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
아멜리아는 선자세로 쌍둥이의 과제를 팔랑팔랑 넘겨가며 첨삭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고는 있는 건가? 싶은 속도로 읽으면서도 조금 이상하다 싶은 곳에는 여지없이 루비로 장식된 빨간 깃펜이 휘갈겨진다.
그 순간만큼은 두 자매의 시선도 아멜리아를 향했다.
시우가 생각하기에 견습 마녀란 마법을 향한 마녀의 망집과 광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는 창조의 마녀.
모든 마녀는 신의 경지나 다름없는 그녀의 마법에 도달하기 위해 살아간다.
존재한지 150년이 지났는데도 꽃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아멜리아를 보면 알겠지만 마녀는 낙인이 새겨진 이후 영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영생을 산다하여 누구나 무한한 발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히고, 누군가는 영원한 타성에 젖어 정체한다.
그렇게 많은 마녀들이 실패를 거듭하길 수백 년, 고집불통이던 마녀들은 결국 인정했다.
한 개인의 성취로는 창조의 마녀의 위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이쯤에서 포기하겠지만 마녀는 결코 상식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따라서 그들은 결정했다.
하나의 삶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위업이라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자고.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재능을 지닌 존재에게 자신의 연구를 물려주고 연구를 계속하게 만들자고.
마녀가 수백 년에 걸쳐, 수 대(代)에 걸쳐 매진한 마법 연구.
그 연구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이 곧 마녀의 낙인이다.
그리고 낙인을 받아들이고 다음 세대의 연구를 이어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오딜 오데트와 같은 견습 마녀다.
마녀는 단지 타인의 삶만을 괄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자신의 삶마저 마법을 완성시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채점이 끝났다.
“돌려받으세요.”
아멜리아는 15분도 걸리지 않아 두 개의 과제를 모두 돌려주었다.
점수는 따로 매기지 않는다.
마법이란 학문은 점수를 달리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아멜리아의 지론 때문이었다.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제 첨삭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에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끊임없이 반추하고 의문을 품으세요.”
““네! 교수님!””
깐깐한 아멜리아도 교단에 섰을 때는 제법 훌륭한 교수였다.
평소에는 시우의 사사건건을 트집 잡는 주제에 수업을 할 때만큼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 외에 다른 길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정한다.
마녀들이 자신의 마법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하다는 것을 미루어보면 상당히 융통성 있는 자세였다.
과제를 다시 받아 든 쌍둥이는 마치 경쟁이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열심히 아멜리아의 첨삭을 확인했다. 종이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리.
속도를 봤을 때는 분명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소녀는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원숙한 마녀인 아멜리아에 비해 풋내기에 불과하니 말이다.
“71개, 오데트 넌 몇 개야?”
“난 59개. 오늘은 내가 언니 이겼네!”
“거짓말하지 마! 그렇게 많이 차이 날 리가 없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오데트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오데트의 레포트를 빼앗아드는 오딜.
“이건 단순히 숫자로 계산하면 안 되지! 이거 봐 나는 한 줄 정도만 수정됐지만 넌 한 문단이 통째로 수정됐잖아. 여기도, 여기도.”
“언니가 분명 첨삭된 부분의 수로 내기하자고 말했잖아!”
별안간 눈에서 벌어진 촌극에 아멜리아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담배를 애타게 찾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교단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을 두들기는 것으로 두 소녀의 시답잖은 말싸움을 끝낸다.
“정숙하세요.”
“앗! 죄송합니다, 오데트, 너 때문이야!”
“죄송해요 교수님... 저희 언니가 철이 좀 없어요.”
아멜리아는 별다른 말없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그리고 과제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은 채 곧바로 수업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겠어요. 남성이 마력을 지닐 수 있나요?”
아멜리아는 항상 수업의 첫 걸음을 이렇게 질문으로 시작했다.
어리둥절해하던 오딜과 오데트는 제각기 생각을 재잘거렸다.
“아니요, 그래서 마녀는 여자만 있는 게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성에게도 마력이 존재해요. 그렇다면 어째서 남성은 낙인을 물려받을 수 없을까요?”
남성이라는 주제가 나오자마자 쌍둥이는 더욱더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어 아멜리아의 강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멍청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앗! 시우 조수님께 한 말은 아니었어요.”
키득거리는 쌍둥이와 그러거니 말거니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시우.
그래도 아멜리아의 강연 자체는 재미있었다.
그녀는 높은 위계의 마녀답게 요점이나 핵심을 확실하게 짚어 주었으니 말이다.
“많은 신화에서 다루어지듯이 세계를 품는 모체는 여신의 것이죠. 오랜 역사동안 지속되어온 상징과 체계는 자연스럽게 마법에 투영되게 되어 있어요. 마법이란 마력이란 실체를 지녔음과 동시에 관념적인 상징체계의 집합이니까요.
남성은 생명을 낳지만 그것을 품을 수는 없어요. 마찬가지로 여성과는 다르게 체내에서 마력을 생성해 낼 수 있지만 마력을 품는 낙인을 지닐 수는 없는 거랍니다.”
이해했다는 듯이 나란히 고개를 끄덕이는 오딜과 오데트.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법의 연구에 있어 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우리 마녀들이 체내에서 직접 마력을 발현할 수 있게 된다면 마력이론의 척도를 뒤엎을 혁신적인 발견이 될 테니까요.”
“그럼 이번 수업은 마력의 발현에 대해 배우는 건가요?”
“그래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성의 체액과 마력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그 이상은 여러분 수준으로는 어렵습니다.”
시우는 올 것이 왔음을 느꼈다. 아멜리아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명령한다.
“조수, 탈의하세요.”
“예.”
