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95화 (5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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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번째 스킬

계약서 제작. 이건 좀 애매한 스킬이다.

짱개놈들도 정확하게 테스트를 못 해본 스킬.

녀석들은 많은 실험 끝에 쓰는 방법까지는 알아냈다.

상대를 보고 계약서 제작 스킬을 쓰면 그 사람과 스킬 쓴 사람 사이에 계약서가 나온다.

그리고 서로 계약 내용과 계약 기간, 계약 성공 시 보수와 파기 시 페널티를 똑같이 말하면 그 계약이 성립되게 된다.

그렇게 거기까지 알아낸 건 좋은데…. 문제는 뭐 걸리는 게 존나 많다는 것.

일단 상대를 매혹이나 마리오네트 같은 걸 걸어서 계약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불공정 거래를 막으려는 취지인 거 같다. 이상한 곳에서 철저하네.

그리고 계약 성공 보수로 코인은 가능하다.

사실상 사람을 죽이지 않고 코인 양도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근데 계약 조건에 따라 맥스 코인이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 코인 지급량은 생각보다 적다.

많은 코인을 넘기고 싶으면 거기에 맞는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페널티는 딱 하나다. 스킬 사용 불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긴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쓸데 없는 스킬이라는 이야기. 그러니까 이건 패스.

환영 제작. 이건 조금 웃긴다.

나와 똑같은 환영을 만들어내는 스킬. 그리고 그걸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문제는 환영은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리얼한 모습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환영이다. 만져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근데 이건 쓸모가 있을 수 있다. 나에겐 폴터가이스트가 있으니까.

환영과 폴터가이스트를 잘 연동해서 쓰면?

환영인 걸 들키지도 않을 수도 있고 물리력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정교한 컨트롤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지.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을거 같다. 물론 말은 못 하는 데다가 조금이라도 부자연스러우면 누구라도 눈치채긴 하겠지.

뭐, 알리바이용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 상대를 기만하는 용도거나.

근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환영은 사용자랑 같은 모습이라는 것.

그것만 아니라면 제법 여기저기 쓸만한 용도로 쓸 수 있을 텐데.

결국,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스킬은 이미 정해졌다. 스크롤 제작.

이중에는 그게 가장 낫다. 나머지는 뭐…. 다들 있으나 마나 한 스킬.

심호흡을 크게 하고 부들대는 손으로 스크롤 제작 스킬을 누른다.

으…. 존나 아깝네. 그래도 이건 그나마 낫지. 다음 생산이나 제작 스킬을 배울 땐 속 좀 쓰릴 거야.

결국, 배웠다. 으. 으. 돌아버리겠네.

배웠으니 뭐 어쩔 수 없지. 이걸 좋은 일에 쓸만한 일이 뭐가 있나 생각해봐야지.

아, 게이트 스크롤도 나쁘지 않네. 아니네. 게이트 스크롤은 좌표가 필요할 텐데?

만들 수는 있나?

"스크롤 제작."

목록이 떴다. 이런식이구나? 내가 만들 수 있는 스킬 목록이 뜨네?

근데 역시나 순간 이동 스크롤이랑 게이트 스크롤은 목록에 없다. 쳇. 좋다 말았네.

그럼 뭐가 좋나…. 페이즈 아웃? 이건 좀 좋겠네. 전투 같은 걸 하기 전에 승미세안에게 하나 정도씩은 나눠줄 만하겠어.

앗…. 그러면…. 이거 페이즈 아웃 스크롤이 된다면 그 안에서 야한 짓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오…. 현실 미러룸인가. 대놓고 노출 플레이도 가능한 건가?

어휴. 미쳤네. 이런 생각부터 하고.

파티도 스크롤이 안 되는 건 아쉽다. 이건 지속시간이 없는 스킬이라서 그런가?

아. 천리안이랑 투시 스크롤. 이건 좋네. 버프를 줄 수 있는 거잖아?

기억 트리는 왜 안 되지? 이건 좀 의아하네. 아. 축소. 축소 스크롤도 괜찮네.

어쨌든 덩치가 작아지는 건 좋지.

아…. 봉인은 스크롤이 안되네. 씨발. 뭐 이렇게 안 되는 게 이렇게 많아.

결국, 천리안, 투시, 회귀. 이정도가 가장 좋겠네. 페이즈 아웃하고.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적어도 한번 쓰면 쉽게 꺼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스크롤 제작은 이만하면 됐고.

허브 쪽을 살펴본다. 스킬 찍을 동안 벵갈루루의 게이트도 열렸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짱개들. 허브가 있는 공항은 수많은 짱개들로 북적거렸고, 수많은 차들이 이리저리 오간다.

어둠이 내려왔지만, 여기저기 조명탑이 켜지며 낮처럼 밝아진 공항.

