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54화 (65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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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째 스킬

"번개 파동!"

미나가 쓴 번개 파동이 주변을 덮친다.

티어26인 미나. 스킬 반경 증가를 20까지 찍은 그녀였기에 단순한 번개 파동이 아니다.

장애물이 없으면 200미터는 넘게 뻗어 나가는 전격.

이런 걸 보면 역시 패시브가 최고야. 기본 스킬이 더는 기본 스킬이 아니게 되는 마법이잖아?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찍으려 하기에 번개 파동을 배운 미나.

그런 옆에서 나는 데미지 감소 숙련을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숙련. 빨리 찍어야지. 그래야 다음 스킬들을 팍팍 찍지.

그렇게 저녁이 되고 놀러 나갔던 승희와 세아, 안나가 돌아왔다.

한가롭게 스킬 숙련을 하고 있는 우릴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짓는 세 사람.

하지만 미나의 밝은 표정을 보고 실망을 거둔다. 그리고 미나에게 다가가는 여자들.

네 여자는 이내 뭐라고 작게 속삭이며 이야기하더니 꺄르르 하고 웃는다.

음…. 설마 아까 일을 이야기 하는 거야? 아니겠지?

근데 모르겠다. 쟤들은 무슨 비밀이 없는 거 같네. 무섭게.

밤이 되었고 네 여자는 잠을 자러 들어간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여자들.

하지만 나는 잠과 결별했기에 그녀들과 인사하고 바로 뉴욕으로 순간이동 했다.

한국 시간으로 밤 열한 시. 뉴욕은 오전 열 시.

한국에서 밤이 되면 미국에서의 삶이 시작되는 이중생활.

이거 뭔가 좀 음흉한 말이네. 이중생활이라니.

근데 생각해보니 가능할 거 같다.

지금 뉴욕은 아침 열 시지만 LA 같은 경우는 아침 일곱 시잖아?

두 집 살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원래 잠에 쓰던 시간을 미국의 삶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으음…. 좋네?

어차피 지금은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힘들 테지만, 나중에 평화가 찾아오면 해볼 만 할 거 같은데.

어쨌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앉아 미라지 오션 회장 놈을 바라보며 데미지 감소 숙련을 한다.

걱정도 근심도 없는 상태여서 그런가? 마음이 편안하다.

급할 것도 없고 초조할 것도 없어.

크라켄이 어떻든 미라지 오션이 어떻든 상관없다.

융해와 노화가 어떻든 ROF PROJECT가 뭐든 상관없다고.

내가 놀지만 않으면 언젠간 밝혀지겠지. 적어도 추적만 마스터 하면 바로 알아낼 수 있으니까.

네 여자한테는 성장을 금방 찍겠다고 했지만, 추적이 먼저다.

어차피 이틀 차이 밖에 안나니까. 뭐….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오늘도 평화로운 미라지 오션 컴퍼니.

저기에서 중요한 놈은 몇이나 있을까? 보안을 생각하는 놈들이니 저기 대부분의 인간은 별 권한 없는 놈들일 확률이 높다.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놈들. 정보 취득에 한계가 있는 놈들.

그렇게 녀석들을 보며 숙련을 하다가 결국 데미지 감소를 마스터 했다.

크. 됐어. 이제 나도 개복치 졸업이다.

일단 패시브부터 찍는다.

스킬 반경 증가34, 스킬 지속시간 증가34, 스킬 최대 수치 증가 28, 스킬 한계 돌파28.

그리고 중요한 것. 강한 의지와 생존 의지.

사실 강한 의지는 별 의미가 없긴 하다.

이미 상태 회복을 패시브 화 시켜버렸기에 확률적으로 상태 이상을 막아주는 강한 의지는 배울 필요가 없지.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원하는 건 '강한'이라는 단어니까. 이걸로 뭔가 스킬 조합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일단 스킬 조합은 잠시 두고….

데미지 감소를 먼저 패시브 화 시켰다. 2억 코인이 날아갔지만, 그 정도 값어치는 하니까.

아. 천리안이랑 투시를 패시브 화 할까? 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로 급한 건 아닌데.

아직 코인은 많지만, 문제는 점점 금액이 커진다는 게 문제야. 아직은 두자.

어차피 내겐 봉인 콤보가 있으니까.

다음은 스킬 조합.

강한 의지를 이용해서 스킬 조합을 시도한다.

근데…. 내 예상이 틀렸다. 스킬 조합 되는 게 없네.

아니. 없는 건 아니다. 있긴 있어.

강한 의지와 철근 생성을 조합하니 강철 생성이 나왔다.

하. 어이없네. 이거 맞아? 강철 생성이라고? 아니 어떻게 이런 스킬이 나오는데?

조합 법칙을 전혀 이해 못 하겠네.

아니 게다가 씨발. 강철 생성 같은 게 있었으면 진작 미리 만들지!

그럼 소주 생성 같은 거 안 찍어도 됐을 텐데!

