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08화 (6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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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관계

장룡은 서리 폭발을 쓰기 시작했다. 미친놈. 스킬 배우는 기계 같은 새끼.

녀석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특수 파견대가 본부로 돌아와 장룡 녀석에게 보고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파견대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뭐라고 지시하는 녀석. 그럼 파견대 놈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떠난다.

음…. 뭘 또 꾸미는 거지? 아. 왜 도청 스킬은 없냐고!

허브도 뭐 큰 변화는 없다. 생각보다 잠잠한 녀석들. 다소 소동이 있긴 했지만 그런 건 금방금방 해결되는 거 같다.

저 녀석들 생각보다 관리 체계가 잘 돼 있어.

하긴, 힘의 논리로 모든 게 결정되니 즉결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클 거야. 암튼 그건 그렇고.

왕룡 녀석 쪽에서도 허브 쪽 주시하는 데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어차피 디데이는 내일이지만 감시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 모습.

음…. 밤새도록 볼 셈인가? 뭐 그럼 그러라고 하지. 나는 이제 돌아가서 자야지.

나는 자야 하는 사람이라고. 아직 인간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어.

집으로 돌아오자 세아와 안나가 아직 안 자고 있다.

"오빠 왔다!"

"썽철!"

"왜 이렇게 반가워해?"

"뭐야. 반가워하면 안 돼? 홀대할까?"

"아냐. 반겨줘서 고마워."

"됐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마스터 했어. 침묵 찍으면 되나?"

"저도요."

"오. 그래? 둘 다 고생했네. 그거 스킬 중얼거리기 힘들었지?

"최악이야! 짜증나!"

"그래도 어떻게 마스터 했네요. 다시는 이렇게 이름 긴 스킬은 안 배우고 싶을 정도네요."

"고생했어. 그럼 패시브 다 배우고 침묵 배워. 아…."

"왜? 뭐 문제 있어?"

"아니…. 으. 너희 내일 자정까지 침묵 마스터 할 수 있냐?"

"뭐라는 거야? 제정신이니?"

"하루 만에 스킬 마스터요…?"

"아니야. 내가 헛소리를 했다. 그래. 그건 좀 무리지. 포션 157개를 하루 만에 먹는 건 역시…."

"한번 해볼까요?"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말하는 안나.

"아냐 아냐. 힘들어. 그건 안돼. 무리야. 어서 들어가서 쉬어."

"왜 그러는데요?"

"아니. 너희가 봉인까지 배우면 마음껏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 수 있으니까. 그러면 그 위에서 데스 윈드도 쓸 수 있고."

"아아…."

"아냐. 잊어. 가서 자. 어서."

"안 그래도 포션 먹기 지겨운데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투덜거리며 방을 나가는 세아.

"잘 자요. 썽철. 아니면…. 같이 잘까요?"

요염한 추파를 던지는 안나.

아. 고민되긴 하는데. 그럴까? 안 그래도 안나 이 여자 요즘 몸이 들썩들썩하는 거 같은데.

"뭐해 안나! 자러 가야지!"

"그렇다네요. 잘 자요."

쳇. 세아 녀석. 방해하기는.

그렇게 방 밖으로 나가는 안나.

"아. 맞다. 안나! 너…. 그냥 자. 안자고 무리해서 몰래 숙련할 생각 하지 말고."

"이크. 들켰나요?"

"어차피 침묵 쓰려면 밖에서 들개들에게 써야 하잖아. 나가는 거 다 알 수 있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고 자."

"알겠어요."

그러면서 씨익 웃고 방으로 향하는 안나.

저거저거…. 감시해야 해. 아니면 가서 내가 재워버리든가 해야지.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근데…. 좀 아깝긴 하다.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네.

미나와 안나가 봉인을 배웠으면 짱개놈들 처리 하는 게 확실히 편했을 텐데.

만약 짱개들을 모조리 죽인 파견대들이 모인 곳에 천국의 문을 깔면 어떨까?

아무리 짱개들을 싫어하긴 하지만, 녀석들 중에는 살인을 안 한 녀석들이 있을 거다.

뭐…. 많겠지. 사육당하는 놈들이었으니까.

그럼 하늘에서 정말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을 거야. 아주 아비규환이 됐겠지.

도망도 못가고 스킬도 못 쓰는 건 맞는 거 같은데…. 그래도 천국의 문만 까는 건 불안하다.

확실하게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고 쓰는 게 낫지.

아. 근데…. 천국의 문 열린 곳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면 어떻게 되지?

내려오던 천사들은 다시 우르르 돌아가나? 아니지. 사라질까?

생각해보니 그런 테스트를 안해봤네. 우레 폭풍이나 데스 윈드가 써졌을 때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쓰면?

