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64화 (6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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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멜리 코퍼레이션

러시아 놈들이 얼추 잠이 든 걸 확인하자 바로 기억을 읽으러 내려갔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놈을 찾아갔지만…. 다른 놈들에 비해서 양호하다는 거지 이놈이 깨끗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지독한 술 냄새, 담배 냄새, 그리고 거기에 섞인 묘한 풀 냄새와 비릿한 냄새.

이건 마약 냄새인가? 그리고 이 비릿한 냄새는 정액 냄새?

어우. 씨발. 오래 있자니 돌아버리는 느낌이다.

기억이고 나발이고 그냥 다 깔끔하게 쳐 죽였으면 좋겠네. 씨발.

될 수 있는 한 닿는 면적을 줄여가며 일단 기억을 읽었다.

별 내용 없는 녀석. 이놈에겐 어떠한 목적이나 임무 같은 건 없다.

그저 교관들을 따라다니며 눈에 보이는 대로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하는 것 말고는 머리에 든 게 없어.

녀석의 기억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다. 어떤 놈이 가장 윗대가리인지 확인하는 것.

그렇게 교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놈을 추려내서 얼굴을 확인한다.

그리고 빠져나와 다시 공중에 떠서 방금 확인한 교관 놈을 찾아본다.

교관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어쨌든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은 어떻게든 티를 내고 싶어 하니까.

호텔의 가장 좋은 방에서 자는 녀석. 정말 태평하네.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방의 시설은 좋지만 더럽기는 밑에 놈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방.

아, 다른 점이 있다면 이쁘장한 여자 둘이 남자의 품에 안겨서 자고 있다는 것?

매혹이라도 걸려있나? 아니면 그냥 따라다니는 여자들인가?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모습은 별로 불만이 없어보인다.

그나마 좀 낫네. 벌거벗은 여자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야.

녀석의 기억을 읽는다. 말단 놈들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이놈 역시 대단한 건 없다.

총 교관 20명, 말단 녀석들은 30명 남짓.

원래 인원은 훨씬 더 많았지만, 말단 녀석들이 생각보다 많이 줄었다. 원래는 서너 배는 더 있었어.

그런 짓을 한 건 역시 언노운.

그리고 이놈들은 언노운과 맞부딪치기를 택한 대신 우회하는 걸 선택했다.

하긴, 나라도 그럴 거야. 물량을 투입해서 잡을 수 있는 놈이라면 예전에 잡았겠지.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의 전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숫자가 전력이 되는 세상이 아니지. 한 명이 몇십, 몇백 명을 잡아 죽이는 건 일도 아닌 세상이니까.

녀석들의 계획은 단순했다. 그저 밀고 내려가는 것.

전 유럽을 다 잡아 죽인 녀석들은 이제 포르투칼과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반도를 정리하면 온 유럽을 점령한 게 된다.

다음 목표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 북부를 쓸어버리고 중동으로 가는 것.

이놈들의 원대한 계획은 그렇게 중동을 쓸어버리고 인도를 지나 중국까지 가는 것이었다.

참…. 귀엽네. 애교가 넘치는 놈들이야.

이놈의 스킬은 27개. 뭐…. 많은 편이긴 하다. 이 많은 놈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만큼 올렸으면 대단하긴 한 거지.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허술해서야 원.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

아마 언노운 녀석이 조금만 더 집착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놈들은 이미 다 죽었을 거야.

영국에 있던 크라켄 녀석들을 죽인 건 이놈들이 아니었다.

아는 게 없어. 이놈들은 그저 날마다 똑같은 학살만 했을 뿐이다.

그럼 영국에 있던 놈들이랑 미국 샌 안토니오에 있는 크라켄 본사를 밀어버린 건 언노운인가? 아니면 다른 세력?

이놈들이 언노운을 마주친 건 역시 스위스 남부에서였다.

정보가 대충 일치하네. 스위스식 독일어와 스위스 남부. 얼추 그쪽이 맞긴 한 거 같은데.

더 아는 건 없네. 진짜 언노운 그 녀석도 어지간히 치밀한 놈인가 봐.

어쨌든 건질만 한 기억은 대충 다 건졌다.

이제 이 스멜리 녀석들은 더 의미가 없어.

굳이 살려놓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졌으니…. 폐기해도 될 거 같다.

시시한 놈들, 그저 운 좋게 살아남은 놈들.

누군가가 먹어치우는 걸 볼 바에야 내가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지.

