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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근데 왜 썽철은 안 벗어요?"
"어?"
"지금이야!"
안나가 나를 붙잡았고, 그때를 노려서 알몸의 승희와 미나, 세아가 우르르 달려온다.
나를 벗기러 달려드는 세 여자.
얼마든지 뿌리칠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지만, 별다른 반항 없이 몸을 맡기자 금세 내 바지와 속옷을 벗긴다.
"뭐야. 왜 반항 안 해? 아항. 은근히 오빠도 벗겨주길 기대했구나?"
"당연하지 요 녀석아!"
또다시 잡힌 세아의 가슴을 조물조물하자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
"도망가자!"
승희와 미나, 안나는 또 도망간다. 어휴. 뭐야. 2차전이야?
그렇게 애들처럼 술래잡기한다. 별거 아닌 놀이에도 신나는 듯한 네 여자.
한참을 물에서 첨벙거리며 논 우리는 잠시 쉴 겸 백사장에 누워 모래찜질했다.
부드러운 바람과 시원한 바다. 매력적인 알몸의 여자 넷. 이 순간은 내가 장룡 그 새끼보단 더 나은 거 같은데?
얼마 뒤 다시 한차례 물놀이를 한 우리는 한자리에 모아놓은 선베드에 각자 음료수 하나씩을 들고 누워 느긋하게 바다를 보게 되었다.
"우리 그럼 앞으로 여기서 사는 거야?"
"세아 니가 게이트가 있으니 이제 굳이 어디 한군데에서 살 필요는 없지. 원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잖아."
"아. 그렇네."
다시 말이 없어진 세아. 나도 손에 든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며 끊임없이 치는 파도를 바라본다.
와. 최면 걸리는 기분이네. 저걸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잠들 수 있을까?
"자.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놀러 가죠?"
벌떡 일어나는 승희. 지난번에 바다에서 못 놀았던 게 좀 아쉬웠나 보네. 오늘은 아주 원 없이 놀아보고 싶나 봐.
"오빠는?"
"난 좀 더 이러고 있을래."
"흐응…. 느긋하게 누워서 알몸의 여자들을 훔쳐보겠다?"
"어차피 투시 있어서 너희 알몸은 언제든지 볼 수 있는데."
"엑…. 그러네."
"아. 그리고 너희 지금 제법 탄 거 알지? 괜찮냐?"
본인들은 잘 못 느끼는 거 같은데, 네 여자는 살이 생각보다 많이 탔다. 아. 안나는 빼고.
안나 쟤는 피부가 햇빛을 반사하는 느낌이네. 탈 기색이 안 보여.
"에? 그래요? 이거 이따가 밤 되면 따가울 텐데. 자외선 차단제 좀 바를걸."
"근데. 피부에 힐 하면 되잖아?"
"어?"
"피부가 타는 건 자외선에 피부가 노출 돼서 다친 거랑 다를 게 없잖아? 힐로 커버 되지 않을까?"
"오…. 일리 있어. 그럼 이따가 따가우면 해봐야지. 그럼 오빠는 있어요. 아.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좀 꺼주고요. 우린 가자!"
다시 바다로 달려가는 알몸의 여자들.
크…. 엉덩이 씰룩거리는 거 봐라. 이게 낙원이고 이게 천국이지. 별것이 있겠어?
그렇게 네 여자는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더니 갑자기 스노클링 장비들을 한 아름 가져온다.
호스 달린 물안경을 뒤집어쓰고 오리발을 낀 다음 바닷속을 구경하는 여자들.
진짜 재밌게 노네. 쟤들끼리 있으면 절대 심심하진 않겠어.
그리고 나는…. 그런 여자들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꿈을 꾸었다.
신기한 일이네. 내가 이렇게 잠도 스르륵 자고 꿈도 꾼다는 게.
게다가 나는 이게 꿈이란 걸 알고 있었다. 왜냐면 있을 수 없는 두 여자가 내 옆에 있었으니까.
"이야. 너무 야한 거 아냐? 알몸으로 누워있다니. 좋은 구경 했네. 생각보다 튼실하구나?"
얘는…. 다빈이다.
그때 언제냐. 대학교. 그래. 대학교 물리 실험실.
거기서 만났던 여자. 짱개 셋에게 강간당하고도 씩씩한 모습을 보이던 여자.
"튼실한 수준이 아니야. 서툴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대단하다고. 그치? 우리 성철이?"
얘는…. 연주.
창녀 같던 여자. 야밤에 홀복 같은 것 하나만 입고 길거리를 나다니는 여자.
그저 한 번의 만남뿐이었지만…. 두고두고 기억되던 여자.
