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94화 (6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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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덟 번째 스킬

인도.

짱개놈들에게 끌려가서 고생했던 인간들.

얼마나 남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제법 많이 남았다.

근데 총인구가 4억이 남았다고 했었으니 인도인의 숫자는 다 합쳐도 1억은 넘지 않을 거 같다.

적어도 미국이 2억은 있겠지. 저놈들은 아직 인간들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아시아는 다 합쳐도 얼마 안 될 거다. 아프리카도 거의 다 죽었다고 했고.

남미도 마찬가지다. 호주, 동남아, 중동…. 어쨌든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어쨌든 지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구역에서 인간이 제일 많은 건 인도일 거야.

나의 도시락통.

아니지. 도시락은 SG 시티지. 50만 명의 도시락.

그렇게 따지면 인도는 급식소 정도는 되겠네. 적어도 몇백 배는 남았으니까.

참 웃긴 일이다. 이 많은 인간을 아껴서 잡아야 한다니.

Q&A를 위해서라도 야금야금 덜어 먹어야 하잖아? 함부로 막 죽일 수는 없다.

결국, 나중에는 인간이 부족해서 대답을 못 듣는 일이 발생할 테니까.

어쨌든 그런 인도 녀석들을 잡는다.

새로 배운 우레 폭풍을 써서 딱 필요한 만큼만 죽인다.

근데 웃긴 건…. 죽은 인도인들에게 코인 주머니가 나오지 않았다.

음…. 대충 예상이 되네. 자신들을 죽이는 게 코인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알아서 소각한 건가?

그런 걸 보면 약간 안쓰럽긴 하다.

어떻게든 자신들이 맛없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물고기들 같잖아?

그래.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

코인이 목적인 놈들은 인도 사람들이 코인을 전부 태웠다고 하면 노릴 이유가 없어지니까.

근데…. 안타깝게도 나는 목적이 다르다.

저놈들에게 나는 코인을 얻을 수도 없는데 주기적으로 와서 학살을 저지르고 가는 미친 싸이코로 보이겠네.

뭐, 맞는 말이기도 하지. 미친 싸이코 맞잖아?

어쨌든 만 명의 목숨을 거두자 Q&A 가 답변 중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나오는 메시지.

[답변 : 봉인을 제외한 추적을 지우는 방법은 변신 스킬과 상태 회귀 스킬이 있습니다.]

오…. 제법 성실한 답변이네.

어쨌든 이건 Q&A 오피셜이라는 거잖아? 이거 말고는 지울 수 없다는 소리지?

상태 회귀라. 음…. 말이 되네. 몸을 과거로 돌려버리면 추적이 걸려있기 전으로 돌아가니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 오래전에 걸어놓고 최근으로 상태 회귀를 하면 어떻게 되지? 그건 잘 모르겠네.

어쨌든 이해됐다. 레이첼 그 여자는 자기 입으로 본인이 어려졌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

근데 두 사람이 동시에 추적이 풀렸다는 건 제이슨 그놈도 상태 회귀를 썼다는 건가?

아무리 봐도 녀석은 40대였는데?

음…. 그 사이에 둘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젊어진 몸으로 섹스라도 했나?

뭐, 그것까지는 내가 알 필요고…. 변신이 의외네.

변신도 역시 자신의 몸을 바꾸는 거라 그런 건가? 생각해보니 이것도 말이 된다.

내가 이 몸에서 북극곰으로 변해버리면 추적은 사람 몸에 걸려있던 거니 사라진다는 개념이 맞는 거 같네.

어차피 나는 봉인이 있으니 추적에 자유롭긴 하지만 변신이라….

아. 변신으로 여자 변신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긴 한데.

제약 해제랑 스킬 조합이 있으니 어찌어찌하면 성별 전환도 가능할 거 같잖아?

어쨌든 됐다. 왜 추적이 풀렸는지는 알아냈어.

모종의 이유로 녀석들은 상태 회귀를 쓴 거 같다. 아니면 변신을 썼거나.

갑자기 봉인을 추적에 쓰진 않았겠지.

그건 자기가 추적이 걸려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야 할 수 있는 짓이니까.

음. 제이슨 그놈을 다시 만났으면 좋겠는데. 밤마다 회장 놈이라도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대충 궁금증은 풀렸으니 됐다. 이제…. 또 Q&A를 걸어놔야지.

제이슨의 위치를 물어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녀석은 계속해서 여기저기를 나다니니까.

음…. 뭘하지? 역시 스킬 관련된 질문이 나으려나?

"Q&A."

스킬을 쓰고 질문했다. 아주 간단한 질문. '성별을 바꿀 수 있는가?'

답변의 대가로 천오백 명과 천오백만 코인을 요구한다. 오우…. 이건 된다는 소리 같은데?

다시 질문을 바꿨다.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1만 명의 목숨과 1억 코인을 요구하는 씹새끼들.

