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20화 (6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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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번째 스킬

모든 걸 다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음이 제법 편해졌다.

역시 심플한 게 최고야. 세상 모든 일은 단순하고 간략하게 줄이는 게 맞지.

이제는 마음 편히 숙련에 몰두할 수 있을거 같다.

기름 생성을 포함해서 앞으로 네 개. 빨리 마스터 해버려야지.

그리고 그다음에 아직 못 돌아본 세상을 마저 돌아보고.

방안에서 또 기름 생성 숙련을 하면 냄새로 고생할 게 뻔하니 밖에 나와서 휘발유를 생성했다.

웃긴 건 휘발유 냄새가 독한지 집 앞에 있는 들개들이 슬슬 피해서 저 멀리 도망간다는 거다.

음. 괜히 침묵 숙련을 하는 세아와 안나를 방해하는 것 같네.

사실 굳이 휘발유를 만들 필요는 없는데. 나는 뭐하러 이렇게 바보같이 숙련하고 있는 걸까.

통에 들어있는 휘발유로 바꾸고 다시 숙련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불난 곳에 기름통을 잔뜩 던지기만 해도 상관없잖아?

진작 이럴걸. 멍청이야. 멍청이.

"오빠."

저녁을 먹기 전쯤에 승희가 내게 다가와서 부른다.

"응?"

"나 봉인 마스터 했어요."

"오. 그래? 고생했네."

"그런데요. 나 카타스트로피 배울 수 있는데 안 배운 거 있죠? 봉인 배우기 전에 배울 수 있었는데."

"아. 그러네. 그때 봉인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넘어갔네. 뭐 어때. 지금 배우면 되지."

"그럼…. 난 이제 스킬 뭐 배워요?"

잠시 고민.

얘들도 원트는 배우긴 해야 하는데. 생산 스킬 일곱 개 배우게 하는 게 빠듯하단 말이지.

어차피 얘들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게 할 생각은 없기에 여유는 있다.

지금도 자기 몸 지키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일단 이제 밥 먹을 거니까 저녁 먹으면서 한번 이야기해 보자. 다들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래요. 그럼 패시브만 다 찍어 놓을게요."

그렇게 조금 있다가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다 같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스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해서. 너희들의 생각을 좀 들어보고 싶어. 원트가 상당히 좋은 건 사실이거든? 어떻게 생각해?"

"근데, 그거 안 배워도 되는 거 아냐?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 봉인만 있어도 엄청난 거 같은데."

세아가 말하자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나를 바라본다.

"맞아. 솔직히 말해서 그것만 해도 충분하긴 하지. 내가 상대했던 짱개 놈들이 진짜 세상에서 손꼽히는 놈들이라 고전했을 뿐이지. 아마 봉인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만으로도 지금 세상에 남아있는 99퍼센트 정도의 사람들은 다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그 남은 1퍼센트는 오빠가 해결하면 되잖아? 나는 안 배울래. 어차피 나는 복잡한 건 질색이라. 스킬 조합 그런 걸 생각하려면 머리 아플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밥을 먹는 세아.

"근데 스킬 조합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패시브 화가 사기인 거지. 말을 안 하고 생각만으로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으음…."

내 말에 다시 고민하는 모습. 크크. 저 팔랑귀 녀석. 아마 잔뜩 고민하게 되겠지?

"아무튼, 봉인과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배운 이후라면 너희가 뭘 배워도 상관없어. 사실 다른 좋은 것도 많지. 특히 번개 같은 반사신경 같은 건 정말 탐나고."

"맞아요. 저는 봉인까지 배우면 그거 배울 거에요. 번개 같은 반사 신경."

미나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나는 번개 파동 하나만 배우면 바로 배울 수 있으니까. 게다가 발화하고 얼음 회오리도 배우면 되겠네. 그다음 히든 스킬은 아직도 뭔지 모르니까."

"네. 저는 그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하여간, 다들 생각해봐. 나야 Q&A 때문에라도 이렇게 배우고 있지만, 해보니 알겠네. 너희도 이걸 하라고 하기는 너무 비효율적이긴 해. 생산 스킬이 더 잔뜩 있었으면 모를까."

"저는 봉인 배우면 순간이동 배울 거에요."

안나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게이트까진 아니어도 순간이동 정도는 배워두는 게 낫지. 삶의 퀄리티가 달라지니까."

"음…. 그럼 나는 무엇을 하지."

고민에 빠진 승희. 결국, 승희는 밥을 먹는 내내 고민한다.

식사 후, 기름 생성 숙련을 거의 마스터 하기 직전, 승희가 다가와서 말한다.

"나 순간이동 찍으려고요."

"풉. 그래. 그걸 아직 고민하고 있었어?"