여전히 파견대 놈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제복 짱개들은 천막 쪽으로 향한다.

저 제복 짱개들…. 쟤들이 지금 문제란 말이지.

저놈들은 지금 코인들을 잔뜩 들고 있다.

인도 일곱 군데. 한군데에서 만 명씩만 된다고 하더라도 7만 명. 3500만 코인.

그리고 본부당 만 명밖에 안될 리가 없다.

그렇게 많았던 인도 사람들이 만 명 밖에 안 될 리가 없어.

결국, 저놈들은 코인 덩어리라는 소리.

게다가 저놈들은 스킬도 안 쓰고 약에 취한 인도 사람들을 일일이 쳐 죽였다.

아무리 봐도 저놈들은…. 코인 회수용이란 말이지.

이미 사람 안에 들어가 있는 코인들을 빼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잖아?

살인. 그 방법밖에 없다. 내가 늘 했던 짓이라 잘 알지.

약에 덜 취한 놈들이 혹시나 소란을 일으킬까 봐 요란스럽게 죽이지도 않고 한쪽부터 야금야금 죽이기까지 한 녀석들.

저 녀석들은 아마 죽을 거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아마 저놈들은 또 어딘가로 게이트를 타고 가겠지.

연구소 구덩이 같은 곳. 그거만큼 좋은 곳이 없지. 코인들을 응축하기엔.

일단은 지켜본다. 분명 뭔가 작업을 할 거야. 나는 그걸 따라가기만 하면 되고.

무료한 시간이 흐른다.

인도쪽의 게이트는 모두 닫혔고, 그쪽에서 왔던 차들은 이미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백 명을 가뿐하게 넘는 파견대 녀석들은 공항 바깥으로 이동했다.

공항 바로 옆에 있는 호텔. 그곳으로 들어가 방에 들어가는 놈들.

이야. 특수 파견대가 백 명 넘게 있다니. 군침이 싹 도네. 한 놈당 100만 정도만 들고 있다고 해도 1억이 넘잖아?

저놈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싹 다 잡았으면 좋겠는데…. 그냥 지금 다 잡아버려?

아니지. 저렇게 호텔로 들어갔으니 당장 오늘 어딘가로 가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일단 저 제복 놈들이 어떻게 되는지만 먼저 보자.

저놈들이 어디론가 이동한다면, 거기부터 싹 정리하고 다시 이쪽으로 와도 되겠지.

한참을 더 기다리자 드디어 제복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 아. 중국이랑 우리나라랑 시차가 있지? 한 시간? 그럼 여기는 자정인가?

공항 안쪽을 천리안과 투시로 살펴보니 시계가 있었고, 12:00라고 적혀있다.

음. 자정 맞네. 그럼 여기는 어쨌든 중국이라는 건데.

제복 녀석들 쪽에 생긴 게이트. 그리고 녀석들은 한 줄로 차례차례 들어간다.

저 봐. 저거. 딱 봐도 연구소로 보내는 느낌이잖아. 그럼 저 게이트를 넘어가자마자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겠지?

봉인을 써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했다. 그리고 축소를 비롯한 모든 버프를 건다.

게이트를 넘어가는 제복 짱개 놈들을 잘 살펴보다가 녀석들의 사이로 블링크 해서 게이트를 지나갔다.

바로 하늘 위로 블링크.

근데…. 뭐지?

게이트에서 나온 놈들은 또 다른 게이트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벌어진 적당한 간격.

뭐 하는 거야? 게이트에서 나온 다음 또 게이트를 들어간다고?

또다시 따라간다. 그리고 게이트를 또 넘자마자 다시 하늘로 블링크.

뭐야? 또 게이트가 있어? 뭐지? 보안 때문에 저렇게 해놓은 건가?

캬. 씨. 존나 치밀하네. 이정도로 보안이 깐깐하면…. 내가 또 두근두근하게 되잖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 대체 뭘 하러 가는데 이렇게 이중, 삼중 보안을 해?

다시 또 제복 짱개들 사이로 블링크 해서 게이트를 넘었다.

또 하늘로 올라가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다. 여기는 실내다. 천장이 있어.

일단은 천장으로 블링크 했다. 상당히 높은 곳. 그리고 넓다. 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탐지부터 돌린다. 여기가 어디든 탐지를 돌려보면 적당히 알 수 있겠지.

별로 잡히는 건 없다. 근데 천장 한참 위쪽에 기척이 있네? 기척은 열 개 정도.

뭐지? 여기는 그럼 지하인가?

천리안과 투시를 썼다. 하늘 쪽을 봐도 캄캄한 것 밖에 안 보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밤하늘이 보였다.

아. 지하가 맞네. 여긴 분명 지하야. 그럼 저기 기척 있는 놈들은 뭐지?

