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97화 (69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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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잠든 신영이를 염력으로 들어 침대에 눕히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잠든 그녀.

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 빌어먹을 기억 스킬. 진짜 다루기 존나 귀찮네.

이번엔 매혹도 안 썼잖아? 왜 이러냐고? 좆같게.

일단 신영이가 봤던 노트부터 봤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노트. 왜 이걸 찾아본 거지? 이유를 모르겠네.

갑자기 여기 오겠다고 한 이유도 모르겠다. 그럼….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지.

신영이의 기억을 읽어본다.

내가 기억을 삭제한 이후, 그리고 아까까지의 기억.

며칠밖에 안 되기에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여자들끼리 LA의 저택에 머물러 있으면서 서로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하는 기억.

앉아서 노트에 뭔가를 쓰는 기억.

요리…. 비슷한 무언가를 하면서 항상 음식을 태워 먹는 기억.

어휴. 얘한테 요리를 시키려면 불 조절부터 확실하게 가르쳐야겠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얘는 아예 요리에 대한 기본이 없어.

어쨌든 기억을 뒤져봐도 딱히 특별한 건 없다.

그저 의심 가는 것은 결국 노트. 그것밖에 없다.

그걸 확인한 나는 바로 LA의 저택으로 가서 신영이의 방에 있는 노트를 가지고 왔고 바로 써놓은 것을 살펴본다.

낙서 비슷한 글씨와 차분하게 적어놓은 내용.

그리 중요한 내용은 없다. 어차피 신영이의 기억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주된 내용은 자신이 왜 미국에 와있냐는 거다.

그녀의 처지에선 그게 당연한 거지.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떴더니 갑자기 LA에 있게 된 셈이니까.

기억 삭제라는 단어가 많이 적혀있다.

미국의 히어로 협회에서 자신을 왜 잡아갔고 기억을 왜 지웠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잘 살펴보니 나에 대한 의심도 적혀있다.

의문의 남자라고 적혀있고 동그라미가 많이 쳐있는 게 눈에 띄네.

그 밑에 적혀있는 좋은 사람? 자작극? 이라는 단어도 보이고.

역시 좀 무리수였나?

기억을 만진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아무리 스킬의 능력이 놀랍다고는 하지만, 그걸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완벽할 수가 없어.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게 귀찮아졌다.

매혹도 기억 장난질도 다 지겨워졌어.

신영이를 바라보면서 결심했다. 그냥 다 원래대로 돌려두자고.

어차피 기억 복원은 테스트 해봐야 하니까.

마침 딱 좋은 상대잖아? 그동안 지웠던 기억들. 이 여자에게는 잔뜩 있으니까.

"기억 복구."

신영이의 손을 잡고 스킬을 썼다.

기억 복구. 조합하는 데 6억 코인이 든 스킬. 이 스킬도 상당히 신기하게 작동한다.

신영이에게 스킬을 쓰니 그녀에게서 지워진 기억들이 몽땅 떴다.

내가 몇 번이고 지웠던 기억들. 신기하네.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구나?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다 복구했다. 적어도 이러면 머리가 아프거나 하진 않겠지.

어차피 내가 신영이의 피붙이들을 전부 죽인 순간 이 여자랑은 잘될 확률이 없어진 거다.

고성연은 아들이라도 있지.

시아버지와 남편보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니까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었잖아?

하지만 이 여자는 없다. 모르지. 오빠에 대한 원망이 극심했으면 상관없었을지도?

근데 그런 거 같진 않다.

하긴, 그러려면 어렸을 때부터 오빠한테 강간이라도 당한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지.

어쨌든 기억 복구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 기억을 굳이 복구하지 않아도 어떤 기억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게 제일 좋네.

이러면 클로에 에반스 그 여자의 지워진 기억을 살펴보기도 그리 어렵진 않을 거야.

좋아. 맘에 들어.

신영의 기억을 모두 복구했다. 이제 그녀를 깨울 차례.

어떤 반응일까? 폐인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근데 뭐…. 폐인이 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이제는 한결 편해진 표정. 머리 아픈 건 좀 사라졌나 보네. 이러면 깨워도 되겠지?

신영에게 무효화를 썼다. 그러자 그녀의 미간이 움찔거리면서 눈을 움찔거린다.

가만히 신영의 의자에 앉아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눈을 뜬 여자.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아…."

짧은 한마디.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정말…. 복잡하게 변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정말…. 싸늘했다. 공허하고 허무해 보인다.