수납을 써서 침대째로 삼켜버렸다. 대장 녀석과 여자 둘은 그대로 코인이 되었고, 나는 다시 침대를 뱉어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교관 놈 중에 불침번인듯한 몇 놈이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된다.

가장 높은 놈이 원트도 없는데…. 교관 놈들이라고 뭐 다르겠어?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하고 바로 썼다.

반경 약 2킬로미터. 스킬이 사용 불가능하게 된 땅.

이제는 수확 시간이다. 교관 20명이랑 말단 30명이랬지? 하나도 빠짐없이 잡아 죽여야지.

불침번을 서고 있던 교관 놈들부터 수납으로 먹어치운다.

아직 스킬이 안 써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 영문도 모른 채 수납에 먹힌다.

다른 곳에 있던 한 놈은 번개 같은 반사신경이 있는지 수납을 눈치채고 피하려 했지만, 그제야 스킬이 안 써진다는 것을 알아챘다.

허망한 얼굴로 수납에 잡아먹힌 녀석.

원트도 없는 놈들에게 쩔쩔매는 건 말도 안 되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그렇게 불침번 서고 있던 놈들을 지워버린 나는 느긋하게 한 놈씩 숫자를 세면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술과 약에 취해서 자는 놈들. 페이즈 아웃을 쓸 필요도 없다.

잠금 해제로 방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가 깔끔하게 잡아 죽인다.

지난번 러시아에서 핏맨 녀석을 잡으려고 머리 썼던 걸 생각하면 참…. 많이 발전하긴 했네.

그래. 이게 맞지.

교관 놈들을 전부 처리하고 이제는 말단 놈들.

대체 이놈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래서 민간인들만 잡아 조진 놈들은 답이 없다니까.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하나씩 처리된 녀석들, 결국 니스의 호텔에는 아무 기척도 남지 않게 되었다.

역시 깔끔한 게 좋아. 탐지에 아무도 안 느껴지는 것만큼 편한 게 없지.

스멜리 녀석들이 사라졌으니 이젠 남은 건 둘밖에 없다.

호라이즌, 그리고 언노운.

호라이즌과 그랜드마스터는 보름 뒤에 있는 정례 회의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남은 건 언노운 그 녀석뿐이다.

스위스 남부라.

오랜만에 노가다 한번 해볼까?

어차피 따로 할 일은 없으니까. 이런 거라도 해야지. 그동안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저장해 놨던 제노바로 향했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올라간다.

제법 커다란 도시 하나가 나왔고, 그게 밀라노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뭐 나랑은 상관없다.

어차피 여기 역시 빈 도시니까.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유령 도시.

이제 이런 도시들은 넘쳐나잖아? 따로 특별할 것도 없지.

아마 사람이 있는 도시보다 없는 도시가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 뭘.

눈앞에 보이는 알프스산맥.

이야…. 확실히 멋지긴 하네. 왜 다들 알프스 알프스 하는지 알 거 같아.

하지만 저 어딘가에 사람이 숨어있다면 정말 끔찍할 거 같다. 찾을 수는 있을까? 진짜로?

코가 뻥 뚫리는 맑은 공기, 시원한 풍광, 보기 좋은 만년설.

그런 알프스를 넘어갔다.

근데 이걸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정말 막막하네.

알프스가 동네 뒷산도 아니고 말이지.

GPS나 이런 거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건 진짜 막막하네.

됐어. 노가다에 그런 게 어딨냐. 그냥 하는 거지.

지도를 보고 대충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 국경선을 찾아 가봤다.

우리나라처럼 요란한 국경만 생각하던 나에겐 유럽의 국경은 영 익숙하지 않다.

이게 국경이야? 동네 초소야?

어쨌든 여기를 기점으로 나침반을 보고 정확하게 서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높이로 적당한 속력을 내서.

너무 빨리 지나가면 또 기척을 못 느낄 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더불어 지상에 성장도 썼다. 탐색만 하면서 숙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지.

빨리 성장을 마스터 해야할 거 아냐. 그래야 이것저것 해보지.

상당히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다.

일단 알프스라는 배경이 사기야. 그저 보고 있기만 해도 신기하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푸른 녹지, 뛰어난 풍광, 가끔 뛰어노는 산짐승들.

아마 저 산짐승들은 인류가 번성한 이후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들을 잡아 죽일 인간들이 없잖아? 그야말로 지상낙원이겠지.