그쪽을 바라보니 뭔가 고급스러운 방이 있었다.

그리고 거만하게 앉아있는 남자. 그리고 그 주변에서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들.

그 옆방에는 여자도 세 명 보인다. 반쯤 헐벗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들. 진한 화장에 하이힐.

딱 봐도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녀석.

녀석을 보자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게 느껴진다. 저 녀석은 뭔가 있는 놈이야. 허접스러운 놈이 아니라고.

당장 잡으러 갈까 하다가 일단은 기다려본다.

여기 모인 이 제복 짱개들을 어떻게 할지가 궁금하니까. 아마…. 저놈과 연관이 있겠지. 확실해.

들어온 제복 짱개들은 순서대로 줄을 서서 늘어서기 시작한다. 근데 늘어서는 것 치고는 폭이 좀 좁네.

차례차례 줄을 서는 놈들. 어디 보자…. 한 줄에 30명씩 세우네. 그리고 한 줄, 두 줄. 세줄….

한참을 기다리니 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원이 나왔고 게이트가 닫혔다.

50줄. 그러니까 30명씩 50줄이면 1,500명.

이야. 많기도 하다. 존나 많네. 1,500명이 모여있지만, 잡담하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녀석들.

그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다. 저놈들이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

그런 그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정장을 입은 남자. 나이는 조금 있어 보인다.

그리고 제복 짱개들의 뒤에는 파견대 옷과 비슷한 이들이 섰다. 숫자는 열 명.

"전체! 앉아!"

남자가 내지른 소리에 1,500명의 제복 짱개가 일사불란하게 제자리에 앉는다.

약간 소름 돋네. 저 많은 인간이 한번에 착! 하고 자리에 앉는 걸 보니까.

정장 남자는 손을 까딱했고, 제복 짱개들의 뒤에 있던 파견대 녀석들이 뭔가 스킬을 썼다.

앉아있던 제복 짱개들이 뭉텅이로 고개를 처박는다.

순식간에 그 많은 제복 짱개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에 쓰러진다.

뭐지? 수면? 기절? 아…. 기절이겠네. 저게 광역 기절이구나.

효과…. 정말 무시무시하네. 순식간에 저 많은 인간을 무력화시키다니. 근데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유를 알 수 없네.

앞에 있던 정장 남자가 귀에 손을 대고 뭐라고 말한다.

통신? 나는 천장 위에 있는 기척을 바라봤다.

거만한 남자에게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위스키병을 기울여 술을 한잔 따른 남자는 그대로 그걸 한입에 털어 넣더니 벌떡 일어난다.

발걸음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남자.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정장 남자 둘.

녀석들은 복도를 따라 걸어가더니 한 곳에서 멈춰섰다.

엘리베이터. 그리고 그걸 타고 쭉 내려오는 놈들.

제복 짱개들이 쓰러져있는 곳에 도착한 거만남. 그는 앞 단추 하나를 풀더니 쓰러진 제복 짱개들 앞 단상 위에 섰다.

그가 손짓하자 정장 입은 놈들과 파견대 놈들이 빠른 걸음으로 한쪽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굳게 닫힌 문. 그들은 그렇게 문 두 개를 더 나간 뒤 거기에서 대기한다.

이 지하에 남은 건 거만남, 그리고 쓰러진 1,500명의 제복 짱개.

가만히 서서 허공을 바라보던 남자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검은색 원이 확! 하고 퍼져나간다.

씹…. 이건 데스 윈드?

깜짝 놀란 나는 바닥으로 블링크를 한 뒤 페이즈 아웃을 썼다.

씨발. 갑자기 데스 윈드라니? 존나 깜짝 놀랐네. 와. 씨발. 간떨어질뻔 했잖아!

쓰러져있던 제복 짱개들의 몸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뿜는 녀석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 지하 공간에는 빛이 연속으로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페이즈 아웃 때문에 천리안이 꺼져서 녀석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녀석의 웃음소리는 똑똑하게 들린다.

데스 윈드의 지속시간이 끝나고 수많은 코인 주머니 앞에 홀로 서 있는 남자.

단상을 뚜벅뚜벅 내려오더니 그대로 코인 밭 사이를 걸어가기 시작한다.

빨려 들어가는 코인 주머니들. 그렇게 들어오는 코인을 즐기며 녀석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지금이 기회인데.

저놈은 아무리 봐도 기억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놈이다. 모르긴 몰라도 한 일주일은 죽치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조심해야 해. 지금 나는 페이즈 아웃 상태. 해제하자마자 발각될 수가 있다.

일단 녀석이 코인을 다 먹을 때를 기다리자. 아니면 아까 있던 위로 올라간 다음 자고 있을 때 덮쳐도 되겠지.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어. 차분하게 하자.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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