일단 당연히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 우레 폭풍이랑 데스 윈드 같은건 그냥 스킬 효과니까.

뚝 하고 꺼질 수가 있겠지.

근데 천국의 문은? 과연 어떨까?

게다가…. 제약 해제의 효과도 모르잖아? 혹시 써지려나? 그러면 대박인데.

내일 일어나면 그것부터 확인해봐야겠다. 그럼 굳이 봉인이 없어도 되지.

빨리 자야겠네. 내일은 디데이잖아. 내일 자정. 그러니까 24시간 뒤.

그러니까 자자. 으. 빌어먹을 나도 빨리 상태 회복 패시브 화 시켜보고 싶다.

정말로 잠을 안 자도 되면…. 하. 진짜 기쁘긴 할 텐데.

드디어 디데이.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먹고 승미세안 네 여자와 테스트를 하러 나간다.

이렇게 중요한 걸 이제야 생각하다니. 어휴.

근데 다행이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게 아니니까.

아. 근데 샌드백 짱개들이 없어져서 마땅히 테스트할 곳이 없네. 귀찮게.

미국에 가서 쓰면 되긴 할 텐데…. 천국의 문 같은 건 함부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딱 필요한 순간에 비밀병기로 써야지. 아무렇게나 남발하면 안 되지.

큐슈야 이미 망해버린 일본이라 상관없었던 거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모여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스킬이 취소되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테스트하지.

어디가 있지? 아. 인도. 그래. 인도로 가야겠다. 거기라면 아직 완전히 정리가 안 됐겠지.

"잠깐만 있어 봐. 금방 게이트 열어줄게."

인도에 저장해 놓은 게 어디가 있나 살펴보다가 아직 벵갈루루가 남아있기에 그쪽으로 순간이동 했다.

바로 탐지. 이미 철수해버린 짱개들의 본부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음…. 역시 조금 날아가 봐야겠네.

하늘을 날아서 무작정 블링크를 썼다.

그렇게 한 스무 번가량 쓰자 인기척이 잡힌다. 오. 그래도 꽤 많네. 생각보다 많아.

여기면 되겠다. 일단 벵갈루루 저장에다가 덮어씌우고….

다시 집으로 순간이동. 그리고 승미세안이 있는 곳으로 간다.

"가자."

게이트. 그리고 넘어온 우리는 바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먼저…. 우레 폭풍부터 해보자."

"쓸게요?"

"어. 고고."

"우레 폭풍!"

티어23의 미나. 그녀가 스킬을 쓰자 노란 원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뻗어나간다.

그리고 몰려드는 먹구름. 불길하게 쿠릉거리는 소리.

"아! 승희야. 잊지 말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봉인해라."

"맞다!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봉인을 썼다. 이제 준비는 됐고.

"미나랑 안나는 이리와. 세아도. 자. 여기 만져보면 뭐 있지? 거기 앉아."

폴터가이스트로 만든 의자. 세 여자는 재밌다는 듯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았다.

"등받이도 만들어 줘야지. 위험하게."

"어휴. 그래. 알았다."

세아의 요청에 등받이를 만들어주자 그대로 편한 자세로 앉는 모습.

그렇게 하는 동안, 첫 번째 벼락이 떨어진다.

그리고 사방에서 번쩍거리기 시작하는 벼락.

"한다? 다들 별거 없으니 가만히 있으면 돼.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내가 스킬을 쓰자마자 내리치던 번개와 먹구름이 그대로 사라졌다.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마치 환상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없어졌고, 다들 신기한 듯 오…. 하며 놀란다.

"그래. 우레 폭풍은 예상했어. 그럼 눈보라도 마찬가지 일 거고…. 아. 아닌가? 냉기는 남아있으려나?"

"해보면 되죠."

"그래. 해봐. 해제."

"눈보라!"

이번에는 파란 원. 그리고 급속도로 떨어지는 기온.

인도에서 눈보라라니. 하. 인도 사람들은 오늘 아주 드럽게 재수 없는 날이네.

탐지를 돌려보니 우레 폭풍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하긴, 별로 오래 떨어지지는 않았으니까. 건물 같은 데 안에 있었으면 그나마 살 수 있었겠지.

차가워지는 주변. 아 옷이 좀 얇네? 드럽게 추운데?

"다들 뭐라도 껴입자. 수납에 옷 없는 사람?"

다행히 다들 옷 정도는 넣어놓았나 보다.

하긴, 수납이 있으면 개인용품을 몽땅 넣어놓을 수 있지. 옷을 안 넣어 놓았을 리가 없어.

수납이 아직 없는 미나만 안나가 자신의 옷을 건네준다. 그럼…. 됐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먹구름과 눈보라가 사라졌다. 그런데 점점 추워지던 냉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뭐야? 왜 안 따듯해져!?"

