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07화 (63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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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관계

짱개들이 말살되기까지 남은 시간 이틀.

장룡 녀석의 허브에는 게이트가 항상 열려있다.

많은 녀석이 오가면서 뭔가를 열심히 보고 하고 돌아가는 모습.

나도 그런 그놈들의 게이트를 넘나들며 짱개놈들의 진척상황을 직접 확인해 본다.

녀석들의 말살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공헌에 눈이 먼 녀석들의 움직임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살인에 취해 잔뜩 들뜬 녀석들.

그런 와중에서도 녀석들은 약탈과 강간까지 알뜰하게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윗선에서는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죽일 놈들이잖아. 저들의 목적은 최대한 온전히 코인들을 한데 모으는 거니 뭐든 상관없겠지.

그러는 와중에서도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여자 몇 명을 몰래 숨겨두려다가 걸려서 처형당하는 놈, 마친 간 곳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라 주저하는 놈, 자신의 파견대를 모두 살해하고 도망가려다 잡힌 놈.

아니…. 븅신인가? 도망갈 수 있으면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을 텐데. 왜 그걸 잡히냐? 멍청하게.

어쨌든 저 짱개놈들도 인간이고 그중엔 더더욱 병신도 있고 따거도 있나 보다.

이래저래 처형되는 놈들이 제법 있네.

하지만 뭐가 됐든, 중국의 인구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탐지를 키고 날아다녀 봐도 기척이 안 느껴지는 곳이 제법 많을 정도.

이 기세로 가면 정말 이틀 뒤 자정엔 중국이라는 나라는 중국이었던 것이 될 거 같다.

뭐,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내 손으로 다 못 죽인 게 좀 아쉽네.

뭐 상관없지. 막타만 내가 치면 되니까.

그렇게 장룡 녀석을 한 번씩 힐끔힐끔 보고 다시 허브로 와서 녀석들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다.

근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특이한 녀석들을 발견했다.

허브에서 조금 떨어진 곳. 아니 조금 수준은 아니지. 많이 떨어진 곳.

그곳에서 한 무리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숫자는 다섯. 그리고 허브 쪽을 바라보고 있는 놈들.

특수 파견대 같아 보이는 데 옷 색이 좀 다르다.

장룡 녀석의 파견대는 빨간색인데 저놈들은 녹색이야.

녹색이면…. 저놈들은 왕룡 그놈의 부하인가 보네.

고룡 놈의 기억에서 잠깐 봤던 거 같다. 그래. 그러면 이해가 되지.

동남아 쪽을 담당하고 있는 왕룡.

그놈들의 부하가 저기서 저렇게 염탐하고 있는 건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새끼. 왕룡 그놈도 저걸 노리는구나.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보고 있을 리가 없지.

장룡이 중국의 모든 인간을 죽이기로 했다는 건, 칼을 빼 들었다는 뜻이다.

더는 가만히 짱박혀있지 않겠다는 뜻.

게다가 장룡이든 왕룡이든 Q&A를 다 찍었다면 이 세상의 목적은 전부 알게 됐을 거다.

지금까지는 동지였지만, 결국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사이.

왕룡이 저걸 노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중국 본토와 인도에 비해 동남아는 좀 적지. 녀석이 가진 코인이 더 적은 건 당연할 거다.

그러니 한 방을 노리는 거겠지. 저것만 다 스틸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을 테니까.

으음…. 고민이네. 이걸 어쩌나.

가장 좋은 건 장룡과 왕룡 둘이서 충돌할 때 끼어들어 어부지리를 노리는 건데.

아마 쉽지 않을 거다. 고룡이 죽기 전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은 녀석들도 잔뜩 경계를 할 테니 힘들 거야.

그런 거 없이 서로 고룡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시원하게 한바탕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나는 정보도 얻고 빈틈도 노릴 수 있잖아?

문제는 그 빈틈을 노리지 못하고 둘 중 하나가 빨리 끝나버리면, 완전 답이 없어진다는 것 뿐.

차라리 왕룡을 먼저 노릴까?

근데 그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다.

결국은 동남아의 인구를 벌써 반 이상 잡아먹은 녀석이니 녀석도 만만치 않겠지.

무엇보다 나는 그 녀석이 어디 처박혀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가장 문제네. 쳇.

저 염탐 하는 놈들을 잡고 기억을 읽어볼까?

근데 저 녀석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왕룡 녀석도 잔뜩 경계하겠지? 그래서야 기습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손댈 수 없다는 뜻인데. 아. 귀찮네.

그냥 지켜보자. 아직은 이틀 남았다. 그 안에 녀석들도 액션을 취하겠지.

장룡의 아지트, 허브, 염탐꾼 무리.

커버할 곳이 세 개로 늘었다. 그래도 뭐 정신없이 바쁘거나 하진 않다.

나야 순간이동으로 오가며 멀리서 천리안으로 보면 되니까.

