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99화 (62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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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바이스

"짠."

"금방 올 줄 알았는데! 늦게 왔네요!"

핀잔 주는 듯한 민희의 표정.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내게 안기는 그녀.

안는 행위는 좋은 거야. 적어도 나는 그래.

"코인은 잘 먹었지?"

"대체 그게 어떻게 된 거예요? 1,300만 코인이라니!"

"뭐긴, 더 반짝이는 선물이지."

"그거 얻고 나서 깜짝 놀랐잖아요. 세상에."

"당분간 코인 걱정하지 말고 스킬 숙련하라고. 게이트는 얼마나 했어?"

"고급이죠. 뭐.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혹시, 가고 싶은 곳 있어?"

"네?"

"전에 말한 거 있잖아. 캐슬 사람들을 전부 섬 같은 곳으로 옮기는 거. 이제 민희 니가 게이트를 배웠으니 얼마든지 갈 수 있잖아?"

"아…."

"원하는 섬 있어? 조용하고, 한적하고, 사람이 없을 만한 곳."

"근데…. 그런 섬에서 농사가 되냐 이 말이죠. 우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조금 큰 섬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비닐하우스에서 벼농사도 지을 수 있고."

"그렇긴 한데…. 섬이라. 꼭 섬이어야 해요?"

"지나가던 미친놈에게 발각만 안 되는 위치면 어디든 상관없지."

"어렵네요. 저기 폴리네시아 같은 곳에 있는 섬에 가야 할까요?"

"폴리네시아? 어…. 거기가 어디더라? 호주 위쪽이었나?"

"네. 맞아요. 그쪽. 날짜변경선 있는 근처."

"으음. 하긴, 거기라면 어지간히 미친놈이라도 잘 가진 않겠네."

"그런데…. 꼭 가야 하는 거예요?"

"불안하니까. 물론 이 극동의 외딴곳까지 오는 놈들은 없겠지만…. 모르는 일이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그래. 고민해봐."

"근데, 왜 앉지도 않고 서서이래요? 앉아요. 그래야 나도 앉지."

사실 잠깐만 들렀다 갈 생각이었는데…. 이러면 또 다른 생각이 날 텐데.

으음. 잠깐만 있다 가볼까? 잠깐만?

소파에 앉자 당연하다는 듯 내 허벅지에 앉는 민희.

"이것 봐. 이래서 안 돼."

"왜요. 내려갈까요?"

"아니. 그건 싫어."

"푸훗. 재밌어. 정말."

민희의 짧은 치마 속 다리 사이로 자연스럽게 손이 들어간다.

까슬한 스타킹 그리고 안쪽 허벅지의 매끈함.

두 개의 조합이 이뤄내는 파괴력은 상당하다. 근데…. 아냐. 오늘은 하러 온 거 아니잖아.

"민희."

"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똑똑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분위기 잡고 물어보면 불안한데요?"

"만약에…."

"어머. 반박을 안 했어. 진짜 어려운 질문인가?"

민희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음. 이걸 민희에게 물어보는 게 맞나?

"미안해요. 말 안 끊을게요. 말해봐요."

"만약에. 너랑 나랑 방안에 갇혔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둘 중 하나만 남아야 방문이 열린 데.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내 몸에 체중을 실으며 기대는 민희. 화장품 냄새가 더욱 가까워졌고 민희의 속눈썹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아. 이걸 어떻게 참냐. 이 페로몬 덩어리 같은 여자를.

"다른 조건들이 많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겠죠?"

"어."

"아예 그런 방에 안 들어간다는 선택지 같은 것도 없을 테고요."

"어."

"꼭 나가야 하나요?"

"어?"

"그것도 가능한지 물어보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냥 둘이서 방 안에서 살면?"

"음…."

계속해서 민희의 허벅지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꼭 나가야 하는가.

꼭 한 명만 살아남아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다른 조건은? 바꿀 방법은 없는 건가?

그러네. 생각해보니 그래.

고룡 그놈은 Q&A로 세상이 이렇게 된 목적에 대해서만 물어봤다. 그 외의 방법이 없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앤딩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

만약, 그게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결말이라면, 고민은 그때부터 해도 될 거다.

회피하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Q&A를 찍고 물어보기 전까지는 이런 괴로운 질문을 하고 있을 필요는 없어.

"미안. 내가 이상한 질문을 했네."

