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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번째 스킬
잠시 탐지를 멈추고 스킬 창을 열었다.
성장을 마스터 했으니 나오는 히든 스킬 노화. 바로 배웠다.
어디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웠으니 됐고.
패시브도 바로 배운다.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좋은 패시브.
아직 코인이 넉넉하니 지금은 다 배워야지. 그정도로 궁핍한 건 아니니까.
스킬 반경 증가36, 스킬 지속 시간 증가36, 스킬 최대 수치 증가30, 스킬 한계 돌파30.
어휴. 늘어나는 숫자들을 보니 내가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
패시브를 찍으면 찍을수록 효과도 점점 커지는 구조. 배우는 보람이 있어. 확실히.
패시브도 됐고, 이제는 스킬 조합 차례.
상태 회복과 회귀의 조합으로 상태 회귀가 나왔잖아?
그럼 분명히 반대 스킬도 있을거야. 그리고 스킬중에서 가장 그럴듯 한건 역시 성장이나 노화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바로 해보면 되는 거잖아?
"원트."
스킬을 쓰고 스킬 조합을 고른다.
그리고 한쪽엔 상태 회복을 올리고 다른 쪽엔 성장을 올렸다.
[조합하시겠습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예를 눌렀다. 과연…. 결과는?
['상태 성장' 스킬이 조합되었습니다. 스킬을 배우는데 4억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이예! 됐어! 역시 나올 줄 알았어!
이게 내가 원하던 스킬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바로 배웠다.
4억 코인이 날아갔지만, 뭐 그 정도는 상관없어. 아직 가진 건 많으니까.
게다가 스멜리 코퍼레이션 놈들 50명을 잡고 1억 코인 가까이 나왔으니까.
물론…. 턱없는 숫자긴 하지만.
스킬을 배웠으니 바로 써봐야지.
어…. 근데 사람에게 써야 하는데? 누구한테 쓰지?
역시 만만한 인도? 그래. 거기가 낫지. 일단 가자. 쓰고 보자고.
현재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인도로 순간이동 했다.
내 샌드백과 다름없는 벵갈루루. 아직 넘쳐나는 인간들이 있어 맘에 드는 곳.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나이든 여자 하나를 발견하고 내려왔다.
주변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재우고 일단 여자의 기억을 읽는다.
오…. 젊었을 때는 생각보다 미인이었네?
그렇게 기억을 읽어 젊었을 때의 모습을 자세히 본 뒤 기억 읽기를 마치고 바로 상태 회귀를 썼다.
젊어지는 여자. 한창 풋풋한 나이의 아가씨가 되었다. 이대로 놓고 가면 주변에서 난리가 나겠지?
그것도 재밌겠네. 속은 할머닌데 겉은 탱탱한 젊은 여자라니.
자, 이제 새로운 스킬을 써볼 시간.
젊어진 여자에게 바로 새로 만들어낸 스킬을 써본다.
"상태 성장!"
젊어진 여자가 다시 나이든 여자로 바뀌는 모습.
아까 봤던 모습으로 돌아간 여자. 조금 전의 젊었던 모습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크으으으. 성공.
맘에 들어. 이거면 됐어.
부작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성공했다.
후후후…. 정민희, 고성연. 기다려라. 내가 간다.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아. 그전에…. 테스트는 마저 하고 가야지.
나이 든 사람을 과거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리는 건 어렵지 않게 됐다.
근데 아직 젊은 사람을 나이 들게 하는 건?
가능한가? 가능하려나?
그 사람의 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데 스킬이 써지려나?
근데 이것도 고민할 필요 없다. 써보면 되잖아.
주변에 쓰러진 남자 중에 제법 젊은 남자 하나에게 바로 스킬을 써본다.
"상태 성장!"
그러자…. 남자의 모습이 점점 나이를 먹기 시작한다. 방금 나이든 여자 만큼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어버린 남자.
