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96화 (59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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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코인을 다 먹은 남자.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

그리고 허공 한 부분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보던 녀석은 기분 좋은 듯 크게 웃는다.

수납을 열어 무전기를 꺼내는 녀석.

"들어와!"

그렇게 짧게 외치고 다시 수납에 무전기를 던져넣는다.

그러자 아까 나갔던 정장 입은 놈들과 파견대 같은 놈들이 후다닥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앞까지 다가와 일렬로 줄 서서 고개를 숙이는 정장과 파견대.

"지금 바로 왕가 놈에게 간다. 연락해서 게이트 열자고 그래."

"알겠습니다! 대인!"

한 놈이 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시 허공에 손을 움직이더니 한곳을 뚫어지게 보는 남자.

어딜 가려는 건가? 따라가야 하나? 다시 돌아오겠지? 게이트로 움직이는 거 같은데…. 따라갈 수 있으려나?

근데 생각할 시간이 없다. 왕가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에 갈 수는 없는 곳에 있는 거 같은데.

보안상 중간에 만나서 게이트를 갈아타는 거겠지? 아까 여기로 제복 짱개들을 데리고 왔을 때도 그렇게 했으니까?

따라가서 한꺼번에 조지는 게 가장 좋겠지만, 저놈의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데스 윈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놈이잖아? 최소 티어 16인데…. 그거밖에 안 될 리가 없지.

1,500이나 되는 제복 짱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수 있는 녀석. 먹은 코인만 해도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안 가는데….

시시껄렁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게 멍청한 거지. 저놈은 거물이야.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최상부의 윗대가리.

잡자. 잡아야 해. 코인도 그렇고 정보도 그렇고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잖아.

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수중에 넣는 게 우선이야. 치자. 저놈을 테이프로 묶어서 수원 벙커에 넣어야 속이 편하지.

페이즈 아웃을 쓴 상태에서 타이밍을 엿본다.

게이트를 준비하러 간다고 했으니 곧 게이트를 열겠지?

그때가 타이밍이다. 게이트 너머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바로 그때가 습격할 기회.

숨을 죽일 필요는 없지만,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호흡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요란하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생각해보면 나는 이 순간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습격 직전의 날카로운 감각, 습격을 성공한 다음의 짜릿함.

그거에 중독됐을지도.

아까 사라졌던 정장 녀석이 나타났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남자에게 고개를 숙인 녀석은 짧게 말했고, 남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럼 바로 열지 안 열고 뭐 해?"

"네. 열겠습니다. 게이트."

남자와 주변의 정장, 제복들이 모두 게이트에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 바로 페이즈 아웃을 해제했다.

그리고 봉인을 써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선택한다.

바로 이어지는 스킬.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막 게이트 앞까지 걸어간 남자. 하지만 게이트는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재빨리 주변을 경계하는 녀석들. 하지만 스킬이 써지지 않는 것을 알고 살짝 인상을 쓴다.

별로 당황하는 거 같진 않네? 의외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버프를 걸었다.

일단 축소, 투명화, 비행, 반사, 거기에 탐지와 천리안, 투시.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린 이상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순순히 나에게 죽거나 잡혀가는 수밖에.

하지만 녀석들의 침착한 대처가 신경 쓰인다.

기계 장치 같은 거라도 있나? 아니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 대한 대비가 있는 걸까?

"찾아!"

역시나 별로 당황하는 거 같지 않은 남자.

주변의 정장과 파견대 녀석들에게 담담하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

그러면서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녀석. 뭐지? 왜 여유 있는데? 뭘 믿고 있는 거야?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 아닌거 같은데. 저 기분 나쁜 여유가 맘에 안 든다.

그런 놈은 재워야지. 잠들고 꿈에서 반성하게 하면 되는 거야.

녀석의 뒤쪽 위로 블링크 했다. 이제는 무효화 범위가 넓어져서 함부로 쓰기도 힘드니 거리는 충분히 벌려야 해.