"웃지 마요. 이거 고민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그렇게 고민하느니 빨리 찍고 또 마스터한다는 생각을 하면 되지."

"그건 오빠 같은 사람이나 가능한 거고."

"너희도 티어24만 찍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숙련하기 편해질 거야. 포션 먹는 게 두 배는 빨라지니까."

그래. 원트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티어24 이후에 배우는 게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뭐….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그렇게 승희는 순간이동을 찍은 다음 바로 테스트를 하러 갔고, 나는 기름 생성 숙련을 마저 했다.

두어 시간 정도 지나고, 드디어 기름 생성 숙련을 마스터 했다.

하아. 됐어. 됐긴 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고민이네.

일단 늘 그렇듯이 패시브 부터 전부 다 찍었다.

스킬 반경 증가25, 스킬 지속시간 증가25.

이건 고룡 놈의 기억에서 계속 나오는 걸 봤기에 고민이 없어졌다.

아마 내가 나노화가 없었으면 녀석의 탐지에 그대로 걸렸을 거야.

그 미친놈의 탐지 거리 반경은 정말 어마어마했으니까.

스킬 배우는데 비용도 싸고, 효과는 엄청나다.

정말 언젠간 먼 훗날에는 제자리에 서서 탐지 한 번만으로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탐지해 낼 수도 있을지도 몰라.

지금 계산해봐도…. 탐지 거리는 반경이 3.1킬로미터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냐.

증가폭도 점점 커지고.

스킬 최대 수치 증가19, 스킬 한계 돌파19.

이거야 뭐….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코인이 넉넉하니 당연히 찍는다.

특히 한계 돌파는 무조건 찍어야 해.

수납이나 게이트 크기 증가, 비행 속도 증가. 이것만으로도 찍을 가치가 충분히 있어.

자…. 이제는 스킬 차례인데.

앞으로 위시를 배우기까지 남은 제작, 생산 스킬은 세 개.

그리고 남은 목록은 캔맥주 생성, 소주 생성, 담배 생성, 콘크리트 생성, 포션 제작, 지속 포션 제작, 계약서 제작.

진짜 씨발…. 죽음의 선택지네. 아니 어떤 새끼가 음료 생성을 지운 거야?

그게 있었으면 적어도 고민 하나는 덜 했을 텐데. 정신병자 같은 새끼.

왜 지웠냐고!!

선택지는 일곱 개. 골라야 하는 건 세 개.

일단…. 계약서 제작은 배우긴 해야 할 거다.

적어도 이 남은 스킬에서 뭔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계약서 제작밖에 없어.

근데 숙련이 귀찮아 보이니 일단 마지막으로 뺀다. 그럼 여섯 개 중 두 개.

아무리 해도 고를 게 없으니 소거법을 쓴다.

일단은 캔맥주랑 담배. 이건 됐어. 절대 안 찍어.

소주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적어도 이건 불판을 닦거나 맛술로라도 쓸 수 있으니까.

물론 그것도 회귀 선에서 정리되지만.

포션 제작. 지속 포션 제작. 이것들도 잘 모르겠다. 찍어본 사람들이 없어.

오죽하면 짱개놈들의 연구소에서도 포션 제작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녀석들도 손절한 스킬.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상처 치료를 할 거면 차라리 힐을 배우고 말지.

그래도 자꾸 신경 쓰이는 이유는...아마 장룡 그 새끼 때문이다.

녀석의 상처가 천천히 치료 됐던 것.

그게 신경 쓰인단 말이지. 힐이었다면 몸이 바로 치료 됐어야 하잖아?

천천히 치료됐다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

스킬 중에서 ‘지속’, ‘회복’ 이 들어간건 지속 회복 포션 밖에 없으니까.

혹시나 원트의 조합 스킬로 쓸모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

그렇기에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어.

그리고 콘크리트 생성. 하아. 이게 대체 왜 스킬로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이게 지금 찍을 수 있는 스킬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게 아닐까 싶네.

이참에 건물이나 지어볼까? 근데 콘크리트는 어떻게 쓰는 거지?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이건…. 정보를 캐낼 때 편할 거 같다.

짱개 연구소 놈들의 연구에 따르면 콘크리트 생성은 굳기 전의 콘크리트도 생성이 되고 굳은 뒤의 콘크리트도 생성이 된다고 돼 있다.

그 말은…. 원하는 녀석을 드럼통에 넣은 뒤 머리만 남기고 콘크리트로 움직임을 봉할 수 있다는 말.

괴력이 없으면 벗어나는 건 무리일 거야. 다시는 테이프 질을 안 해도 된다는 소리.

물론 아직 해보진 않았으니 뇌피셜이긴 하지만, 될 거 같다. 뭐…. 해보면 되지. 뭐가 어려워.

