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
남성기를 손으로 흥분시켜 사정을 유도한 뒤 마력 발생의 여부를 관찰한다.
말이 그렇지 실상 행위자체를 놓고 본다면 대딸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아멜리아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짐작할 도리가 없지만 처음으로 느껴보는 그녀의 손은 몹시 차가웠다.
“본격적인 자극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손으로 확실히 잡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랗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간 보여주었던 딱딱한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손길.
자지의 장대부분을 잡은 그녀는 춤추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애무를 시작했다.
“아이를 어르듯이 차분히 쓸어주고 엄지로 밀어 올리듯이 귀두를 자극해주세요.”
“큭!”
시우는 아멜리아가 싫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대딸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손이 무척 기분 좋다는 것이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배에 피가 쏠린다. 말랑말랑했던 물건이 천천히 부풀고 있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와!”
“펜듈럼이 움직였어요! 아직 사정도 안 했는데!”
물건이 발기됨과 동시에 초크보드 위의 펜듈럼이 시우 쪽으로 진동했다.
“정신적인 고양이 마력의 생성을 촉발한다는 점은 설명했죠? 이처럼 남자는 흥분을 느끼기만 해도 마력을 발생시키는 겁니다. 비록 무의미할 정도로 작은 양이지만 말이죠.”
시우의 물건이 완전히 커다랗게 변해 위용을 뽐내는 한편 아멜리아는 드물게 제 사견을 드러냈다.
“어떤 상황과 여건에서도 발기나 해대다니. 남자란 불쌍한 생물이에요.”
아멜리아는 잠깐 시우의 물건에서 손을 땠다.
한번 발기한 물건이 쉽게 식는 것은 아니었다.
명백히 동양인 평균치보다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시우의 물건은 그녀의 손을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꼿꼿이 서 불끈거렸다.
“신시우 조수, 지금 성적 흥분을 느끼고 있나요?”
이러니저러니 5년을 끌려 다녔던 사이다.
은근하게 묻는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놀림이 섞여있다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까불며 밤 시중을 거절한 주제에 고작 손으로 몇 번 만져줬다고 이렇게 흥분했나요?’ 라고.
굴욕이었다.
아멜리아가 괜히 사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보이겠다 나선 것이 아니었다.
시우가 아멜리아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 역시 시우를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가 수치심을 느끼는지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조성한 것이다.
“말이 없네요.”
평소라면 대답을 채근했을 아멜리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우를 압박했다.
고작 주물거리는 것에 불과했던 아멜리아의 손이 확실히 자지를 움켜쥐었다.
엄지와 검지로 링을 만들고 그 사이에 자지를 끼운 채 앞뒤로 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탁탁 살이 쓸리는 건조한 소리.
아멜리아는 섬세한 힘 조절로 윤활제도 없이 매끄럽게 대딸을 수행했다.
게다가 시우의 반응을 살피며 민감한 부분을 집요하게 자극하는 통에 자꾸만 허리가 튕기려 들었다.
“큭...크윽....”
시우가 죽을상을 쓰고 쾌감에 저항하려는 한편 쌍둥이는 진귀한 것을 보기라도 하는 양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자세가 조금 불편했던 건지 시우의 어깨에 한손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아멜리아.
그녀의 밝은 금발이 찰랑일 때마다 고급스러운 향수 향기와 체취와 섞여 코끝을 간질이다.
처음엔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미미하던 펜듈럼의 진동도 점점 진폭이 커지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시시각각으로 일그러져가는 시우의 얼굴을 올려봤다.
굴욕에 절은 그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음미하는 것처럼 찬찬히 눈동자를 굴렸다.
그녀의 숨결은 핸드잡 이전보다 가파르게 변해 있었다.
“왜 아무 말도 없나요? 기분 좋지 않나요?”
피도 눈물도 없는 아멜리아는 드물게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또 한 번 속삭였다.
기껏 떠오른 감정이 우월감이라는 것은 시우에겐 무척 불행한 얘기였지만 말이다.
버티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금방 찍 싸버리면 그녀의 완곡한 비웃음에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혀를 깨물면서 사정을 참는 시우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혀를 찼다.
“쓸데없는 수작부리지 말고 빨리 내세요. 팔 아프잖아요.”
쌍둥이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속삭이는 아멜리아의 악력이 올라간다.
실로 절묘하게 조절된 힘은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을 밀어 넣었다.
“윽....!”
시간상으로는 15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족히 2달은 자위하지 않은 채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정을 지연시켜왔던 것에 비례한 커다란 쾌감이 머리를 하얗게 만든다.
“우아! 우아!”
“막 나와요!”
-푸슛! 푸슛! 푸슛!
눈앞에 섬광이 터진 격렬한 쾌락 속에 시우의 자지가 꿈틀거리며 정액을 토해낸다.
아멜리아는 그가 사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끝까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내겠다는 잔혹함이 느껴졌다.
꼬리뼈까지 울릴 정도의 쾌감에 아찔한 사정을 끝낸 시우의 가슴으로 스멀스멀 허탈함이 몰려온다. 자괴감과 수치심은 덤이었다.
“보셨죠? 이렇게 사정하는 순간 마력이 발생하게 되는 거랍니다.”
“네네!”
“아멜리아 교수님 이번엔 저희가 해봐도 될까요?”
당장 쭈그려 앉아 쓰린 속을 달래고 싶은 시우의 눈에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펜듈럼이 들어왔다.