그렇게 무효화와 수면을 날렸다. 근데…. 당연히 쓰러져야 할 놈이 쓰러지지 않는다.

뭐지? 씨발? 왜 안 자?

처음 생각나는 건 불면증이었다. 나 같은 놈이 나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지.

그래서 계속 수면을 걸어봤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이 수면에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모습이다.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로 말짱하게 서있는 녀석.

아니…. 씨발. 이건 말이 안 되지.

불면증인 나도 아무리 많아야 스무 번을 넘기긴 힘들다고.

근데 저놈은 아니다. 아예 수면 자체가 안 들어가는 느낌.

분명 내 체력은 빠지는 게 느껴진다. 수면은 써졌다는 말인데.

하. 어처구니가 없네. 처음으로 겪는 일에 상당히 당황스러워졌다. 수면이 안 통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혹시나 녀석과 나 사이에 투명한 천이라도 있나 확인해 봤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렸으니 투명화는 다 풀렸어야 해. 장애물 같은 건 있을 수 없어.

그래도 몰라서 녀석의 주변을 크게 돌며 염력 실로 더듬어봤다.

역시 걸리는 건 없다. 와. 대체 뭐지?

"이상 무!"

"이상 무!"

정장과 파견대 놈들이 이곳저곳을 샅샅이 확인하며 이상 무를 외친다.

그 소리가 많아질수록 남자 놈의 표정은 인상 쓰는 얼굴로 바뀌었다.

분명 웬 놈이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어이없는 거겠지.

다행히 저놈은 봉인 콤보에 대해서는 모르는 거 같다. 고맙다. 야쿠자의 왕 새끼야.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니놈한테 소주 한잔 부어주마.

"어떤 쥐새끼냐! 당장 튀어나와!"

짜증이 섞인 외침. 근데 저걸 듣고 나가는 멍청이가 있을까?

그런 녀석의 표정은 짜증과 권태에 찌들어있는 모습이다.

하. 씨발. 저 새끼 저거 표정 좆같네.

저 표정이 공포심에 일그러지는 꼴을 좀 봐야겠어.

일단 녀석의 수족을 먼저 끊어야지.

주변을 탐색하는 파견대 녀석이 남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블링크로 다가가 수납으로 삼켰다.

소음도 비명도 없는 삭제. 들어온 코인이 240만.

한 놈을 잡았는데 240만? 와. 이거 고칼로리네. 1,200만 코인을 들고 있었다는 거잖아?

좋아. 그럼…. 승미세안에겐 미안하지만 여기 놈들은 내가 독식을 해야겠어. 코인을 좀 쌓아둘 필요가 있으니까.

파티를 풀었다. 그리고 남자의 시선에서 벗어난 파견대 놈을 하나 더 수납으로 잡아먹었다.

"거기냐!"

갑자기 날아오는 채찍. 여왕 패시브인가?

이미 내가 떠난 자리를 여러 개의 채찍이 매섭게 내리쳤고, 콘크리트로 된 벽이 우수수 부서진다.

채찍이 있다는 건 다른 히든 스킬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도 쓸 수 있는 히든 패시브들.

폴터가이스트나 신검 합일, 일렉트릭 에리어나 대화재, 절대 영도 같은 거.

근데 일렉트릭 에리어를 쓰면 골치 아파지는데? 그걸 쓰게 되면 내가 저놈을 붙잡을 방법이 아예 없잖아.

수면도 안 먹히고…. 여기는 보도블록이나 전선도 없어. 제발 없기만을 바라야겠네.

또다시 파견대 한 놈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찍이 긁는다. 근데 보니까…. 폴터가이스트도 있는 거 같다.

채찍의 개수는 세 개였는데 파인 자국이 네 개야. 채찍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염력 채찍을 섞은 거 같다.

치밀한 새끼.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건데. 그걸 진짜 하는 놈이 있네.

"대인!"