이미 위시를 다 찍었는데 강철 생성이 무슨 의미야.

근데 강철 생성이라. 왠지 효과는 좋을 거 같다.

원하는 모양대로 강철을 만든다면…. 쓸모가 없진 않을 거야. 근데 코인을 몇억씩 주고 조합 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네.

나아아아아중에 코인이 넘쳐나고 조합할 스킬이 없으면 모르겠어.

그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됐어. 데미지 감소 찍었으면 됐지.

어차피 강한 의지 배우는 거라고 해봐야 50만 코인 밖에 안 되는데. 나중에 언젠간 도움이 되겠지.

바로 다음 스킬을 고른다.

추적. 이제 이것만 있으면 몰래 뭔가를 하기엔 더없이 좋아 질 거야.

문제는 이 스킬을 숙련하려면 타겟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귀찮네. 귀찮아. 이러면 망보면서 뭔가를 하기가 어렵잖아.

건물 밑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쓰고 싶어도 혹시라도 반사가 있으면 귀찮아진다.

아. 나 바보네. 굳이 사람에게 쓸 필요 없잖아?

근처에 동물들에게 쓰면 되지. 적어도 동물은 반사를 켜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마침 이 근처에는 공원도 있잖아? 센트럴 파크. 뉴욕의 명물.

바로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보이는 동물마다 추적을 걸기 시작한다.

조류, 벌레, 가끔 보이는 청설모, 다람쥐.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새끼도 있고 암튼…. 걸 수 있는 건 많네.

일일이 타겟을 찍기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거는 것보단 편하니까. 이정도면 훌륭하지.

게다가 미라지 오션 회장 놈의 방도 볼 수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이것저것 하기에는 딱 좋은 자리.

옛날에는 이곳에 사람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조깅을 하거나 가족 단위로 산책하는 그런 사람은 없어졌으니까.

그래도 점심시간이 되면 근처 회사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종종 공원 안까지 들어오긴 한다.

가만히 앉아서 햇빛을 맞으며 스킬 숙련을 하고 있으니 지금 이 모습이 꿈인 것 같다.

내가 뉴욕 한복판에 있는 공원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있는 것.

게다가 묘하게 평화로운 것.

모두 다 말이 안 된다. 진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어.

하늘을 날아다니고 순간이동을 하고 사람들을 죽일 때는 꿈같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오히려 이런 평화로움을 느끼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네.

내가 생각해도 웃겨.

그런데…. 그런 꿈같은 평화로움은 얼마 안가 깨졌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비명.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주변.

아. 기분 잡치네. 대체 뭔 일인데? 왜 지랄이야? 시끄럽게.

고개를 돌려서 소란이 있는 쪽을 바라보니 웬 놈들이 주변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우와? 쟤들은 뭐냐? 뭔데 저 지랄이야?

군복 바지, 나시티, 주머니가 많이 달린 조끼, 근육, 모히칸 머리와 울긋불긋한 머리.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건…. 총? 아니. 총은 없어졌잖아. 저건 공기총인가?

그런 거 같다. 다른 놈 하나가 들고 있던 총을 쏴서 지나가는 사람 하나를 쏴 죽였으니까.

소리가 공기총이네. 이젠 소리만 들어도 알지.

그렇게 갑자기 벌어진 소란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근데 나는 피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냥 가소로운 느낌?

그보다 저놈들이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가 더 궁금해진다.

한번 기억을 읽어 봐?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녀석들 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그놈이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으니까.

들고 있던 공기총을 휘적거리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녀석.

와. 먹잇감이 알아서 다가오네? 너무 좋다. 귀찮은 것까지 알아서 배려해주고.

데미지 감소를 찍었으니 공기총에 맞아도 안 죽겠지?

장룡 그놈은 철근에 몸이 꿰뚫려도 안 죽었잖아? 하물며 공기총 따위야 따끔하고 말 거 같은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순순히 맞아주는 건 약간 손해인 거 같기도 하다.

게다가 그걸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귀찮아질 수도 있어. 그러니 그냥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낫지.

어차피 '자라' 한마디면 끝날 놈들이니까.

한 열 걸음만 더 오면 수풀 쪽이니 재워버리고 바로 게이트를 깔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기다리자.

그렇게 녀석이 다가오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 한 가닥이 떨어져 공기총 든 놈 하나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멈춰라! 스케빈져 크루! 죄 없는 시민들을 해치다니!"

어우. 저건 또 뭐야.

쫄쫄이 옷에 프로토스 갑옷 같은 걸 입은 남자가 하늘에 떠서 당당하게 외친다.

뭔가 했는데…. 나는 저놈을 안다. 민후에게 만들어줬던 히어로 카드. 캡틴 썬더러.

그러니까 저 공기총 놈들은 스케빈져 크루. 뉴욕의 새로운 빌런들.

