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91화 (6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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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섯, 마흔일곱 번째 스킬

벙커에서 제법 떨어진 야산.

썬더 필드를 계속해서 쓰니 일부러 세워둔 철근에 번개가 미친 듯이 떨어진다.

냉철한 판단력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놀고 있을 수는 없다.

빨리 숙련해서 나도 따라 찍어야 하니까.

근데…. 그 전에 이것저것 할 게 많네. 어휴.

얼음이랑 불 스킬을 숙련할 때는 지금처럼 번개 숙련보단 편할까?

이놈의 번개 스킬은 다 좋은데 번쩍거리는 게 거슬린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눈이 시큰시큰한 느낌이야.

게다가 이건 지금처럼 해가 지면 더 골치 아프다. 그러니 빨리 찍어야지.

뇌를 비우고 스킬 숙련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제는 기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스킬 쓰는 건 익숙해졌으니까.

미처 썬더 필드가 끝나지도 않은 자리에 다시 한번 썬더 필드가 깔린다. 그렇게 또 깔리고…. 또 깔리고….

드디어 마지막 한 번. 소소한 성취감을 얻으며 짧게 중얼거렸다.

"썬더 필드."

후우. 드디어 마스터 했다. 썬더 필드.

스킬 선택 창이 떴고 바로 패시브부터 일단 찍은 다음 바로 우레 폭풍을 선택했다.

배우자마다 다시 나타나는 패시브들. 또 찍었다.

스킬 반경 증가 41, 스킬 지속시간 증가 41, 스킬 최대 수치 증가 35, 스킬 한계 돌파 35.

패시브 가격만 1억5천이 나가네. 징그럽다. 징그러워. 아무리 2회분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아직 코인은 많이 남아있으니 됐어. 패시브 가지고 징징거릴 필요 없지.

우레 폭풍을 찍자 나타나는 번개 같은 반사신경.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찍는다. 이거 하나 보려고 번개 스킬을 잔뜩 찍은 거니까.

그럼…. 바로 확인해볼까? 근데 어떻게 확인하지?

잠깐 생각하다가 바닥에서 돌멩이 여러 개를 주운 다음 한꺼번에 하늘 위로 던졌다.

그리고 제멋대로 떨어지는 돌멩이들을 잡는다. 정말…. 너무 쉽게 잡힌 돌멩이들.

이번엔 악의를 담아 제법 더럽게 위로 던졌다.

아마 예전이었으면 한 개 정도 잡으려다 실패하고 나머지는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졌겠지?

하지만 이번에도 다잡았다. 깔끔하고 간결하게.

좋네. 확실히 좋은 게 체감된다.

여태까지는 패시브로 강화된 몸을 섹스할 때만 제대로 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그 성능을 제대로 내는 느낌이다. 신세계를 맛보는 느낌이네.

어쨌든 맘에 든다. 피지컬은 당연히 중요하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지만, 몸이 좋으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잖아?

아마 장룡 그 새끼도 이걸 알고 열심히 스킬을 찍고 있었을 거 같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새끼 대가리 속을 못 읽어본 게 아쉽네.

그놈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알짜배기가 존나 많았을 텐데.

아. 맞다. 사물 기억 읽기가 있지?

방주에 있는 방의 기억을 읽으면 무슨 스킬을 숙련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시간 날 때 한번 하긴 해야겠네. 큰 기대는 안 되지만 그래도 뭐라도 건질 수 있긴 하겠지.

이제는 무슨 스킬을 고르느냐인데.

냉철한 판단력. 역시 좋은 스킬이긴 한 거 같다.

문제는 그걸 배우려면 또 스킬 다섯 개를 배워야 한다는 것.

물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긴 한데…. 고민되네.

기억 복구. 이걸 먼저 배워야 할까?

근데 또 힐이랑 신체 복구도 숙련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아니면…. 증폭부터 배울까? 이것도 궁금하긴 한데.

잠깐 앉아서 고민해본다. 증폭은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냐. 그러니 일단 그건 패스.

기억 복구와 냉철한 판단력.

어떤 게 더 나을지 확실히 판단이 안 된다.

아. 이럴 때 냉철한 판단력이 있으면 뭘 해야 할지 바로 판단이 서나?

그럼 그것도 웃기겠네. 물론 그렇게 될 거 같지는 않겠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힐을 골랐다.

뭐가 좋을지 고민할 시간에 빨리 숙련 올리고 하나라도 더 마스터 하는 게 낫지.

냉철한 판단력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번개 같은 반사신경에 비해 엄청 좋은 거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아마 나 자신이 몸은 젬병인 걸 인정하지만 내심 머리는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

물론 이것도 판단미스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건가?

어쨌든 스킬을 배웠으니 바로 벙커로 돌아갔다.

힐은 집에서 스킬 숙련을 할 수 있잖아? 오랜만에 집에 좀 붙어있어야지. 그동안 너무 밖을 나다녔어.

"어? 나간 거 아니었어요?"

승희가 나를 보고 의외라는 듯 물어본다.