"가까이 오지 마라! 방해되니까 여기서 꺼져!"

그 말을 들은 정장과 파견대는 바로 두 패로 갈라지더니 재빨리 이곳을 벗어나려 한다.

하. 내가 병신이야? 그걸 그냥 지켜보고 있을 거 같아?

정장 하나와 파견대 넷. 놈들을 한 번에 수납으로 먹어치웠다.

그걸 똑똑히 봐버린 남자. 방금 자기가 본 게 뭔지 생각하는 모습.

"하! 수납인가!"

멍청한 새끼. 본인이 똑똑하다는 걸 그렇게 자랑하고 싶은 건가??

"아주 척척박사시네."

그 말을 하고 바로 블링크를 쓰자 여지없이 채찍과 염력이 날아든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남은 녀석들이 도망가고 있는 쪽에 와있다. 크게 펼쳐지는 수납.

스킬 하나 못 쓰는 일반인이 되어버린 이놈들은 이걸 피할 방법이 없다.

히든이 있다고 할지라도 옆에 이렇게 동료가 있었으니 제대로 쓰지도 못했겠지. 불쌍한 놈들.

정장 셋, 파견대 열. 합이 1억 5천만.

하. 이놈들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구나. 벌써 이렇게 짭짤하다니.

애피타이저만 먹었는데도 배가 터지겠네.

남자 놈의 빡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의외로 녀석은 차분한 표정이다.

맘에 안 들어. 빡쳐봐야 자기에게 좋아질 게 없다는 걸 아는 녀석.

어떻게 하면 녀석이 빡돌게 만들 수 있을까?

"잠깐 여기 서 있어 봐! 저 위에 남아있는 놈들이랑 여자부터 처리하고 올게!"

또다시 날아오는 채찍. 근데 이번엔 좀 급하게 날아온 느낌이다.

효과가 있나? 설마 여자를 아끼나? 에이. 아니겠지. 여자를 아끼는데 저런 꼴로 둔다고?

그럴 리 없어. 저건 연기야.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만히 숨어있자 녀석 역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저거…. 은근히 신경 쓰이네. 녀석도 뭔가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한데.

지금 저놈이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니까.

녀석이 봉인을 쓰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미 첫 번째 무효화에서 봉인이 사라지고 결국엔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영향을 받게 될 거다.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몇 개의 히든 스킬들 뿐.

하지만 녀석은 이미 내가 아는 스킬의 범주를 벗어난 짓을 했다.

무슨 짓을 해도 수면이 안 걸릴 수는 없어.

확률로 상태 이상을 막아주는 강한 의지 패시브라고 할지라도 스무 번이나 연속으로 막아줄 리는 없다.

뭔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

분명히 내가 유리한 상황인데도 이 찝찝함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하. 내가 이렇게 졸아있을 필요는 없는데.

녀석이 움직일 생각은 없는 거 같으니 어쩔 수 없다. 일단 저 잘난 녀석을 좀 이리저리 뛰게 만들어야지.

수면이 안 들어가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은 폴터가이스트 밖에 없다.

수납은 녀석에게 쓸 수 없잖아? 정보를 캐야 하는 데 죽이면 안 되니까.

염력 탄을 날렸고 녀석의 주변에서 따다당 하는 소리가 난다.

새끼. 폴터가이스트로 몸을 두르고 있구나.

"하아?"

인상을 쓰면서 내가 있는 방향을 가늠하려는 듯한 녀석.

하지만 나는 높은 곳에서 빙빙 돌면서 계속 염력 탄을 날린다. 탄도가 보이지 않는 공격.

이걸로 내 위치를 유추하긴 힘들겠지.

그러면서 염력 사를 뿌려 녀석의 발밑을 노린다.

아무리 폴터가이스트로 몸을 빙 두르고 있다고 해도 어딘가 빈틈은 분명히 있을 거야.

체력소모가 없는 염력 탄이기에 양은 점점 많아진다.