롱패딩을 입고 나에게 따지듯이 물어보는 세아.

"글쎄. 온도는 바로 복구 안되나 보지. 근데 여긴 원래 따듯한 곳이라 금방 괜찮아질 거 같은데."

"그럼 바로 따듯하게 만들어 볼까요? 메테오도 쓸 거죠?"

"어."

나는 다시 해제했고, 미나가 바로 스킬을 쓴다.

"메테오!"

이번엔 빨간 원. 밑에 있는 인도 사람들은 기분이 어떨까? 다짜고짜 무식한 벼락이 떨어지더니 생전 처음 보는 눈보라도 맞아보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운석.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겠지.

저 멀리 하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이고 그건 흉흉한 기색을 내뿜으며 떨어진다.

잠시 뒤, 지상을 강타한 첫 번째 운석.

땅이 뒤집히고 폭음이 주변을 채운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하늘에는 아직 수많은 죽음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니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분명 스킬을 썼지만, 운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추가로 더 생겨나진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이미 생성된 운석들은 그대로 떨어지는 모양.

"나쁘지 않네. 천국의 문도 가능성이 있겠어."

운석이 떨어지는 걸 보며 기대감을 걸어본다.

지상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 안 끝났어. 아직 두 방 남았다고.

모든 운석이 다 떨어지고 나는 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했다.

"이번엔 안나차례. 데스 윈드 써볼래?"

"데스 윈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쓰는 안나.

메테오는 전 지역을 모두 타격하는 게 아니기에 아직 생존자는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이번엔 피의 시련이 닥쳤다.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는 사람들. 좋아. 효과는 들어갔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스킬을 쓰고 피 흘리던 사람들을 바라본다. 눈에 확 띌 정도로 피 나는 게 멈춘 사람들.

음…. 데스윈드는 취소되네. 아깝다. 그럼…. 이제 마지막 테스트만 남았네.

"미나야. 이번엔…."

"천국의 문이요?"

"응."

또다시 내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하자 미나가 바로 천국의 문을 썼다.

새하얀 구름, 빛,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

"그 페어리나인은 왜 다시 안 나타나지?"

"아마…. 제가 더는 미련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미나.

하긴…. 처음 그렇게 만났을 때 뭔가가 해소됐다면, 그럴 수도 있지. 충분히 납득이 되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여기 인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착하게 살았나 봐. 의외네.

아직 땅에 닿지 않은 천사들. 나는 바로 스킬을 썼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두근거리는 마음. 분명 스킬은 썼지만, 천사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오!"

"사라지지 않네요?"

"메테오 같은 거지. 이미 나타난 천사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천국의 문 자체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도 사용이 된다던가."

인도 사람들은 정말 착했나 보다.

창에 찔려 죽는 사람들보다 그리운 이를 만나서 부둥켜안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음…. 굉장히 나쁜 짓을 한 거 같네. 살짝 미안해질 정도야.

"음…. 그래. 그럼 다른 데로 가자."

"어…. 한 번 더 안 써보고요?"

"여기서 또 써봐야 의미가 없지. 죽을 놈들은 다 죽었는데."

"아. 맞네요."

원래대로라면, 여기다 데스 윈드를 한번 싹 쓴 다음 전멸시키는 게 맞다.

하지만…. 오늘 여기 있는 이들에겐 여기까지만 하자.

측은하다거나 자비 같은 건 아니다. 그저 테스트를 협조해준 대가라고나 할까?

어차피 이들은 그리 오래 살진 못할 거니까. 최후의 한 명이 남게 되려면 이들은 결국 죽어야겠지.

뭐…. 그날이 올 때까지는 살아있어 보라고. 그 정도는 해줘도 되겠지.

그렇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이번엔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린 곳에 천국의 문을 썼다.

아무 문제 없이 발동되는 스킬.

좋네. 아주 좋아. 어쨌든 봉인이 없어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에서 쓸 수 있다는 거잖아?

크크크. 짱개 새끼들 이제 다 죽었다. 업보 청산 좀 씨게 해야 할거다. 새끼들아.

"이제 끝인가요?"

"어. 데스 윈드가 조금 아깝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자. 이제 돌아가 있어. 게이트 열어줄게."

"내가 열래! 게이트!"

세아가 열었고 다들 웃으면서 게이트를 들어간다.

"이따가 자정 즈음부터 바빠질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고 있어! 눈 조금 붙여도 되고!"

"알겠어요!"

네 여자가 합창하듯 대답했고, 게이트가 닫혔다.

됐어. 녀석들을 잡을 방법은 확정됐다. 그건 그렇고.

시간은…. 이제 두 시. 음. 슬슬 눈치 싸움을 해야겠네. 어디 한번 가보자.

앞으로 남은 열 시간. 뭘 더 할 수 있는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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