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10화 (63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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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자정이 되자 허브에 수많은 게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사람 하나만 오갈 정도의 게이트였다면, 지금은 최대 사이즈로 열린 게이트들.

아마 각 지역에 있는 특수 파견대가 자정이 돼서 연 거겠지? 근데 왜 저렇게 크게 열었냐?

그 궁금증은 금방 해소됐다.

공항 중심 쪽에 게이트 하나가 열리고 거기에서 파견대 몇 명이 나오더니 그 뒤를 이어 트럭들이 줄지어 나온다.

그리고 차들은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각자 정해진 게이트를 향해 바로바로 이동한다.

저게 그 음식과 술, 음료들을 실은 차인가 보네. 아니…. 근데 수납 없어? 왜 차로 옮기는데?

아무튼, 그것까지 걱정해줄 필요는 없고…. 저 차들이 나오는 곳. 저기가 어딘지가 궁금하다.

적어도 식재료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잖아? 저기에도 장룡 녀석의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네.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하고 게이트를 들어갔다.

역시나 게이트 너머 게이트가 또 있고 거기도 바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하늘 위로 블링크.

어? 여기는….

생긴 건…. 연구소랑 비슷하게 생겼다.

연구소, 구덩이, 감옥…. 그리고 여기엔 다른 것들이 더 있다. 숙소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과 공장 건물처럼 생긴 여러 가지들.

그리고 느껴지는 많은 기척. 음…. 여기가 메인 연구소인가?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데.

어쨌든 지금은 여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저장만 해놓고 다시 허브로 돌아간다.

게이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차들. 나오려면 한참 걸리겠네. 아무튼, 그래. 그럼 됐어.

그럼 장룡이랑 왕룡이가 뭐하는 지 살펴보러 가야지.

먼저 장룡이네로 가서 늘 살펴보던 봉우리에 도착해 천리안과 투시로 녀석을 살펴본다.

숙련하지 않고 있는 장룡.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무명? 뭐지? 저 새끼는 왜 저기 있어?

무명은 장룡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살가운 태도로.

지금껏 무뚝뚝한 모습만 봐왔던 장룡이다. 마치 기계처럼 먹고 운동하고 섹스하고 씻고 숙련하는 짓만 봐왔잖아?

파견대 놈들과 대화할 때도 그쪽을 보지도 않던 녀석이었다.

근데…. 녀석이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놈은 큐슈를 기반으로 둔 일본의 절대 강자다.

오사카의 패자인 뇌제를 꼬셔서 홍콩으로 간 녀석.

근데 동남아를 담당하고 있던 왕룡에게 대접받으면서 짱개 넘버원인 장룡과 친근하게 군다고?

저 새끼는 대체 뭐 하는 새끼지?

배신자? 스파이? 이중 스파이? 아니면…. 숨겨진 흑막?

모르겠다. 도대체 알 수가 없네.

아무튼, 녀석의 정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장룡 녀석은 평소의 훈련복이 아니었으니까.

저런 걸 무복이라고 해야 하나? 무술가들이 입는 옷?

그런 걸 입고 있는 장룡은 무명에게 뭐라고 말했고, 무명은 바로 게이트를 열었다.

씹…. 어디가지!? 당장 쫓아가야 하는데!?

블링크를 해서 산에 가까이 다가갈 때쯤, 이미 게이트는 닫혔다.

아. 씨발. 너무 멀리 있었어!

근데…. 어디로 갔을지 알 거 같다. 나는 무명 녀석이 오늘 오전까지 어디 있었는지 알고 있으니까.

바로 싱가포르로 순간 이동하고 호텔 쪽을 살펴봤다.

호텔. 무명이 머물고 있던 층에서 무명과 장룡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뭐지? 미친 거 아냐? 아니…. 습격하는 거 아니었어? 왜 저렇게 당당하게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에서 내린 둘은 당당하게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둘을 맞이 한 건 왕룡. 하지만 녀석은 당황하거나 어이없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마치 올 걸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

씨발….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녀석들이 하는 말을 듣고 싶은데…. 가까이 가도 되나 모르겠다.

축소를 믿고 가볼까? 탐지를 봉인하고 가까이 갈까?

근데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해 놓은 걸 풀고 싶진 않다.

저런 놈들 옆에 가는 데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 안 해 놓는다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니까.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하며 호텔 가까이 붙었고 녀석들의 시야 안에 걸리지 않게 주의하며 최대한 사각으로 움직인다.

근데…. 호텔 씨발. 드럽게 방음 잘돼 있네. 소리가 전혀 안 들리잖아.

페이즈 아웃을 쓸까? 안돼. 이제 페이즈 아웃은 위험하다.

쓰는 순간 나에게 걸린 봉인도 해제되니…. 오히려 이제는 쓰기 힘들어진 스킬.

잡놈들을 잡을 때는 상관없지만…. 저런 놈들 주변을 페이즈 아웃 하나만 믿고 가는 건 무섭다.

무효화나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리는 순간 죽는다고 봐야 하니까.

