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79화 (67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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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네 번째 스킬

반경 7.1킬로미터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건 알고 있기에 천호대교 근처에서 있었던 의문의 연쇄 번개는 본 사람이 없을 거다.

뭐…. 사실 봐도 상관없다. 아마 누군가 번개 스킬을 숙련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설마 그걸 자연적인 번개라고 생각하는 멍청이는 없을 거야.

어쨌든 아침 해가 뜰 무렵 번개 스킬을 마스터 했다.

이제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배울 수 있을 때까지 남은 스킬은 단 두 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숙련해야지. 그래야 다른 것들도 배우지.

스킬을 또 하나 마스터 했으니 패시브 부터 찍는다.

반경 증가와 지속 시간 증가 38, 최대 수치 증가와 한계 돌파32.

늘어나는 패시브, 늘어나는 잠재력.

숫자가 커질수록 누적되며 늘어나는 수치는 점점 커진다. 하지만 아직 약해.

계산해봐도 아직 탐지 거리는 7.5킬로미터 밖에 안된다.

어휴. 이래서 언제쯤 100킬로미터가 되나. 단순 수학이니 계산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고작 몇 년 만에 머리가 다 굳었네.

어떻게 계산하더라….

한 5분 정도 머리를 굴리다가 관뒀다. 에라이. 거지같네. 돌대가리가 되어버렸어.

됐다. 하다 보면 언젠간 늘어나겠지. 안되면 공학용 계산기라도 두들기던가.

패시브는 됐고. 그다음은 스킬 조합.

번개를 스킬 조합 해본다. 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한다. 뭐…. 별거 없겠지.

무효화랑 조합하자 피할 수 없는 번개가 나온다. 그래. 뭐 그거야 예상했지. 그다음은?

얼래? 성장? 번개와 성장을 섞었더니 광뢰라는 스킬이 나온다.

뭐지? 광뢰? 광이면…. 광역할때 광인 거 같은데. 번개를 면적으로 때리는 건가?

근데 그러면 썬더 필드 아닌가? 모르겠네. 뭐가 다른지는.

또 하다 보니 축소와 조합도 됐다. 스킬 이름은 정전기.

정전기가 뭔지는 잘 알지만…. 이게 무슨 효과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의미가 있는 건가?

그리고 번개와 수납. 이야…. 번개 계열의 기본 스킬이라 그런지 조합되는 게 많네.

어쨌든 수납과 조합하니 축전이라는 스킬이 나왔다.

축전? 번개 모으는 거잖아? 배터리인가? 정전기도 그렇고 축전도 그렇고 이름은 알겠는데 효과는 뭔지 짐작이 안가네.

뭐…. 됐어. 이런 걸 배우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무시하자.

더는 할 게 없으니 이제는 스킬을 배울 차례. 당연히 번개 구체를 배운다.

당장 써보고 싶지만, 파티도 안 돼 있는 민희 근처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벌어질 거야.

테스트는 나중에 하자. 급한 건 아니니까.

스킬에 대한 건 대충 다 했으니…. 이제 민희를 본다.

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잘 자고 있는 여자.

염력 촉수를 뻗어 로마네 콩티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회귀.

한 병에 1억이 넘는 와인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크…. 영원히 마실 수 있는 최고급 와인이라니. 세상 참 좋아.

게다가 이러면 민희는 술 먹고 생기는 숙취 같은 것도 없겠지? 속이 아프거나 하지도 않을 거고.

민희가 빨리 잠금 해제를 배워야 할 텐데. 와인을 못 주는 게 아쉽네.

일단 내 수납 안에 넣어놓는다. 어차피 뭐…. 언제든지 줄 수는 있으니까.

그럼 이건 됐고….

이제 민희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을 차례.

한 이십 대 중반이나 후반으로 해놓을까?

평소에 화장하고 다니는 여자니까 솔직히 더 어리게 해도 다들 눈치 못 챌 텐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냥 원래 모습대로 해놨다.

여자들의 눈썰미는 예리하잖아. 민희야 주름 같은 건 아직 없는 나이지만,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그러면 귀찮지. 괜히 일을 만들 필요 없어.

상태 성장을 쓴다.

잠들어있는 민희는 풋풋한 아가씨의 몸에서 농염한 어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이 모습이 더 좋긴 하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 더 이쁜 거 같아.

와인 처리도 했고 민희도 원래대로 돌려놨고, 아. 내 몸. 가장 중요한 걸 안 바꿨네.

상태 회귀를 써서 다시 내 원래 나이로 돌아간다.

민희야 내 나이 든 모습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는 역시 내 나이가 더 좋아.

