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41화 (62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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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미나는 22살 입니다!

세아는 20살 입니다!

미나는 22살 입니다!

세아는 20살 입니다!

미나는 22살 입니다!

세아는 20살 입니다!

미나는 22살 입니다!

세아는 20살 입니다!

잠꼬대

"할 말이 있어."

진지한 내 말에 다들 나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폼잡나? 하는 표정.

"중요한 이야기야."

"뜸 들이지 말고."

뭐가 어려진 것인지 확 티가 안 나는 세아가 차분하게 재촉한다.

고얀 가시나. 쟤도 한번 괴롭혀줘야 하는데.

"알다시피 나는 Q&A를 찍었어. 그리고….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에 관해 물어봤지."

사실은 내가 물어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뭐 그게 그거니까.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이유는 마지막 한 사람이 남게 하기 위해서야."

"마지막…. 한 사람이요?"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는 승희.

"어. 말 그대로야. 왜 마지막 한 사람을 남기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들의 목적은 그래. 그래서 이렇게 서로를 죽일 수 있는 스킬들을 잔뜩 만든 거지."

"아니…. 대체 왜요?"

"그건 답변이 없어. 근데 나라도 안 알려주겠네."

"그럼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 사람인지도 확실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거예요? 마지막 한 사람이 남으면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생각한 반응과는 다르네."

"무슨 반응을 기대했는데요?"

"내가 너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나, 아니면 너희 중의 하나가 갑자기 모두를 공격하고 그 마지막 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급발진을 하는…."

"저 봐. 저 오빠 말하는 거. 하여간, 농담도 드럽게 못한다니까."

"아냐. 세아야. 저거 진심일 수도 있어. 저 오빠라면 진짜 저런 생각했을 수도 있지."

"맞아. 썽철은 좀 그런 면이 있어. 그치?"

세아, 미나, 안나가 피식거리며 나를 보고 다 들리도록 말한다.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고요. 말하려는 건 뭔데요?"

이제는 승희마저 무참히 씹어버리는구나.

하긴, 내가 한 말이긴 하지만 좀 병신 같긴 했어.

믿음이나 신뢰 같은 게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개소리잖아?

"어쨌든. 나는…. 너희가 없었으면 저대로 했을 거야. 최후의 한 사람이 되는데 망설이지 않았겠지."

계속 말하라는 듯 나를 바라보는 네 여자.

"근데 그럴 수는 없어. 일단 나는 너희들이 있지. 그리고 내가 거둔 사람들이 있어."

"아. 물류센터!?"

세아가 말하자 승희와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만 그들이랑 접점이 없기에 약간 멀뚱멀뚱한 모습.

"음. 지금은 물류센터가 아냐. 지금은 방주라고 불리고 있고, 내가 전에 잡은 중국에서 제일 높은 놈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벙커에 살고 있어. 인원은…. 한 600명 정도?"

"히익. 그사이에 엄청 늘었네. 오빠는 그동안 밖에 나가서 그런 일을 하고 다닌 거야?"

"뭐…. 대충 그렇지."

세아가 물어봤고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혹시 그 600명이 전부 여자는 아니겠지?"

"너는 나를 뭐로 보고…."

"뭐긴. 호색한이지."

그러면서 킬킬 웃자 승희랑 미나, 안나도 빙긋 웃는다.

어? 뭐지? 이 반응은? 뭔가 낌새가 이상한데.

"아무튼, 뭐…. 그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냐. 어쨌든 나는 너희들이 중요할 뿐이니까."

슬슬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 세아.

그리고 승희나 미나, 안나 역시 마찬가지다.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빨리 말하라는 듯한 표정.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별거 아냐. 나랑 연관 없는 사람들은 전부 죽이고 연관 있는 사람들만 남겨 놓을 거야.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그리고 질병 해제든 스킬 조합이든 뭐라도 해서 다른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게 목표가 되었어.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제 수명이 다해서 죽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마지막 한 사람이 될 생각이었지."

잠자코 내 말을 듣는 네 여자. 나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그런데, 너희가 몸으로 겪었다시피 나는 스킬 하나를 조합해냈어. 상태 회귀. 아마 우리는…. 영원히 늙지 않는 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러니 아마 이대로 가게 된다면, 몇십 년 뒤에는 우리 다섯만 살아남게 되겠지."

"그 사람들에겐 안 써줄 거에요? 상태 회귀를?"

승희가 물었고,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방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태 회귀에 대해서 말하고 싶진 않다.

괜한 욕심은 분란을 일으킬 뿐이고 너무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까.