그리고 저놈은 그걸 막으러 온 히어로. 어이구. 잘들 논다 정말.

"죽어!!"

스케빈져 크루 녀석들이 공기총을 마구 난사한다.

하지만 캡틴 썬더러가 두른 보호막에 모두 막히는 총알들.

그리고 녀석이 손을 휘두르며 뭐라고 중얼거린 뒤 외치자 번개 구체가 나와서 스케빈져 크루 녀석들을 휩쓴다.

일반인들이 보면 약간 뽕 차는 모습일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보기엔 그냥 하품만 나오는 수준이다.

그냥 지금 이 상황이 귀찮다. 내 숙련을 방해하는 잡놈들의 행패로 밖에 안 보이는 모습.

저 새끼도 치워버릴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솔직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눈치 못 채게 순삭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근데 놔둔다. 쟤가 죽어버리면 민후가 가진 카드가 의미 없어지잖아?

아. 상관없나? 없네? 어차피 내일이면 걔는 방주로 갈 테니까.

잠깐 고민하는데…. 문뜩 미라지 오션 회장 놈 쪽을 봤다.

히어로 협회 역시 저쪽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놈들인데 여기서 설치는 이유가 있나?

소름 돋게도 회장 놈은 창가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크. 젠장. 실수할 뻔했네. 괜히 나댔으면 큰일 날뻔했어.

뒤늦게나마 스마트 폰을 꺼내서 캡틴 썬더러를 찍는 척이라도 했다.

이런다고 민간인 척하는 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고 멀뚱멀뚱 있는 것보단 낫지.

그리고 마침 번개 구체가 이쪽 근처로 오길래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척을 한다.

녀석을 살펴보다가 이쪽을 보지 않고 있을 때 바로 축소를 썼다.

에이. 처음부터 축소랑 투시를 쓰고 있을걸.

괜히 여유 부렸네. 방심하고 있었어.

소동은 금세 끝났다.

스케빈져 크루 놈들은 도망갔고, 뒤늦게 경찰과 911이 와서 주변을 통제하고 부상자들을 살핀다.

경찰과 이야기 하는 캡틴 썬더러.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향해 손뼉 친다.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들고 일일이 고개를 숙이는 녀석.

자기가 일개 트루먼 쑈 배우인 걸 모르는 녀석이 좀 불쌍하네.

제 딴에는 정말 사명감으로 저 짓을 하는 걸 텐데.

녀석에게 관심을 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 추적 스킬 숙련을 계속한다.

그러면서 아직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회장 놈을 바라본다.

조금만 기다려라. 추적 마스터만 하면 니놈에게 바로 추적을 걸어줄 테니.

그럼 그때는 알 수 있을 거다. 저놈이 가진 비밀을. 그리고 그 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진짜 흑막을.

뉴욕에도 밤이 찾아오고 센트럴 파크 나무 위에서 느긋하게 누워서 주변에 추적을 걸던 나도 슬슬 몸을 일으켰다.

저녁 8시. 한국은 아침 9시.

바로 가기엔 좀 이르지? 아직 자고 있을 게 뻔한데.

아. 라스베이거스나 가야겠다. 귀찮아도 매혹 리필은 해야지.

순간이동 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여자들.

레나, 신영, 가인, 엠마.

"서민준은? 사냥하나?"

"네. 파티를 마스터 해서 사냥 보내 놨어요."

"벌써? 그럼 넌 다음에 전송이랑 소환, 통신 배워."

"네. 알겠습니다아."

"다른 애들은? 신영 너는?"

"저는 지금 보호막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 가인 너는?"

"저는 적수요."

"엠마는? 아. 반사 숙련하고 있나?"

"네. 그렇습니다."

"그래."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당장 필요하니 티어13 까지는 찍어 놓으면 좋겠는데.

주가인 쟤는 금방 티어13은 될 거 같지만 신영이가 늦네.

"신영. 너 스킬 여덟 개지?"

"네. 맞습니다."

하나에 나흘. 스킬 다섯 개에 20일.

"2주 안에 티어13 찍어라."

"2주요. 알겠습니다."

쟤는 뭘 알고 저렇게 순순히 대답하는 거야?

레나를 보니 미간이 찌푸려져 있는 게 보인다. 하긴. 쟤는 알겠지. 2주 만에 스킬 다섯 개 마스터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조금 더 있을까 했는데 관두기로 했다. 얘들은 귀찮아. 자꾸 치근덕거리니까.

이 여자들이 아쉬워하겠지만, 다 방법이 있지.

"그럼 고생해라. 스킬 숙련 열심히 하고. 그래야 나에게 도움이 되지."

뻔뻔한 말. 하지만 매혹 걸린 여자들에게 이만한 응원은 없다.

저것 봐. 쟤들 좋아하는 거.

쯧. 빨리 추적을 마스터해야겠네. 그래야 얘들 매혹도 풀어주든가 말든가 하지. 그래야 이런 꼴도 안 볼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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