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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순회
양키놈들의 계획을 알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아마 그런 일이 있어도 나에겐 문제 생길 일이 없으니 그런 거겠지?
화산이 암만 터지고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도 걱정할 일이 없다.
일단 방주가 있으니까.
짱개놈들이 만들어서 살짝 불안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들 목숨이 달린 거니 제대로 만들지 않았을까?
음…. 그럴리가 없나?
다음에 방주에 가게 되면 이야기 좀 해줘야겠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보강이나 유지보수는 꼭 하라고.
음…. 방주는 그렇다 쳐도 혹시 모르니 그래도 보험은 들어놔야지.
하와이로 순간 이동해서 이곳의 치프와 티어13 녀석들 열 명 정도에게 추적을 걸어놨다.
이 정도면 되겠지. 적어도 이러면 갑자기 뚜드려 맞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하와이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양키놈들의 계획. 뭐 좋다 이거야. 화산을 터트리든 지랄 난리 부르스를 추든 그건 나랑 상관없지.
근데 융해와 노화는 진짜 뭐 없는 건가? 되게 기대했는데. 씨발.
나는 또 무슨 불로장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생각해보니 그것도 웃기긴 하네.
그런 중요한 것들을 그저 도구에 불과한 놈들에게 알려줄 리가 없긴 하지. 내 생각이 짧았네.
내가 그 그랜드마스터인지 뭔지 하는 놈이라도 그랬을 거야.
아마 절대 두 개를 조합해서 나올 게 없는 거로 알려줬겠지. 혹시라도 뭔가 나오면 골치 아파지니까.
하아. 됐어. 그건 이제 신경 쓰지 말자.
차라리 이제는…. 유럽 쪽을 조금 더 신경 써보자.
아직 언노운 놈이 어떤 놈인지 감도 못 잡았잖아. 이제는 그쪽이나 확인해봐야지.
바로 영국으로 순간이동 했다.
근데…. 이게 뭐야? 왜 아무도 없냐?
크라켄 놈들이 있었던 버킹엄 궁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로 갔지? 이렇게 아무도 없다는 건 둘 중 하나인데.
전멸했거나, 어디론가 이동했거나.
하. 귀찮네.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야?
추적을 조금 일찍 배워둘걸. 쯧. 이놈들이 이렇게 싹 사라질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
영 맘에 안 드네. 다시 크라켄 본부 거기로 가야 하나?
가서 기억을 읽어보면 뭐가 나오려나? 근데 거기 치프란 놈은 아는 게 없단 말이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보자. 뭐라도 들은 게 있는지.
크라켄 본부가 있는 미국의 샌 안토니오.
거기로 순간이동 한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지? 왜?
본부는 엉망이 돼 있었다. 기척도 전혀 안 느껴지고 본부 건물은 반파되어있다.
누가 메테오라도 떨궜나? 대충 그런 느낌인데?
뭔가가 공격한 게 틀림없어.
이놈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자기네 건물을 이따위로 망가뜨리진 않았을 거 아냐?
하. 어이없네. 누가 여길 건드렸지?
생존자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깔끔하게 정리돼있네.
음…. 이렇게 박살 났으면 회장 놈에게 보고가 들어갔겠지? 아직 안 갔으려나?
시계를 보니 회장 놈은 이제 막 출근할 시간이다. 마킹으로 보고 있어 볼까?
아니다.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해. 그냥 이따가 밤에 가서 기억 한번 읽는 게 더 편하지.
에이…. 갑자기 할 게 확 없어졌네.
쩝. 집에나 잠시 가볼까?
잠을 안 자도 되니…. 집에 들어갈 일이 많이 없어졌네.
한국 시간으론 지금이 밤 열 시인가? 뭐, 잠깐 다녀오지 뭐.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얼래? 다들 나갔나 보네?
파티로 느껴지는 네 명의 기척을 보니 한곳에 뭉쳐있다.
한번 가볼까? 뭐 하고 있나?
근데 저기면…. 서울 방향인데?
아. 쇼핑갔나? 그럼 놔둬야지. 쇼핑간 여자들 근처에 가는 건 바보짓이야. 빨리 도망가자.
다시 영국. 비어버린 버킹엄 궁전 위에서 잠시 생각한다.
여기 있던 놈들이 사라진 것과 크라켄 본부가 공격받은 것은 높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아마 공격당했겠지.
스킬이 제법 있는 놈들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일인인지는 몰라도 전멸을 당했거나 도망쳤거나 했을 거야.
그리고 거기에서 정보를 얻은 놈이 크라켄 본부로 쳐들어간 게 분명해.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아무리 정보를 캐내 보려 해봐도 그게 끝일 거야.
크라켄, 미라지 오션, 호라이즌.