고민이네. 이건 되는 거 같은데.

확답을 받기 위해 Q&A를 거는 게 과연 맞나? 다른 건 몰라도 1억 코인은 너무 아까운데.

음…. 근데 어차피 코인은 넉넉하고 제이슨 녀석 때문에 인간들이 다 죽어도 코인을 얻을 방법도 찾았다.

그러니 아끼지 않아도 되겠지. 1억 정도야 뭐….

아직 250억 정도 남았잖아?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이 정도는.

바로 예를 눌렀고 Q&A가 등록됐다.

됐어. 그럼 이건 됐고….

이제 힐 숙련을 마스터 해야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주변을 뒤져 남자 한 놈을 잡아 왔다.

우레 폭풍에서 겨우 살아남은 남자 하나. 기껏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잡히다니.

운도 거지같이 없는 놈이네.

아니지. 안 죽이고 살려두면 되지. 게다가 식량도 좀 주고.

그러면 뭐…. 나쁜 인생은 아닐 거야. 아직은.

그렇게 인도인의 갈색 종아리를 마체테로 찍으며 결국 힐을 마스터 했다.

음…. 간단하네. 어려울 거 없어.

문제는 지금부터가 거지 같다는 거지만.

일단 패시브를 찍는다. 늘 그래왔듯 스킬을 마스터 하면 당연히 패시브부터 찍는다.

그렇게 8,040만 코인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이제 다음 스킬을 고른다.

신체 복구. 상태 회귀가 있는 나에게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스킬인데.

근데 잡생각 하지 말자. 그냥 잠자코 배우는 거야.

어차피 기억 복구를 배우려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 바로 배웠다.

하아. 그래. 배운 건 배운 거지. 문제는 숙련인데.

일단 테이프 질 되어있는 인도 녀석을 잠시 살펴봤다.

손가락, 발가락 같은 게 뭐 빠진 거 있나 했지만…. 멀쩡하다.

아. 스킬 숙련한다고 신체 훼손은 하고 싶지 않은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목숨은 댕강댕강 잘도 죽이면서 신체 훼손은 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 세상이 시체가 남는 세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죽이지는 못했을 거야.

시체는 싫거든. 끔찍해.

그렇게 묶여있는 녀석을 바라보는데 남자의 깨진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언젠간 잡았던 그 짱개년. 신체 복구 있었던 여자.

그 여자도 숙련은 손발톱 뽑아서 한다고 했지?

근데…. 굳이 손발톱을 뽑아야 할까? 깨진 것도 복구가 되지 않을까?

"신체 복구!"

한번 써보니 녀석의 깨졌던 손톱은 천천히 붙기 시작했다.

오…. 되네. 역시 되는구나.

그럼 결국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다 가능하다는 이야긴데.

손톱깎이로 손톱을 세로로 자르고 신체 복구를 하면 금방 붙으려나?

지금 이 녀석의 손톱 깨진 것도 거의 1분 만에 전부 붙었다.

스킬 한 번에 1분이라. 그리 나쁘진 않네. 포션을 먹지 않아도 무한으로 쓸 수 있다는 소리잖아?

체력 회복이 30초에 1회분 정도 자동으로 재생되니까.

아. 숙련도가 오를수록 빨라진다고 했지? 그럼 나중에 포션을 먹어야 할 수도 있겠네.

뭐든 상관없다. 올릴 방법이 있으면 되는 거지.

근데 손톱깎이가 없네. 아. 수납에 있으려나?

이것저것 몽땅 쑤셔 넣어놓아서 뒤져보면 있긴 있을 텐데.

그렇게 수납을 뒤져보는데…. 없다.

음. 위시로 살까? 손톱깎이 그거 얼마 안 하잖아? 해봐야 한 200코인 되겠지?

바로 스킬을 쓰려는데 인도 녀석의 덥수룩하고 더러운 머리카락이 보였다.

잠깐…. 손톱도 신체라고 한다면 머리카락은?

분명 머리카락도 신체다.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

그럼…. 머리카락을 자르면? 신체 복구가 되나?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럼 뭐…. 바로 해보면 되겠지.

인도 녀석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조금 잡고 마체테로 썩둑 잘랐다.

어휴. 머리숱 존나 많네. 한 꼬집으로 잡고 잘랐는데도 한 열 가닥 넘게 잘린 거 같아.

부러운 새끼.

그런 녀석의 잘린 머리카락을 향해 바로 스킬을 쓴다.

"신체 복구."

내 손에서 빛이 났고…. 녀석의 잘린 머리카락들이 다시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손톱과는 다르게 금방 자란 머리카락.

열 가닥 넘게 잘린 머리카락은 훨씬 쌩쌩하고 윤기 나는 머리로 다시 자라났다.

"이게 되네."

신기한 마음에 그렇게 중얼거리고 스킬 창을 확인했다.