어떻게 사람의 눈빛이 저럴 수 있을까.

자신의 입을 손을 막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렀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눈물. 그런 그녀는…. 한참 만에 입을 열고 나에게 말한다.

"재밌어?"

내 실패작.

수많은 실패작 중에 하나.

처음에 잘못 끼워진 단추로는 무슨 개지랄을 떨어도 상황 개선을 할 수 없다는 증거.

그녀는 나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재밌냐고. 지금까지 내가 한 짓이 즐거웠냐고.

"미안."

내가 사과할지는 몰랐던 신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조롱으로 들렸나보다. 표정이 조금 더 일그러진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너에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건 진심이야. 이런 말이 귀에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한 짓이면 하지를 말았어야지."

"그러게. 또 하나 배우네. 근데 그렇다고 너까지 죽일 수는 없었어."

"죽이지 그랬어. 너는 내 시체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야. 끔찍한 새끼야."

"글쎄. 죽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할 텐데. 너를 부러워하고 있을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개새끼야?"

"그러네. 미안. 근데 사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차피 니 귀에는 좋게 들릴 리가 없잖아."

"하아."

나는 왜 저 여자의 저런 모습이 좋을까.

잔뜩 독이 오른 모습. 나를 증오하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좋다.

그래. 오히려 매혹에 걸려서 사근거리는 모습은 별로였어.

물론 기억 조작을 당해서 나에게 정겹게 굴던 모습은 좀 좋았지.

근데 그건 앞으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내가 볼 수 있는 모습은 이 여자의 이런 모습뿐이지.

"대체 이 기억들은 왜 되살린 거야? 아니.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는 거야? 이것도 조작한 거야!? 나에게 바라는 게 뭐냐고.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음. 그건 나도 모르겠어. 일단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너의 기억을 다 살린 이유는 니가 머리를 잡고 쓰러져서야."

"그 잘난 기억 삭제를 또 하지 그랬어?"

"그냥. 덧없어서. 계속 속이는 것도 찝찝하고."

"이런 걸 알아버린 내 기분은 안 찝찝하고!"

잔뜩 날 이선 목소리. 나를 노려보는 눈.

아. 짜릿짜릿하네. 이대로 덮치고 싶다.

이 여자를 이 상태에서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왜 카우보이들이 야생마를 잡아서 길들이는지 이해가 가네.

"신영아."

"내 이름 그렇게 친근한 듯 부르지 마!"

"신영아. 신영아. 신영아."

휙 하고 베개를 던지는 신영.

하지만 저런 걸 맞으면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찍은 보람이 없지.

그저 고개를 까딱하는 것만으로 베개를 피한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자살하지 마라."

"뭐?"

"자살하면 널 되살려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은 다 느끼게 해줄 거야. 그러니까 자살하지 마."

"지랄하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네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이렇게까진 않겠지. 네가 죽인 내 가족들을 되살리면 끝나는 일인데. 너 병신이야?"

"에이. 그러게. 너 되게 똑똑하네. 재미없게."

"재미!? 재미라고!?"

이번에는 눈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이다. 후. 맘에 들어.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덮쳐버리고 싶다. 얼마나 짜릿할까? 기분 좋겠지?

근데…. 문제는 이 여자가 다시 폐인 모드로 돌아가는 건 원치 않는다.

또 온종일 인공조명만 바라보고 있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아. 그럼 기왕 밝히는 김에 다 밝혀야겠네.

차라리 나에 대한 원망이 마음속에 가득해서 복수한다고 날뛰도록.

"신영아."

"이름 부르지 말라고!"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어. 니가 나를 그렇게 만들려면 힘이 있어야지. 지금 니가 하는 말은 그저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 같은 거야."

아예 귀를 틀어막아 버리는 여자.

애야? 저런다고 뭐가 해결되나? 바본가?

염력으로 팔을 잡아 벌렸다.

청각은 알아서 차단하는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하면 저 여자는 내 말을 무시할 수가 없어.

"여기에서 사람들이 다 죽기 한참 전부터 밤중에 야한 느낌 든 적 있지 않니?"

내 말에 흠칫하고 놀라는 신영.

"그랬잖아? 그래서 카메라도 설치해 놓고. 근데 아무것도 못 건졌지. 그치?"

나를 보는 신영이의 눈빛이 떨린다. 혹시나 하고 의심하던 것이 현실로 밝혀졌을 때의 모습.

