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95화 (6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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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 번째 스킬

"방금 신체 복구를 마스터 했다고요? 스킬 한 번만 써서? 미나 언니 머리 자른 이유가 그거고?"

"엉."

"우와…. 오빠. 신체 복구 선행 스킬이 힐이죠?"

"응."

"나도 배워야겠다. 약탈 마스터 하면 바로 배워야지!"

"그래. 배워두는 게 좋을 거 같다. 이건 뭐 공짜 숙련이니까. 근데 약탈 말야. 그거 알아? 반사 쓴 사람한테 약탈 쓰면 니 돈이 그 사람한테 들어가는 거?"

"그거요? 알죠. 나 그래서 지금은 미나 언니랑 세아, 안나한테 약탈로 뺏은 코인 다시 다 돌려주고 있는데요?"

"아. 그래? 알고 있었어?"

"네. 될 거 같아서 해봤더니 되더라고요."

"그래? 똑똑하네."

"뭐에요? 놀리는 거임?"

"아냐. 내가 널 갑자기 왜 놀려. 난 그걸 아까 알았거든."

"그래요? 의외네. 오빠라면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어떨 때 보면 굉장히 똑똑한데 어떨 때 보면 되게 허술하단 말야. 이 오빠는."

승희가 그렇게 말하자 미나와 세아, 안나가 큭큭 하고 웃는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 그리고 이런 게 또 내 매력 아니겠…."

"가죠. 이 오빠 또 이상한 소리 한다. 우리가 갈 시간이 된 거 같아요."

그러더니 또 큭큭 웃는 네 여자.

하여간, 다들 나 놀리는 재미로 사나봐. 특히 승희 얘는 점점 나를 놀리는 게 잦아지고 있어.

"아! 맞다. 오빠. 그거 나도 해줘."

그렇게 웃던 세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말한다. 근데 뭘 해달라는 거지?

"뭘 해줘? 키스?"

"아. 진심 강화 주먹 배에다 한번 때리고 싶다. 오빠 데미지 감소 있어? 한 대만 때려도 돼?"

"죽일 생각이냐? 근데 뭘 해달라는 건데?"

"그거. 머리끝 자르고 신체 복구 쓰는 거."

"아! 나도요!"

"썽철! 나도!"

"엥? 뭐야? 왜 다들 갑자기?"

"안 그래도 머리끝 갈라지고 퍼석해져서 번거로웠는데, 이런 좋은 방법이 있으면 바로 해야지."

"맞아 맞아."

"당연하지."

"음? 머리끝? 머리카락 끝을 말하는 건가?"

"어."

"머리끝이 뭘 어쨌다고?"

"정말…. 뭐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봐봐. 미나 언니 머리끝이랑 내 머리끝의 차이를. 보여?"

"그래.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새로 난 미나의 머리가 윤기 나고 좋아 보이는 거. 근데 세아 너는 완전 개털이네."

"캭! 개털이라니!"

그러면서 이번엔 진짜로 주먹을 날렸다.

강화 주먹을 쓴 건 아니지만 세아의 주먹은 그대로 내 배로 날아왔고 나는 그걸 여유롭게 피했다.

"헤헹. 번개 같은 반사신경이라고 알고 있는가?"

"악! 열 받아! 이 오빠 얄미워!"

세아의 반응은 언제 봐도 재밌다니까.

암튼 그런 세아를 말리며 미나가 나와 그녀의 사이에 껴서 말한다.

"여자들은 머리가 길어서 머리끝이 많이 상해요. 세아가 특히 생태가 나쁜 건 아니고 다들 비슷비슷해요. 봐요. 승희랑 안나도. 보이죠?"

"근데 미나랑 세아, 안나는 어려졌는데도 그러나?"

"뭐, 어린이면 머리끝이 안 갈라지나?"

"아. 그렇긴 하겠네. 근데 너희들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있을 거?"

내 말에 미나와 세아, 안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즉답한다.

"평생!"

그러더니 서로 바라보고 씨익 웃는 그녀들.

"그래. 뭐…. 그러던가. 돌아가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니까. 그럼 그 머리 자르는 거 하겠다는 거지? 그럼 바로 하자."

결국, 승희와 세아, 안나도 똑같이 머리를 자른 뒤 신체 복구를 받았다.

자신들의 머리끝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네 여자.

참나. 정말 여자들은 어려운 생물이야. 뭐 그리 신경 쓰는 게 저렇게 많은지.

어쨌든 그렇게 다시 숙련하러 가는 여자들.

나는 이제 스킬을 찍어야 하니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신체 복구. 한 번에 마스터를 했기에 이틀을 번 셈이다. 이렇게 달달할 수가.

뭐가 됐든 공짜로 시간을 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어쨌든 자리에 누운 나는 다음 스킬을 찍기 전에 일단 패시브 부터 다 찍었다.