염탐하는 녀석들도 마찬가지. 이 정도 거리에서 보고 있는 거면 천리안을 쓰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멀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지.

저녁쯤이 되자 염탐꾼 녀석들이 있는 곳에 게이트가 열리고 한 무리의 인원이 추가됐다.

복장을 보아하니 특수 파견대 중에서 대장 같은 놈인 거 같다.

녀석은 염탐하고 있는 녀석들을 격려하며 뭔가를 나눠준다.

밥? 그래. 녀석들도 먹고살긴 해야지.

그럼 저 건너편은 보급소라는 이야긴데.

어딘지 가봐야겠어. 녀석의 본진이면 더 좋겠는데. 바로 본진이 나올 리는 없겠지.

쟤들도 병신이 아닌 이상.

게이트를 넘어가고 역시 바로 블링크로 하늘 위로 날았다.

이놈들은 꼭 이렇게 중간에 완충 지대를 놓는다니까.

사실 효과는 좋지.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밟게 되니 어지간한 놈들이라면 스킬을 써서 몰래 들어갈 수는 없다.

혹시나 게이트가 돌파당해도 바로 여기에서 컷 하는 건 중요해.

물론…. 나같은 놈이 있을 거란 걸 생각 못 했을 테니 나에겐 좋은 일이지만.

다시 다음 게이트를 넘어갔다.

또 지하나 벙커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씨벌. 여긴 어디여? 갑자기 번화한 도시가 나와버리네?

하늘 위로 올라가니 바다가 보인다. 여긴 섬인가? 섬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탐지를 써보니 기척들이 제법 있다. 아무나 하나 잡고 기억을 읽어야 하나?

근데 저기 멀리 있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어디. 뭐라고 쓰여 있나 볼까?

차이나타운? 엥? 차이나타운이 있어? 확실히 중국은 아니네. 중국에 차이나타운이 있지는 않을 거 아냐.

그렇게 간판들을 살펴보는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싱가포르 종합병원? 아…. 여긴 싱가포르구나?

혹시나 몰라서 주변을 더 뒤져봤다.

하지만 차이나타운 바깥은 사람이 없다. 완전히 비어버린 도시.

그리고 간판 몇 개를 더 확인하니 확실히 여기는 싱가포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이 있는 곳이 싱가포르 말고 더 있겠어?

그럼 왕룡 그놈도 여기 있으려나?

녀석의 본진이 싱가포르라는 건 제법 말이 된다.

동남아를 싹 쓸어버리고 있는 놈이니 어느 정도는 이쪽으로 내려와야지.

물론 게이트와 순간이동이 있으니 위치는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따르는 이가 가까이에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사기라는 게 있잖아. 그건 중요하지.

밖은 비었지만, 차이나타운 안쪽은 사람이 꽤 있기에 쭉 훑어보다가 혼자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좀 읽었다.

그러고 녀석들의 기억에서 왕룡이 있는 곳을 너무나 쉽게 알게 됐다.

호텔이라고?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냐?

읽은 기억을 따라 녀석이 있다는 호텔로 향했다.

생각보다 쉽게 찾은 호텔. 그리고 탐지를 살펴보니…. 너무나 쉽게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크고 화려한 호텔의 최상층. 한남자와 여자. 느긋하게 식사하고 있는 모습.

하…. 존나 느긋하네? 왕룡이잖아?

30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 나보다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여자. 음…. 이쁘긴 한 거 같은데 내 취향은 아니네.

근데…. 부인인가? 애인? 하여간 그냥 시중드는 여자일 리는 없다.

그러면 저렇게 마주 앉아서 같이 식사를 하진 않겠지.

뭐가 됐든…. 소중한 사람일까? 약점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조금 말이 안 된다.

저 왕룡 저놈도 분명히 Q&A를 찍었을 거야. 고룡과 장룡 같은 수준이라면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코인이 부족하지도 않을 거고. 그럼 마지막 한 사람만 남아야 한다는 걸 알 거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만약 저놈이 저 여자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거다.

그럼 녀석에게 그 해답도 있을 수 있겠지.

다른 질문을 해봤을 수도 있다. 어쩌면…. 원하는 해답을 얻었을 수도 있고.

만약 저놈의 기억을 뒤져봤는데 그런 해답이 없다면, 저놈은 저 여자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 거겠지.

인질극이 될까?

가장 알아보기 쉬운 방법이다. 왕룡이 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장 알아내기 쉬운 방법.

저 여자의 목숨을 인질로 삼으면 되잖아.

만약에 웬 놈이 승희를 매혹한 다음 나를 협박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 어렵네.

물론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고 하겠지. 하지만 만약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과연 내 목숨을 줄 수 있을까?

근데…. 그럴리는 없을 거 같다. 그리고 그건 승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죽는다고 승희를 풀어줄 리가 없잖아. 그럼 그건 개죽음이지.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매혹 건 녀석을 잡아 죽이려 할 거야. 그것만큼 확실한 상황 해결이 없을 테니까.

