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66화 (66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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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같은 말

성연을 찾아가려면 밤에 가야 했기에 그때까지는 아까 하던 탐색을 계속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밤의 알프스.

확실히 불빛 하나 없는 산은 정말 무섭네.

스킬을 이만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영적인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데도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기분이야.

번개 파동 숙련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했다.

그대로 쓰면 몇백 미터까지 번개가 퍼져 나가서 내 존재를 전부 알릴 테지만, 나에게 보호막을 뒤집어쓰는 거로 해결했다.

보호막을 조금 넓게 치니 번개 파동이 보호막 안쪽까지만 퍼지면서 번개가 퍼지는 걸 최소화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축소까지 쓰고 있어서 이 정도 번개면 반딧불이 정도밖에 안 될 거 같다.

어차피 반경 몇 킬로 안에는 아무도 없으니 볼 사람도 없긴 하지만.

그렇게 스킬을 숙련하며 탐지를 하다 보니 시간이 열한 시가 되었다.

좋아. 이제 즐기러 갈 시간이야. 이거 두근두근한걸? 벌써 아랫도리가 뻣뻣해지는 기분인데?

현 위치를 저장하고 방주로 순간 이동했다.

그렇게 방주에 도착해 천리안과 투시를 쓴 다음 방주 내부를 살펴본다.

유흥시설 쪽에는 아직도 사람이 제법 있는 모습. 다들 잘 즐기고 있네. 살만한가 보지?

추적이 걸려있는 성연 쪽을 본다.

아직 게임을 하는 민후에게 자라고 말하는 듯한 여자.

민후는 사뭇 아쉬운 표정이지만 순순히 엄마의 말을 듣고 게임기를 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지금 당장 몇 분 더 하려고 엄마 말을 거스르면 그것만큼 멍청한 게 없지.

성연과 민후가 있는 숙소는 하나의 아파트같이 생긴 곳이다.

현관이 있고 안쪽에 방이 여러 개 있는 숙소.

방주는 그런 방이 엄청나게 많았기에 여유롭게 방을 지급한 거 같다.

하긴 여기 시설은 고작 5~600명만 들어갈 수준이 아니지. 아마 전부 다 쓰면 천 단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민후는 양치를 한 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좋아. 방해꾼은 사라졌으니 이제 슬슬 가볼까?

축소를 비롯한 모든 버프를 걸고 복도를 따라 성연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넓은 광장을 지나 거주지 쪽으로 이동한 나는 결국 그녀의 숙소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페이즈 아웃.

숙소 안으로 그대로 들어간 나는 잠시 성연을 바라본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성연. 그녀의 표정에서는 고단함이나 처량함 같은 것은 없어보인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 하지만 그 한쪽에는 묘한 불안감이 어려있다.

아마 그 불안감의 원인은 나겠지.

그대로 민후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직 잠든 거 같지 않아 보이지만 눈은 감고 있는 녀석.

바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자마자 녀석에게 수면을 걸었다.

방해꾼이 사라진 거로는 부족하지. 완전하게 처리해야지.

내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민후가 나온 줄 알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성연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 너무 그렇게 싫은 내색 하면 좀 상처받잖아."

"하아…."

폐부 깊숙한 곳에서 나온 한숨. 그저 한숨을 한번 쉬었을 뿐인데 그녀의 심정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너무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재난 같은 거겠지. 끔찍한 느낌일 거야.

"어때? 방주의 생활은? 지낼만해?"

성연이 앉아있는 소파의 건너편에 앉으며 내가 물어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여자.

"대답 정도는 해줘라. 뭐가 됐든 지내기 편한 곳으로 데려 와줬잖냐."

"하아."

"쪼잔하게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 내가 오해하잖아. 다시 뉴욕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거로."

"지낼만해요."

웃으면서 은근히 협박 조로 말하는 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대답하는 성연.

"민후는? 좋아하나?"

"...네."

"먹는 것도 걱정 없고, 깔끔한 숙소도 생겼고,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어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인상을 쓰는 거야? 이쁜 얼굴을 찌푸리고 말이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연. 역시 이렇게 살살 긁는 맛이 있다니까.

"당신의 말 들어줄 기분이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 주면 안 될까요?"

