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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나…. 기분이 무척 좋아요."
교복을 입은 채로 내 위에 올라타 몸을 흔들면서 야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희가 또 속삭였다.
이 여자의 말은 무슨 자극제인가? 무슨 말만 해도 짜릿짜릿하네.
맨살이라고는 치마 밑에 허벅지 약간만 드러나 있는 여자.
그렇지만 야하다. 표정과 몸짓, 속삭이는 말. 겨우 그 정도만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 여자.
그렇게 또 한 번 사정한다. 나이든 몸이지만 계속 상태 회귀를 하니 크게 문제는 없네. 그건 다행이야.
"이 교복 말고 다른 교복도 줘봐요. 그런 거 있잖아요. 코스프레 교복 같은."
"위시."
내가 마다할 리가 없지. 입어달라고 부탁할 판인데.
바로 내 앞에 생성된 옷. 위시로 만들어 낸 '정민희가 입을 수 있는 코스프레 교복'.
이런 식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바로바로 써먹어야지.
"어머…. 이건 진짜…."
"빨리 입어."
"원래 몸으로 입었으면 주책이라고 했겠네."
"아닐걸? 더 좋을지도."
"정말. 못 말려."
그리고 다시 옷을 가지고 들어간다.
얼마 뒤 나온 민희. 정말…. 요망하다. 요망해.
팔을 머리 위로 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꽉 끼는 블라우스, 도발적인 빨간색과 검은색 체크무늬 주름치마.
무릎까지 오는 검은 스타킹. 게다가 새초롬한 표정.
"아. 더는 못 참겠다. 상태 회귀."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민희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두 팔 벌리는 민희.
"기분 좋게 해줘요. 오빠."
크크크크. 오빠라니. 미치겠네.
이 여자는 그저 부르는 호칭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니까.
블라우스 안에 비치는 맨 가슴, 살짝 들린 치마 안.
아예 브라도, 팬티도 안 입고 있는 여자.
그러면서 나를 보고 눈을 감고 턱을 내민다. 누가 봐도 키스해달라는 몸짓.
잡아먹을 듯이 키스하면서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드러난 가슴. 손으로 꽉 잡고 주무르니 키스하던 그녀의 숨결이 조금 가빠진다.
입술을 떼고 흐트러진 그녀를 보며 옷을 훌훌 벗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활력이 넘치는 몸. 덕분에 나는 짐승같이 민희를 안는다.
"하아. 하아. 아까 그 모습이 더 좋은데…."
"이따가. 지금은 아니야."
민희의 두 다리를 잡고 끝없이 허리를 흔든다.
어려진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더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평소에 잘 안 하던 좋다는 말이나 더 세게 해달라는 말을 계속하며 나를 자극했고 나는 그녀의 바람을 충실하게 채워준다.
코스프레 교복을 입은 민희에게 세 번을 더 사정하고 다시 40대 후반의 몸이 되자 민희의 표정이 조금 변한다.
단순히 절정 때문에 느끼는 표정이 아니다.
이렇게 된 내 모습과 섹스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
"이 모습이 그렇게 좋은 거야?"
"네. 좋아요. 좋아. 그러니 꼭 안아주면서 해줘요."
그녀를 꼭 안아주며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인다.
적은 움직임만으로도 잔뜩 느끼는 그녀. 이래서 취향이라는 걸 무시할 수가 없는 건가 봐.
"앞으로도 계속 이 모습으로 해주길 바라는 거 아니야?"
"글쎄요…. 해주면 좋긴 할 거 같은데."
"약간 섭섭한데. 원래의 모습은 그리 매력이 없었나 봐?"
"으읏. 원래의 당신이 별로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흐응. 그랬으면 당신에게 이렇게 빠졌겠어요…?"
말은 저렇게 해도 확실히 이 모습이 좋은가보다. 느끼는 게 다르잖아.
그렇게 느긋하고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이고 결국 또 한 번 사정한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절정을 느끼며 허리를 움찔거리는 모습.
여운에 잠긴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만져준다.
가벼운 손길에도 잔뜩 만족하는 그녀의 모습.
그런 그녀에게 또 상태 회귀를 걸었다. 나에게도 걸고.
나의 품에 안긴 민희는 내 뺨을 만지며 나른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교복 말고 더 원하는 다른 건 없어요?"
"없을 리가. 엄청 많지. 바니걸, 역바니, 치파오, 아오자이, 산타걸, 테니스 치마…."
"내가 이런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린 거 아니에요?"
"글쎄. 그렇다기보단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욕구가 있다고 보면 될 거야. 이건 뭐 나만 그런 건 아니지."
"그런가요. 근데…. 나 부탁 하나 있는데."
