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88화 (58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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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다시 관음.

인도 놈들을 잡아가는 짱개놈을 관음하는 한국인.

인도에 있는 짱개놈들의 기지는 일곱 개. 그리고 그 짱개 놈들이 보내는 연구소는 현재 네 개.

연구소의 등급은 제1 연구소와 비슷한 급. 티어 16까지밖에 정보가 없다.

아무리 봐도 의도적이란 말이지. 스킬 삭제부터 자른 느낌이야.

하긴, 스킬 삭제가 알려지면 조금 파장이 크긴 하겠지.

정말로 모든 인간의 스킬이 지워지는 건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개잡놈 하나가 연구소 코인을 전부 처먹고 쓸데없는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 정보를 감추는 게 맞지.

동남아 쪽은 인도네시아 말고는 거의 다 털린 거 같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쪽까지는 사는 인간들을 전부다 잡아 온 거로 보인다.

징한 새끼들. 정말 엄청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잖아?

두번째 스킬이 나온 게 거의 1년 반 전, 그리고 세 번째 스킬이 나온 게 약 1년 전.

그럼 저놈들이 타국의 놈들을 잡아 죽인 게 거의 1년밖에 안 됐다는 거다.

아. 아니구나.

그 전부터 가능했을 수도 있구나. 굳이 게이트가 없더라도 사람을 죽여서 코인을 모으는 짓은 할 수 있지.

어쨌든 길게 잡아도 5년, 짧게 잡으면 더 짧다.

그 기간 사이에 동남아를 반 이상 전멸시키다니. 진짜 어마어마한 놈들이야.

세상이 평화로울 때는 이러고 싶었던 걸 어떻게 참았대?

생각해보니 짱개놈들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네.

나도 사람 죽인 숫자가 결코 적지는 않을 테니.

어쨌든 이제 슬슬 움직일 시간. 허브는 살린다. 녀석들은 허브가 발각된 걸 몰라. 그러니 허브는 살려놓고 연구소만 친다.

연구소는 이미 침략당한 적도 있는 데다가 내가 인도에서 게이트를 타고 넘어가서 발견했다고는 생각 못할 거야.

오히려 내부의 배신자라던가 그런 것들에 신경을 더 쓰겠지.

우연히라도 발견할 수 없는 곳에 만들어 놨을 테니까.

게다가 인도의 짱개 본부들을 살피다 보면 결국엔 인도 놈들을 어디로 옮기는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인도에 있는 본부들만 남아있다면 또 다른 연구소 같은 곳이 어디 있는지 계속 알 수 있는 거고.

좋아. 그렇게 결정했으면 가야지. 연구소 네 곳. 기대 코인 2억 8천.

5로 나눠도 5천만 코인이 넘잖아? 이 병신들이 언제까지 털릴지는 모르지만, 털 수 있을 때는 빨랑 털어야지.

아…. 그러면…. 뭐 하나 확인 좀 해볼까?

홋카이도로 순간이동 한다.

평화로운 세상의 하루카와 아키.

자기가 먼저 나랑 만났다고? 귀여운 녀석. 그런 깜찍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나 왔다."

"오셨어요!"

언제나 해맑은 하루카, 나를 보고 그래도 고개는 까딱 해주는 아키.

음. 미묘한 반응이네. 뭐, 일단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아키. 니가 필요해."

"어? 어!?"

"오빠. 그렇게 오해사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안 돼요."

"엥?"

하루카의 말에 나와 아키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뭐 실수했나?"

"아…. 아니에요. 말씀하실 거 하세요."

그러더니 주방 쪽으로 총총 들어가는 하루카.

으음…. 쟤 좀 분위기가 변한 거 같은데.

천진난만한 토끼인 줄 알았던 애가 알고 보니 눈 여우였다던가…. 그런 느낌이야.

"하루카 말대로….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아. 사실은, 내가 짱개 놈들이랑 볼일이 있거든? 근데 손이 조금 부족해서."

"어?"

"너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갑자기 그렇게 말해봐야…. 대체 뭔데? 설마 사람 죽이는 일인가?"

"당연하지. 내가 뭐 너랑 데이트 가자고 이런 말을 하겠어?"

"왜 말을 항상 그렇게…."

얼굴이 따가워서 주방 쪽을 보니 하루카가 내 쪽을 향해 인상 쓰고 있다.

쟤 진짜 뭐냐. 쟤 원래 저런 애였어?

"싫으면 말고. 됐어. 그럼 나는 간다."

"자…. 잠깐."

"왜? 할 거야 말 거야? 시간 없어. 짱개들 잡아 죽일 시간도 모자란다고."

"할게."

"좋아. 그럼 나 따라와. 하루카? 나 아키랑 다녀올게."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나는 바로 연구소 게이트를 열고 말했다.

"타."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게이트를 타는 아키.

그렇게 나도 넘어갔고, 바로 게이트를 닫는다.

게이트가 닫힐 때까지 저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하루카.

"갑자기 중국인 학살이라니."