이야…. 이게 되네? 근데 왜 저 나이로 된 거지?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했나? 음…. 다시 해볼까?
상태 회귀를 써서 원래의 나이로 돌려놓은 다음 다시 상태 성장을 쓴다.
이번엔 한 30대 정도로 생각하고 스킬을 쓰자 젊은 남자는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오우. 이게 되네. 하긴, 안될 리가 없지.
성장 스킬 자체가 애초에 그런 메커니즘이었잖아?
미래의 모습 같은 건 몰라도 쓸 수 있던 스킬이니까.
남자를 상태 회귀를 써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놨다.
오케이. 스킬 테스트는 됐어.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좋아…. 그럼 이제 다른 걸 확인해 봐야겠지?
성장과 조합되는 스킬이 있나 확인해본다.
하나하나 스킬을 올려서 조합을 시도해보지만 나오는 게 없다.
의외네? 성장이면 여기저기 다 조합될 줄 알았는데.
그러다가 하나 걸린 게 있었다.
성장과 축소. 반대의 뜻을 가진 스킬들. 아니…. 물론 완전 반대는 아니지만, 의미적으로는 반대가 맞긴 하지.
암튼 간 그걸 돌리니 메시지가 떡하고 나온다.
['조정' 스킬이 조합되었습니다. 스킬을 배우는데 5억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옴마? 조정?
뭔가 그럴듯한 게 나왔다. 조정이라…. 뭔가를 조절하는 스킬인가 본데?
근데 뭘 조정하지? 존나 궁금하네.
5억을 들여서 배울만한 스킬이 되나? 씨이발. 스킬 설명 없는 게 또 이렇게 발목을 잡네.
성장과 축소를 섞어서 만들었잖아? 그리고 조정이란 스킬이 나왔단 말이지?
근데 성장과 축소가 완전히 반대 개념이 아닌데? 성장은 시간 단위고 축소는 부피의 개념이잖아?
어째서 이게 섞이는 거지? 음…. 알 수 없네.
성장의 반대말은 뭐지? 위축? 수축? 그러고 보면 축소도 맞나? 조금 애매하네.
축소의 반대말은 확대일 텐데. 성장과 확대가 같은 것은 아니잖아?
어렵네. 어려워.
암튼 조정이라고 하면 그런 것들을 조절할 수 있는 거로 보이는데.
도통 알 수가 없네.
아…. 혹시 Q&A에 물어보면 답해주려나?
한 번도 그런 시도는 안 해봤네. 스킬에 대한 효과를 알려달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없어.
으음…. 고민이네. 이건 일단 모르겠으니 놔둬 보자. 당장 급한 건 아닌거 같으니까.
좋아. 이제 스킬 조합은 됐고, 다음에 배울 스킬을 골라야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별 망설임 없이 스킬을 고른다.
번개 파동.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배우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스킬.
게다가 이건 배우기만 하면 일렉트릭 에리어를 배울 수 있으니까. 이것부터 배우는 게 낫겠지.
바로 배운다. 이야…. 드디어 나도 공격 스킬 같은 걸 배워 보네.
"번개 파동!"
내 주변으로 번개 파동이 퍼져 나갔고 내 테스트를 도와줬던 인도 사람들이 그대로 빛이 되었다.
아…. 이건 좀 심했네. 내가 잘못했어. 쯧. 그래도 잠든 채로 죽었으니 고통은 없었을 거야.
다시 밖으로 나가서 한 번 더 번개 파동을 써봤다.
주변으로 엄청나게 퍼져 나가는 위협적인 번개.
거의 몇백 미터는 퍼져 나가네. 이래서 패시브가 중요한 거라니까.
근데 막상 이걸로 사람 죽일 일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패시브를 배우기 위해 배우는 거지.
어쨌든 됐어. 근데 이거 숙련하려면 너무 눈에 띄네. 그 생각을 못 했어.