"그럼 어떤 기분인데?"

"말장난 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에요."

"웃기네. 그럼 그런 기분은 드는 날이 있긴 해? 내가 '아이고 그렇습니까? 오늘은 물러나 드리죠.' 이러고 물러나면 다음번엔 나를 보면서 '호호. 오셨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이러면서 반길 생각은 있고?"

내 말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성연.

사실 내 말은 틀릴 게 없다. 저 여자가 나를 반길 이유 같은 건 없으니까.

"뭔가 착각하나 본데. 너는 니 기분 따질만한 상황이 아냐. 본인과 아들의 생활을 위해서라면 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처지라고. 근데 자꾸 목이 뻣뻣한 거 같아?"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여자. 물론 그녀 자신도 지금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그저 어떻게든 피해 보고 싶은 거지. 아무 의미 없지만.

그런 그녀의 옆자리로 앉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에 손을 올린다.

마치 벌레가 앉은 것처럼 끔찍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츠리는 성연.

뭐, 이런 반응을 보려고 이러는 거니까.

오히려 이 여자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나를 반갑게 반기면 재미없어져서 안 올 거 같아.

차마 손을 치우라는 소리는 못하고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여자.

고작 목덜미에 손댄 거로 이러는 게 웃긴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

어깨에 팔을 두르고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언제나 풍만함을 느낄 수 있는 가슴. 그리고 꼼짝 못 하는 성연.

손안에 가득 들어오는 가슴을 만지며 손가락으로 꼭지를 만지작거린다.

이제는 체념할 만도 하지만 꼭 이렇게 싫은 티를 내주는 여자. 고맙게 말이지.

"성연."

불러도 대답 없는 여자. 꼭 이렇다니까.

"한 번만 더 불렀는데 대답 안 하면 내가 무슨 짓을 벌일지 기대해도 좋아. 성연."

"네."

"그래. 그렇게 대답하란 말이야. 사람이 사람을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지. 그치?"

"...네."

"좋아. 그럼…. 너의 스무 살은 어땠지?"

"네…?"

내가 갑자기 스무 살을 말하자 무슨 소린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는 여자.

"상태 회귀."

고성연의 스무 살 모습은 이미 예전에 기억 읽기로 봐뒀기에 알고 있다.

그렇게 내가 스킬을 쓰자 그녀의 모습이 빠르게 변한다.

"어…. 어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자신의 변화를 느끼며 깜짝 놀라 외치지만 나는 집게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 다음 민후의 방을 한번 가리켰다.

그 뜻이 명확하기에 입을 다무는 성연.

그리고 그녀는…. 스무 살의 모습이 되었다. 싱그럽고 상큼한 느낌의 갓 성인이 된 모습으로.

"이야. 보기 좋네."

"대…. 대체."

"궁금해? 무슨 일이 일어났나? 가서 거울이나 보고 오던가."

아직도 내 손에 잡혀있는 가슴을 놔줬다.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한번 보더니 그대로 일어나 거울 쪽으로 향한 여자.

그리고 거울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하긴, 자신이 어려졌는데 놀라지 않을 여자가 어딨겠어.

"이게…. 도대체."

"멋지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무슨 짓을 한 거긴, 과거의 가장 빛났었던 모습으로 돌려놔 준거지."

그렇게 말하며 성연의 뒤로 가 그녀를 안았다.

내가 안았지만, 자신의 모습이 변한 것 때문인지 아무런 반항도 못 하는 모습.

그런 그녀의 옷 안으로 또다시 손을 집어넣는다.

"자. 이렇게 생각해 봐. 지금의 모습은 니 본모습이 아냐. 잠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서 과거의 니 모습이 된 거라고. 그러니 굳이 나를 미워할 필요가 없어. 이건 진짜 니 모습이 아니니까."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찍찍하면서 성연의 가슴을 주무른다.

사실 내 말이 타당한가 아닌가는 상관없다.

그녀에게는 그저 명분과 핑계가 필요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안겨야 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지.

그렇기에 나는 얄팍한 핑곗거리를 던져주는 거다. 그걸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녀의 마음일 뿐.

"이쁘네. 정말 멋져."