그놈들은 이럴 일을 대비해서 정보 통제를 확실하게 했으니까.
이런 짓을 할만한 놈은 누가 있을까?
뭐…. 몇 없지. 생각나는 건 두 곳밖에 없다. 스멜리 코퍼레이션, 아니면 언노운.
음…. 그 두 녀석의 소재를 확인해 놓기는 해야겠네.
언노운은 무리지만 스멜리 녀석들은 할 수 있을 거 아냐? 녀석들은 그래도 규모가 있으니까.
가보자. 어디라 그랬지? 아. 그래. 루마니아. 클루…. 뭐시기였는데.
스마트 폰을 꺼내서 메모를 본다. 아. 그래. 클루지나포카. 거기로 가자고. 더 늦기 전에.
지도를 보고 거리를 재보니 런던에서 1,60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다.
우습네. 예전 같았으면 존나 멀다고 씨발씨발 거렸을 텐데.
이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잖아? 세상 참 좋아졌어. 아니지. 내 사정만 좋아진 거겠지.
그대로 날아간다. 결정했으면 바로 가야지.
탐지를 켜놓고 빠르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지상에 혹시 기척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뭐라도 하나 걸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날아가지만…. 잡히는 게 없다.
제법 날아와 독일 쪽까지 넘어왔는데 여기도 기척이 없다.
지난번에는 독일에도 사람이 제법 있었는데? 그사이 전부 죽었나?
간판과 표지판, 지명들을 봐가면서 현 위치를 확인하고 계속해서 루마니아까지 날아간다.
독일을 지나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거쳐서 결국 루마니아까지 도착한 나는 목적지인 클루지나포카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건 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빈 도시.
사람 없는 건 익숙하지만…. 그래도 너무 없는데? 하. 러시아 새끼들…. 뒤처리 한번 깔끔하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본다.
불가리아를 거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내려가 봤지만, 역시 사람은 없다.
해안가를 따라서 그리스를 지나 이탈리아까지 넘어가 봤는데도 역시 사람은 없다.
이야…. 이러면 지중해 북부는 싹 전멸당한 건가? 근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죽여놓을 수가 있지?
이탈리아의 서부 해안을 따라 쭉 올라가 봤다.
나폴리를 지나서 계속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로마에 도착했다.
이야. 로마네. 그럼 바티칸은 어딨지?
그렇게 조금 헤매다가 바티칸을 찾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티칸이었던 곳.
이상하리만큼 철저하게 파괴된 곳. 아니지…. 이상할 건 없지.
한 종교를 대표하는 곳이니 이렇게 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세상이 망하면서 가장 먼저 사멸한 건 종교니까.
성난 사람들이 부수고 짓밟을 만하긴 하지. 나라도 독실한 신도였다면 배신감이 들긴 했을 거야.
어쨌든 그런 로마와 바티칸을 뒤로하고 다시 북상한다.
피사를 지나 제노바…. 이야. 이거 옛날에 대항해시대 하던 게 도움이 많이 되네.
다 들어본 이름들이잖아?
그렇게 제노바까지 온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언노운. 그놈이 스위스식 독일어를 쓴다고 했지?
그럼 여기서 조금 위로 가면 그쪽 동네일 텐데.
언노운이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도 사람이라면 끼고 사는 사람 정도는 있을거다.
저쪽 땅을 샅샅이 뒤져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문제는 저쪽에 살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 그것만 있으면 아무리 개노가다라고 해도 할만한데 말이지.
모르겠다. 일단은 이 근처에 저장만 하나 하자. 일단 남은 유럽 땅이나 마저 다 돌아보자. 그게 먼저지.
그렇게 다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 본다.
익숙한 이름들이 참 많이 나오네. 니스, 칸, 마르세유, 몽펠리에. 이쪽은 프랑스고.
그렇게 스페인까지 내려오니…. 드디어 사람의 기척을 발견했다.
발렌시아.
느껴지는 기척. 그리고…. 사람을 가볍게 학살하고 다니는 녀석들.
크…. 찾았다. 스멜리 새끼들.
러시아에서 핏맨과 경호원들을 봤기에 저놈들이 스멜리 코퍼레이션 놈들인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근처로 날아가 녀석들에게 일단 추적부터 걸었다. 후. 됐어. 이제 이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정도는 바로 알 수 있겠네.
근데…. 이놈들이 여기 있다는 건…. 크라켄을 박살 낸 게 이놈들이 아니라는 뜻인가?
아니면 거길 가볍게 박살 내고 와서 다시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건가?
그거야 뭐…. 녀석들의 기억을 읽어보면 알겠지. 그거야 어려운 건 아니니까.
스멜리 코퍼레이션 녀석들은 숫자가 제법 됐다.
일단 보이는 것만 해도 30명 정도?