그중에 원트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스킬을 조합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배울 수 야 있겠지만, 코인이 없으니 뭘 할 수는 없잖아?

나는 그들을 안전한 곳에 처박아놓고 모든 가능성을 잘라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외부의 위협이나 식량 고갈의 걱정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여생을 살 거다.

그리고 죽겠지.

그게 정말 그들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건이 그리 나쁘지는 않잖아? 그 정도면 만족하고 살 수 있는 거 아냐?

"안 써."

"진짜로?"

짓궂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승희.

"왜 그렇게 물어봐? 표정은 왜 그렇고?"

승희뿐만이 아니다. 미나, 세아, 안나 역시 잔뜩 개구쟁이 같은 표정이 되어있다.

어…. 뭐지? 지금 이 상황은?

마치 마술이 전부 들통났는데 나만 모르고 계속해서 깜빡 속이고 있다고 착각하며 마술쇼를 계속하는 삼류 마술사 같은 느낌인데.

"흐음…. 진짜로?"

이제는 마치 악당처럼 킬킬 웃고 있는 네 여자.

그리고 승희가 나에게 다가와 갸웃하는 표정으로 나를 쓱 바라본다.

"오빠. 진짜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정말 없어요?"

이 상황이 너무나 즐거운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승희.

그리고 머릿속에 잠시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 갔다.

민희.

상태 회복을 쓰면 그 누구보다 좋아할 여자.

아마 미나나 세아, 안나만큼 좋아할 거다. 그녀 역시 몹시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던 여자니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방주의 일원이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단순한 역할이 아니다. 방주를 이끄는 3인의 리더. 이미 그걸 맡아버렸지.

그런 그녀에게 상태 회복을 써준다면, 방주에 있는 모든 여자에게 다 써줘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니, 여자만 쓰는 게 아니지. 방주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써줘야겠지.

그러면 경쟁자가 너무 많아진다. 귀찮아져. 그러니 안된다. 무리야.

나라고 민희를 생각 안 한 게 아니다. 단지…. 쓸 수가 없을 뿐.

"없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쓰고 싶은 사람이 있긴 있지. 하지만 쓸 수 없어. 그러니 안 써."

승희는 나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는다. 소파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세 여자도.

"민희라는 여자요?"

승희의 입에서 민희의 이름이 나오자 농담 아니고 계집애처럼 꺄악 하고 소리 지를 뻔했다.

그리고 무수히 떠오르는 생각들.

어떻게 얘가 민희라는 이름을 알지? 미행? 아니, 기억 읽기? 아니지. 승희는 기억 읽기가 없어.

아니다. 나 몰래 스킬을 익혔나? 물론…. 그럴 수 있지.

나는 승희를 매혹하거나 기억 읽기를 해본 적이 없다.

나 몰래 기억 읽기를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굳이 승희가 아니더라도 미나나 세아, 안나가 배웠을 수도 있지.

근데 지금은 몸이 안 닿았는데?

블루투스 기억 읽기인가? 아니지. 내가 잘 때 읽었나?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지만, 그럴듯한 생각은 안 든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표정 유지를 하는 데는 성공했다.

표정을 드러내거나 눈동자가 흔들린다거나 하는 바보짓은 하면 안 되지.

"봐봐. 이 오빠는 표정에 다 드러난다니까."

그리고 그건 내 착각이었나보다.

나는…. 순식간에 광대가 되었어.

"아마 혼자 온갖 이상한 상상을 다 하고 있을 거야. 그쵸?"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거 같다. 뭐지? 난 지금 무슨 상황을 겪고 있는 거지?

"자. 이리 와요. 와서 앉아."

내 손을 잡고 소파로 가는 승희. 그렇게 거실 소파에 앉은 나를 향해 승희가 말한다.

"에휴. 우리 오빠는…. 정말 어떨 때 보면 되게 귀엽다니까."

"내가?"

"네. 그치?"

승희의 말에 미나와 세아, 안나가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해하고 있을 오빠를 위해서 말해줄게요. 사실 오빠가 또 먼저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 이건 말 안 할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내 반응을 한번 본 승희는 다시 이야기한다.

"오빠는 오빠가 잘 때의 모습을 모르죠?"

"잘 때?"

"이렇다니까. 똑똑한 데다가 상상력은 엄청나면서 사소한 데서 허당이야. 오빠 잠꼬대 엄청 많이 해요."

잠꼬대라니. 어이가 없네. 아니…. 내가 내 잠꼬대가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그리고 오빠 잠꼬대에서 여자 이름 부르는 게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 잠 빌어먹을 새끼. 기껏 떨쳐냈더니 마지막에 이렇게 비수를 꽂고 가네.

