼굴을 붉히는 건 시우였다.
너무 당당한 태도에 도리어 어찌 대응하면 좋을지 망설여진다.
그러나 눈앞에서 출렁이는 거유의 마력은 상상을 초과했다.
시우는 망설임 없이 라리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으로 누르는 것만큼 부드럽게 파고들고 그에 대응하는 가슴의 탄력이 손끝을 밀어낸다.
육중한 중량감이 손바닥 전체에 실렸다.
뾰족하게 솟은 쫄깃한 유두가 특히나 잘 느껴졌다.
"만지는 거 엄청 어색하네. 두 손으로 만져도 괜찮은데?"
주물주물 가슴을 주무르는 시우의 손길에 라리사는 간지럽다는 듯이 웃었다.
도저히 유혹을 빠져나올 수가 없다.
흉악한 감촉이다.
시우가 반쯤 넋이 나간 채 가슴을 주무르고 있을 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라리사의 손이 바지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윽!"
"보기보다 대물이네? 귀엽게 생겨서 자지도 귀여울 줄 알았는데."
입술을 핥으며 자지를 역수로 쥔 채 슬슬 움직이는 라리사.
팬티 안이라는 좁은 공간임에도 시우가 받았던 어떤 대딸보다도 능숙했다.
"여기 서 봐."
"잠시만요...!"
진열대에 기대선 시우의 바지를 냉큼 내리더니 한 입에 자지를 무는 라리사.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온 데다가 한참 동안 걸었기에 땀 냄새가 좀 날 텐데도 조금도 거리낌 없이 후루룩 자지를 빨기 시작한다.
-츄르르릅, 츄르르릅
요사스러운 침소리.
더 이상을 안 될 것 같아 라리사를 만류하려던 시우도 막상 그녀의 입안에 물건이 들어가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마비독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에 힘이 탁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벽에 몸을 기대게 됐다.
"츄르르르릅....후루룹...!"
딱 적당한 압력으로 자지를 빨아들이는 테크닉과 현란하게 귀두를 자극하는 말랑하고 뜨거운 혓바닥.
농담이 아니라 10초 만에 찍 쌀 것 같았다.
그러나 명색이 남자인데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시우는 자꾸만 뒤로 빠지려는 허리를 간신히 붙잡고 라리사의 펠라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2.
"언니, 지금 몇 시야?"
"너 그 질문 몇 번째 인줄 아니?"
"응, 55번째야."
오딜과 오데트는 타로 타운의 비밀기지에서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도 3시까지는 도착해야 했는데 그는 5시가 넘어가도록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오딜과 오데트는 뚱한 표정으로 나란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오전에는 타로 타운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1시에 복귀한 이후 네 시간 동안이나 시우를 기다리는 중이다.
"안오는 거 아닐까?"
"조수님이 좀 어수룩하긴 해도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야."
"그냥 우리끼리 나가서 놀자 언니, 응?"
"나가려면 혼자 나가. 난 기다릴 테니까."
오데트는 뚱한 표정으로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지루한 마법 수업에서 해방되어 모처럼의 휴일이다.
고작 시우 하나를 기다리느라 반나절이 아무 의미 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 무척 못마땅했다.
"그런데 언니, 만약 우리 장난이 스승님께 걸린다면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니?"
"시우 조수님은 남자인 데다가 노예잖아. 아마 스승님이 엄청엄청 화내실걸?"
오딜은 잠깐 생각했다.
원래라면 노예 따위 죽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시우 조수는 조금 다르다.
사적으로 대화도 많이 나누기도 했고 마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나름 정이 붙었다고 해야 할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오딜의 감상이지만.
"그땐 우리가 도와줘야지. 스승님도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노예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라 하실걸? 신기한게 다 있다고."
"그냥 조수님한테 다 덮어씌우는 편이 우리가 덜 혼나지 않을까? 아얏!"
여동생의 머리에 꿀밤을 놓는 오딜.
"우리가 마녀이고 귀족인 이유는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이야! 스승님의 꾸지람이 무서워서 조수님을 팔아먹으려고?"
꿍 얻어맞은 오데트는 정수리를 부여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역시 오데트는 조금 철이 없다.
"힝...알겠어. 왜 화내고 그래."
"네가 철딱서니 없이 구니까 그렇지."
그 말대로 모든 일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만약 오늘 시우가 약속을 멋대로 어긴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이 필요하겠지."
3.
현란한 사까시를 받던 시우는 별 인간의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