콘크리트 생성을 배웠다. 하아. 근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씁쓸한건 어쩔 수 없네.

그래도 승희에게 말했듯이 그냥 빨리 마스터해버리면 그만이지. 이거 가지고 암울해 하는 것보단 그게 나아.

"나, 스킬 숙련 좀 하고 올게. 멀리 안 갈 거야!"

그렇게 여자들에게 말하고 동네 근처 공터로 왔다.

그럼…. 어떻게 쓰는 건가? 일단 해봐야지? 해봐야 알겠지?

"콘크리트 생성."

눈앞에 굳기 전의 콘크리트가 후드득 떨어졌다.

마치 코끼리가 거나하게 배설물을 싸질러 놓은 듯한 모습. 어…. 이게 아닌데.

아. 거푸집. 그런 게 있어야 하나?

이번엔 염력으로 거푸집을 만들고 거기에다 콘크리트를 생성해봤다.

음. 그래. 이러면 되겠네. 근데…. 굳이 이렇게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만들 필요가 있나?

이번엔 굳어버린 콘크리트를 생각하고 만들어봤다.

눈앞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벽. 그래. 굳이 굳기 전의 콘크리트를 만들 필요가 없네. 아예 이렇게 완제품을 만들면 되지.

아. 그럼 철근을 안에 못 넣나?

"철근 생성!"

콘크리트 벽에 철근이 생겨나며 그대로 벽이 깨졌다.

어…. 이건 좀? 뭔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안에 철근을 넣으려면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생성해서 굳혀야 하는 건가? 하긴…. 그게 맞겠지.

철근에 있는 이 주름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근데 그건 일단 나중에 하고….

굳은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어찌 됐건 콘크리트란 상당히 단단한 물건이다. 안에 철근이 들어가면 높은 건물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

게다가 굳이 철근을 넣지 않더라도 어쨌든 단단함을 기대할 수 있는 물질.

방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콘크리트 벽이 생겼잖아? 그렇다면?

"콘크리트 생성."

크…. 눈 앞에 방파제에서나 볼 수 있던 테트라포드가 생겨났다.

그 크기와 묵직함. 그리고 든든함.

이런 걸 하늘에서 떨구면…. 상당히 아프겠지?

아. 혹시 공중에도 만들 수 있나?

"콘크리트 생성."

하지만 공중에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 제약이 있는 건가? 땅에만 생성이 되나?

그럼 어디….

하늘로 올라가 땅바닥을 보면서 스킬을 썼다.

눈앞에 만들어진 좁고 긴 콘크리트 탑.

그렇게 생겨난 탑은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건물을 덮쳤다.

쿠우우웅!

으음…. 나쁘지 않은데?

어디 그럼…. 얼마큼 까지 만들 수 있나 볼까?

“콘크리트 생성!”

눈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생겼다.

누가 보면 댐 같은 게 하나 만들어졌다고 생각될 정도의 벽.

그리고 그 벽은 천천히 넘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쓰러지는 벽.

쿠쿠쿠쿠쿠쿵 와르르르

산사태…. 아니. 돌 사태?

어쨌든 콘크리트는 무겁고 단단한 물질. 게다가 내가 만든 벽은 두께도 꽤 두꺼웠다.

그런 벽이 쓰러지면서 바닥에 깔린 건물들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됐다.

멀쩡하게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모습.

역시…. 티어가 높아지고 패시브가 늘어나니 아무리 쓰레기 스킬이라도 위력이 어마어마해지는구나.

음…. 공중에 바로 생성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 공중에 생성 못 하면 내가 공중에서 뿌리면 되잖아?

테트라포드를 여러 개 만들어서 바로 수납에 담았다.

그런 다음 하늘로 블링크 해서 수납을 열자 테트라포드가 마치 유성처럼 떨어진다.

쿵! 쿵! 쿵! 쿵!

그리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테트라포드에 맞은 건물들은 그대로 박살이 나 있는 모습.

뭐, 그래. 됐어. 이 정도면 됐지. 어차피 이런 거로 그렇게 뭔가를 해보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차라리 안나를 불러서 데스 윈드 한방 쓰는 게 낫지.

이걸로 사람을 굳히는 것도 결국은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부어야 한다는 건데.

생각보다 쓸 일은 없겠네. 굳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모르잖아?

아. 방주에 양 반장님이었나? 언제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지. 분명 까먹을 것 같지만.

숙련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게 다행이다.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만 만들어도 숙련이 오르니까.

하트 모양, 별 모양, 세모, 네모, 동그라미.

바닥에 생겨나는 콘크리트 덩어리들. 이렇게 6,250개만 만들면 되는 거잖아?

집이고 뭐고 만든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빨리 숙련하고 넘겨야겠다.

내가 원하는 건 Q&A와 원트 스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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