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45화 (645/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조우

"이야."

벙커로 돌아가니 완전 새로운 곳이 되어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미나 때문에 청소는 깔끔하게 해두는 편이긴 했지.

근데 지금은 완전 달라졌다.

처음 벙커 들어오고 치웠을 때보다 깨끗한 느낌인데?

"오빠도 왔으면 오빠 방 치워. 바닥은 미나 언니가 청소기 한번 돌렸어."

나를 보고 냅다 말하는 세아.

"내 방에 뭐 치울 게 있나? 깨끗할 텐데?"

"그래도 모르니까 치워!"

"넌 평소에 청소 죽어라 안 하면서 왜 갑자기 유난이야."

내가 웃으며 말하자 세아는 상대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표정으로 하던 청소를 마저 한다.

"어? 오빠 왔어요?"

주방에서 나오던 미나가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미나. 보니까 뭔가 잔뜩 요리를 하는 거 같은데.

"요리해?"

"요리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있는 거 준비하는 거죠. 그래도 손님이 오는데 먹을 게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미나가 있어서 다행이다.

미나가 있어서 그나마 사람 사는 모양새가 나오는 거지…. 없었으면 큰일 날뻔했어.

"재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그래도 있는 거로 어떻게든 준비했으니까."

"재료? 뭐가 필요한데? 말만 해."

"네? 갑자기요?"

"어. 뭐든 말해봐. 가능하니까."

"돼지 갈비?"

"위시."

그리고 지난번 햄버거 세트가 나왔을 때처럼 코인 주머니 같은 게 나타났고, 그걸 만진 내 손에는 돼지갈비가 조금 과할 정도로 많이 들려있게 되었다.

"어!? 어어…."

"근데 돼지 갈비를 지금 받아도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 재어놔야 하는 거 아냐?"

"아뇨! 할 수 있어요! 오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건 아니니까!"

그러면서 내 손을 잡고 후다닥 주방으로 들어가는 미나.

"승희야! 안나!"

미나가 다급하게 승희와 안나를 불렀고 두 여자는 바로 주방으로 왔다.

"나 좀 도와줘. 지금부터 돼지 갈비 할 거거든?"

"으악? 갑자기!? 암튼 알았어. 뭐 도와주면 돼?“

”미나!? 돼지 갈비!? 진짜!?”

"어…. 일단. 오빠? 물엿도 돼요?"

"위시."

"간장도요!"

"위시."

"마늘이랑…."

"위시."

그렇게 미나가 말하는 재료들을 전부 위시로 생성해내자 미나는 완전 신난다는 듯 승희와 안나에게 이것저것을 지시한다.

"승희 너는 파 좀 썰어주고, 안나는 양파 좀 부탁해. 어…. 그리고…."

미나는 무슨 야전사령관 같은 모습이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팍팍 해내면서 중간중간 승희와 안나가 쉴 틈도 없이 일을 지시하는 모습.

어느새 다가온 세아가 내 옆에서 그런 미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근데 미나가 너는 왜 안 부르냐."

"하.하.하. 나는 이미 오래전에 미나 언니에게 주방 출입을 금지당했지!"

"전에 보니까 너도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던 거 같던데?"

"응. 실패."

"아. 그래. 근데 너무 당당한 거 아니냐."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돕는 거거든."

"하긴. 고공동 고기 창고에서도…."

"캭! 시끄러워! 그건 고기 상태가 이상했던 거라고!"

앞으로 얘를 놀릴때는 요리로 놀려야겠다. 근데 센스도 좋은 애가 왜 요리는 못하지?

"오빠! 이제 재료는 다 된 거 같으니까 밖에 있어도 될 거 같아요!"

나를 보고 말하는 미나.

아. 이건 정신없으니 나가달라는 말의 정중한 버전인가?

어쨌든 세아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정오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고…. 방주에는 정오 전에만 가면 되겠지. 데리러 가는데 1초도 안 걸리니까.

그렇게 소파에 앉아서 스킬 숙련이나 할까 하는데 세아가 옆에 앉는다.

분명 상태 회귀를 했는데도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 모습.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30센치가 컸는데."

"뭐야? 시비 거는 거야?"

"아니. 여자들은 성장이 일찍 멈추는구나 싶어서."

"초경 시작하면 더는 안 큰다고 봐야지. 커봐야 찔끔?"

"아. 그런 거야?"

"뭐…. 대충 그럴걸? 나도 자세한 건 몰라."

"그렇구나."

그러면서 슬쩍 세아의 허리를 감쌌다.

내 손길을 느끼고 나를 째려보는 세아.

"뭐 하는 거야?"

"음. 너 상태 회귀한 다음에 제대로 확인을 못 한 거 같아서."

"뭘 확인해."

"뭐긴. 니 몸이지."

그러면서 나는 세아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님이 온다고 해서 그런가 안 하던 브라까지 하고 있는 세아.

“손 빼.”

"또 스포츠 브라네."