확실히 복구됐으니 당연히 숙련은 올랐겠…. 어? 씨발? 뭐야?"

분명 나는 신체 복구를 배운 다음 스킬을 딱 두번 썼다.

한번은 이놈의 손톱에, 한번은 방금 잘랐던 머리카락에.

근데 숙련도가 6퍼센트가 올라가 있다. 말이 안 되는데?

250번을 써야 하는 중급 스킬은 1회에 0.4퍼센트씩 오른다.

그러니 두번 썼으면 0.8퍼센트가 올라야 해.

머릿속에서 뇌가 위이이잉하고 맹렬하게 일을 하는 게 느껴졌다.

잠시 계산. 그리고 찰칵 땡. 결론을 내렸다.

머리카락 한 가닥마다 숙련이 오른 거라고.

"이예!"

소리를 안지를 수가 없다. 이건 그야말로 미친 발견이야.

머릿속에서…. 엄청난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러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일단 인도 녀석을 재우고 녀석의 옆에 식량을 제법 많이 던져줬다.

고마운 새끼. 너는 오래 살아라. 나같이 미친 놈에게 다시는 붙잡히지 말고.

그렇게 묶여있던 테이프까지 전부 잘라주고 바로 벙커로 순간이동 했다.

"미나! 미나야!!"

벙커에 돌아온 나는 바로 미나의 기척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크게 불렀다.

내 목소리를 듣고 후다닥 내 쪽으로 다가온 미나.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왜요? 오빠? 무슨 일 있어요!?"

"미나야. 니가 여기에서 머리숱 가장 많지?"

"네? 뭐에요! 놀랐잖아요! 그걸 물어보려고 그렇게 다급하게 부른 거였어요?"

맥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미나.

하지만 나는 바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확인했다.

"니가 머리 숱 가장 많냐? 아니면 세아?"

"제가 조금 더 많을 거 같은데요. 근데 왜 갑자기 머리숱을…."

"미나야. 나 믿지?"

"네? 네. 믿죠."

그러면서 이쁘게 웃는 미나.

"머리 좀 한데 모아서 끝에 좀 내밀어 볼래?"

순순히 내 말대로 하는 미나.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향해 마체테를 들었다.

갑자기 칼을 꺼내든 나를 보며 살짝 놀란 그녀지만 곧 표정은 편안해진다.

이쁜 녀석. 나를 믿는다는 거겠지.

미나의 머리끝을 잡고 그 위에 마체테를 올려놓은 다음 앞뒤로 톱질하듯 마체테를 움직였다.

후두둑 하고 썰리며 잘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마침 들어온 승희와 세아, 안나가 그 모습을 보더니 경악했다.

"으악! 이 오빠가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꺄악!"

"히익."

아무래도 머리카락이라 그런지 여자들에겐 민감한가 보다. 정작 미나는 태연한데 말이지.

승희와 세아, 안나도 그런 미나를 보고 뭔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 같지만, 아직 표정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의심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잔뜩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세 여자.

"자…. 이제."

손에 든 머리카락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미나가 쥐고 있는 머리카락을 대신 쥐었다.

다른 손을 들어 엉망으로 잘린 미나의 머리카락 단면을 가리킨 채 바로 스킬을 쓴다.

"신체 복구."

내 손에서 빛이 났고…. 미나의 머리카락이 한 번에 그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딱 탁자 위에 올려진 잘린 머리카락만큼 자라나는 모습.

아까 인도 놈에게서 봤던 것처럼 새로 자란 머리카락은 훨씬 더 생기있어 보인다.

미나의 머리카락으로 비교하니 확실히 알겠네.

안그래도 샴푸 모델처럼 윤기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더 반짝반짝하게 자라났어.

"세상에."

미나도 놀랐는지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고 신기해한다.

좋아. 됐지? 그럼…. 어디 확인해볼까?

그렇게 스킬 창을 열어본 나는 이렇게 될 걸 예상했는데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허허허허."

"왜요? 무슨 일인데요?"

궁금함을 참지 못한 미나가 나에게 물어봤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바로 대답해줬다.

"스킬 한 번에 마스터가 됐네."

"네?"

그 말대로였다.

신체 복구는 마스터가 되어있었다. 진짜…. 미쳤네. 이런 개씹사기 편법이 되다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꼼수 중의 꼼수라고 생각이 될 정도.

그래. 미나가 쥐고 있던 머리카락은 적어도 6,250가닥이 넘었던 거다.

그걸 잘라냈고 한 번에 복구시켰으니 숙련도가 한방에 다 올라가 버린 거야.

하하…. 이것참. 웃기네.

어떻게 올려야 할지 존나 막막했던 데다가 스킬 숙련하려면 상당히 개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았던 스킬인데.

이렇게 한방에 마스터를 해버리다니. 개이득이네. 진짜 개이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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