핏맨의 기억에서는 이것보다 더 많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음. 그거야 뭐 확인해보면 알겠지. 여기도 이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녀석들도 이제 쉬지 않을까?
내 예상은 맞았다.
이 러시아 놈들은 어느 정도 해가 지자 적당히 흩어져서 각자 맘에 드는 여자 하나씩을 하나씩 납치하더니 게이트를 열고 사라진다.
추적을 걸어놨기에 굳이 무리해서 게이트를 훔쳐 타지는 않았다.
그렇게 녀석들이 간 방향을 확인해보니…. 그리 멀지는 않다.
아니…. 먼가? 거리가 애매하네.
일단 여기를 저장하고 아까 저장해놨던 제노바로 순간 이동했다.
오. 그래. 여기에서 훨씬 가깝네.
그렇게 녀석들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 보니…. 아까 내가 지나갔던 곳이다.
니스. 프랑스의 해안가 도시.
고급 호텔 같은 것이 많아서 여기로 온 건가? 아마 그런 거 같다.
거점으로 놓고 쓰는 거 같은데.
탐지로 살펴보니 녀석들의 숫자는 꽤 된다. 아까 본 30명이 다는 아니었나 봐.
한 50명 정도? 게다가 녀석들은 여자 하나둘 정도는 끼고 있다.
이제 막 해가 졌을 뿐인데 시작된 강간 파티.
잡혀 온 스페인 여자들은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러시아 놈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모습.
다소 선정적인 장면이긴 하지만…. 별 감흥이 없다. 그러던가 말던가.
그냥 보이는 대로 잡아 온 여자들이라 존나 이쁜 것도 아니고 몸매가 개쩌는 것도 아니잖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3류 포르노 같은 장면이다. 보고 있자니 속이 편치 않을 정도.
내가 이래 봬도 눈이 제법 높단 말이지. 저런 걸 보고 하악거릴 시절은 지났다고.
아. 근데 좀 야한 생각이 들기는 하네. 안 되겠다. 나도 여자나 안으러 가야지.
한국은 새벽이니 안되고.
미국으로 가야겠네. 여기는 이따 밤에 다시 오면 되니까 일단 저장하고…. 라스베이거스로 순간이동 한다.
내가 나타나자 위치스 여자들이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나를 보며 묘한 미소를 보이는 여자들.
으. 싫다. 매혹은 이게 문제야. 사람을 꼬무룩하게 만들어.
슬슬 이 여자들도 매혹을 풀어줘야겠어. 대대적인 기억 조작이 필요한 시간이야.
"숙련 잘 하고 있나?"
내 질문에 다들 앞다투어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무슨…. 먹이 물고 온 어미 새 앞에서 자기 입에 넣어달라고 삐악거리는 새끼 새들 같네.
"다들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라. 이러면 내가 뭐 들리냐?"
그제야 조용해지는 여자들.
어휴. 진짜…. 피곤하네. 난 좀 즐기러 온 건데 이게 뭐냐.
"음…. 일단 레나?"
"네! 마스터!"
"너한테 시킬 게 있다."
"네에! 얼마든지요!"
"가서 고급 주택 하나 알아봐. 사람이 사는 곳으로. 시설은 클수록 좋고 주변이랑 떨어져 있을수록 좋아."
"헤에…. 위치는요?"
"위치는 아무 데나 상관없어. 기왕이면 해안가가 좋겠지."
"해안가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
"지금요? 네에!"
그렇게 말한 레나는 갑자기 '소환' 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레나의 앞에 바로 나타나는 서민준.
이야…. 며칠 못 본 사이 서민준은…. 완전 레나의 장난감이 되어있었다.
일단 저 옷…. 저게 문제야.
딱 보기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정장. 거의 턱시도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는 녀석.
"자. 마스터가 시키신 일이 있으니 가자꾸나. 포치야."
"포치?"
"네에. 얘 이름은 포치에요. 그치?"
"왈!"
어휴. 이 여자도 정상은 아냐.
서민준 저놈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 어쩌다가 저 지랄이 난거냐.
"아참. 너 미스터 샤이닝 그놈 아직 추적 걸려있지?"
"네에."
"그럼 나가는 김에 그놈도 죽여."
"알겠습니다!"
그렇게 레나는 게이트를 열고 서민준과 함께 들어갔다. 바로 닫히는 게이트.
뭐…. 지낼곳은 쟤가 알아서 구할 거고.
"자. 그럼, 상담 좀 하자. 누구 먼저할까…. 엠마부터 할까?"
내 말에 얼굴을 붉히는 엠마. 그리고 그런 엠마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신영이와 가인.
"다음엔 너희 차례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엠마와 함께 빈방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얘들은 어떻게 손을 봐야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