"뭐 제대로 된 걸 하나 구해주고 나서 투덜거리던가."

"아. 맞네. 이런 것도 되려나? 안될 리가 없지. 위시."

"엥?"

근데 위시를 해놓고도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 그러니까.

"세아야."

"왜?"

"너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

"변태야?"

"진짜 변태가 뭔지 알려줘?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말해봐. 뭐라고 해야 너한테 맞는 브라를 구할 수 있는데?"

"어? 구한다고?"

"아. 빨리."

"어…. 65E?"

세아가 말한 게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65E 브라라고 말하자 역시 코인 주머니처럼 보이는 게 생겨났고, 그걸 만지자 하얀 브라 하나가 손에 잡혔다.

"엑?"

"자. 이거 해봐."

"으…. 이거 뭐야. 색이 왜 이래."

"색도 말하지 그랬어."

"이런 건지 몰랐지!"

그러더니 나에게 브라를 받고 방으로 가는 세아.

당연하다는 듯 내가 따라 들어가자 깜짝 놀라더니 나를 보며 말한다.

"뭐야! 왜 따라와?"

"왜? 잘 맞는지 봐야 할 거 아냐."

"캭! 밖에 있어! 내가 해보고 나올 테니까!"

"뭔 소리야. 뭐하러 그래."

그러면서 세아의 등을 떠밀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와서도 주저주저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세아.

"왜? 벗겨줘?"

"아! 진짜!"

"왜 인제 와서 부끄러워하고 그래?"

"몰라!"

그러더니 옷을 훌렁 벗는다.

입고 있던 스포츠 브라를 벗으려다 잠시 멈칫한 세아는 결국 브라까지 벗었고, 그러자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비율의 가슴이 출렁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

"입! 입! 입 좀!"

"야. 감탄한 거잖아. 칭찬이라고. 극찬이란 말야."

평소답지 않게 부끄러워하는 세아는 내가 위시로 생성해준 브라를 차본다.

와…. 이거 좀 야하네. 왜 맨 가슴보다 브라를 한 게 더 야하냐.

"어…. 된 거 같기도 하고. 밑이 조금 남는데."

"난 잘 모르겠다."

"60E도 되나? 색은 베이지로."

"위시."

바로 브라를 만들어서 건네주자 아까의 하얀 브라를 벗고 이번엔 베이지색 브라를 입는다.

"이게 낫겠네. 아니…. 컵이 좀 끼나? 이거 컵 사이즈가 내가 아는 거랑 좀 다르네. 오빠 60F도 되나?"

그렇게 계속해서 브라를 생성한다.

잘 모르는 나는 만들어달라는 대로 만들어줬고, 결국 세아는 이것저것을 입어보고 맘에 드는 걸 골랐는지 만족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이렇게 편한 적은 처음이네."

"끝났어?"

"어. 끝났어. 고마워. 오빠 덕분이네."

"그럼 내 차례야."

"엥?"

세아를 내 무릎에 앉히고 브라를 위로 올린 다음 뒤에서 끌어안듯이 양쪽 가슴을 만진다.

아. 정말. 구경만 하느라 고생했네.

눈앞에서 이런 훌륭한 가슴이 출렁출렁하는데 만지지도 못하고 말야.

"아. 뭐 하는 거야. 이제 손님도 오는데."

"가슴만 만지는 건데 어때. 내가 뭐 더 야한 걸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귓가에 속삭이자 몸을 흠칫하는 세야.

아. 좋네. 매번 땍땍거리는 가스나지만, 이럴 때는 또 잔뜩 부끄러워한단 말이지.

이 갭이 참 좋은 거야. 손의 촉감도 좋고. 역시 최고라니까.

"으…. 그만해. 시간 없잖아!"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아직 시간 좀 있을걸?"

그렇게 5분 정도를 더 만지자 세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내 손길을 느끼게 됐다.

아마 지금 얘 얼굴을 보면 푹 익은 당근 같은 색이겠지?

"아깝다. 그치?"

"몰라. 이 변태야."

내가 가슴에서 손을 떼자 휙 하고 일어나더니 브라를 내리고 윗옷을 찾아 입는다.

아무래도 아쉽단 말이지.

근데 상태 회귀한 이후로 아직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급하게 할 필요는 없지.

세아는 그런 걸 신경 쓸 거 같으니까. 조금 더 좋은 분위기에서 해야지.

아. 아까 부끄러워 한 것도 그것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더 야한 건 다음에 느긋하게 하자. 좋은 곳에서."

"빨리 가기나 해. 변태 오빠야."

그런 그녀를 보면서 피식 웃었고, 나는 세아 방을 나와 주방으로 갔다.

"이제 데리러 갔다 올게."

"어!? 벌써요? 아. 그래요. 알겠어요."

승희가 시계를 보며 말했고 미나는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인사를 해준다.

안나는…. 뭐야? 왜 울어? 아. 양파 썰어서 우는구나? 근데 양파를 아직도 썰어?

