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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위원회
사람들 모인 곳에서 카타스트로피 몇 방이면 끝날 일인데.
번개 구체를 일일이 던지는 건 조금 귀찮다.
근데 어쩔 수 없지. 숙련은 소중하니까.
금방 채운 천오백 명이라는 숫자. 바로 Q&A는 답변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과연. 필립이라는 놈은 어디에 있으려나?
[답변 : 북 마리아나 제도 괌. 이파오 해변 1킬로미터 이내입니다.]
엥? 괌이라고?
메시지는 분명히 괌이라고 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
지난번에 세아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곳.
근데 괌 어디? 이파오 해변?
이놈들…. 정말 휴양지 좋아하네. 하와이에 이어서 괌도?
왜 괌이지? 아. 거기 미국령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목적지를 알았으니 가봐야지.
지도를 열어 거리를 재보니 한국에서 거리가 3천 킬로미터 정도 된다.
아, 큐슈 저장해 놓은 게 아직 있던가? 있네.
거리가 2,700킬로미터 정도로 줄었네. 300킬로미터 벌었어.
스킬 한계 돌파가 32단계라 비행 속도를 계산해보니 거의 시속 2,700킬로미터 정도는 된다.
딱 좋네. 한 시간 컷이야? 날이 갈수록 세상이 좁아지는구나.
뭐…. 이제는 이런 거로 호들갑 떠는 것도 지겹다.
탐지 범위도 이렇게 팍팍 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큐슈로 순간이동 한 다음 괌 쪽을 향해서 날아간다.
근데 이거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2,700킬로를 날아가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하나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지.
몰디브랑은 상황이 다르잖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방향을 잡고 바로 날아간다. 주변이 휙휙 지나가는 비행을 하면서.
그렇게 날아가면서 번개 구체를 열심히 뿌린다. 이야. 이건 누가 봐도 UFO네.
말도 안 되는 속도와 관성 및 중력을 무시하는 비행, 그리고 이상한 효과까지.
UFO는 별거 아니었어. 그저 한계 돌파를 열심히 찍은 비행 스킬 사용자였던 거야!
그런 쓸데없는 상상과 스킬 숙련을 하면서 비행을 계속한다.
한 시간. 일단 딱 한 시간 비행을 하긴 했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그저 바다, 바다, 바다뿐이다.
진짜…. 싫다. GPS 씨발. 대체 왜 안 되는 거냐고!
대항해시대 시절처럼 육분의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 근데 또 그건 위도 밖에 안 나오잖아?
아오. 정말. 짜증 나. 정말 할 짓이 못되네.
큐슈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한 시간이 걸렸는데 바다 위에서 헤매는 건 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결국 발견한 섬. 씨발! 그래. 뭐라도 발견했으면 됐지.
적어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까.
바로 섬으로 날아갔다.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섬.
가서 확인해보니 이 섬은 티니언섬이라는 것을 알았고 지도를 확인해보니 괌 바로 위에 있는 섬이었다.
아니지. 바로 위라고 해도 거의 200킬로미터야. 젠장.
망망대해는 이래서 싫다니까. 어쨌든 됐어. 이정도면 이제 헤매지는 않겠지.
그렇게 금방 도착한 괌. 좋아. 일단 오긴 왔어.
일단 저장부터 하고…. 근데 어디라 그랬지? 이파오 해변?
지도를 잘 찾아보니 섬 중앙 부분에 있는 곳이었다.
거리는 뭐 그리 멀지 않으니 바로 가본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척들. 숫자는 제법 많다. 몇백 명은 넘겠는데?
천리안과 탐지로 녀석들을 살펴본다. 좋아…. 어느 놈이 그 필립인가 하는 놈이냐.
한참을 살펴보는데…. 익숙한 사람을 몇 명 발견했다.
한 호텔의 최상층, 그러니까 보통은 VVIP들을 위한 숙소.
거기에 있는 이쁘게 생긴 여자 셋. 나는 저 여자들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남자들은 기억을 잘 못 해도 여자들 얼굴은 잘 알지.
분명 저들은 고룡의 여자들이다. 녀석의 아지트에 있던 여자들.
그때처럼 야한 드레스를 입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어.
근데 저 여자들이 여기 왜 있는 거지?
게다가 저 여자들이 여기 있다면 그때 놓친 정장 녀석들도 여기 있다는 소린가?
그리고 아는 얼굴은 저 여자뿐만이 아니다. 또 아는 여자가 하나 더 있었다.
왕룡의 여자. 싱가포르 호텔에서 왕룡이랑 같이 있던 여자.
둘 사이는 제법 각별해 보였었지. 단순한 관계는 아니었을 거야.
어쨌든 저 여자도 여기 있다는 건 호라이즌의 아시아 담당자라고 했던 그 필립 놈이 제법 일 처리가 대단하다는 뜻이 된다.
중국의 몰락한 실세들 근처에 있던 측근들은 전부 확보했다는 뜻.
그 말은 적어도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어차피 지금 당장 뭔가를 더 정보를 얻을 방법은 없기에 일단은 멀리서 지켜본다.