속도를 한참 낮추고 가서 그런가?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에 도착하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음…. 나쁘지 않네? 이런 속도라면 스위스 남부 전역을 전부 훑어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 같아?

속도를 조금 더 높여도 될 거 같고?

국경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남쪽으로 10킬로 정도 내려왔다.

지금 탐지 반경은 6.4킬로미터. 정확하게 12.8킬로를 재기 힘드니 어느 정도 겹치는 건 어쩔 수 없지.

다시 이번에는 동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개쌩노가다 작업.

스위스가 작은 나라기에 가능한 짓이다. 나라가 컸으면 이 짓거리를 할 엄두를 못 냈겠지.

그렇게 성장을 쓰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제법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나간 자리마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풀이 자라잖아?

무슨 생명의 신이라도 된 거 같은 느낌이네.

권성철이 지나가자 그 자리에 꽃과 나무가 피고 수풀이 우거지더라.

이 세상의 신이 된다면 그런 구절 하나 정도는 넣어도 될 거 같다. 사실 죽인 사람이 더 많은데.

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도 상당히 웃기네. 죽음과 생명을 모두 관장하는 거야?

가로되 손을 뻗어 그 생명을 취하고 '자라라' 말하였더니 꽃과 나무가 피어났더라.

내가 심심하긴 한가 보다. 이런 잡생각을 하는 거 보면.

그렇게 탐색하며 돌아다니다가 산속 깊은 곳에서 사람의 기척을 발견했다.

기척은 둘.

천리안과 투시로 그쪽을 바라보니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하나와 주근깨가 잔뜩 나 있는 여자 하나가 보인다.

두근거리는 마음. 혹시 저들 중에 언노운이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좀 평범해 보인다. 일단…. 스킬이 많아 보이지가 않아.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바로 수면을 걸었다.

바로 픽픽 쓰러지는 남자와 여자.

에이. 씨발. 아니겠네. 기대감이 팍 죽는다.

언노운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시시하게 쓰러지진 않겠지.

남녀에게 다가가 기억을 읽었다.

스킬 하나씩밖에 없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

남자는 비행, 여자는 성장 스킬을 가진 이들. 기억을 읽어봐도 언노운 같은 건 모른다.

언노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남녀가 알고 있는 이웃에 대해서 기억을 읽어봤다.

근데 없다. 이들은 적어도 최근 일 년 동안은 사람을 만난 일이 없어.

신기한 사람들이네. 모든 것을 버리고 이렇게 둘만 산속으로 들어와 사는 건가?

죽일까 하다가 그냥 놔뒀다. 혹시라도 언노운이 멀리서나마 지켜보던 사람일 수도 있잖아?

에휴 핑계 한번 이상하네. 사실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무런 잘못도 없고 위협이 되지도 않을 사람들.

죽일 이유가 없어. 쓸데없는 살인은 의미 없지.

무효화를 한번 써주고 다시 갈 길을 간다.

힐끔 돌아보니 갑자기 둘 다 잠들었던 자신들의 상태를 보고 의아해하는 남녀.

저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이해 못 하겠지.

그래. 영원히 모르고 사는 게 좋아. 그냥 그렇게 살아.

다시 날아가며 성장 스킬을 쓴다. 얼마 남지 않았잖아? 이대로 가면 한 시간 내로 성장도 마스터 할 수 있을 거 같네.

부디 성장으로 스킬 조합이 돼야 할 텐데.

안 그러면 아쉽잖아? 물론 성장은 배워놓으면 적어도 손해는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평지나 이런 곳은 모르겠는데 산 중턱이나 골짜기 같은 곳은 탐지를 돌리면서도 대체 돌리는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존경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험한곳에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 딱히 그런 것도 아니네.

이제는 비행 스킬이 있잖아? 비행만 있으면 이런 곳에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잠시 골짜기 아래로 내려가 맑고 투명한 계곡물을 바라본다.

이야…. 물 색깔 봐라. 기가 막히네.

바다도 좋지만 이런 데서 노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다. 근데 조금 싸늘하려나?

계곡은 좀 바람이 차갑네. 물은 들어갈 엄두도 안 나고.

한국 계곡이랑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 뭐…. 한국 계곡도 제대로 가보진 않았지만.

다시 하늘로 올라가 하던 탐지나 마저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빨리해야지.

성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하고 난 다음에 판단해야지.

적어도 전부 끝내면 이곳에 숨어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비행을 하다가 드디어 나는 성장 스킬을 마스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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