스킬 반경 증가 43, 스킬 지속 시간 증가 43, 스킬 최대 수치 증가 37, 스킬 한계 돌파 37.

이야…. 많이도 올렸다. 정말.

단순한 수치지만 이게 다 사람의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는 스킬 조합의 시간.

Q&A가 공인해준 스킬 조합. 바로 한다.

기억 삭제와 신체 복구. 그렇게 조합하니 6억 코인을 요구하는 날강도 새끼들.

아직은 괜찮긴 해. 괜찮긴 한데…. 살짝 부담되긴 하네.

점점 늘어나는 조합 비용. 좋아 보인다고 아무거나 덥석덥석 조합할 수 없는 이유다.

으음. 빨리 제이슨 그놈을 해치워버리고 크루즈를 접수해볼까?

지금까지 코인은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얻는 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사람의 목숨값. 그리고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시스템.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저 시야가 좁았을 뿐이었어.

복권으로 인한 무한 코인 생성과 약탈을 편법으로 사용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

즉…. 수렵과 채집 시대에서 농경 시대가 된 거다.

더는 코인을 위한 살인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

그렇다고 오늘부터 불살을 주장한다거나 하는 병신같은 소리를 하는 건 아니다.

죽일 놈은 죽여야지. 그건 당연한 거지.

제이슨과 레이첼.

그 두 명 중에 그랜드마스터가 있을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아니, 그 둘이 호라이즌이라는 증거도 없다.

밝혀진 것은 제이슨 그놈이 호라이즌의 위원회 여섯 명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것뿐이잖아.

전혀 다른 3 세력일 수도 있는 거야. 나 같은 놈일 수도 있다는 소리지.

어쨌든…. 기억 복구를 배울 수 있으니 이걸로 알아보면 되겠지.

클로에 에반스.

그 여자의 지워진 기억을 읽으면 적어도 그랜드마스터 녀석이 어떤 놈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바로 조합했다. 차감되는 6억 코인. 그리고 스킬 창에 생긴 기억 복구.

좋아. 이거면 됐어. 이제 다음 스킬을 고민할 시간인데.

이놈의 스킬은 배워도 배워도 계속 후보가 생긴다. 진짜…. 징글징글하네. 정말.

냉정한 판단력을 위한 얼음 회오리.

많은 조합이 예상되는 증폭.

그리고 변신.

하. 진짜. 고민된다. 고민돼.

변신이 정말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사실 저것만큼 좋은 스킬은 없다.

매혹.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스킬.

전체적으로 고스펙 생존자들의 비율을 따지면 남자가 압도적으로 높기에 그만큼 가치가 높은 스킬.

그걸 마음껏 쓸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좋지 않을 수가 없어.

근데 문제는 변신 상태에서 스킬이 안 써진다는 거다.

제약 해제로 인해서 여자로 변할 수 있다고 해도 스킬이 안 써지면 말짱 꽝인데.

스킬 안 써지는 것도 제약 해제로 풀린다는 확신이 없네.

아니면…. 스킬 조합에서 뭔가가 가능하려나?

여러가지로 연구할만한 스킬이지만 지금은 스킬을 연구할 타이밍은 아니다.

일단은 킵해놓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함부로 스킬을 배울 수는 없지.

증폭 역시 마찬가지다.

스킬 효과도 그렇고 조합 재료가 될 거라는 예상도 그렇고…. 지금 당장은 필요가 없어.

역시 확실한 걸 먼저 배우는 게 낫겠지.

바로 얼음 회오리를 찍는다. 적어도 이건 번쩍번쩍하진 않으니 스킬 숙련하기는 쉽겠지.

됐어. 이제 스킬도 찍었으니…. 클로에 에반스. 그 여자를 만나러 가야겠네.

시계를 본다. 근데…. 지금 LA는 아직 오후 6시다.

젠장. 아직 자려면 한참은 남았네.

얼음 회오리 숙련이나 해야 하나?

아. 아니다. 기억 복구가 잘 되는지 확인을 해봐야지?

기억 복구라고 하면…. 한 사람이 떠오른다.

신영. 최신영.

나 때문에 상당히 불행한 삶이 된 여자.

그녀의 기억은 나로 인해서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그녀를 볼 때마다 조금씩 미안한 생각은 든다.

신영이는 그저 이뻤을 뿐인데. 겨우 그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했지. 억울할 만하다. 정말로.

위치스. 그 여자들은 뭐 하고 있지?

매혹에서 풀어주고 기억을 싹 지워놓은 다음엔 완전 방치해 놓고 있었네.

하나씩 그 여자들을 떠올려봤다.

아직 그 집에 있는 여자들.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거기 있는 게 웃기네. 금방 박차고 나갈 줄 알았는데.

거기나 좀 가야겠다. 클로에 에반스 그 여자가 잠들 때까지는 거기 가서 시간을 좀 보내야겠어.