인질극은 별 의미가 없겠네. 차라리 매혹해서 여자보고 기습하라고 하는 거면 몰라도.

어쨌든 녀석은 너무나 무방비하다. 자신의 위치를 저렇게 쉽게 노출하고 그걸 주변 놈들도 다 안다니.

이해가 안 가네. 고룡이나 장룡 놈을 보다가 저렇게 나사 하나 빠진 놈을 보니 뭔가 어이가 없다.

뭔가 믿는 게 있는 걸까?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렇게 당당하지? 근데 또 고룡 그놈의 기억에서는 이놈의 본거지는 나오질 않았었다.

이렇게 대놓고 있는데도 모른다는 건가? 에휴. 뭐 밝혀진 게 없으니 답답하네.

그러는 사이 식사를 마친 두 사람. 여자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왕룡은 서재 같은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엘리베이터에서 두 사람이 올라왔다. 하나는 파견대의 옷을 입고 있다.

근데 다른 한 놈은…. 하. 어이없네. 쟤는 무명이잖아?

어이가 없네? 왜 니가 여기서 나와?

일본의 절대 강자였던 뇌제 놈의 기억에서 봤던 얼굴. 큐슈를 기반으로 두고 있던 또 하나의 절대 강자. 무명.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둘은 문을 열고 들어가 잠시 멈췄고, 파견대 녀석이 무명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가 왕룡이 있는 서재로 향한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 뭐라고 보고 하자 왕룡 녀석의 표정이 밝아지고 파견대에게 뭐라고 말했다.

다시 밖으로 나온 파견대는 무명을 안내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서재 입구에서 문을 연다.

방 안으로 들어간 무명. 그리고 왕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악수한다.

그리고 반갑다는 듯 소파로 이동하는 두 사람.

마치 친한 친구인 양 둘은 웃으면서 대화를 한다. 대체 어떤 관계지? 동급일 리는 없다.

뇌제놈의 기억에도 무명이 스킬 쓰는 기억은 별로 없다. 함께 다녔을 뿐이지 함께 싸운 건 아니니까.

언제나 서로 떨어져서 싸웠기에 뇌제는 무명의 기본적인 스킬밖에 몰랐다.

으휴. 좀 많이 알고 있지. 병신같이 말야.

어쨌든 무명 저놈이 그 짧은 시간 안에 막 미친 듯이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치더라도 왕룡을 이길 수는 없을 거다.

아무리 일본의 절대 강자라고는 하지만, 왕룡은 짱개 넘버 쓰리다. 아니, 이제는 넘버 투지.

부하?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대하는 게 편하다. 저건…. 동맹? 협업? 그 정도 수준이겠네.

그 정도 대우를 해준 거면 왕룡 저놈이 상당히 높게 쳐준거고.

어쨌든 좋아. 안 그래도 녀석의 행방이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나타났으니 뭐…. 반갑네.

사실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말이지.

그럼 이 타이밍에 왜 온 걸까? 역시 장룡 녀석이 짱개놈들을 전부 모으고 있는 것 때문인 걸까?

거길 들이쳐야 하니 실력자 하나라도 더 모으고 싶었던 걸까?

아무래도 그래 보이네. 음…. 역시 노리는 놈들이 많구먼. 귀찮게.

이거 각을 잘 잡아야겠는데…. 잘못하다간 엄한 놈한테 뺏길 수도 있겠어.

무명 녀석을 먼저 잡아 죽여놓을까?

왕룡 저놈은 솔직히 손이 잘 안 가긴 하지만, 무명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놈은 아직 원트 스킬이 없을 테니까.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면 꼼짝 못 하는 놈이잖아? 수면도 먹힐 거고.

근데 그러면 왕룡 녀석이 경계하겠지? 썩 좋은 상황은 아니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놈들에게 나의 정체와 포지션이 들키지 않았다는 거다.

아니. 확신할 수는 없지. 어쨌든 지금은 들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숨어있다가 뒤통수를 차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리지. 그것만 유효하면 돼.

완전한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기습 말고는 승산이 없다.

그저 지켜본다. 녀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맞출 수밖에 없어.

무명은 왕룡과 한참 대화하고 다시 방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아래 아래층에 내려 방 하나를 배정받았다.

그럼 저놈들은 됐고. 다시 장룡이랑 허브 쪽이나 보러 가야겠다.

에휴. 진짜 힘드네. 잡아야 할 놈들은 많아지고…. 혼자서는 힘들고.

미나만 스킬 사용 불가 지대와 봉인이 있었으면 훨씬 일이 편했을 텐데.

일단은 승희 말고는 지금은 함께 해줄 사람이 없네. 아쉽게도.

근데…. 과연 내가 승희를 곁에 두고 잘 싸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쉽게 상상이 안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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