사실 뭐 이건 당연한 거니까. 피지컬은 중요하지. 뭘하던 전성기의 육체는 소중한 거야.

근데…. 민희는 언제쯤 일어나야 하지? 출근 시간이란 게 있을 텐데.

보안팀이라 상관없나? 아무리 가장 상급자라고 해도 자유 출근은 아닐 거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품에 안긴 민희를 어루만진다.

여자의 몸은….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다르지?

한없이 부드러운 몸. 아무리 남자보다 지방이 많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질감 자체가 다르다.

만지고 있어도 만지고 싶은 느낌. 언제나 드는 생각이다.

그렇게 7시 정도가 되자 민희는 내가 딱히 깨우지 않았는데도 스르륵 눈을 떴다.

"깜짝이야."

"어라…."

나의 모습을 보더니 눈을 한번 감았다가 다시 뜨는 그녀.

그리고는 눈을 비비면서 나를 본다.

"원래대로 돌아간 거죠?"

"응."

"꿈인 줄 알았잖아요."

그러면서 나에게 꼭 안기는 여자.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줬고 민희는 그런 내 손길을 음미하는 듯 가만히 느낀다.

"방주에 몇 시까지 가야 해?"

"방주는 9 to 6 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어요."

"이야…. 굳이 그럴 거까지야."

"행정 쪽만 그렇죠. 시설이나 보안, 방어조는 3교대에요. 맞교대인 곳도 있고."

"그럼 아직 두어 시간은 여유가 있다는 거네?"

"그렇죠…. 출근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옷만 입으면 금방 출근하니까."

그렇게 말한 민희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진 않은 듯한 그녀는 약간 평소보다 굼뜨다.

이런 모습도 좋네. 역시 사람은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게 보이는 법이지.

"왜요? 또 야한 게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손을 뻗어 내 물건을 만진다.

"어머? 아침이라 그런가? 건강하네요."

"그거야 니가 이렇게 야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내가 가슴을 만지자 다시 날 꼭 끌어안는 민희.

"그래도 안 할 거예요. 아침부터 그러면 하루가 힘들어서 안 돼요."

"그런가? 음…. 아쉽네. 백수인 나는 직장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없겠지."

내 말에 피식 웃는 민희.

"아아. 나도 빨리 적임자 찾아서 인수인계해버리고 은퇴해버리고 싶다. 그럼 당신이 나 받아주겠죠?"

"당연하지. 빨리 나오라고. 근데 마땅히 적임자가 없네."

"적임자가 있어도 아직은 안돼요. 아직 방주 사람들은 완전히 섞이진 않았어요. 파벌 같은 건 만들지 않기 위해 잘 섞고 있으니 그게 완료돼서 이전 소속감이 희미해질 때까진 아직은 제가 있어야 해요."

"파벌? 그런 것도 있나?"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파벌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방주는 그게 심하지 않아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차피 파벌이라고 해봐야 청평 쪽은 인원수가 안될 텐데? 게다가 펜스의 숫자가 워낙 많잖아?"

"그렇긴 해요. 그래도 어디를 가나 무리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괜히 다 데려왔나? 그냥 딱 필요한 사람들만 데려올 걸 그랬어."

그렇게 말하자 민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당신은 잘 한 거예요. 방주의 시설을 모두 돌리려면 이정도 인원은 있어야 하니까. 지금도 조금 부족한데."

"그런가? 하긴. 거긴 좀 크긴 하지. 게다가 적어도 앞으로는 인원이 줄면 줄었지 늘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방주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계속 민희의 몸을 어루만진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또 이 여자를 안고 싶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기에 참는다.

음…. 이거 웃기네. 엊그제도 민희랑 못해서 정욕이 끓었었는데…. 오늘도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 너무 짐승 같은 삶인데?

"아아…. 출근하기 싫다…."

"방주를 없앨까?"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니까요. 왜 항상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이야."

"농담이지. 설마 내가 그렇게 하겠어?"

"당신이라면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러는 거예요."

"안 그래.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하며 민희를 또다시 꼭 끌어안았다.

대체 몇 번을 끌어안는 건지…. 이건 아마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러는 걸 거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끌어안는 것밖에 못하니까.

그녀 역시 나를 꼭 끌어안았고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10분 뒤, 나는 그녀의 몸 안에 또 내 물건을 넣고 흔들고 있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나 이렇지. 그치?"

"진짜…. 왜 항상 이렇냐고요…. 으읏."

결국, 그렇게 두 번이나 그녀의 몸 안에 사정한 나는 그녀의 몸과 나의 몸에 상태 회귀를 걸었다.

"씻지 않아도 되는 건 좋네요."