어쨌든 그런 그녀들을 두고 방주로 순간이동 한다.

내 방에 도착한 나는 일단 천리안과 투시를 쓰고 민희가 어디 있나 살펴봤다.

보안실에는 없고…. 어딨지?

한참을 찾아본 끝에 식당에서 발견한 민희.

펜스의 식당 아주머니에게 잔뜩 뭔가를 받은 그녀는 그걸 수납에 넣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온다.

그리고 바로 내 방으로 오는 그녀.

아. 오늘도 오피스 룩이 잘 어울리네. 하긴, 저 여자는 저거만큼 어울리는 게 없지.

뭐랄까. 민희의 전투복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안 불편한가? 날마다 저렇게 타이트하게 입고 있으면 힘들 거 같은데.

게다가 하이힐까지.

물론…. 겁나 이쁘니까 보는 나야 좋지만, 하이힐 저건 정말 불편해 보인다.

저런 걸 신고 어떻게 다니는 거야. 정말 신기해.

하긴, 미나는 힐 신고 춤도 췄는데 뭐….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더 대단하지. 어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방으로 들어온 민희.

내가 있는 걸 보고 늘 짓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여준다.

"와있었네요."

"암. 에스코트하러 왔지."

자신의 시계를 보는 민희. 나도 스마트 폰을 들어 시계를 본다. 12시 50분. 아직 10분 남았네.

"나. 되게 떨리는 거 있죠."

내 옆에 앉으면서 말하는 민희.

"니가? 떨리기도 해?"

"그러게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근데 그거 알아요? 나는 당신의 그녀들을 만나러 가는 건데 무슨 시누이들 만나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시누이? 어우. 그건 위험하잖아. 근친이 되어버리는데?"

"아이. 진짜.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죠."

내 허벅지를 찰싹 때리는 민희.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큭큭 웃었다.

확실히 긴장하긴 했나 보네. 평소보다 여유가 없어.

근데…. 진짜 웃기는 상황이긴 하다.

멀쩡한 세상이었다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다섯 번째 애인이 다른 네 명의 애인들을 만나는 자리라니.

"착한 애들이니 괜찮을 거야."

"내가 못되게 굴면요?"

"니가? 에이. 농담도."

만난 지 몇 분 안돼서 아키와 하루카를 구워삶은 여자다.

게다가 경계심 있던 도현이와 하은이도 쉽게 품었던 여자고.

붙임성이 좋은 여자잖아?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승희나 미나, 세아, 안나도 뭐…. 그렇게 까칠한 애들은 아니니까. 아, 세아는 아닌가?

너무 내 바람이 큰 건가? 너무 희망 회로를 굴리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럼 갈까?"

"2분만 더 있다가요. 어차피 바로 갈 수 있잖아요."

"그래? 그럼 그러자."

"살면서 이렇게 떨리긴 또 처음이네요."

슬쩍 손을 잡아주자 민희는 바로 깍지를 낀다.

그렇게 내 손을 꼭 잡은 여자. 잠깐을 그렇게 있더니 나를 보고 말한다.

"그럼…. 가요."

"그래? 그럼 신발 벗어."

"네?"

"집으로 바로 이동하니까. 신발 벗어서 수납에 넣어 놔."

"아."

그렇게 힐을 벗어서 수납에 넣은 민희.

나는 게이트를 열었고, 민희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게이트 너머로 발을 옮긴다.

내 방에 넘어온 나와 민희. 아무도 없는 방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

이렇게 조심스러운 민희는 또 처음이네.

항상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말야.

그만큼 이 여자도 긴장했다는 뜻이겠지?

게이트를 닫고 거실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자 민희가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자…. 잠깐요. 잠시만요."

와. 귀엽네. 이 여자가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이다니.

"그럼 잠깐 있어 봐. 애들 부를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만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있는 승희와 세아. 미나는 아직 주방에 있는 거 같고, 안나는…. 자기 방에 있네?

"왔어."

"어!? 왔어요? 어디에요? 오빠 방에?"

"어."

"미나 언니! 왔데!"

세아가 주방으로 향하며 외쳤고, 안나가 자신의 방에서 나오더니 내 쪽을 본다.

"왔어요?"

"어."

아마 편한 옷을 갈아입고 가장 무난한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안나.

일어서 있는 승희의 옆으로 가서 서더니 어찌할 줄을 몰라 한다.

그러고 보니 승희도 약간 긴장한 거 같네. 나만 느긋한가 봐.

승희와 미나, 세아를 만나게 했을 때나 안나를 데려왔을 때는 내가 더 긴장했던 거 같은데.

어째 이번에는 반응이 반대가 됐네.

미나와 세아가 주방에서 나왔고, 미나는 하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서 옆에다가 내려놓는다.

준비가 된 거 같은 그녀들을 보고 나는 내 방문을 열고 민희에게 손짓했다.

모습을 드러낸 민희. 그리고 서로를 보게 된 다섯 여자.

아….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됐네.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