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57화 (65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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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텐 료칸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방에 있는 툇마루 같은 곳에 앉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세아와 나란히 앉아 한가롭게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느낌이네[.

세상이 망한 이후로 지금껏 그 많은 요란한 짓거리를 해댄 이유가 이거잖아?

남은 삶을 지금처럼 이렇게 살고 싶어서 그랬던 거니까.

기막힌 요리로 채운 배, 졸졸 흐르는 물소리, 잘 꾸며진 정원, 찰랑거리는 온천, 살짝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옆에 앉아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개구쟁이처럼 웃는 세아.

이 순간은 아마 오래 기억이 날 거 같다.

그만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여름날의 한때.

팔을 뒤로하고 몸을 뒤로 젖힌 채 이 상황을 만끽하고 있는 세아.

그런 그녀의 손에 손을 포개자 다시 내 손 위로 손을 올린다.

나는 다시 손 위로 내 손을 올렸고, 세아는 피식 웃더니 나를 보고 말한다.

"오빠야. 내가 그렇게 좋니?"

다소 뻔뻔한 듯한 그 말투. 평소라면 할 것 같지 않은 말.

확실히 분위기는 사람을 변하게 하나 봐.

어쩜 저렇게 귀엽고 이쁜지.

잠시 뒤 우리는 또다시 알몸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겨우 내 물건을 몸에 전부 넣은 채로 앉아있는 나에게 꼭 안겨있는 세아.

본인은 요염하게 야한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짝 버거운지 겨우 안겨있는 모습이다.

"하아….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가 찌릿찌릿해."

자신의 배를 만지며 나에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야하다.

이렇게 야해도 되는 건가? 솔직히 야하지 않을 수가 없지.

누가 봐도 어려 보이는 얼굴로 반짝거릴 정도로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며 비율을 무시하는 가슴을 출렁거리는데….

게다가 그런 그녀의 몸 안에는 내 물건이 들어있다.

당장 구속되어도 할 말 없는 모습이잖아?

"근데 이제 조금 익숙해진 거 같아. 그러니…. 누워봐."

그러면서 나의 몸에 바짝 밀착한다.

가슴이 눌리면서 나를 밀었고, 나는 그대로 툇마루에 누웠다.

내 위에 올라타게 된 세아.

몸을 세우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익숙해졌다고 말은 했으나 움직일 때마다 아직도 살짝살짝 얼굴을 찡그린다.

아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고작 몇 시간 만에 몸이 변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세아는 그런 건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통증 같은 건 별거 아니라는 듯한 모습. 오히려 그 통증마저도 행복하다는 듯한 움직임.

한참을 눕혀놓은 내 위에서 애를 쓰던 그녀는 결국 가슴을 출렁거리며 잔뜩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나 역시 마찬가지.

따로 내가 움직이거나 한 게 없는데도 금세 느끼고 사정했다.

역시 분위기 탓인가? 아니면 그만큼 세아가 자극적인 걸까?

둘 다일 수도 있지. 어쨌든 지금의 얘는 어마어마한 자극 덩어리니까.

그렇게 잠시 안고 있다가 몸을 씻고 나오는데 세아가 말한다.

"근데."

"응?"

"이따가 저녁에 다 같이 요리를 먹으려면 재료를 미리 줘야 하는 거 아냐? 아까 오빠가 준 거로 양이 되나?"

"음...양은 되겠지? 근데 이야기는 해야지? 그래야 미리 준비 하겠지?"

"그치? 그럼 가서 말해야겠다. 여섯 명 식사 준비해달라고. 아. 근데…. 먼저 승희랑 미나 언니, 안나에게 말해야 하지 않나? 그…. 민희 언니도?"

"음…. 그런가?"

"미리 말해놔야 준비를 하지. 혹시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있고."

"그래? 그럼 이따 가서 말하지 뭐. 지금은 너랑 조금 더…."

"아냐. 일단 가서 말하고 와. 그게 먼저야."

"음…. 그래? 그러지 뭐."

"나는 가서 여주인에게 미리 말해놓을게. 빨리 갔다 와."

"알겠어."

세아의 재촉에 나는 료칸 가운만 입고 바로 벙커로 순간이동 했다.

마침 방 밖의 거실에 있는 승희.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마침 여기 있었네?"

"엥? 오빠 세아랑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거기서 나와요?"

"아, 그게…."

세아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승희는 인상을 잔뜩 쓰더니 날 바라본다.

"오빠."

"어?"

"그 다 같이 모여서 저녁 먹고 놀자는 이야기는…. 세아가 한 거 맞아요?"