낮에는 크게 눈에 안 띌 거 같은데 밤에는 엄청 잘 보일 거 아냐.
암튼 스킬에 대한 건 모두 끝냈으니 상태 성장과 상태 회귀를 써보러 가볼까?
누구한테 써보지? 당연히 민희인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방주는 대충 한국 시각으로는 저녁 6시쯤 된 거 같다.
음. 한번 가보자. 민희가 퇴근했으려나?
바로 방주로 순간이동 했다. 그리고 보안실을 확인해보니 이미 민희는 자리에 없다.
아. 민희도 파티에 넣어놔야겠어. 일일이 찾기 귀찮네.
바로 벙커로 순간이동 했다. 그러자 거실에서 복작거리고 있는 승미세안 네 여자. 그리고 민희의 목소리도 들린다.
"나왔다."
내가 거실로 나가자 다섯 여자가 나를 보며 반긴다.
"와. 오빠 얼굴 보기 진짜 힘드네.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거예요?"
승희가 내게 다가와 말한다. 걱정이 묻어나는 반응. 고맙게시리.
"그러게. 잠을 안 자게 되니까 하던 일을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르겠어."
"일단 앉아요. 마침 저녁 먹으려 했으니까. 민희 언니가 오늘은 우동하고 돈까스 가져왔어요."
나를 보고 싱긋 웃는 민희. 퇴근할 때마다 방주의 식사를 챙겨오는 건가?
역시, 기본이 되어있군. 먹을 거로 자기편을 만들다니.
그래. 그것만큼 좋은 게 없지. 3대 욕구 중에 하나잖아.
"내 것도 있어?"
"언니는 항상 오빠 것도 챙겨와요."
"그래? 고맙네. 바로 먹으면 되나?"
그렇게 둘러앉아서 다들 우동과 돈까스를 먹는다.
펜스 아주머니의 솜씨와 하루카의 솜씨가 교묘하게 섞인 듯한 맛.
아. 하루카도 보러 가야 하는데. 너무 방주에 방치해 놓나?
게다가 아키도 봐야 하는데 말이지.
"맛있네."
"그쵸? 방주에는 엄청 실력 좋은 요리사분들이 많나 봐요."
"뭐…. 그렇긴 하지."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내가 하도 싸돌아다니느라 서로 못했던 이야기들.
간단한 생활 이야기나 있었던 일을 말하다가 결국에는 스킬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 저 번개 같은 반사신경 배웠어요."
나를 보고 말하는 미나.
"오? 정말? 어때 효과가 느껴져?"
"네. 안 그래도 다들 모여서 테스트해봤어요. 이제 갑자기 날아오는 돌멩이 정도는 우습게 피할 수 있는 거 있죠."
"그래. 그거 좋더라. 안 그래도 나도 그거 배우려고 준비 중이야. 그럼 이제 뭐 배우지? 발화? 얼음 회오리?"
"얼음 회오리부터요."
"그래. 그거 배우면 또 히든 스킬 나오지.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
"노력할게요."
그렇게 미나의 말이 끝나자 안나가 말한다.
"저는 게이트 배웠어요."
"아. 그래? 순간이동 배웠으면 게이트 배우는 게 맞지."
"그리고 게이트 다 배우면 저도 원트 배워 보려고요."
"그래? 왜? 배우고 싶은 게 있어?"
"그 상태 회귀요."
"내가 써주면 되잖아?"
"그렇긴 한데…. 번거롭잖아요."
"딱히 그렇지도 않아. 단지 그걸 목적으로 원트를 배우긴 낭비가 조금 심한데."
"그런가요?"
"응. 뭐, 배우는 건 본인 마음이긴 하니까."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차피 코인은 내가 계속 벌어올 거니까. 아. 아까 코인 너희도 들어왔지?"
"네."
다들 대답했고, 민희만 대답이 없다.
"아. 그래. 민희 너도 파티 받아라."