"부탁? 말해봐. 뭐든지."
나를 보며 살짝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민희.
"그…. 지금 나이에 맞게 말해줄 수 있어요? 점잖고 예의 있는 말투?"
조심스럽게 말하는 민희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귀엽네. 이 여자. 이런 면도 있었어?
내가 몸을 일으키자 따라서 일어나는 민희.
나는 그런 그녀를 놔두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할지 궁금하게 바라보는 민희.
"흠흠."
목을 한번 가다듬은 나는 살짝 목소리를 깔고 민희를 바라보며 조금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민희 양? 잠시 일어나보겠어요?"
내 말에 환한 표정이 되는 그녀.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바로 그 앞에 일어섰다.
"잠시 이쪽으로 와보세요."
내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는…. 살짝 몸이 떨고 있는 거 같다. 아니…. 오싹오싹? 그런 느낌인데.
"뒤돌아봐요. 천천히. 우아하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내 말에 순순히 뒤돈다.
그렇게 언뜻 보인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기뻐 보인다.
여왕님 같던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또 신선하네.
"입고 있는 옷. 벗어보겠어요? 내 쪽을 보지 말고?"
딱 달라붙는 블라우스를 벗어버리고 입고 있던 치마의 후크를 풀더니 지퍼를 내린다.
툭 하고 떨어지는 치마. 알몸이 된 민희.
"천천히 뒤돌아봐요."
서로 알몸이 된 횟수를 세어보면 절대 적지 않을 텐데, 지금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부끄러워하고 있다.
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약간 신나는 기분이다.
스무 살 무렵의 민희는 저렇게 수동적인 여자였나 보지? 귀엽게?"
"알고 있는 춤 있어요?"
"성철 씨. 그런 것까진 안 해도…."
"말하라고 한 적은 없을 텐데요?"
그러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문다. 그렇구나. 민희는 나이와 권위로 눌리는 걸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도도해 보이고 여왕님 같은 모습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찍어누를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였어.
물론…. 그게 고영준 그 새끼 같은 방식은 아니겠지만 말이지.
병신 같은 놈. 어차피 뭐 그놈은 민희의 남자 친구를 죽였으니 무슨 짓을 해도 안 됐겠지만.
아무튼, 저 여자가 처음 봤을 때부터 나를 따르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이유를 알 거 같다.
처음 만나자마자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반말을 찍찍하면서 막대했잖아?
게다가 보여주는 것도 많았고. 눈앞에서 컴퍼니 녀석들을 싹 쓸어버렸으니까.
"알고 있는 춤 있으면 한번 해봐요. 음악 없이."
민희의 수줍어하는 모습.
이야. 이건 귀한 모습이야. 춤추는 모습 같은 건 안 봐도 될 정도네. 이득 본 느낌이야.
하지만…. 민희는 그렇게 수줍어하면서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니. 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저 살랑살랑 거리는 율동?
알몸으로 팔을 움직이면서 허리와 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민희.
내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미소를 짓자 민희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니까 안 한다고 했잖아요오…."
"아니에요. 잘 봤어요. 민희 양."
그러면서 내가 일어서자 바로 나를 바라본다.
수줍음 반, 기대 반의 표정. 대체 이 여자는 나에게 뭘 기대하는 걸까?
"눈 감아볼래요?"
내 말에 바로 순순히 눈을 감는 민희.
내가 알던 도도한 여왕님 같은 민희가 아니다. 그녀는 지금 스무 살, 풋풋함이 느껴지는 소녀.
아빠뻘의 남자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에 자극 받고 있는…. 내가 모르는 여자.
봉긋한 가슴, 볼록 솟은 꼭지를 손가락으로 잡았다.
티가 확 날 정도로 몸을 움찔하는 모습. 이걸로 추측은 확신이 섰다.
이 여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해있어.
그녀의 얼굴을 잡고 찍어누르듯이 키스했다. 그러자 매달리듯이 내 어깨와 허리를 잡는다.
키스가 끝나자 살포시 눈을 뜨는 여자. 그런 그녀에게 얼굴을 굳히며 말한다.
"눈을 뜨란 말을 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요."
꾸중 들은 아이처럼 바로 다시 눈을 질끈 감는 민희.
아. 진짜…. 미치겠네. 어떻게 이렇게 귀엽지?
양파 같은 여자잖아? 왜 까도 까도 새로운 매력이 나오는 건데?
"좋았어? 너무 좋아하는 거 같은데?"
"어…. 왜 벌써 끝이에요…. 더 해주지."
"그렇게 좋아?"
귀엽게 고개를 끄덕거린 그녀. 그러더니 나를 꼭 안으며 작게 말한다.