"그렇지. 언제나 청결한 몸을 그대로 유지하는 놀라운 비법이지."

"그거 나도 배울 수 있을까요?"

"배울 수야 있겠지. 근데 코인이 있어야겠네. 1억 코인 정도."

"힘들겠네요."

"그렇진 않아. 아직 이 세상엔 4억 명이나 남아있으니까. 얼추 2천억 코인은 남아있겠지."

"4억? 그거 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내가 말 안 했나?"

"네. 처음 듣는데요."

"뭐…. 암튼 그런 상황이야. 대부분은 미국과 중동, 인도 쪽에 남은 인원. 그 정도겠지만."

"저는 그냥 방주 일이나 신경 쓸래요. 차라리 그게 낫겠네."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는 민희.

수납에서 자신의 옷을 꺼내더니 하나씩 옷을 입는다.

"가는 거야?"

"그래야죠."

"그래. 조심히 가. 차 조심하고. 빨리 가야겠다. 버스 놓칠라."

내 말에 피식 웃은 그녀는 내게 다가와 가볍게 키스해준다.

"다녀올게요."

손을 흔드는 나를 뒤로하고 민희는 자신의 물건들을 챙기더니 그대로 순간 이동했다.

민희가 가자 덩그러니 호텔에 남은 나는 살짝 허무한 느낌이 든다.

고작 하루. 아니 하루도 아니지 열네 시간 정도를 보냈을 뿐이지만 무척 오래 있었던 느낌이 든다.

이렇게 아쉬운 느낌이 들다니. 나도 참…. 더럽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구나.

아마 온 세상 사방팔방에 여자들을 도토리 쟁여놓듯이 모아놓는 것도 아마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외롭게 있기 싫어서. 근데 웃긴 건 일할 때는 혼자가 편한데 말이지.

어쨌든 민희가 갔으니 나도 여기 계속 있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할 일도 있잖아? 어제 민희를 만나기 전에 들었던 내용.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아까 들었던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건 그거다.

호라이즌 녀석 중에 아시아 쪽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놈이 있다는 것.

뭐라 그랬지? 필립이라고 그랬나.

단서를 잡았다고 했지? 그게 뭔지 알아내야 한다. 녀석이 뭘 알고 있는지, 무슨 단서를 잡았는지를 알아야 해.

혹시라도 방주의 위치가 노출된다면 골치 아파진다.

호라이즌 녀석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잖아.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내 나와바리를 깽판 치고 갈 수도 있는 거잖아?

아직 녀석들의 정례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그쪽부터 좀 알아봐야겠어.

Q&A로 녀석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성을 몰라도 이름만으로 녀석의 위치를 알 수 있는지 모르겠네.

고룡 녀석이 장룡의 위치를 알아냈을 때 질문을 보면 그정도로도 알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러려면 일단 지금 걸려있는 Q&A 답변부터 받아야겠지?

사람 목숨 천명. 그것부터 채우러 가야지.

옷을 입고 바로 인도로 순간이동 한다.

역시 인원을 채우는 데는 여기 만한 게 없지.

모든 버프를 전부 걸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까지 봉인한 다음 바로 탐지를 켜고 비행을 나선다.

그렇게 사람들이 보이면 바로 내려가 번개 구체를 날렸다.

카타스트로피에 비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어쨌든 번개 구체도 숙련은 해야 하잖아?

겸사겸사하면 좋지. 어쨌든 써야 하는 체력이니까.

기척을 보고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가서 번개 구체를 던진다.

크기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기에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적당한 크기로 바꿔가면서 숙련 겸 학살을 한다.

숫자가 채워지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숫자가 채워졌다.

단순한 질문.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느냐에 대한 답변.

천명에 천만 코인의 조건이 나왔기에 답변은 크게 기대 안 한다.

분명히 이 새끼들 아니꼬운 말투로 없다고 하겠지.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부활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돼.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지잖아?

[답변 :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지. 그래. 기대도 안 했다.

어쨌든 Q&A의 답변을 받았으니 바로 다시 스킬을 쓴다.

"Q&A."

[원하는 질문을 말하세요.]

"호라이즌의 7인의 위원회 소속 필립의 현재 위치를 알려줘."

[적합성 심사 중.]

돼라. 돼라. 돼야할텐데. 안 그러면 알아낼 방법이 거의 없어.

[해당 질문의 대가는 인간 천오백 명의 목숨과 천오백만 코인입니다. 지불 하시겠습니까?]

오! 떴다. 떴으면 됐지. 나는 바로 예를 눌렀다.

천에 천만이 아니니까, 이건 답변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오예.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

다시 천오백 명을 잡아 죽이는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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