"지금 부터 하는 이야기는 중요해. 그러니 하나라도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나는 완벽하게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지 자존심이나 인정, 자비 같은 걸 앞세워서 일을 그르치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어."

"대체 왜 그렇게 고압적인 건데?"

"헛짓하면 죽으니까. 나는 니가 죽지 않았으면 해."

내 말에 아무 말이 없는 아키. 그러더니 우물쭈물하며 말을 한다.

"뭘 말하려고 그렇게 서론이 긴 거야? 말해봐."

"일단 나는 너의 스킬을 모두 알아야 해. 그래야 전략과 전술을 짤 수 있어. 너에게 어느 정도까지 맡길 수 있는지, 니가 어느 만큼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그러니 가진 스킬을 모두 말해줘."

"나만?"

"어. 너만."

"그쪽은?"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나는 너의 스킬을 듣고 가능한 부분을 말해준 뒤 이곳을 떠날 거야. 잡아야 하는 곳이 세 군데나 더 있으니까."

"대체…. 저기가 뭐 하는 곳인데."

"그것도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저기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일 거야. 그리고 그것보다 더 끔찍한 짓도 얼마든지 할거고."

"죽이는 것보다 끔찍한 게 있어?"

"있어. 그리고 그걸 보면 너는 나를 혐오할 수도 있겠지."

잠시 말이 없는 아키.

물론 내가 아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 특이한 여자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고, 이 여자의 몸에 내 물건을 넣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엔 하루카의 경비정 도로만 써도 충분하다.

그러니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거야.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하아. 진짜 제멋대로인 남자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빛의 검, 공간 절단, 투명화, 페이즈 아웃, 심연,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성역, 절멸, 비행, 반사, 보호막, 데미지 감소, 블링크, 순간이동, 게이트, 괴력, 수납, 탐지, 테이밍, 동물 탐지. 됐어?"

"히든 스킬은 신검 합일 가지고 있고."

"그래."

"패시브는?"

"스킬 반경 증가14."

"다른 건?"

"스킬 지속 시간 증가5…."

"스킬 최대 수치 증가랑 스킬 한계 돌파는 아예 안 찍은 거야? 아니 못 찍은 건가?"

"...그래."

"가난한 검성님 이었구나."

"나…. 난! 우리 마을에 쳐들어오는 놈들만 막았을 뿐이라고!"

"흐음…. 아직 살아있는 게 대단하네. 운이 좋았어. 아키."

"뭐?"

"아니 뭐…. 그래도 반경 증가는 찍었으니 됐지. 그게 핵심이긴 하니까. 체력 증가는 찍었겠지? 신체 능력 증가도?"

"그래."

"강한 의지와 생존 의지도 찍었을 거고. 데미지 감소를 찍었으면 그걸 노리고 찍은 거겠지?"

"맞아."

"좋아…. 페이즈 아웃이랑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있으니 위급하면 언제든지 쓸 수 있겠네. 대신 파티는 하기 힘들 거고. 음…. 알겠어. 잠시만."

절멸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어쨌든 상당히 밸런스 좋은 스킬 구성이다.

필요한 스킬과 패시브는 다 찍었다는 게 맘에 든다.

아마 무력은 이미 만땅이라고 봐도 되겠지.

다만 대량 학살용이 아닌 소규모 전투의 프로라고 봐야겠네.

이 여자의 반사신경과 움직임이라면 얼마든지 상대를 썰어버릴 수 있으니까.

"좋아. 전부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말할게. 저곳을 보면 세 가지 구역으로 구성되어있어…."

아키에게 연구소에 대해서 전부 다 빠르게 설명해 줬다.

내가 그녀에게 요구한 건 딱 세개다.

모든 인간을 다 죽일 것. 한명도 도망가지 못하게 할 것. 구덩이에 있는 코인은 놔둘 것.

내 말을 다 들은 아키는 침울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도망을 못가게 하는 건 자신 없는데."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거기에 스킬 반경 증가14면…. 반경 345미터는 되겠네. 그걸 써. 저놈들 중에 파견대만 먼저 잡으면 나머지들은 잔챙이야. 연구소에 있는 놈들은 스킬은 많을 수 있어도 스킬 구성이 엉망이라 크게 무리는 없을 거야."

"하아. 내가 왜 대체…."

"이미 늦었어. 후회 하지 마. 나는 지금 니가 못하겠다고 하면, 너를 매혹하고 그대로 쓸 거야."

"꼭…. 그렇게 나쁜 사람인 척을 해야겠어?"

"뭐라는 거야? 나는 나쁜 사람인데?"

"웃기지 마. 그쪽은 자기를 보고 인상 쓰는 걸 즐기는 야쿠자 놈들 같이 이야기하잖아!"

"목소리 낮춰. 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면 안 되지. 저쪽에서 들리면 어쩌려고."

"아…. 미안."

"그리고 나는 나쁜 척하는 놈이 아니고 나쁜 놈이 맞아."

"내가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좋아. 잘 보고 있으라고. 탐지로 지켜봐도 되고."

축소를 썼다. 그리고 하나하나 버프를 다 걸었다.