"너무 좋았어요. 오싹오싹 할 만큼."
"그런 거 같더라. 근데 왜 그렇게 나이 든 모습을 좋아하는 거야?"
"나이 들었다고 아무나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당신이 나이 든 모습이니 좋아한 거지?"
"그래? 그럼 다행이네."
내가 소파에 앉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무릎 위에 앉고 안긴다.
이게 민희의 디폴트 자세긴 하지. 이렇게 앉지 않으면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
그렇게 민희를 안고 잠시 가만히 있는다.
서로 아무 말이 없어도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두 사람.
이제 무엇을 할까. 또 다른 옷을 입혀 볼까?
근데 그건 됐다. 다음에 더하자. 지금은 그만하고 싶어. 아! 맞다.
"아. 그 와인 한번 마셔볼래?"
"뭐요? 아. 로마네 콩티?"
"어. 그거."
"근데…. 그건 지금 바로 못 마시는데."
"왜? 안주가 없어서?"
내 말에 민희는 가볍게 웃는다. 뭐지? 왜 웃어?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고요. 그런 와인은…. 열고 바로 마실 수는 없어요. 코르크 마개 오픈 하고 병 브리딩도 해야 하고 디캔팅도 해야 하고…."
"뭐? 뭔 브리딩? 무슨 캔디?"
"병 브리딩이랑 디캔팅이요."
"뭐야 그게."
"음…. 간단하게 말하면 와인을 열어서 공기랑 접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맛과 향이 좋아져요."
"그렇게 복잡한 거야? 와인은 참 어렵네."
"사실은…. 나도 이 정도로 비싼 와인은 잘 몰라요. 내가 접해 봤어야 알지…."
"그냥 마셔보자. 어차피 마셔보고 회귀시키면 새 걸로 돌아오는 데 뭐.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민희 니가 연구하고, 지금은 그냥 먹어보자. 궁금하니까."
"그래도…."
"어허."
"그래요. 사실 나도 궁금하긴 하니까…."
내가 수납에서 와인을 꺼내 민희에게 건네자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수납에서 잔과 오프너를 꺼낸 그녀는 바로 병을 열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코르크 마개를 여는 그녀를 보니 약간 재밌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회귀 있으니까 마음껏 해도 돼. 혹 깨 먹어도 복구가 되니까."
한결 편해진 그녀는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잔에 와인을 따라준다.
그렇게 알몸의 남녀는 서로의 잔을 들고 가볍게 부딪친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카사블랑카도 알아요?"
"카사블랑카? 뭐야 그건."
"당신이 방금 말한 대사가 나온 영화요."
"그런 건 몰라. 그냥 드립처럼 쓴 건데."
"당신 그런 모습으로 그런 대사 하니까 설렜잖아요."
"왜? 또 해줘?"
"네. 근사하게."
정말 취향 특이하다니까.
"흠흠.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좋네요. 당신 정말 근사해요."
그리고 와인잔을 입에 가져가는 민희. 우아하긴 한데…. 알몸이라 조금 이상하네.
어쨌든 나도 바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음…. 근데 뭐지?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뭔가가 뭔가 뭔간데….
"뭘 따로 안 해도…. 좋네요. 하아…."
만족스러운 표정의 민희. 근데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한 병에 몇억짜리라고?
"내가 이상한가 봐."
"왜요?"
"난 왜 아까 해산물이랑 먹은 화이트 와인이 더 맛있냐?"
"그래요? 그럴 수도 있죠. 누구에게나 입맛에 맛는 건 아니니까."
"내 입이 싸구련가봐. 근데 이게 뭔가 더 복잡한 느낌은 나네. 희한하기도 하고."
민희는 입맛에 맞는지 연신 홀짝인다. 그러면서도 황홀한 표정은 지워지질 않는다.
나도 몇 모금을 더 마셨지만 내가 마시는 것보다 민희가 마시면서 행복해하는 표정이 더 보기 좋다.
그렇게 지켜보니 민희는 계속해서 입에 가져간다. 그렇게 좋나?
"아…. 생각보다 많이 마셨나…?"
별로 그런 거 같진 않은데 민희는 제법 취한 모습이다. 이거 잘하면 민희의 술주정을 볼 수 있는 거 아냐?
"어지러워?"
"아뇨 그렇진 않아요. 그러니 더 마실래요."
저 봐. 저거. 아무리 생각해도 살짝 취했어. 평소의 모습이 아니잖아.
그래도 나는 민희를 말리지 않았다.
취한 모습이 궁금하니까.
이 여자가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도 상상이 잘 안 가는 데 주사가 어떨지는 더 상상이 안 된다.
음…. 과연 이 여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