내가 너무 밖에서 돌아다니긴 했나 보네.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오니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아. 나도 힐 숙련해야 해서. 이건 집에서 숙련할 수 있으니까."

"힐 배웠어요? 오빠가? 왜요?"

"음…. 스킬 조합할 게 있어서."

"후후. 그래요. 암튼…. 오빠도 이제 고생해야겠네. 예전 생각나네요."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데 승희는 상당히 아련한 표정이 됐다.

웃겨. 뭘 추억에 젖고 있는 거야?

승희의 배를 손가락으로 찌르자 추억 회상을 방해받은 그녀는 바로 나에게 반격한다.

하지만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배워서 그런지 승희는 내 몸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걸 이런 식으로 이득 보네. 웃겨 정말.

"아! 정말! 나도 그거 배우든지 해야지! 안 되겠네! 억울해!"

그런 승희를 보면서 큭큭 웃자 그녀는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흥. 복수할 거야."

"무슨 수로?"

"헤헹. 조금 있으면 민희 언니 오지요."

"민희? 근데? 무슨 상관이야. 민희 오면 뭐 달라지나?"

"오빠 데리고 쇼핑 갈 거예요. 쇼. 핑."

"순간 이동!"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도망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현명한 판단.

이게 바로 냉철한 판단력이 아닐까? 스킬 공짜로 벌었네?

수원 벙커.

여기로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해서 아무 데나 누른 곳이 여기였다.

어쨌든 왔으니 잠시 여기 있어야겠네. 다시 돌아가면 진짜로 쇼핑에 끌려갈 거 같잖아?

솔직히 뭐…. 쇼핑이 그렇게 무섭거나 한 건 아니다. 가면 가는 거지. 뭐 어렵겠어.

근데 지금은 아냐. 그런 건...세상에 평화가 찾아왔을 때 느긋하게 할래.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성연의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누웠다.

여기도 내 침대랑 비슷하네. 한참 안 썼다고 살짝 먼지가 쌓여있다.

상태 회귀를 쓸까 하다가 그냥 덮여있던 이불만 들추고 누웠다.

그냥 잠시 누워있을 건데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지.

이제 스킬 숙련을 해야 하는데…. 상처를 뭐로 입히나?

근데 생각해보면 굳이 내 몸을 상처 낼 필요 없잖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승희야 혼자 있을 때는 쓸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몸에 상처를 냈었지만…. 난 아니다.

벙커 안에 있었으면 어쩔 수 없었겠지. 근데 지금은 밖에 나왔잖아?

바로 인도로 순간 이동했다.

미안해. 인도인들아. 너희가 고생이 많다.

금방 날아서 기척이 있는 곳으로 간 다음 남자 하나를 잡아 왔다.

오랜만에 테이프 질을 한 다음 남자를 엎어놓고 마체테를 꺼낸다.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2개월 만이구만.

마체테로 남자의 종아리를 살짝 찍었다.

피가 나며 상처가 난 남자. 바로 힐을 써주자 바로 아문다.

완전히 치료됐는지는 알거 없다. 힐의 스킬 숙련도가 올랐다는 게 중요할 뿐.

올랐네. 하긴, 안오를 이유가 없지.

이제 이 짓을 반복한다. 칼로 찍고 힐 하기를 반복하는 짓. 정말…. 제정신 아닌거 같네.

이 남자 놈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아마 기분 정말 좆같을 거야.

하지만 남자 놈의 기분 따위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냥 계속 반복한다.

찍고 힐 하는 게 귀찮아질 때쯤에는 아예 리듬을 타면서 패턴을 바꿔본다.

찍고 힐. 찍고 힐. 찍고 힐. 이게 원래의 패턴.

그걸 변형해서 찍고 찍고 힐 힐. 찍고 찍고 힐 힐 패턴으로 힐을 쓴다.

음…. 진짜 미친놈 같네.

근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자진모리장단으로 가볼까?

포션을 좀 마시면서 했더니 스킬은 생각보다 빨리 오른다.

고급 30퍼센트. 벌써 2.750번을 한 건가?

살짝 머리가 아픈 거 보니 포션 멀미가 살짝 오려나 보다. 이젠 그럼 그만해야지. 좀 쉬자.

남자를 재우고 묶여있는 테이프를 풀어준 다음 그 옆에다가 식량을 적당히 놔줬다.

그냥 죽여도 되긴 하지만…. 왠지 이러고 싶네.

쯧. 다음엔 나 같은 놈에게 잡히지 말아라?

근데 그것도 쉽지 않겠지. 어차피 이놈들은 언젠간 Q&A의 할당량이 될 수밖에 없어.

멀미도 조금 가라앉힐 겸 방주의 내 방으로 순간 이동해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몸을 기대고 눈을 감은 뒤 추적 걸린 녀석들의 상황이나 지켜본다.

일단 호라이즌 녀석들부터.

괌을 조사하던 신입. 뭐시기 브라운이었는데.