눈앞에서 작아진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아키. 나는 그런 그녀를 두고 연구소 한복판으로 블링크 했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이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의 선고가 이뤄졌고, 그대로 아까 봐둔 파견대 놈들이 있는 곳으로 블링크 했다.

버프를 끄고 싶지 않기에 페이즈 아웃은 쓰지 않는다.

잠긴 문은 잠금 해제로 열면서 한놈 한놈 재우고 수납으로 삼킨다.

비명도 없고 요란함도 없는 죽음.

어디에 있는지 전부 탐지로 기척을 확인할 수 있고 천리안과 투시로 뭐 하고 있는지까지 전부 볼 수 있는 자의 암살.

그저 기계적인 살인일 뿐이다. 보이면 죽이고 보이면 죽이고, 보이지 않아도 찾아가서 죽인다.

순식간에 정리된 파견대 녀석들.

바로 연구소로 블링크 했다.

마구 소리치며 복도를 달리는 한 연구원.

아마 늦은 시간에도 스킬 테스트를 하다가 갑자기 스킬이 안 나가지니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 저러나 보다.

블링크로 쫓아가 그대로 수납으로 삼켰다.

하지만 녀석의 시도는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기척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차피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렸으니 상관없어. 차분하게 가자.

나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한 층씩 깔끔하게 정리한다.

서서히 꺼지는 기척.

제복 입은 짱개들이 우르르 달려오지만, 복도에서 그렇게 우르르 달려오면 나만 좋지.

그대로 블링크 해서 수납으로 모조리 삼켰다.

차례차례 정리되는 짱개들.

10분. 그 정도 걸린 거 같다. 이제 남은 건 감옥에 갇힌 여자들뿐.

잠금 해제, 수납, 잠금 해제, 수납…. 그 짓을 반복한 끝에 결국 여자들까지 모두 처리했다.

에이. 이게 더 시간이 걸렸네. 역시 하나하나 쳐 죽이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다시 탐지. 주변의 기척이라곤 저 멀리에 있는 아키 하나 뿐.

감옥 바깥으로 날아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했다.

그리고 아키에게 블링크.

"끝."

축소를 풀자 깜짝 놀라는 아키. 반사적으로 빛의 검을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봤어?"

"뭐…. 뭘 봐! 스킬이 안 써져서 탐지는커녕 하나도 못 봤다고!"

"아. 젠장."

그 생각을 못했네. 여기가 범위 안쪽이라는 걸.

"어쨌든, 나는 저기 있던 녀석들을 전부 죽였어. 이래도 내가 나쁜 척하는 놈이야?"

"그…. 그건."

"그래. 이런 의미 없는 논쟁은 나중에 하자. 이미 칼을 빼 든 이상 남은 곳들도 쓸어버릴 수밖에 없어. 게이트."

다른 연구소의 문을 열자 아키는 말하지 않아도 순순히 게이트를 탔다.

그녀의 뒤를 따라가 게이트를 닫고 바로 말한다.

"이제 나는 이런 곳이 두 군데 정도 더 있으니 거길 치러 갈 거야. 그러니 여기는 니가 책임지고 다 죽여."

"으…."

"매혹 걸어?"

"됐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래. 잘 생각했어. 착하다. 아키."

"제발 그런 식으로 말 좀…."

"부끄러워하기는. 아무튼,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 없어. 나는 간다. 다 끝나면 여기에서 기다려. 순간이동."

그렇게 아키를 남기고 몰디브로 순간이동 했다. 연구소의 코인. 그건 남겨두면 안 되지.

"주인님!"

열정적으로 청소를 감독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세 여자.

"저기 남자 중에 비행 있는 놈 있어?"

"비행요?"

"되물어볼 시간 없어. 빨리 찾아와. 비행 스킬 있는 놈."

세 여자는 바로 후다닥 달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셋을 데리고 왔다.

셋이라. 제법 많네.

"이거 셋 누구 매혹이지?"

"어…. 이 둘은 저고요, 이 녀석은 가인요."

"레나 니가 이놈 셋 다 매혹해."

"네?"

"꼭 두번씩 말해야겠니?"

"아…. 알겠어요. 잠시만요."

급하게 다그치니 그 특유의 귀여운 척하는 말투마저 사라지는 레나.

가인과 레나가 무효화와 매혹을 쓰면서 남자를 바꿨고, 이내 준비됐다고 말한다.

"그 남자 세 명 데리고 레나 너만 따라와."

다시 연구소로 게이트. 레나와 비행 스킬 있는 남자 셋을 데리고 바로 넘어간다.

"따라와."

구덩이로 다가간 나는 빠르게 설명했다.

남자들이 코인을 전부 다 먹을 것, 다 먹으면 바로 도쿄의 신영이 방으로 이동해서 기다릴 것, 누군가 나타나도 싸우지 말고 도쿄로 이동할 것.

그렇게 빠르게 말한 나는 또 다른 연구소로 순간이동 했다.

아. 바쁘다 바빠. 레나 쪽이야 어려운 거 아니니 괜찮을 테고. 아키는 잘하고 있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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