덤으로 당장에라도 테이블을 건너와 2차 실험에 돌입하고 싶어 하는 쌍둥이의 모습도.
아멜리아는 사정 순간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손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내고 회중시계를 꺼내든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겠어요. 관리인은 업무로 복귀해도 좋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저희도 해보고 싶은데!”
사정 직전에 공중에 마법을 펼쳐 정액까지 말끔히 회수한 아멜리아는 시우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쌍둥이들을 진정시키고 수업을 이어갔다.
한 동안 멍하니 서있던 시우는 허탈한 마음을 추스르고 실험복을 챙겨 입은 채 도망치듯 제2교사를 떠났다.
2.
시우는 반쯤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고로 발걸음을 향했다.
정액 추출을 빙자한 공개 자위를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설마하니 그 아멜리아의 대딸을 받고 치욕의 사정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인생 존나게... 공허하네.”
마침 청승맞게 비도 내리고 있어 담배가 댕겼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기분도 좋았고 아멜리아의 말처럼 흥분되는 구석도 있었다.
평소에 손 한번 맞잡아본 적 없던 미녀에게 핸드잡을 받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분전해도 아멜리아의 수작에 놀아났을 뿐이라던가, 꼴사납게 15분 만에 그녀의 손안에서 사정해버린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럴 땐 마조히즘의 대가인 타카쇼가 부러웠다.
그 친구라면 시우의 방을 찾아와서까지 도도하기로 유명한 아멜리아가 손수 대딸을 쳐줬다며 자랑했을 텐데.
더욱 불안한 것은 이것이 아멜리아의 복수의 시작일지 끝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두 번째 거절이라는 모욕을 당한 아멜리아가 방금 시우의 치태를 보고 속이 시원해졌길 기도할 뿐.
자질구레한 걱정을 하는 것도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시우에게는 아직 서고의 정리라는 업무가 남아있었다.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남쪽에 해당하는 마법 서고는 아카데미 건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이 마법 서고를 찾는 마녀는 거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마녀들의 위계가 상향평준화되고 기초적인 마도서를 보관하는 도서관을 찾는 이는 드문 탓이다.
그 덕에 이 쓸쓸한 서고를 찾는 것은 갑자기 헷갈리는 공식이 생긴 마녀나 견습마녀 정도였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이 넓은 서고를 혼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하아....”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시우는 서고의 구석에서 딱딱하게 변한 빵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보통 노예의 식사는 스펀지보다도 맛대가리 없는 보리빵이거나 묽게 끓인 귀리죽이었다.
새삼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이미 시우에게 식사는 영양보충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청소 해놔야지.”
3분도 걸리지 않아 식사를 끝낸 시우는 우선 테이블에 놓인 책들을 정리했다.
아무리 발길이 드문 서고라지만 마녀들이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을 땐 수십 권은 우습게 헤집어 놓기에 오늘도 1000권이 넘는 책들이 테이블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래도 서고청소는 그나마 시우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청소만 제대로 끝난다면 서고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잠깐 눈을 붙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 이게 문제였네.”
어제 읽었던 책을 다시 붙잡고 책꽂이 뒤에 숨어 책장을 넘겼다.
서고의 책은 마녀들에게야 시시하기 짝이 없는 기본서이지만 그에겐 온갖 정보들이 숨어있는 정보의 바다다.
짬짬이 시간을 내 뒤적인 마도서를 통해 수백 년 전 마녀들이 남긴 논문과 기초적인 마법 지식까지 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이곳에 납치당하기 전까지 마법의 존재도 몰랐던 시우도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마법식을 해석하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시우는 작업복 주머니에 꼬질꼬질하게 접혀있던 종잇장을 꺼내들어 연필로 빠르게 필기를 한 뒤 누가 볼세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2주는 족히 시우를 괴롭히던 문제가 있었는데 새로운 공식을 습득한 덕에 머리가 탁 트였다.
이런 소소한 학습의 기쁨이라도 없었더라면 진즉에 돌아버렸으리라.
오늘은 이 정도 소득으로 족하다.
일이 끝나고 아멜리아의 연구동 청소까지 끝낸 이후에 집에서 오늘 새로 습득한 이론을 바탕으로 막혔던 부분을 돌파하는 거다.
“그래도 인생 마냥 좆되리란 보장은 없구나.”
우울하게 처져있고 혼자 궁상을 떨어봐야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우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현대와 왕래할 수 있는 마법진을 그려 이 빌어먹을 도시를 탈출하는 것.
그걸 위한 마법 독학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시원한 맥주에 치킨을 뜯을 생각을 하니 한결 더 우울함이 가시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한껏 흐트러진 책들을 모아 제자리에 꽂아 넣고 먼지 한 톨 날리지 않게 젖은 걸레로 책장을 닦았다.
책의 유지보수를 위해 설치되어있는 보존식이 새겨진 위저드 스톤을 점검, 교체해주는 것도 시우의 몫이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는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책꽂이에 비치된 사다리를 타고내리며 책을 원상복귀 시키고 청소까지 끝내자 허리가 아팠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정원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우의 일상은 저녁 6시가 되어야 끝을 맞는다.
원래였더라면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 마법식을 끄적이다 잠이 들겠지만 아멜리아의 연구동을 청소하러 가야했다.
시우는 울적한 마음을 뒤로하고 연구동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