"고민이 있으면 조금 더 편하게 물어봐도 될 텐데."

"아냐. 괜찮아. 그걸로도 답변이 이루어졌어. 참고도 됐고."

"음. 전 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 같은데요?"

"없기는. 이렇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걸."

결국…. 내 손은 그녀의 다리 사이 안쪽으로 깊게 들어갔다.

젠장. 결국은 이렇게 되네. 하긴. 내가 그렇게 자제력이 대단한 놈은 아니지.

"아직…. 사람들이 올 수 있는데…."

"그럼 옷은 입고 하면 되지."

나는 그녀를 안고 일어섰고 바로 옆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민희에게 벽을 잡고 서게 한 나는 그녀의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의 가운데 부분만 살짝 뜯었다.

"당신 덕분에 스타킹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얼마든지 회귀 써줄게."

"괜찮아요. 아직 많으니까."

손가락으로 속옷을 재끼고 안쪽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충분히 적신다.

그리고 지퍼만 내린 채 그녀의 안쪽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혹시나 바깥에 들릴까 입을 꼭 다물고 야한 표정을 짓는 민희.

가슴을 못 만지는 게 아쉽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스릴있고 좋네.

"누가 오면 나는 그대로 순간이동 할 거야."

"어차피 탐지를 쓰면…. 으응. 내가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건 뻔히 할 텐데…."

"걱정 마. 나는 탐지에 안 걸리니까."

그렇게 벽을 잡은 민희에게 한번 사정을 하고도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인다.

잔뜩 움찔거리는 민희. 근데 얼마 안 가 노크 소리가 났다.

나는 황급히 그녀의 몸에서 내 물건을 꺼냈고, 민희는 바로 자신의 치마를 쓱쓱 내린다.

"다음에 봐."

가벼운 입맞춤과 함께 나는 바로 순간이동 했다.

쩝. 아쉽네. 한창 좋았는데.

발기된 물건을 내놓은 채로 수원 벙커에 서 있는 내 모습은 조금 웃기다.

신영의 방에 들어가 욕실에서 적당히 물건만 씻은 뒤 다시 바지를 추스르고 신영의 침대에 눕는다.

"하아."

생각해보니 되게 웃기네. 이게 무슨 꼴이야.

무슨 바람 피우다 걸린 상간남 같잖아?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잠시 그렇게 누워있다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민희 덕분에 머리는 조금 정리가 됐다. 괜한 고민으로 머리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어졌어.

최후의 한 명이든 뭐든 그런 고민은 나중에 모든 위협을 다 없애고 난 다음에 해도 되잖아?

게다가 그녀 말대로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복잡한 머리가 어느 정도 개운해졌으니 이제 다시 할 일을 해야지.

마음 같아서는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스킬 숙련만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스킬 숙련은 짱개놈들을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으니까.

고룡 녀석이 목숨과 코인을 써서 알아낸 정보. 그게 쓸모없어지기 전에 가봐야지.

신변에 위협을 느낀 녀석이 도망가버릴 수도 있잖아? 그럼 안되지. 아깝게.

바로 우한으로 순간이동 한 뒤 서쪽을 향해 바로 날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청두. 옛날 이름은 성도. 쓰촨성에 있는 오래된 도시.

거리가 꽤 되긴 하지만 내 비행 속도도 만만치 않다.

한계 돌파15로 늘어난 비행 속도. 계산상으론 최대 속력 시속 650킬로미터.

조만간 여객기 속도 따라잡을 거 같은데? 솔직히 지금 속도라도 하루면 지구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소리잖아.

체력도 그렇고…. 점점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기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한계 돌파가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스킬이야.

패시브라는 점, 이것저것 전부 적용이 된다는 점,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점…. 그런 걸 보면 확실히 그래.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한 청두.

정말 다행인 건 Q&A로 나온 답변이 주소나 번지 같은 게 아니라는 거다.

중국 청두시 중심 기준 서쪽 83킬로미터 지점.

이게 고룡 녀석이 인간 천오백 명과 천오백만 코인을 대가로 받은 대답이다. 참…. 간단해서 좋네.

근데 말한 위치로 가보니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 그것도 절대 낮지 않아 보이는 산들이 있는 곳이니까. 아무리 봐도 여기는 사람 살 만한 곳이 아닌데?

이런 곳에 장룡의 근거지가 있다고? 진짜로?