근데…. 미국 놈들은 정말 베이스캠프 짓는 데는 열심이네.
하와이처럼 완전 방종한 곳은 아니지만, 여기도 상당히 갖춰져 있는 건 많았다.
식당, 카페, 잘 정비된 해변에 깔끔한 호텔. 하. 씨발. 복지 진짜 좋네.
호라이즌. 어쩌면 일하기 좋은 곳일지도?
하와이에 있는 인간들이 ROF PROJECT를 위한 인원이라고 한다면, 이놈들은 대체 뭐지?
아시아를 정리하러 온 인원인가? 그럼 한발 늦었네.
이미 아시아에는 인간이 몇 남지 않았거든.
가장 걱정되는 건 이놈들이 얼마나 알고 있냐는 거다.
장룡의 아지트였던 방주를 알고 있을까?
장룡 녀석의 부하 중에서 이탈자가 없으리란 법은 없잖아?
그 많은 짱개들이 장룡 녀석에게 절대적 충성을 했으리란 생각은 안 한다.
분명 딴생각한 놈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녀석들은 자신들이 있었던 아지트의 위치를 모를 리가 없다.
이미 그정도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키를 방어조로 놓은 거기도 하고.
근데 그런 잔당들만 남았다면 크게 걱정은 안 했겠지.
그놈들이 방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런 녀석들이 만약에 미국 놈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쉽진 않을 거다. 어쨌든 호라이즌 놈들도 상당히 위험한 놈들이긴 하니까.
일단 알아봐야 해. 녀석들의 규모, 인원, 능력, 계획…. 알 수 있는 것들은 전부다.
역시 그러려면 내가 잘하는 짓으로 알아낼 수밖에 없지. 재우고 기억 읽는 것.
정보를 알고 있는 수준에 따라서 어쩌면 전부 다 죽여버려야 할지도 몰라.
어쨌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밤이 되고 녀석들이 잠들어야 움직일 수 있잖아?
멀리서 녀석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의외로 짱개놈들처럼 생긴 놈들이 많다. 하와이에서는 동양계의 비중이 굉장히 낮았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많네? 현지 채용인가? 아. 그럴 수도 있겠네.
현급 파견대 정도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겠지만 지급이나 성급, 아니면 특수 파견대 정도 되면 쓸만한 인력이 될 거다.
그런 녀석들을 죽여서 코인으로 삼아도 되기야 하겠지만 적당히 받아들여서 총알받이로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투항한 녀석들을 그렇게 쉽게 신뢰하진 않을거다.
하지만 그거야 스킬이 없는 세상에서나 할 소리지.
기억 조작이나 매혹이 있는 이 세상에선 사람을 고쳐 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잖아?
아니, 그대로 놔두고 그냥 마킹 있는 놈이 추적만 걸어놔도 되지.
그것만으로도 쓸데없는 짓은 못할 테니까.
아무튼…. 이놈들은 그렇다 치고.
호라이즌 녀석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랜드마스터, 그리고 7인의 위원회.
일단 세 명이 하는 일은 알아냈다.
하나는 ROF PROJECT를 담당하는 미라지 오션 회장놈.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놈이 유럽 정리까지 맡았다.
다른 하나, 그 회장 놈이 만난 녀석. 그놈은 아프리카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지.
게다가 거의 다 정리했다고 했고.
그리고 필립. 여기 괌에 있는 아시아 담당. 이제부터 내가 확인해야 할 녀석.
근데 조금 이상하다. 미라지 오션 회장 놈이 맡은 일이 너무 많다.
ROF PROJECT도 그렇고 그 산하에 있는 크라켄은 파밍을 남미에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히어로 협회도 크라켄 소속이었지. 게다가 유럽까지?
다른 녀석들도 이정도 권한은 가지고 있는 건가? 맡은 일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게다가 녀석은 분명 유럽에 있던 녀석들이 전멸한 것을 보고 받았을 텐데 그걸 같은 위원회인 놈들에게 밝히지 않았어.
뭔가 구린데. 저놈이 혹시 실세라던가? 그랜드마스터라는 건 허수아비고 저놈이 본체다?
내가 녀석의 기억을 읽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랜드마스터는 바지사장으로 앉혀놓을 수 있는 녀석은 아니었어.
음…. 이러고 있을 게 아니고 녀석의 기억을 한 번 더 읽어볼까?
이번엔 위원회 녀석들 중심으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는 것들은 최대한 알아내야지.
스마트 폰을 꺼내 세계 시계를 확인해 봤다.
어디 보자. 지금 괌이 오후 두시니까…. 마이애미는…. 자정이네?
나쁘지 않네? 바로 가서 기억을 읽으면 되겠어.
바로 마이애미로 순간 이동했다.
자고 있는 회장, 사용인들도 잠잠하다.
바로 기억을 읽을 수 있게 딱 준비도 되어있네. 고맙게.
블링크와 페이즈 아웃을 써서 회장에게 다가간 나는 바로 녀석을 재웠다.
참 허술해. 어떻게 이렇게 허술하지?
