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48화 (64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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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지 오션

민간인이 이렇게 많이 살아있다면, 굳이 이렇게 숲 밑에 만들어진 비밀 시설보단 그냥 빌딩 숲 사이에 건물을 만들어 놓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비밀 요원 놀이라도 하고 싶었나 보지.

근데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네. 스킬 초창기 때에는 이런 곳에 숨어있었으면 어지간해선 찾기 힘들었겠지.

지금처럼 이런 스킬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럼 왜 안 옮겼지? 음…. 모르겠다. 일단 녀석들에게 정보를 캐고 나서 생각하자.

히어로 협회의 본부. 뭐…. 아담하다. 별거 없어 보이고.

문제는 흥미로운 것을 두 개 찾았다는 거다.

크라켄 마크.

그리고 지난번 파괴자 로모도였나? 암튼 그놈 주변에 알짱거리던 정장.

그놈이 맞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근데 느낌이 비슷하다.

결국, 내가 생각한 게 맞았어. 히어로를 케어해주는 놈들과 빌런을 케어해주는 놈들이 같다는 거.

그래도 너무 성의 없네. 어떻게 한 건물 안에서 같이 있냐.

적어도 서로 구분은 한 다음에 윗대가리들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굉장히…. 어설픈 느낌인데.

어쨌든 발견했으니 뭐…. 기억을 읽어보면 되겠지.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힘들어서 그렇지…. 발견만 하면 뭐든지 할 수는 있어.

이제 막 아침이 된 시간.

그래도 명색이 비밀 기지라 그런지 녀석들은 차를 타고 이 숲까지 오거나 하는 멍청한 짓을 하진 않았다.

속속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녀석들.

그래. 적어도 전원 순간 이동 정도는 있어야지. 그래. 그게 맞지.

게이트까진 아니라도 순간 이동은 있어야 하는 게 맞아.

문제는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

재우고 기억을 읽기엔 무척 이른 시간.

그나마 다행인 건 녀석들은 교대인원이 있었다.

아마시차가 있는 미국 전역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빌런이랑 히어로 때문이겠지.

빌런이 낮에만 설치는 건 아니니까.

여길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교대 인원 때문이었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그냥 조용한 숲이라고 생각하고 쓱 넘어갔을 거야.

근데 밑에 놈들을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결국은 여기 대빵 놈을 읽어야지.

고민이네. 어떻게 하면 티가 안 나게 기억을 읽지?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기억 조작을 병행해서 해볼까?

최근 몸이 안 좋았다거나 피로가 심해서 깜빡 졸았다고 하면…. 크게 어색하거나 하진 않을 거 같은데.

왜 기억 읽기는 꼭 몸에 손을 대야 하는 걸까. 블루투스 기억 읽기는 왜 안되냐고!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 게 나오면 안 된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원거리에서 기억을 읽는다고 한다면 소름 끼칠 테니까.

물론 반사가 있긴 하니까 상관은 없지만…. 암튼 좀 그래.

근데 밤이라고 해도 녀석의 기억을 읽을 방법도 없다.

순간 이동을 써버리면 녀석이 어디서 자는지 알 방도가 없어.

추적을 배울 때까지 기다려? 그럼 나흘 정도 걸리는데. 빠르면 사흘 정도.

사실 그게 가장 안전하긴 하지. 음…. 차라리 그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굳이 무리해서 건드릴 필요가 없는 놈들이잖아? 그리고 그사이에 하와이에 그 중년남이 올지도 모르고.

아…. 그러고 보니 그놈도 마찬가지긴 하네.

결국…. 추적이 있긴 있어야겠구나. 그 사이에는 뭐 할 수 있는 게 없네.

상대가 조금이라도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하다못해 잠에서 깼는데 자기에게 걸려있는 버프가 꺼져있는 것만으로도 의심할 수 있으니까.

방법이 없나? 뒷일 생각 안하고 냅다 기억 읽는 거 말고 완벽하게 기억을 읽는 법.

음…. 납치해서 기억을 읽고 기억 조작을 조금 한 다음 마리오네트를 써서 피할 수 없는 수면으로 꺼진 반사 같은 것을 다시 쓴 다음 원상 복귀?

나쁘진 않은 거 같은데? 그럼 레나를 데려와야겠네.

일단 지금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근데 숙소에 없는 여자들. 아. 맞다. 인도로 보냈지.

다시 벵갈루루로 이동. 레나를 데리고 수원 벙커로 보내놓는다.

그리고 다시 시카고로 순간 이동. 블링크에 페이즈 아웃.

땅바닥으로 다이브 해서 아까 봐놨던 여기 히어로 협회의 가장 윗대가리 놈의 방으로 향한다.

마침 혼자 있는 녀석. 해제 후 수면을 걸고 이 방을 저장한 다음 수원 게이트를 열어 녀석을 데리고 간다.

지금부터는 타임 어택이니 서둘러야겠네. 딱 필요한 기억만 빠르게 읽어야겠어.

근데…. 생각보다 읽을 게 많다.

뭐지? 이놈 의외로 알고 있는 게 많네?