그런 의문을 품고 가다 보니 정말로 기척이 느껴졌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산속에 갑자기 튀어나온 기척.

근데 높이가 좀 낮다. 산 한복판? 아. 벙커구나.

하긴 그렇네. 벙커만큼 안전한 곳이 없지. 나도 벙커에서 살면서 가끔 이렇게 까먹는다니까.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투시로 살펴본다. 깊이를 맞춰서 투시를 조정해보니…. 이야. 이거 대단하네.

호화로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마 진시황의 아방궁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면 저런 느낌이겠지?

온통 번쩍번쩍한 실내 장식들, 호화로운 장식물들.

대호 그룹 벙커도 제법 크고 화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건 그정도 급이 아니다.

대호 벙커 한 10개는 붙여놔야 저 크기가 되지 않을까?

지난번에 어디냐. 블라디보스토크의 산속 비밀기지보다 큰 거 같은데.

자꾸 실내 시설에 눈이 가지만, 일단 장룡이라는 놈부터 찾아본다.

사람이 먼저지. 그놈이 가장 중요하니까.

녀석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다. 보통 저런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티가 나게 돼 있지.

동선만 따라가 봐도 가장 깊숙하고 안전해 보이는 곳에 VVIP의 방이 있는 건 당연하잖아?

물론 직접 들어가서 가보라고 하면 못할 거다. 길을 그렇게 단조롭게 낼 리가 없으니까.

투시가 있는 데다가 멀리에서 한눈에 보니까 알 수 있는 거지.

장룡은 생각보다 젊다. 아니 젊은는 게 아니지. 나이가 많진 않았다.

짱개 최고의 권력자라고 하면 늙고 배 나온 아저씨를 생각하게 되는데, 저놈은 아니다.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외모, 몸매도 좋고 키도 크다. 생긴 것도 잘생긴 편이네.

무슨 액션 배우같이 생겼어. 에이 씨발놈.

웃통을 까고 검은 긴바지만 입은 채로 맨몸 운동을 하는 녀석.

그리고 그 옆에서 치파오같이 생긴 걸 입고 서 있는 존나 이쁜 여자들이 여섯.

이야. 인생 살맛 나겠네. 아쉬울 게 없는 삶이잖아?

그리고 저런 삶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고 있는 것 자체가 부럽다. 사고방식과 삶의 수준…. 그런 거?

근데 뭐 괜찮아. 나도 행복하니까. 각자 추구하는 삶이 있는 거지. 내가 저걸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

녀석은 됐고, 녀석의 방과 벙커를 한번 훑어본다.

정말 없는 게 없다. 대호 그룹의 벙커 안에도 정원과 태양 빛이랑 비슷한 조명은 있었지만, 저기는 스케일이 다르다.

연못도 있고 정원도 있고 작은 동산도 있다.

스마트 팜, 가축 생산 시설, 양식장…. 식량에 대한 것들도 안에서 완전한 자급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활주로도 있는 데다가 여러 종류의 비행기, 헬리콥터…. 하여간 없는 게 없다.

탐나네. 저 벙커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저 안에 있는 인간들만 해도 제법 상당한 숫자인 거 같은데.

거의 몇백은 될 거 같단 말이지.

저길 차지하고 펜스나 캐슬의 사람들을 싹 이주시켜볼까?

음…. 암튼 됐어. 이정도 봤으면 됐지. 안에 들어가서 탐험을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지켜보기만 하자.

녀석을 치는 건 아직 일러. 지금은 스킬 숙련이 먼저다. 스킬을 패시브 화 하고 쓸만한 스킬을 조합한 다음 공략해야지.

조금 떨어진 산 정상. 봉우리에 앉아서 벙커 쪽을 바라보며 스킬 숙련을 한다.

스크롤 생성. 만드는 족족 수납에 넣어놓는다.

제약 해제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게 없었으면 넣지도 못했을 텐데.

다행히 스크롤도 수납 안에 들어가면 지속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 말은 지금 스킬 숙련하면서 만든 6,250개의 스크롤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는 이야기.

갖가지 스크롤을 다 만들었다. 매혹, 탐지, 비행, 반사, 천리안, 투시, 회귀….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는 쓰겠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야. 하다못해 정 부장에게 줘도 잘 써먹겠지.

그렇게 이틀. 나는 별 어려움 없이 스크롤 제작 스킬을 마스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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