수치의 시간이 왔다.
사실 말이 조수지 수업 안에서 시우의 취급은 교보재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성기까지 적나라하게 노출한 채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아 내야하는 교보재 말이다.
실험복을 벗자 시우의 맨몸이 드러났다. 어찌나 엉성한 옷인지 벗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쉽게 벗으라고 만들어진 옷이다.
“와....”
“오....”
이미 몇 차례 보인 적이 있음에도 쌍둥이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시우의 알몸을 훑어보았다.
태어나서부터 마녀가 되기 위해 새장이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자매들에게는 유일무이한 성교육 시간인 셈이다.
특별히 군살이 붙거나 그렇다고 근육이 크게 발달한 것도 아닌 성인 남자의 몸이다.
묵직한 하물만큼은 어디가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심지어 발기상태가 아님에도 말이다.
다행이 사이즈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
“언제 봐도 반질반질해요.”
시우의 몸에는 잔털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교보재로 사용될 때 육안으로 확실한 식별을 위해 이상한 액체로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전신의 털을 제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우는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진 상태로 실험에 협조했다.
어차피 실험체의 인권을 주장한다 해도 들을 상대들이 아니다. 머리털은 남겨주었으니 고맙게 여기라고 할 작자들이지.
“다른 길로 새지 말고 집중하세요.”
오늘 타카쇼에게 온갖 말을 들어서 일까?
무표정하다고만 생각했던 아멜리아의 두 뺨에 홍조가 서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남성은 스스로의 의지로도 마력을 발현할 수 있지만 가장 격렬한 마력 생성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사정할 때에요. 정밀 관측기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손쉽게 알아챌 수 있죠.”
아멜리아는 가늘고 긴 교편으로 시우의 축 늘어진 물건을 들어올렸다.
남의 거시기를 시래기처럼 취급하고 있다.
“마력의 발생은 정신적 고양(高揚)과 긴밀한 연관이 있어요. 그리고 남성의 본능에 새겨진 ‘씨를 뿌린다’는 행위는 본능적인 고양을 불러일으키죠. 오늘은 그걸 육안으로 관측해볼 거예요.”
어렵게 말은 하지만 결국하게 될 일은 간단하다.
사정할 때까지 공개 딸딸이를 치라는 말이다. 타카쇼 같은 진성 변태라면 좋아라하겠지 하지만 시우는 아니었다.
맨 처음 마법 시약을 만들겠다며 정액을 채취 했던 날 시우는 자괴감에 빠져 일주일이나 잠을 설쳤다.
아멜리아는 테이블 위에 은제 펜듈럼과 초크보드를 올려놓았다.
먼저 검은 초크보드 위에 분필을 이용해 쓱쓱 마법진을 그렸다.
그녀가 쥔 분필은 단순한 분필은 아니었다.
마법진을 그리기 위해 제작된 마나초크로 석회가루에 마력의 전도를 높이는 금가루와 특수한 시약을 섞어 만든 물건이다.
당연히 시우는 쳐다볼 수도 없는 고가품으로 저 조그마한 물건이 시우의 1년 치 봉급을 훌쩍 넘어갔다.
새까맣던 초크보드에 순식간에 룬 문자, 기하학적인 도형과 선으로 가득 채워진다.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직선과 곡선을 아무런 도구 없이 그려낸 아멜리아는 완성된 마법진 위에 삼각대에 매달린 펜듈럼을 올려두었다.
“마력의 발생을 감지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마법진이에요. 구조는 보면 알겠죠?”
“네, 교수님.”
“이제 사정시키나요?”
시우가 보기에도 그다지 복잡한 마법진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매가 이해하지 못할 리도 없었다.
이 구조라면 외부에서 마력이 발생하는 순간 그 쪽으로 펜듈럼이 진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발생한 마력의 크기에 따라 진자 운동의 폭이 정해지겠지.
역시나 쌍둥이는 마법진을 힐끗 보기만 할 뿐 별다른 감상을 말하지 않았다.
빨리 외간 남자의 정액이 분출되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혼잡하기 짝이 없던 마음에 평온이 내려앉는다.
에라 시발 모르겠다. 그간 힘들어서 딸도 못 쳤는데 간만에 물이나 빼자.
그렇게 생각하며 아멜리아의 신호를 기다린다.
그녀가 큐 사인을 보내면 자그마치 세 명의 여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자위를 시작해야 한다.
“네, 하지만 지금까지 실험과는 다르게 진행할 겁니다.”
“억!”
갑작스레 뻗은 하얀 손.
소매를 걷어붙인 아멜리아가 직접 시우의 물건을 움켜쥔 것이다.
아멜리아는 시우의 당혹성에도 아랑곳않고 묵묵히 아직 말랑말랑한 자지를 만지작거렸다.
“지금까지는 관리인, 아니 신시우 조수의 수음 행위로 사정을 유도했지만 오늘은 직접 사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시연하겠어요.”
“저희도 해봐도 되나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쌍둥이는 흥미진진해 죽을 것 같다는 탄성을 지르며 책상을 넘어올 기세로 상체를 내밀었다.
시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와는 별개로 은근한 아멜리아의 손길에 아랫배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먼저 제 시범을 지켜보도록 하세요.”
“저, 아멜리아 부교수님...?”
어지간한 부조리에 대해선 침묵하는 방법을 배워왔던 시우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멜리아의 돌발행동은 상정 외였다.
하늘은 담은 듯 새파란 눈동자가 시우의 시선과 맞닿는다.
여느 때처럼 어딘가 무심한, 그러나 깊은 곳에선 은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 눈동자였다.
“문제가 있나요?”
“저,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에요.”
단 한마디의 말로 이의제기를 기각한 아멜리아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