"어? 어. 기특하지? 몸은 어려졌는데 생각은 더 어른스러워진 거 같다니까."

"에휴."

"엥? 왜?"

"만약 오빠가 그런 말을 꺼냈으면 오빠 정강이를 냅다 차 줬을 텐데. 세아가 말을 꺼냈다니 어쩔 수 없네요."

"뭔 소리야? 갑자기?"

"오빠. 잘 듣고 세아에게 전해줘요."

"응?"

"기회는 생겼을 때 꽉 잡으라고요. 나중 가서 후회하지 말고. 그리고 욕심도 좀 부리고."

"엥?"

그렇게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바라보자 이번엔 웃으면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물론 세아가 우리를 신경 써주는 건 고맙지만, 오늘은 세아의 날이에요. 그러니 오빠도 오늘은 우리 말고 세아만 봐요."

"아…."

"하여간. 다들 착해 빠졌어. 정말."

그러더니 승희는 나를 보고 빨리 돌아가라는 식으로 손을 휘휘 흔든다.

약간 얼떨떨한 기분에 다시 료칸으로 돌아간 나는 여주인과 함께 있는 세아에게 향했다.

"세아야. 잠깐만."

그녀를 부른 나는 승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부 전했다.

"...라는데."

"어…."

정작 이야기를 들은 세아는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뭐랄까. 그것까지는 생각 못 해봤다는 표정?

"괜찮…. 나?"

"응? 뭐가?"

"내가 욕심내는 게?"

세아의 표정은 딱 그런 표정이다. 마지막 남은 딸기가 올려진 케이크 한 조각을 양보받은 표정?

자기가 정말 이걸 먹어도 되는 거야? 라는 어린아이 같은 반응.

"그런가 봐."

어리둥절했던 그녀의 표정은 서서히 미소로 변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질 정도.

"그렇구나. 어…. 알겠어. 그럼…. 잠깐 여기 있어 봐?"

그러더니 다시 여주인에게 후다닥 뛰어간다.

뭔가 기쁜 듯이 뭐라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 다시 내 쪽으로 후다닥 뛰어온다.

"가자!"

"응?"

내 손을 잡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세아.

그리고 내 옷을 후딱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은 뒤 다시 온천탕 안으로 들어간다.

"기뻐 보인다?"

"에이…. 몰라. 나는 승희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러더니 물에 들어와 앉아있는 나에게 그대로 안긴다.

나를 꼭 안고는 행복하다는 듯 그대로 있는 세아.

나 참. 이거 기쁘네.

나 같은 놈이 뭐 좋다고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

근데…. 나도 생각을 좀 바꾸긴 해야겠네.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데, 내가 나를 폄하해버리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으니까.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겠어.

나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근데 이거 참…. 익숙해지지 않네. 어려운 일이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세아와 밤늦게까지 좋은 시간을 보낸다.

몸을 녹이고, 달아오른 몸으로 섹스하고 다시 기분 좋게 쉬면서 꽁냥거리고.

다시 식은 몸을 따듯한 몸으로 데우고 또 섹스하고, 맛있게 차려진 저녁을 먹고.

그렇게 평소보다 많이 먹어 과식한 배로 어쩔 줄 몰랐다가 여주인의 권유로 탁구를 하게 됐다.

크…. 온천 탁구라니. 오늘은 진짜 애니에서 봤던 건 전부 다 해보네.

근데 온천 탁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스킬을 쓰지 않은 노템전에서는 세아가 나를 가지고 놀았다.

아니…. 쟤는 키도 작고 리치도 짧은데 왜 저렇게 잘하는 거야?

도대체 한번을 못 이기겠네.

근데 스킬 전은 달랐다.

"받아라! 괴력 샷!"

공중으로 날아오른 세아가 팔을 휘둘렀고 이미 열다섯 번 정도 탁구공을 찌그러뜨리며 힘 조절을 완성한 세아가 필살기 괴력 샷을 날린다.

탁구공이 빨랫줄처럼 날아와 내 쪽 탁구대를 맞고 맹렬한 속도로 바닥에 날아간다.

하지만 이미 그 움직임은 익숙해졌다고?

"후후. 어딜!? 블링크 샷!"

차마 못 칠 것처럼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블링크를 사용해서 탁구공을 넘긴다.

"악!"

재빨리 날아가서 받으려 해보지만, 라켓에 맞은 공은 내 쪽 탁구대에 맞질 않고 바닥으로 통통 튀었다.

"후후후. 스킬을 쓸 수 있으면 나도 뒤지지 않지."