민희에게 파티 초대를 줬는데, 파티에 초대할 수 없다고 뜬다.
"아. 미안해요. 지금 이미 파티에 들어와 있어서."
"그래? 무슨 파티?"
"방어조 파티라고 할까요? 도현이가 파티 스킬이 있잖아요."
"아. 그랬나."
"통신 스킬도 있어서 그걸로 보고하는 게 있거든요. 미안해요."
"그건 어쩔 수 없지. 아쉽네."
민희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이런 거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네.
살짝 처진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바로 세아가 나를 보며 말한다.
"아. 나도 환영 제작 스킬 마스터 했어. 볼래?"
그러더니 자신의 모습을 닮은 환영을 짠하고 만들어내는 세아.
"오. 그럼 이런 것도 가능한가?"
나도 환영을 만들었다. 세아의 환영. 게다가 그 환영은 그대로 걸어가 세아의 어깨를 짚었다.
"으악!? 뭐야!? 왜 움직여!? 그리고 왜 만져져!?"
다들 세아의 환영은 자주 봐서 그런지 별 반응이 없다가 내가 만든 환영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궁금해?"
"궁금해! 뭐야!? 이거 그 원트로 만든 거야?"
"아니? 단순한 환영 제작과 폴터가이스트의 합작이지."
"엥!?"
그러더니 내 말을 듣고는 인상을 쓰며 숟가락을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벌떡 일어나 자신의 환영을 만져본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근데 왜 딱딱하지!?"
"물렁물렁한 폴터가이스트를 상상해봐. 그 침대처럼."
"침대? 아…."
다들 침대라는 말에 세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료칸에서의 기억이 났는지 얼굴이 빨개지는 세아.
"어차피 다 상상하는 대로 만드는 거니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잘 연습해봐."
"으…. 그럼 스킬 숙련할 때 알려주지."
"지금이라도 해봐. 어려울 거 없지. 지금은 밥 먹고."
내 말을 듣고 다시 돈까스와 우동에 숟가락을 가져가는 세아. 하여간 웃기다니까.
"아. 오빠. 승희가 스킬 뭐 배웠는지 알아?"
"윽. 세아야!"
세아의 말에 승희가 화들짝 놀라며 곤혹스러워한다.
"왜 놀라? 뭘 배웠길래?"
"어…. 그게. 복권요."
"복권? 오. 그래? 써봤어? 어떻디?"
"얼래? 화 안 내요?"
"화를 왜 내?"
"쓸데없는 스킬 배웠다고…."
"쓸데없는 스킬인지 아닌지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 근데 그거 효과는 있디?"
"지금까지는 꽝요…."
"정말 코인을 써서 코인이 나오는 시스템인가?"
"일단은 그래요. 500코인을 써서 쓸 수 있고 간혹 5,000코인이 뜨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꽝이에요."
"그래? 어차피 배웠으면 마스터 해봐. 아. 기왕 하는 거 약탈이랑 잭팟까지 찍어봐."
"한소리들을 줄 알았는데 아무 말이 없으니 이거 좀 허전하네요…."
"왜? 혼내줘야 해? 엉덩이라도 때려줘야 하나?"
"으. 진짜."
그렇게 나를 흘겨보는 승희. 음…. 근데 엉덩이 때리는 건 해보고 싶은데.
"아. 우리 밥 먹고 쇼핑 갈 건데, 성철 씨도 같이 갈래요?"
민희가 말했고 다들 나를 바라본다.
갑자기? 이렇게 공격을?
"어…. 아니. 나는 할 일이 많아서. 여자들끼리 다녀와. 근데 또 쇼핑을 가는 거야? 이미 몇 번 다녀온 거 아냐?"
"그럼요. 쇼핑할 건 얼마나 많은데요. 그치?"
민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렇구나. 그래.
나는 그럼 빨리 밥을 먹고 도망가야겠네. 민희에게 상태 회귀를 쓰는 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