그렇게 호텔 주변을 빙빙 돌다가 살짝 열려있는 창문을 찾았다.

오. 나이스. 다행이네.

방충망이 있었지만, 살짝 뜯어버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씨발. 이걸 들어가는 게 맞나 모르겠네.

그래도 어떤 상황인지는 알아야지. 역시 사람은 호기심 때문에 뒤지는 거야.

그나마 도망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하는 거지…. 그래도 심장이 쫄깃쫄깃한 건 어쩔 수 없다.

안에 들어오니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정도면 됐다. 어차피 보는 거야 투시로 보면 되잖아?

목소리만 들리면 됐지. 저 새끼들이 목소리 큰 짱개놈들이라 다행이네.

"...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하. 어떻습니까. 비록 저는 아무것도 아닌 몸이지만, 두 대인께서는 이 주 아무개의 얼굴을 봐서라도 서로 견제하는 것을 멈춰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라는 거지? 저건 무명이지? 근데 주 아무개는 뭐야? 게다가 녀석이 한 말은 전혀 이해가 안 갔다.

서로 견제하는 것을 멈춰? 저 룡룡이들이?

저 새끼…. 뭔가 존나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주 선생. 하실 말씀은 다 했습니까?"

장룡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젊었다. 중저음의 목소리. 와꾸도 좋은데 목소리도 기가 막히네. 개새끼.

"네? 네. 물론입니다. 저는 그저 두 분이 다시 원래대로의 관계를 회복하길 바라며…."

"왕빙. 이 쥐새끼가 고준링을 죽였나?"

"아직 제대로 못 알아봤어. 이제 알아봐야지."

그러면서 무명을 바라본다. 갑자기 변해버린 분위기. 고준링? 그놈은 고룡인데?

아! 이놈들은 무명 저놈이 고룡을 죽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 대체 갑자기 무슨!?"

크게 당황한듯한 무명. 장룡과 왕룡을 바라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난다.

그러더니 갑자기 씨익 웃더니 외친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엥? 저 미친놈이? 갑자기?

그러더니 큭큭 거리며 웃는 녀석. 뭐지? 실성했나?

"큭큭큭. 됐어. 이렇게 된 이상 네 녀석들을 둘 다 이 자리에서 처리해버리면 되는 거겠지. 굳이 어렵게 일을 할 필요가 없었어. 진작 이럴 것을."

아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처구니없네. 저놈은 왜 또 저렇게 갑자기 급발진해?

이길 자신은 있는 거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든 안 깔든 승률은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뭐 하는 짓이지?"

"보면 모르나? 너희 둘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죽일 생각이야. 이런 기회가 흔하게 오는 건 아니니까. 차라리 지금 끝내버리는 게 낫겠지."

"쥐새끼 주제에 자신만만하군. 대체 어떻게 네 녀석 혼자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다 믿는 게 있으니 이러는 거 아니겠어? 보호막."

무명의 말에 장룡과 왕룡, 그리고 나도 놀랐다.

보호막? 보호막이라고? 저 새끼 지금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았잖아?

나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에서 쓸 수 있는 히든 스킬 몇 개 가지고 있어서 나대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보호막이라고? 설마…. 저놈도 봉인을 알고 있나?

"뭐지."

장룡 역시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하고 있는듯한 모습.

하지만 왕룡은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장룡보고 짧게 말한다.

"죽이진 마. 저놈이 어떻게 이 안에서 스킬을 썼는지 알아내야 하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장룡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명 녀석의 보호막이 깨지고 녀석은 장룡의 손에 목이 잡힌 채 벽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다.

"큭…. 커흑…."

"이 안에서 스킬을 쓸 수 있어봤자 말을 못 하면 끝이지."

지켜보던 왕룡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장룡의 주변에서 캉캉캉 하는 소리가 들린다.

뭐가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폴터가이스트로 움직이는 염력끼리 부딪치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말을 못 하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여왕이라던가.

"기억 읽기."

장룡 녀석이 스킬을 썼다. 기억 읽기라니. 이런 씹….

무명 저놈은 봉인을 알고 있는 거 같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뇌제에게도 협업을 제안했던 것을 보면 야쿠자의 왕과도 접점이 있을 수도 있을 거야.

아니면 봉인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녀석이 알고 있는 방법이 이 장룡과 왕룡 녀석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

안 그래도 개씹 먼치킨 새끼들인데…. 여기서 더 강해지면 답이 없어.

근데…. 저 장룡 저 새끼는 뭐지?

방금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고, 주먹으로 보호막을 깼다.

저건 가속화랑…. 강화 주먹이잖아? 게다가 지금 저 무명 녀석을 가볍게 들고 있는 거 보면 괴력도 있을 수 있다.

아마…. 패시브 화로 그런 것들을 아예 패시브로 만들어버린 거 같은데. 젠장.

지금 끝내야 해.

녀석들이 무명에 정신 팔린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어.

1대2는 무리지만 안되면 무명 녀석이라도 빨리 죽여야 한다. 그래야 찔끔 이라도 가능성이 생겨.