"으아! 이건 좀 이상해!"

"공이나 내놔. 내 서브야."

탁구공을 받은 나는 갖은 똥폼을 다 잡으면서 서브를 한다.

"가라! 인비지블 썸씽!"

"아! 또 투명화야!"

투명화된 사람이야 탐지로 볼 수 있지만, 투명화된 물체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당해버린 세아. 이번엔 세아의 서브.

"나도 한다! 인비…. 어쩌고저쩌고!"

세아도 투명화를 써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천리안이 있다.

아주 쉽게 받아내며 공을 되받아쳤고 세아는 다급하게 투명화를 푼다.

겨우 보인 공을 받아넘긴 세아.

"창백한 푸른 점 마구다!"

탁구공을 받아치면서 탁구공에 축소를 걸었다.

순간 좁쌀만 하게 작아진 공을 받아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 세아.

"아! 안 해! 안 한다고! 스킬 없이 하자! 이게 무슨 재미야!?"

"아까 괴력 샷 날릴 때는 되게 재밌어 하던 거 같은데."

"재미없어! 스킬 쓰지 말고 하던가! 그만하던가!"

탁구 몇 판에 원래의 성격이 그대로 돌아와 버린 세아.

아…. 탁구 괜히 했나? 아까 사근사근하던 모습이 좋았는데.

역시 얘는 승부욕이 대단하구나. 귀여워 죽겠어.

"그래? 그럼 그만하고 다른 거 하자."

"다른 거? 뭐?"

그런 세아를 안아 들었다.

"뭐긴 뭐야. 야한 짓이지."

어어? 하다가 나에게 아기처럼 안긴 그녀는 벌컥 화를 내려다가 내 말을 듣고 입을 다문다.

짜식. 좋긴 좋은가 보네. 다시 사근사근해졌어.

이번엔 방에 있는 온천탕이 아닌 여럿이서 쓰는 공용 노천탕으로 갔다.

료칸 자체를 전부 상태 회귀시켰기에 이곳 역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곳.

불을 전부 끄니 밤하늘의 별이 정말 아름답게 빛났고, 그런 곳에서 느긋하게 세아와 온천욕을 할 수 있었다.

"별…. 보면 안 될까?"

"보고 있잖아."

"자꾸 만지니까…. 나는 볼 수가 없잖아."

"그럼 만지지 마?"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 세아를 보면서 낄낄거리는 표정을 지으니 나에게 한마디 하려다가도 다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아래쪽에 들어있는 손가락을 움직이면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지금 별이 문제야?

그렇게 세아와 키스하고, 섹스하고, 별을 구경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살면서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을 정도로.

"고마워."

"뭐가…."

"그냥 다."

"내가 할 소리를 오빠가 하고 있네…."

그러면서 세아는 나에게 꼭 안겨 온다. 그리고는 작게 속삭인다.

"다음에 또 오자. 그때는 다 같이 오자."

"승희가 말했잖아. 욕심을 좀 가지라고."

"내 맘이야. 그리고 둘만 또 오기도 할 거거든?"

"그래. 그건 나도 바라는 바야."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세아가 말한다.

"인제 그만 가자."

"엉? 그래? 자고 안가고?"

"뭐 하러…. 난 침대가 좋아."

"예상 밖이네. 난 자고 갈 줄 알았는데."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올 수 있는데 상관없잖아. 큰맘 먹고 여행 온 것도 아니고."

"사실 그렇긴 해. 그럼 돌아갈까?"

"응."

"씻는 건 집에 가서 씻자. 내방 가서 씻으면 되겠지."

"그래…."

그렇게 세아와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미 피부가 쪼글쪼글해질 정도로 물 안에 있었기에 씻는 건 금방 간단하게 씻었고 세아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간다.

거실에 있던 승희가 왜 벌써 왔냐고 한소리 했지만, 세아는 그런 승희에게 한번 안아주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세아의 등을 토닥여주는 승희. 그리고 두 여자는 '잘 자요!' 하고 인사를 하더니 세아의 방으로 들어간다.

뭐지? 여자끼리 할 이야기가 있는 건가?

근데 잘 자라니…. 나는 잠을 못 자는걸.

세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나도 다시 내 할 일은 해야지.

료칸에 있으면서도 짬짬이 추적 스킬은 계속 숙련했다.

보이는 곤충이나 동물마다 추적이란 추적은 다 걸었으니까.

추적을 빨리 마스터 하긴 해야지.

그래야 미국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내지.

그렇게 나는 바로 뉴욕으로 순간 이동했다.

할 일이 많으니까.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일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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