기억을 더 읽어야겠네…. 일단 그러면.

녀석이 있던 방으로 순간 이동 한 다음 방 안에 있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게이트를 열고 수원으로 넘어와 레나에게 말한다.

"여기 들어가 있다가 만약 밖에서 인기척이 나거나 그러면 문 두어 번 두들겨서 사람이 있는 척 해."

"네에."

그렇게 게이트로 넘어간 레나.

이러면 화장실에 있었던 것처럼 되겠지. 시간을 벌었어.

다행히 녀석의 기억을 읽을 동안 누가 들어오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게 빼먹을 건 다 빼먹은 녀석을 기억 조작을 써서 본인이 화장실에 직접 온 것처럼 만들었다.

다행히 원래 쓰고 있던 버프는 없네. 반사도 안 켜고 다니는 놈이야. 한심한 놈.

그렇게 녀석의 바지를 벗기고 변기에 앉혀놓은 나는 게이트를 다시 넘어와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썼다.

닫히는 게이트. 아마 수면도 깼겠지.

됐어. 이러면 감쪽같을 거야. 그럼 저놈은 됐고.

"레나. 너도 다시 인도로 돌아가."

벵갈루루의 게이트를 열어주자 뭔가를 기대했었는지 레나는 입을 삐죽이며 게이트로 넘어간다.

하여간…. 머리에 야한 생각만 잔뜩 차 있는 여자야.

그렇게 레나도 보낸 다음 게이트를 닫고 다음 위치로 향한다.

뉴욕이라고? 그것도 멘하튼? 뉴욕을 그렇게 다녔는데…. 바로 코앞에 있었네.

여기 시카고에 오면서 왜 도심 한복판에 이런 본부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니냐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그러고 있었네. 그것도 뉴욕 가장 한복판에.

바로 뉴욕으로 순간 이동. 그리고 녀석의 기억에서 봤던 주소와 건물을 확인한다.

지도를 보니 여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그다지 멀지도 않은 곳이다. 정말 코앞이었어.

제법 멋진 빌딩. 회사 이름은 미라지 오션 컴퍼니.

여기가 크라켄의 모 회사다. 그리고 히어로 협회의 뒷배이기도 하고 현재 미국을 움직이는 핵심기관 중 하나이기도 한 곳.

히어로 협회의 협회장으로 있던 그 남자. 생각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때는 미라지 오션 컴퍼니의 이사였던 남자.

하지만 내부 파벌 싸움에서 진 그는 결국 한직인 히어로 협회로 좌천됐다.

원래 히어로 협회는 세상이 망하고 난 이후 상당한 파워를 지닌 곳이었다.

내부 치안 확보와 국민들 민심을 잡는 큰 역할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라지 오션이나 국가에서는 이제 히어로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다.

누군가가 Q&A를 쓴 거겠지. 그리고 진실을 알아버린 거다. 이 많은 국민을 다 안고 갈 이유가 없다고.

그렇다면 상당히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관리를 확실하게 하는 걸까.

딱 한 명만 필요한데, 어째서 그 밑에 놈들은 그 Q&A 쓴 놈을 따르는 걸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나? 일부 특정 인원에게 미래를 보장해줬나? 그들이 늙어 죽을 때까진 죽이지 않는다고?

근데 그게 효과가 있나? 아무 의미 없는데?

힘을 가진 놈이 찍어 누르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텐데.

약속 파기에 대한 대처가 있나? 음…. 모르겠네. 그건 뭐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고.

어쨌든 또 윗선을 밝히긴 했어. 그럼 이 미라지 오션 컴퍼니 여기에서 가장 높은 놈을 또 조지면 되는 거겠지.

이제 거의 다 온 거 같긴 하다. 정말…. 밑에서부터 캐서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네.

세상을 조종하는 흑막 같은 놈들은 이래서 문제야. 찾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마왕같이 대놓고 나대는 놈은 그냥 마왕 성으로 쳐들어가면 바로 쳐죽일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근데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하자니 드럽게 귀찮다.

다른 접근 방식은 없을까? 녀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정보를 빼내는 짓도 참 쉬운 일이 아니야.

물론 상대가 자신들을 노리는 걸 알아차리면 난이도가 몇 배로 오르니 차라리 이렇게 고생하는 게 낫긴 하다.

에휴. 지랄 말고 얌전히 정보나 모으자. 방법이 없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에 축소를 쓰고 앉아 미라지 오션 컴퍼니의 회장실을 바라본다.

50대의 남자. 깔끔한 정장에 가르마를 탄 머리. 느낌 있는 남자네. 되게 딴딴하게 생기기도 했고.

저놈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놈일까? 혹시 저놈이 Q&A를 쓰는 흑막이 아닐까?

음…. 근데 그건 아닐 거 같다. 그런 놈이라면 번거롭게 회장 같은 짓을 하진 않겠지.

어디 깊은 아지트에서 쌔끈한 언니들의 시중을 받으며 느긋하게 여유 부려야지.

왜 저런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을 하겠어.