장룡 녀석은 수면이 안먹힐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써본다. 장룡과 왕룡에게 무효화를 쓰고 수면을 걸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왕룡 녀석은 잠이 들어 버렸다.

엥? 저 새끼는 상태 회복을 패시브 화 안 했어? 미친 거 아냐? 병신이야?

어쨌든 나야 좋다. 정말 간단하게 한 놈을 리타이어 시켰으니 완전 횡재한거지.

역시 장룡 녀석에게는 수면이 안 먹힌다.

그리고 녀석은 기억 읽기를 하고 있느라 왕룡이 쓰러지는 걸 조금 늦게 알아챘고 나는 바로 철근 생성을 썼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벽에서부터 뚫고 나오는 철근은 무명의 몸을 꿰뚫으며 장룡의 몸에도 구멍을 냈다.

다리, 팔, 허벅지에도 철근이 박혔고 장룡 녀석은 무섭게 인상을 쓴다.

그대로 빛이 되어 죽어버린 무명.

장룡 녀석이 기억을 읽었을까? 봉인이든 뭐든 방법을 알아냈을까?

근데 상처를 입었음에도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몸에 박힌 철근을 뽑아버리는 장룡.

"크아아아악!"

다시 한번 철근을 만들어냈지만, 녀석은 사라지듯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잠든 왕룡을 발로 차고 그대로 호텔 발코니로 달려들었다.

콰장창!

장룡 녀석이 부딪치기도 전에 발코니의 강화유리가 그대로 깨졌고, 녀석은 그대로 바깥으로 몸을 날린다.

그리고 장룡의 발에 챈 왕룡이 벽에 부딪히더니 그 충격으로 쿨럭하고 기침했다.

정보를 위해선 살려두는 게 좋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일단 장룡 저놈이 있으니까.

그대로 수납을 열어서 왕룡 녀석을 먹어치웠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녀석. 그리고 들어오는 막대한 코인.

11억.

씨발. 지금 파티도 걸려있는데!? 근데 지금 코인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장룡 저 새끼를 쫓아야 해.

호텔 최상층에서 뛰어내렸으니 바닥에 부딪혀 피떡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철근에 몸이 뚫리고도 도망간 녀석이다. 게다가 폴터가이스트 같은 것도 있을 테니 순순히 충격을 받을 리는 없고.

게다가…. 가속화가 패시브로 있다면 바닥에 닿는 순간 미친듯한 속도로 움직일 거다.

가뜩이나 기본 속력이 200킬로인데…. 저 녀석이 한계 돌파를 안 찍었을 리가 없잖아?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속력이 나올 거다. 아마 마하의 속도의 몇 배는 되지 않을까?

녀석이 깨버린 발코니 너머로 블링크를 한다.

그리고 일단 무명 놈이 깔아놓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 내 걸로 덮어쓴다.

그 사이 땅에 거의 다다른 녀석. 땅에 닿기 전에 죽일 수 있으면 죽여야 해.

정보를 얻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지만,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지.

고룡 그 새끼도 수납을 피했는데 저놈이라고 그걸 못 피하진 않겠지.

그러니 정보 같은 건 사치야. 일단 죽여야 해.

블링크. 땅에 거의 닿은 장룡 녀석의 아래쪽에 수납을 깔았다.

하지만 그걸 보고 바로 채찍을 써서 주변에 있던 가로등 하나를 붙잡고 그대로 몸을 날리는 녀석.

거봐. 씨발. 순순히 잡힐 리는 없다니까.

녀석은 마치 거미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채찍으로 휘감으며 재빠르게 이동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비행과 블링크보다 빠를 수는 없다. 번번이 철근 생성과 수납으로 녀석을 막아보지만, 녀석은 그때마다 깻잎 한 장 차이로 피해 도망간다.

철근에 찔려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이런 반응이라니. 미치겠네.

게다가 그 상처도 점점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씨발.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뚱이야?

철근을 생성해서 마치 새장처럼 녀석을 가둬보지만, 녀석은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철근을 아예 부러트렸다.

미친 새끼. 괴력에 강화 주먹이라 이거지? 그걸 패시브로 들고 있다 이거잖아?

철근 같은건 잠시나마 시간 벌기밖에 안된다는 거지. 젠장. 그래. 이건 공격 스킬이 아니니까.

이정도 효과만 돼도 솔직히 스킬 효과의 120퍼센트는 쓰고 있는 거라고.

결국, 마침내 땅바닥에 닿은 녀석. 그 순간 나는 녀석을 눈으로 놓쳤다. 씨발.

하지만 저 멀리에서 쿠당! 하면서 자빠지는 장룡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구나! 최대 속력을 내면 녀석도 자기 속도를 주체 못 하는 거였어.

아니면 상처 때문에 제어가 안 된다거나.

금세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움직이는 녀석.

이번엔 속도가 조금 줄었지만, 역시나 녀석은 길가 상점의 유리를 박살 내며 안으로 나동그라진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나는 녀석.

징한 새끼. 어떻게든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밖으로 나가겠다 이거지?

그렇게 나와 녀석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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