"맞아. 니 처음을 가져간 건 나야. 근데 기분 좋았지? 꿈인가 싶을 정도로?"

"이…. 이…. 개 같은…."

"어때? 또 한 번 느끼게 해줄까?"

내가 다가가자 신영이는 끔찍하단 표정으로 몸을 뒤로 빼려 하지만 염력에 붙잡혀 있으니 그럴 수는 없다.

팔이 붙잡혀 있기에 발을 들어 나를 차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발도 염력에 붙잡혔다.

"꺄악!"

나머지 발도 잡아서 다리를 벌린다. 졸지에 팔과 다리를 전부 붙잡힌 신영.

"퉤!"

최후의 수단인 듯 침을 뱉었지만, 번개 같은 반사신경은 이럴 때도 그 능력을 발휘한다.

가볍게 피해버린 나는 염력 촉수 하나를 그녀의 입에다가 박아넣어 버렸다.

"쯧. 자기 방에서 침을 뱉는 여자가 어딨니."

신영이가 입고 있는 바지를 잡고 벗긴다.

우웁우웁하고 외치지만 입안 가득 물려있는 염력 촉수 덕에 그녀의 표정만 이상해질 뿐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바지를 벗기고 팬티까지 벗기자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신영.

하지만 촉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신의 힘만 빼는 의미 없는 몸부림일 뿐.

"아 참.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상태 회귀를 썼다.

"뭐가 달라진 게 느껴져? 넌 지금 스무 살의 몸이 됐어. 뭐…. 대충 그럴 거야. 정확하게는 모르겠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작게 소곤거렸다.

"난 또 너의 처음을 가져갈 거야. 앞으로 널 볼 때마다 계속 이걸 반복할 거고."

신영이의 보지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저 손가락이 들어갔을 뿐인데 몸이 크게 움찔거리는 모습.

"아. 너도 알지? 지금까지 너랑 섹스한 남자는 나밖에 없어. 신기하지?"

그러면서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자는 여자든 억지로 당하고 있는 여자든…. 신체의 반응을 조절할 수는 없다.

손가락이 안쪽을 헤집을수록 애액으로 젖어 들어가기 시작하는 신영의 보지.

한참을 그렇게 적시고 손가락을 뺐다. 그리고 그 손을 들면서 신영이의 입에 들어있는 촉수도 뺀다.

"개새끼야!"

"이것 봐. 니 보지가 이렇게 젖었어."

"닥쳐!"

나는 신영이의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그녀의 입에 넣었다.

그러자 그녀는 예상했던 대로 내 손을 무섭게 깨문다.

하지만 손에만 보호막을 둘렀기에 그녀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애액으로 젖은 손으로 신영이의 혀를 잡자 타액까지 묻었고 깨무는 게 소용없다는 걸 안 그녀는 고개를 돌리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와. 윗입과 아랫입에서 나올 수 있는 액체가 다 묻었네."

그러면서 그걸 내가 입으로 빨자 신영이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다.

뭐 저런 미친놈이 있냐는 듯한 표정. 살짝 공포까지 느끼는 듯한 모습.

"나는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너를 찾아와서 기분 좋게 만들 거야. 어디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봐. 자살? 하면 니 손해지 내 손해는 아냐. 그러니 니 마음대로 해."

그러면서 바지를 벗고 잔뜩 커진 자지를 그녀의 눈앞에 드러냈다.

그리고 번들거리는 보지에 자지를 가져다 대고 밀어 넣는다.

나 말고는 다른 남자를 겪어 보지 못한 신영의 몸.

별로 그런 거에 의미를 두진 않는데…. 생각보다 기분 좋긴 하다.

일그러진 소유욕? 그런 느낌이랄까?

"허윽."

내가 거칠게 끝까지 밀어 넣으니 몸이 움찔하고 퉁겨진다.

지금부터 나는 이 여자의 머릿속이 내 자지만 생각날 정도로 박을 거다.

만약 자살하려고 하더라도 지금의 오르가즘이 생각나서 보지가 축축해질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밖에 없다.

야한 일본 망가에서나 가능할 이야기지만, 혹시 모르지.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어쨌든 지금 나에겐 몇 시간을 섹스할 수 있는 체력이 있잖아? 상태 회귀를 쓰면 무제한으로 사정도 가능하다.

이 여자의 머릿속에 정액이 가득 찰 정도로 섹스할 거야.

기억 삭제? 기억 조작? 그딴 건 이제 필요 없다.

그저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거지. 마치 마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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