물론 녀석도 스킬을 제법 가지고 있기에 별도의 경호원을 쓸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허술하잖아.
내가 대단한 거야? 아니면 이놈이 안전불감증인 거야?
만약 자기에게 추적이 걸려있고 원할 때마다 내가 와서 자신의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면, 녀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스라치게 놀랄까? 그렇긴 하겠지?
그렇게 기억을 읽으려는데…. 순간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랜드마스터 녀석이 7인의 위원회에 전부 추적을 걸어놨다면?
거기까지 생각하니 소름이 쫙 돋았다. 만약 내가 이 녀석의 기억을 읽고 있는 걸 아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 행동에 뭔가 흠 잡힐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지난번에 침투했을 때도 기억 읽기 할 때는 축소와 투명화는 당연히 걸고 있었다.
게다가 잠드는 걸 확인하고 침투했지.
그렇다면 그랜드마스터가 추적을 걸었다고 해도 내 접근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탐지나 천리안으로 보고 있었다고 해도 벌레 크기만 한 내 모습을 발견하진 못했을 거야.
일단은…. 책잡힐 짓은 하지 않았는데.
조금 더 신중해야겠어. 내 존재를 노출하는 짓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그랜드마스터 녀석이 세상의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려는 흑막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림자다.
결코, 양지에 드러나서는 안 돼. 철저하게 숨어서 뭔가를 해야 한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상대가 나에대한 정보를 퍼트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뿐이야.
근데…. 어차피 그랜드마스터 녀석은 내 존재를 알고 있기는 할 거 같다.
내 이름이나 생김새, 어디에 있는지 같은 건 몰라도 존재는 알 수 있겠지.
녀석도 만약 Q&A를 스킬 삭제해봤다면 알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자신 말고 이 스킬을 쓰는 다른 녀석이 있다는 것을.
근데 그걸 안 해봤을 수도 있겠네. 생각보다 멍청하다면 그런 생각을 못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가정은 하지 않는다.
상대가 나보다 똑똑하고 강하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해.
방심이나 과소평가 같은 건 하면 안 된다. 그거야말로 목숨 잃기 딱 좋은 짓이지.
어쨌든 회장 녀석의 기억을 읽는다.
지난번엔 ROF PROJECT의 기억을 읽느라 못 읽었던 7인의 위원회 위주로.
그렇게 새벽 5시 정도까지 기억을 읽고 뉴욕으로 순간이동 한다.
조금 더 읽었으면 좋겠는데, 녀석은 또 출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네.
쯧. 직장인의 삶이란 너무 불쌍해. 회장씩이나 됐는데도 제때 출근을 해야 한다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페이즈 아웃을 한번 쓰고 바로 해제했다.
이러면 수면 걸어놓은 회장 놈은 됐지. 됐고…. 다시 버프를 전부 걸고 잠시 생각한다.
괌은 이제 겨우 오후 7시. 아직 거기로 갈 필요는 없다. 기억을 읽으려면 밤늦게 찾아가야 하니까.
대신 그사이에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회장 놈의 기억에서 읽은 위원회 녀석들.
그 녀석들을 일단 최대한 많이 찾아서 추적을 걸어놔야 해.
그랜드마스터 녀석을 상대하려면 녀석의 수족들이 무슨 짓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는 다 알고 있어야지.
회장인 레이놀드 녀석이 다른 위원회 녀석들의 성명을 전부 알고 있다는 게 다행이야.
녀석 덕분에 일이 조금 편하게 됐어.
7인의 위원회는 말이 7인이지만 실제로는 6명이다.
한 명이 새로 뽑힌 지 얼마 안 돼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으니까.
내가 기억을 읽은 회장, 본래는 남미를 담당하던 빈센트 B 레이놀드.
아프리카를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앤더슨.
아시아를 담당하고 있는 리안 필립.
미국 본토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든 토마스 대통령.
러시아를 담당하고 있는 제이콥 밀러.
그랜드마스터를 보좌하는 클로에 에반스.
그리고 죽어버린 유럽 담당 녀석을 대신해서 들어온 메튜 브라운.
그래도…. 녀석들이 영문 이름이라 다행이야.
적어도 이름 외우기랑 부르기는 쉽잖아? 물론 외울 생각은 없지만.
근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미국 본토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든 토마스다.
무려 대통령. 미합중국의 대통령! 나도 알고 있는 남자!
이건 참을 수 없지. 일개 한국 대학생이 미합중국 대통령을 수중에 넣을 수 있다니.
크…. 이걸 어떻게 참아? 당연히 해야지.
게다가 안 그래도 궁금했잖아?
대통령이 백악관을 비우고 어딜 이렇게 싸돌아다니냐고. 건방지게.
미국에 왔을 때 Q&A가 있었으면 오히려 일이 편해질 뻔했다.
대통령의 위치만 알았으면 바로 7인의 위원회에 접근 할 수 있었던 거니까.
어쨌든 목표가 정해졌으면 바로 가야지. 망설일 필요 없지.
일단…. Q&A로 녀석의 위치를 알아내는 게 가장 먼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