"그래? 아쉽네. 그럼 나도 그때 할 걸 그랬어. 솔직히 나는 얘가 거기서 나를 덮칠 줄 알았거든? 근데 안 하더라고."
"짱개에게 당해서 그랬겠지. 얘는 생각보다 깔끔한 체를 하더라고."
"뭔 말을 그렇게 하냐? 그럼 내가 더러워?"
"너는 안 더러워. 짱개가 더럽지."
왜 이 여자 둘은 나를 사이에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 이건가? 나는 이 여자 둘을 아직 잊지 않고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던 걸까?
"너흰 왜 나타난 거야?"
"나타나기는. 네가 우릴 떠올린 거지.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 여긴 네 꿈이라고."
"맞아. 자기가 불러놓고 왜 나타났냐고 물어보면 우리가 뭐라고 대답해야 해? 그치?"
"그러게. 이상한 녀석이야."
"원래부터 이상한 사람이었지."
나도 이제 슬슬 머리가 맛이 가나 보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자연스러운 낮잠도 자는 데다가 이런 꿈이나 꾸고.
꿈인 걸 알았으너 깨버려야지. 나도 참…. 한심하네.
"아직 가지마. 조금만 있다가."
"맞아. 왜 이리 서둘러. 저 여자들은 어디 안 가. 아. 가나?"
바닷가에서 놀고 있던 승미세안 네 여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꿈인 걸 알고 있는데도…. 네 여자가 갑자기 사라지니 미친 듯이 불안감이 생긴다.
이런 씨발. 내가 몸이 안 좋긴 한가 보네. 이딴 개꿈이나 꾸고 있고. 빨리 깨버려야지.
근데…. 어떻게 꿈에서 깨지?
"성철아."
"성철."
다빈이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늘 웃는 얼굴이었던 연주 역시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쉬는 건 나중에 쉬어도 돼. 가서 짱개들을 지켜봐."
두 여자가 동시에 말했고, 나는 그대로 잠에서 깼다.
변한 건 없었다.
알몸으로 선베드에 누워 잠들었던 나. 승미세안 네 여자는 이젠 공 모양 튜브를 가지고 둘씩 짝지어 시합 같은 걸 하고 있다.
바람은 여전히 온화하고 바다는 청량한 모습 그대로다.
심란해진 건 단지 내 마음뿐.
대체…. 몇분이나 잔 거지?
숙소 쪽이 있는 시계를 보니 시간이 얼마 지나진 않은 거 같다.
네 여자가 스노클링에 실증을 느끼고 새로운 놀이를 찾을 정도의 시간. 딱 그 정도?
하아. 이게 무슨 개꿈이지?
잠을 잔 것도 경이로운데…. 꿈 내용이 심상치 않다.
연주와 다빈. 그래. 잊지 않고 있던 이름들이지. 근데…. 꿈에서 나올 정도로 친근한 사이는 아니잖아?
게다가 뭐라고? 짱개들을 지켜보라고?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닷물이 말라붙고 모래가 묻어 살짝 찝찝한 느낌.
선베드 근처에 설치되어있는 샤워기로 몸을 씻어낸다. 그리고 몸에 묻은 물기를 다 닦은 뒤 수납에서 옷을 꺼내 입는다.
"오빠!?"
어느새 내 쪽으로 다가온 네 여자. 아마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내가 옷을 주섬주섬 입는 걸 보고 다가온 거 같다.
"아니…. 제대로 잠도 못 자던 사람이 스르륵 자길래 가만히 놔뒀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뭐 하는 거야? 어디가?"
"그러게. 나는 오빠 이렇게 자는 거 처음 봤는데…."
"썽철. 왜 그래요?"
네 여자가 걱정된다는 듯 말한다.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꿈에서 예전에 스쳐 지나갔던 여자 둘이 나와 짱개를 보러 가라고 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일단 보고 올게."
"심각한 거예요?"
걱정되는 듯한 표정의 승희.
"아냐. 별거 아닐지도 몰라. 근데 만약 혹시 늦어진다면…. 음. 여기 있어도 상관없고 벙커로 돌아가도 돼."
"그래요. 알았어요. 조심히 다녀와요."
승희의 저런 점이 좋다.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한 점 의심하지 않는 모습.
나는 네 여자에게 가볍게 키스하고 바로 장룡 녀석의 아지트 근처로 순간이동 했다.
늘 지켜보던 봉우리에 앉아 천리안과 투시를 킨 다음 장룡 녀석을 찾아본다.
자겠지. 시간이 몇 시인데.
여기 시간으로 새벽 네 시쯤이니 아마 그 이쁜 여자들 끼고 자고 있을 거야.