암튼 녀석은 파일에 들어있는 서류를 읽고 있었다. 보니까 인적기록부 같은 거 같다.

괌에서 죽은 놈들의 신상명세인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뭘 조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낭비하고 있네. 저런 걸 봐도 아무 의미 없는데.

뭐, 이쪽은 크게 걱정할 것은 없으니 무시하고….

러시아 담당 놈은 어디가로 날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옆을 함께 날고 있는 몇 명이 보인다.

녀석은 계속해서 함께 나는 놈들을 확인하며 한 곳을 향해 똑바로 향한다.

어딜 가는 거지? 게이트도 안 쓰고 날아갈 만한 이유가 있나?

음…. 시야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더 알아낼 게 없네. 어쩔 수 없지 뭐.

아프리카 담당 놈은 아직 자는 것 같다. 시야가 캄캄하다.

몇이신데 아직 자는 거야? 오전 10시? 근데 아직 자는 거야? 하. 이 새끼…. 제법 그럴듯한 삶을 사는구나?

밤새 술 먹고 떡이라도 쳤나? 하긴…. 밤이 올 게 좋지. 낮본단 밤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어.

그럼 이놈은 됐고….

미라지 오션 회장 레이놀드.

녀석 역시 시야가 캄캄하다. 새끼들. 둘이 또 같이 모여서 여자께고 놀았나? 이놈은 몇이신데 아직 자는 거야?

녀석이 있을 마이애미의 시간을 보니…. 새벽 4시다. 아. 내가 오해했네. 자고 있을 시간이 맞구나?

그렇게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려는데…. 뭔가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

뭐지? 내가 잘 못 들었나? 근데 저놈의 집에는 남자가 없을 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집중하고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시야가 안 보이는 게 답답하네.

[기억 읽기.]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분명히 들린 소리. 그건 약간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였다.

물론 이게 통역으로 들리는 거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바로 회장 녀석을 생각하고 있던 걸 멈췄다. 그리고 바로 버프를 걸고 마이애미로 순간 이동했다.

저택 바깥쪽 먼 곳에 도착한 나는 바로 저택 쪽을 바라본다.

회장에게 걸려있는 추적이 저택 안에 있는 거 보면 녀석은 안에 있는 게 확실하다.

바로 천리안과 투시를 쓰고 그쪽을 바라본다. 침대에 누워있는 회장 녀석. 그리고 그 곁에 서 있는 한 남자.

갈색 머리에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회장 녀석에게 손을 뻗어 대고 있는 걸 보면 저놈이 회장의 기억을 읽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회장 녀석. 아주 동네북이네. 이놈 저놈한테 다 기억을 읽히고 있어.

근데…. 대체 저놈은 누구지? 그랜드마스터 녀석인가?

지금 의심할 녀석은 그놈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문이 든다. 왜 자기 부하의 기억을 저렇게 읽고 있지?

게다가 이런 새벽에? 저렇게 몰래 침입해서?

저게 저놈들의 전통 방식인가? 이해할 수 없네.

암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저놈이 누구든지 상관없어.

의심스러운 짓을 하고 있으면 조사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일단 가서 추적부터 걸고 시작하자고.

녀석은 회장의 기억을 읽고 있으니 지금이 기회다.

기억 읽기 하는 동안에는 무방비해질 수밖에 없잖아? 녀석이 언제 기억 읽기를 마치고 사라질지 모르니 빨리 가야 해.

블링크, 페이즈 아웃. 벽을 넘어서 회장 녀석의 방안으로 일단 들어간 뒤 옷방으로 가서 바로 해제를 하고 축소와 다른 버프를 몽땅 걸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녀석이 보이는 쪽으로 간다. 보이기만 하면 돼. 보이기만 하면.

아직 기억 읽기를 하고 있는지 꼼짝 않고 서 있는 녀석.

이 벽만 지나면 추적을 걸 수 있어.

아…. 왜 스킬은 장애물을 통과 못 하는 거야? 짜증 나게.

그렇게 벽을 지나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패시브 화를 시켜 놨기에 말로 할 필요도 없는 추적 스킬.

바로 녀석에게 걸었다. 그렇게 제대로 걸린 걸 확인하고 그대로 정말 작게 중얼거리며 순간 이동을 썼다.

나는 다시 저택 바깥으로 나왔고 추적이 걸려있는 회장과 알 수 없는 녀석 두 명의 위치가 바로 느껴진다.

크…. 좋아. 됐어.

이야…. 오랜만에 짜릿했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야.

이런 시간에 몰래 찾아온 녀석. 그 녀석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뒤를 밟힐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거다.

그래도 모르니 조심하긴 한 거고. 어쨌든 추적은 걸었다. 걸었으면 됐지.

저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내 손아귀에 걸린 이상 누군지 알아보는 건 시간문제다.

자. 이제…. 느긋하게 지켜볼까? 녀석이 무슨 짓을 하는지?

어휴. 확실히 추적을 걸어놓으니 마음이 편안하네. 역시 진짜 좋은 스킬이라니까. 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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