거지 같은 새끼. 살면서 한번 도움을 안 주네. 아….

"오빠가 나랑 둘만 살 때는 미나 언니랑 세아, 안나 이름도 불렀어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모여 살게 됐고요. 그때 무전기니 섹스니 그런 이야기만 했지만, 잠꼬대는 말 안 했어요. 이건 내 비밀 무기니까."

잠자코 승희의 말을 듣는다. 사실 내가 지금 할 말은 없지.

"오빠는…. 밖에서 있던 일을 별로 말하진 않죠. 중요한 건 말해주긴 하지만 자잘한 이야긴 안 해요. 그쵸?"

"그렇지…."

"잠꼬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름이 그 사람이에요. 민희라는 사람 이름. 다른 이름도 몇 명 더 있었는데 그건 뭐 한 두번씩 나온 이름이라 까먹었고."

"하아."

"그리고 이 이야기는 미나 언니랑 세아, 안나도 알아요."

그래서 그렇게 킬킬거렸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

이거…. 왠지 굉장히 민망하네.

"안나와 함께 살게 됐을 때 우리가 말했던 거 기억해요?"

"너희를 생각해준다면 앞으로 사람을 더 들이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 한 거?"

"네. 잘 기억하고 있네요.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그 정도 양심은 있어."

"그거 풀어줄게요. 한시적으로. 딱 한 명만."

나는 승희의 말에 인상을 쓰고 바라봤다.

"왜?"

"뭐가 왜? 에요?"

"아니 이상하잖아. 보통은 보러 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돼요?"

말문이 턱 막혔다. 만약 승미세안이 민희를 보러 가지 말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까?

"되든 안 되든 너희의 의견이 우선이지."

"아뇨. 오빠의 의견이 우선이죠."

"조금…. 이상해. 왜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이상해."

"글쎄요. 안 보이는 곳에서 이상한 사고 치지 말고 차라리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

"뭐야. 그게."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의 변형 판이랄까요? 버릴 수 없으면 끌어들여라?"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승희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말한다.

"우리도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근데 우리는 이미 많이 이야기 한 내용이에요. 결론까지 낸 내용이라고요. 그러니 선택은 오빠의 몫이에요. 밖에서 계속 만날 거면, 차라리 안에 들여요. 우리한테 해준 게 그렇게 많은 오빤데…. 그 정도는 해야죠."

"혼란하다. 혼란해. 어쩌다 이렇게…."

"그러니까 더 털어놓을 거 있으면 미리미리 말해요. 괜히 이런 기분 또 느끼지 말고."

승희의 말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근데…. 없지. 딱 민희 까지다.

방주, 위치스. 물론 그들은 중요하긴 하지만…. 만약에 내 손으로 그들을 죽여야 한다면 어떻게든 죽일 수 있다.

물론 나중에 후회를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으면 다 내 손으로 끝낼 수 있어.

하지만 민희는 그게 안 되겠지. 마음에 상처가 날거야. 심하게.

그렇기에 만약 민희가 이 벙커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나는 이 벙커 외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나를 제외한 최후의 다섯. 딱 그 정도.

"없어. 나머지는 다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내 말을 들은 승희는 다시 입을 연다.

"어쨌든,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 할 이야기는 다 했어요. 오빠가 그 민희라는 사람을 이곳으로 들일 생각이라면,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지난번처럼 똑같이 하면 돼요. 미리 서로 만나보는 거."

"들이지 않는다면?"

"뭐…. 방법 있나요. 어쩔 수 없지."

어깨를 으쓱하는 승희.

그리고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미나가 조용히 말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세요. 오빠. 어쨌든 우리는 오빠에게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온다니까. 근데 어쩌지? 방이 없는데? 저 큰방 쓰라고 해야 하나?"

아예 오는 거라고 확정을 짓는 세아.

"좋은 분이면 좋겠네요."

마냥 태평한 안나.

아이고 머리야.

일단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다. 나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하아. 나는 나갔다 와야겠다. 머리 아프네. 할 이야기는 다 한 거 같으니까."

"데리러 가요?"

천연덕스러운 승희의 말에 나는 힘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일하러 가. 그 여자에 대한 건 내가 조금 더 생각해볼 거야."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와요."

그러면서 나에게 키스해주는 승희. 그러자 마치 경쟁하듯 미나와 세아, 안나도 나에게 와서 키스해준다.

"너희 진짜 이상해.“

”오빠만 할까요.“

내가 말하자 웃으면서 대답하는 승희.

나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미국의 크라켄 본부 앞으로 순간이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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