LA로 순간이동 했다.

위치스 네 여자가 있는 집.

어차피 이 여자들은 매혹 말고는 신경 쓸 게 없다. 적수가 있긴 하지만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찍었으니 크게 걱정은 안 된다.

데미지 감소도 있고 말이지. 예전의 개복치 같은 내가 아니니까.

지금은 회피 만땅에 뎀감도 있는 튼튼한 몸이잖아?

그나마 걱정할 것은 레나의 마리오네트 정도? 근데 그거야 반사를 쓰고 있으면 뭐 크게 문제없지.

무효화를 쓴다 해도 반사가 꺼지는 순간 바로 반응할 수 있을 거다.

번개 같은 반사신경이 없을 때도 한 짓인데 뭐. 지금은 더 쉽겠지.

그렇다고 방심할 생각은 없지만.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각자 방에 있는 듯한 여자들. 그리고 주방에 있는 신영.

아까 추적으로 봤을때도 뭔가 끔찍한 걸 만들고 있던데...

"아 깜짝이야!"

내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신영이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뭔가를 하고 있던 걸 슬쩍 몸으로 가리듯이 숨긴다.

"뭘 숨겨? 그러다 가뜩이나 탄 소시지 더 타겠다."

신영이가 프라이팬에 익히고 있던 건 소시지였다.

그리고 그 옆에 접시에는 이미 제법 타버린 빵과 계란 엇비슷한 잔해가 담겨있다.

분명 아까 계란을 깨서 프라이팬에 넣는 걸 봤는데?

그럼 그렇지. 쟤가 무슨 요리야. 평생 저런걸 해본 적 없을 텐데.

그냥 익히기만 하면 되는 것도 저렇게 태워 먹었잖아? 일단 얘는 불 조절부터 글렀어.

소시지를 강한 불로 굽는 사람이 어딨냐고.

"앗 뜨!"

프라이팬을 내리려다 손가락을 조금 데서 난리를 피우는 신영.

덕분에 프라이팬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소시지는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찍은 사람이다. 이 말이야.

폴터가이스트로 프라이팬과 소시지가 바닥에 닿기 전에 바로 캐치해낸다음 그걸 들어 올리며 염력 촉수로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구해내긴 했지만, 도저히 먹을 상태는 아니네."

"으…. 내놔! 남이 뭘 먹든 무슨 상관이야!"

부끄러워하며 말하는 신영이의 모습은 제법 귀엽다.

크. 역시. 본래의 성격이 나오니 좋네. 보기만 해도 즐겁단 말이지. 원래 모습의 신영이는.

"식사는 각자 해 먹는 거야?"

내가 프라이팬과 소시지를 싱크대 안에 넣자, 그걸 바라보던 신영은 나를 향해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알아서 뭐하게."

"좀, 틱틱거리지 말고 대답 좀 해줄래? 그거 대답해준다고 니가 손해 보는 건 없잖아?"

내 말을 들은 신영이는 잠시 자신이 만든 음식을 보더니 작게 말한다.

"각자 시간을 정해서 순서대로 요리해서 먹고 있어.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알아서."

"그래? 그럼 니가 처음이야?"

"어."

"잘됐네. 다들 식사 전이라는 거지? 따라와."

"뭐?"

"따라오라고. 맛있는 거 먹게 해줄 테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고 주방을 나가자 신영이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나오질 않는다.

주방 밖에서 투시를 써서 주방 안에 있는 그녀를 보니 자기가 만든 태운 빵과 계란프라이라고 주장하는 무언가가 담긴 접시를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는 그걸 그대로 싱크대에 넣더니 바로 나를 따라 나오는 그녀.

나는 그걸 못 본 척하며 여자들이 있는 방 쪽으로 향했다.

쿵쿵

"밥 먹자!"

내가 그렇게 방마다 노크하고 외치며 돌아다니자 다른 여자들도 전부 방 밖으로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나를 따라오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데리고 거실 쪽으로 향했다. 아니. 응접실? 뭐 정확하게는 모르겠네.

아무튼, 식탁이 있는 곳이기에 그쪽으로 갔고, 거기에 가서 자연스럽게 가장 가운데의 상석에 앉았다.

"뭐해? 앉아."

내 말에 사뿐한 몸놀림으로 우아하게 자리에 앉는 레나.

역시 자리에 앉지만 퉁명스러운 표정의 신영.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는 가인.

그리고 아직 서 있는 엠마.

"뭐하러 여기 앉는 건데?"

"밥 먹으려고."

"난 됐어."

"앉아."

"됐다니까?"

"한 번만 더 똑같은 말 하게 만들면 바로 죽일 거야. 귀찮게 굴지 말고 앉아."

변해버린 내 분위기에 엠마는 나를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는다.

거참. 가장 약한 게 제일 귀찮게 구네. 피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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