그래도 녀석 정도 되면 핵심 인물 중에 하나 일 거다. 아니 그래야만 해.

그만 좀 번거로워지자. 더는 뺑이치기 귀찮아.

대체 이 미국을 얼마나 더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거냐고. 귀찮게 말이지.

데미지 감소 숙련을 하면서 회장을 지켜본다.

근데 별로 지켜보는 재미는 없네. 되게 성실하게 일하고 있어.

녀석만 보는 건 재미가 없어서 회사의 다른 곳들을 살펴본다.

커다란 빌딩. 곳곳에 가득한 사람들.

지켜보고 있다 보니 상당히 웃겼다.

저 사람들은 왜 세상이 이 꼴이 났는데도 아직 회사의 노예가 돼서 저러고 있는 걸까?

지난 세상에서의 관성? 아니면 안정적인 식량의 확보?

하긴 달러를 그대로 쓸 정도로 국가의 행정력이 살아있었으니 한국이나 일본처럼 개판이 되지는 않아서 그런 거긴 하지만….

참 생각할수록 희한한 사람들이다.

저들을 보면 내가 정말 비정상인 게 확 느껴진다.

어우. 또 잡생각이 잔뜩이네. 스킬 숙련이나 해야지.

데미지 감소 숙련. 끊임없이 중얼거리느라 입술이 아프다.

근데 진짜…. 잠이 안 오는 건 신기하네.

장룡 그놈을 보지 않았다면 이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 거야.

아. 맞다. 녀석에게 술 한 잔 줘야지.

근데 어디다 줘야 하지? 싱가포르로 가야 하나?

죽은 곳에서 주는 게 맞겠지? 아직 싱가포르 저장해놓은 게 있던가?

아…. 있네. 그럼 바로 가야지.

싱가포르로 순간 이동하고 장룡 녀석이 죽은 곳으로 향했다.

아직도 곳곳에 철근이 잔뜩 박혀있기에 녀석이 죽었던 곳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 여기네. 녀석이 죽은 곳.

수납에서 소주를 꺼내려다가 그거 말고 조금 좋은 거로 뿌려주기로 했다.

소주 생성으로 뽑을 수 있는 가장 비싼 소주가 뭐가 있을까?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아. 그래. 안동 소주로 하자. 그거면 되겠지. 설마 빼갈 아니라고 지랄하진 않을 거 아냐.

병뚜껑을 따고 녀석이 죽은 자리에 콸콸 부어준다.

이미 죽은 놈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어쨌든 녀석을 보고 알아낸 것도 많고 남겨놓은 것을 잘 쓰고 있으니까.

그렇게 술 한 병을 다 따라주고 병은 녀석이 죽었던 곳에 놨다.

새끼. 나중에 죽어서 보자. 어차피 나도 지옥행은 확정일 테니.

어쨌든, 기왕 한 김에 야쿠자의 왕 그놈에게도 해줘야지.

매번 한다 한다 해 놓고 아직 안 하고 있었으니까.

수원으로 순간 이동하려다가 생각해보니 큐슈에서 가는 게 더 빠를 거 같다.

지도를 꺼내 거리를 재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규슈가 훨씬 빠르네.

다행히 아직 큐슈도 저장해놓은 게 있으니까 바로 순간 이동한다.

그리고 200킬로 좀 넘는 거리. 그거야 뭐 순식간에 갈 수 있지.

황량한 도시가 된 부산. 그리고 서면.

녀석이 죽었던 빌딩 옥상에 도착한 나는 장룡 녀석에게 따랐던 안동 소주를 똑같이 한 병 부어줬다.

새끼. 너도 고맙다. 니 덕분에 꿈도 꾸기 힘든 놈들 잘 잡았어. 니놈도 나중에 보자. 새꺄.

그렇게 똑같이 병을 놨다.

자. 이제 할 건 다 했고.

다시 뉴욕으로 순간 이동했다.

컴컴한 밤이 밝은 대낮으로 변하는 건 정말 몇 번을 해도 기분이 이상하다니까.

한국 시각으론 새벽 3시. 여기는 오후 2시. 아직도 9시간이나 더 있어야 하네. 아오. 지겨워.

다시 미라지 오션의 회장 놈을 지켜보며 데미지 감소 숙련을 한다.

그러면서 또 슬그머니 드는 잡생각.

아마 미국에 있을 녀석 흑막 녀석.

유럽에 있는 언노운.

러시아의 잔재 스멜리 코퍼레이션.

일단 신경 써야 하는 곳은 이 세 군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서로 거나하게 싸우며 서로의 위치를 죄다 드러내는 건데.

이 넓은 세상에서 그런 상황을 딱 마주하기는 정말 힘들 거다.

뭐 방법이 없을까?

특히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언노운. 그놈은 대체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 거야?

뭐라 그랬더라? 스위스식 독일어?

그럼 스위스를 뒤져보면 되나? 녀석도 사람인 이상 아지트 같은 건 있을 텐데.

일단 준비가 갖춰지면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어.

그렇게 되려면 일단 미국을 어느 정도 해결해야지. 그래야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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