요란하게 녀석의 주변에서 계속 따당따당하는 소리가 계속된다.

그렇게 녀석의 이목을 끈 보람이 있게 내 염력 사가 녀석의 몸 가까이로 가는 데 성공했다.

죽일 수는 없으니 일단 과다출혈로 기절시켜야지. 폐도 좀 찔러주자. 숨도 못쉬게 해줘야겠어.

염력 사가 녀석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고 녀석이 움찔하며 한 걸음을 뗐다.

하지만….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은 생각보다 멀쩡하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손에서 빛의 검의 나와 주변을 슥슥 칼질한다.

제길. 신검합일도 있나? 근데 저 새끼 왜 저렇게 튼튼하지?

아무리 실 두께라지만 몸이 엄청 뚫렸는데? 저렇게 멀쩡해? 피가 철철 나는데?

멀쩡한 녀석의 몸에 의문을 품을 시간은 없다.

끊임없이 견제용 염력 탄을 날리며 다음 공격을 해보려는데 갑자기 녀석이 외쳤다.

"거기냐!"

그러더니 녀석의 주변에서 작은 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나를 향해 쏘아진다.

재빨리 블링크로 피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작은 돌들이 나를 향해 방향을 틀더니 그대로 날아온다.

미친! 이건 뭐야? 마치 암석 탄환이 유도탄처럼 날아오는 거 같잖아?

기둥 뒤로 지나가자 암석 탄환 몇 개가 그대로 기둥에 파파팍 하고 박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수없이 많아진 암석 탄환들.

그리고 그게 일제히 내 쪽으로 날아온다. 게다가 더 어이없는 건 녀석의 시선이 나를 쫓고 있다는 것.

나는 지금 나노화에 투명화까지 쓰고 있어서 보일 리가 없는데?

어느새 상황이 역전됐다.

나를 향해 수없이 날아오는 암석 탄환.

비행 속도가 빠르고 블링크를 쓸 수 있기에 탄환들을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다.

벽 같은데 바짝 붙어있다가 블링크를 하거나 비행으로 급격하게 틀어버리면 바로 꺾을 수 없는 암석 탄환들은 그대로 부딪쳐버리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그만큼씩 또 생성된다. 씨발. 개수가 대체 몇 개야? 그리고 왜 끝도 없이 나오는데?

녀석은 포션을 하나 마시며 아까보다 느긋한 표정으로 여전히 꼼짝도 안 한 채 그저 내가 움직이는 방향만 고개를 돌려서 바라볼 뿐이다.

씨발. 존나 열받는 표정이네. 게다가 이걸 계속 이렇게 피하는 건 무린데.

염력을 넓게 펼쳐서 막아봤지만, 일부는 막고 일부는 뚫린다.

완벽하게 막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보호막이나 데미지 감소가 없는 나는 저걸 한 대 맞으면 숨도 못 쉴 만큼 아프겠지.

그렇게 도망 다니면서도 녀석에게 염력 탄을 써보지만 역시 번번이 막힌다.

염력 촉수와 염력 사를 뿌려봐도 빛의 검에 계속 컷당하고.

에라이 씨발. 그럼 나도 이런 거 한번 해보자.

뒤에 암석 탄환을 주렁주렁 달고 녀석에게 빠르게 쇄도한다.

녀석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 머리 뒤로 블링크 했다.

쉽게 맞아주리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녀석은 고개를 움직이지도 않았다.

녀석을 교묘하게 피해서 끝까지 나에게 날아오는 암석 탄환들.

"씨발."

그대로 천장으로 블링크 했다가 암석 탄환이 내 코앞에 왔을 때 블링크를 해서 피했다.

두두두두둑 하고 천장에 박히는 돌들.

"애송이 녀석. 내 손발을 묶어놓고도 이정도밖에 못 하다니. 한심하군."

녀석이 하는 말이 똑똑히 들렸다. 하 씨발. 이새끼. 사람 긁는 데는 소질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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