어깨와 목덜미 사이에 얼굴을 묻으며 양손으로 가슴을 만진다.

내가 주둥이를 터는 게 먹혀들어 갈지는 의문이지만…. 아마 될 거 같다.

그녀는 거부할 권한이 없으니까.

그리고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말에도 넘어가 줘야 하잖아?

"쓸데없는 고민이나 복잡한 걱정 같은 건 잠시 치우라고. 어차피 그런다고 니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지금의 몸도 어차피 니 본래의 몸이 아니잖아. 지나갔던 과거의 몸이라고. 그러니 즐겨봐. 니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내 손이 성연의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팬티 안으로 바로 들어간 내 손이 성연의 아래쪽 여린 살에 닿자 흠칫 놀라는 성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나요?"

떨리는 목소리. 내 손길 같은 것보다 그게 더 신경 쓰이는 건가?

"왜? 지금 모습이 싫어? 맘에 안 들어?"

"난 민후의 엄마라고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아냐. 지금은 민후의 엄마가 아냐. 너는 스무 살의 고성연이라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너 하기에 따라 달렸지."

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아래쪽으로 한마디쯤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표정은 살짝 찡그려져 있지만…. 예전의 짙은 혐오와 증오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살짝 애무하다가 손을 빼자 의외라는 표정으로 변하는 모습.

"가만히 있어."

성연에게 짧게 말하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윗옷을 벗기고 바지를 벗긴 다음 거울에 비친 속옷 차림의 성연을 바라본다.

자신의 과거의 몸을 바라보는 신기함과 부끄러움이 섞인 표정.

나는 그런 그녀의 브라와 팬티도 벗겼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의 모습.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

"봐봐. 너무 아름답지 않아? 이럴 거라 예상했지만 정말 기대 이상이야. 그저 보기만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까?"

그녀의 손을 잡고 발기된 내 자지에 가져댔다.

옷 위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 의외로 성연은 손을 떼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에 힘을 줘서 만지거나 하지도 않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몸을 안을 거야. 민후의 엄마가 아닌 풋풋한 모습의 고성연 너를. 어때? 지금 이 순간만은 너도 모든 걸 잊고 즐기는 건? 그렇게 한껏 즐기고 다시 민후의 엄마로 돌아가는 거지.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뱀 같은 나의 말에 성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사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저 외길. 게다가 그 양옆은 낭떠러지.

하지만 나는 그런 외길마저 가기 싫어하는 그녀를 살살 꼬시고 있는 거다. 어차피 가야 한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너의 잘못은 아냐. 단지 내가 나쁜 거지. 너는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러니 죄책감 같은 건 가지지 않아도 돼. 그러니 나를 받아들여. 이렇게 어려진 상태에서만."

달콤한 유혹은 계속된다.

너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어쩔 수밖에 없다고, 게다가 이렇게 어려진 상태에서만 받아들이는 거라고.

책임의 회피와 조건부 승낙.

이걸로 그녀는 조금 더 자신을 속일 수 있을 거다. 판은 전부 깔아줬어.

"내 말을 받아들인다면…. 나에게 키스해. 물론 그건 니가 원해서 하는 게 아냐. 내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몸을 돌렸다.

더는 거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다.

눈과 눈이 직접 마주치고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가 그대로 보인다.

"이 일은 아무도 몰라. 어려진 몸, 그리고 그런 몸으로 있었던 일.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 이렇게 만든 내가 잘못한 거지. 그렇지?"

내가 하는 짓이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잖아? 나는 무슨 심리학 같은 걸 공부한 사람도 아니라고.

하지만…. 고성연은 흔들리고 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잠깐만 어울려주면 돼. 어려운 거 아니잖아? 어린 몸이 된 너는 나에게 원한이나 증오를 가질 필요 없어. 그러니 그런 건 잠시 잊어. 마음 편하게 몸을 맡기라고. 그저 키스만 해주면 돼."

성연은….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눈.

그녀는 속으로 결정한 거 같다. 내 얄팍한 말이 얼마나 먹혀들어 갔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하나도 안 먹혔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스르륵 눈을 감은 성연.

그녀의 입술이 내게 천천히 다가왔고 결국 내 입술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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