하지만…. 녀석은 아직도 얼음 화살을 날리고 있다.
뭐지? 왜 아직 저러고 있어? 잠 안 자? 이미 한숨 자고 일어났나?
저놈도 두 시간마다 15분씩 자는 수면법…. 그런 걸 하나? 근데 안 지쳐? 물약 멀미 안나?
가만히 앉아서 녀석을 지켜봤다.
정확하게 80번. 얼음 화살을 날리고 포션을 하나씩 마시는 녀석.
숙련 방법은 나와 다를 게 없다. 초인의 체력을 찍었으면 스킬 80번 쓰는 건 맞지.
마치 기계 같은 모습. 내 숙련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나도 저런 모습일까?
음…. 비슷하긴 하겠지. 크게 다를 건 없을 거야.
내가 오로지 궁금한 건…. 녀석이 왜 이 시간까지 저러고 있냐는 것.
녀석도 사람인 이상 밤에는 자야 할 텐데.
녀석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다.
아까 그런 꿈을 꿨던 건…. 내 의식의 산물일 거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그 두 여자.
물론…. 지금 살아있을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어쨌든 진짜로 그 두 여자가 나를 위해서 꿈에 나와 조언하거나 그런 건 아닐 거야.
그저 내 불안감과 의식의 파편들이 혼합되어 꿈에 표출된 거겠지.
그럼 나는 왜 이 녀석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중요한 상황에 몰디브의 리조트에서 팔자 좋게 늘어져 있던 걸 스스로 경계 한 걸까?
아무래도 그런 거겠지.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나는 뭐 때문에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 아직 닷새가 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모르겠네. 그건 아직 모르겠어.
뭐….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지켜보라고 했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해가 뜨고 날이 밝는다.
밤새 얼음 화살을 날리던 녀석은 아침이 되자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 알몸으로 나와 옆에서 시중들던 여자 하나를 잡고 섹스한다.
이야. 아침부터 발기차네. 근데 저놈 밤샌 거 아냐? 힘도 좋네. 씨발.
가볍게 아침부터 한판 한 녀석은 다른 여자들이 차린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한다.
그리고 운동. 맨몸 운동, 러닝머신, 웨이트? 그래. 웨이트 트레이닝 맞을 거야. 암튼.
그렇게 운동을 하고 다시 또 샤워한다.
특수 파견대의 보고를 받고 뭔가를 지시한 뒤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가 얼음 화살을 날린다.
뭐지…. 미친놈인가? 잠은 언제자?
점심이 되고 간단하게 또 음식을 먹은 녀석은 또 다른 여자의 옷을 벗기더니 섹스한다.
가볍게 또 한발.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간 녀석. 또다시 얼음 화살. 우와 미친 새끼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춰 섰다.
허공을 향해 손을 움직이는 녀석. 그러더니 이번에는 소규모 동결을 쓴다.
뭐야. 씨발. 벌써 얼음 화살 마스터 했어?
진짜로 미친 새끼 아냐?
그렇게 녀석은 계속해서 소규모 동결을 썼다. 쉬지 않고 기계적으로 스킬을 쓰는 녀석.
80번. 그리고 포션 한 병.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녀석은 정해진 시간에 여자들이 차려준 저녁을 먹는다.
또 섹스. 이야. 씨발. 미치겠네. 일일삼섹이야? 뭐…. 그래. 초인의 체력이 있으면 날마다 세 번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해보진 않았지만.
시간은 다시 자정이 다 되어간다. 중간중간 환영 제작 숙련을 했기에 살짝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일단은 참는다.
내가 보는 저 녀석은 지금 이틀째 잠을 안 자고 있잖아.
이건 말이 안 돼. 말이 안 된다고.
아니, 잠을 안 잘 수는 있지. 근데 저렇게 멀쩡할 리는 없어.
잠에 대해서는 솔직히 웬만한 사람들보단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다.
근데 저건 말이 안 돼. 잠은…. 이길 수 없는 거라고.
시간은 새벽을 지나 다시 한번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녀석. 샤워, 섹스, 아침 식사, 그리고 운동.
미친 새끼. 저건 정상이 아니야. 일반 인간이 아닌 건 확실히 알겠네.
나는 바로 집으로 순간이동 했다.
벙커에 있는 네 여자. 나를 보더니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아요?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어. 괜찮아. 근데 일단…. 좀 씻고 자야겠어."
"그래요. 그러는 게 낫겠어요."
옷을 훌훌 벗고 간단하게 씻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뒤 나에게 수면을 쓴다.
고작 이틀 안 잔 게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모르겠네. 모르겠어. 근데 잡생각 하지 말고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