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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전투.
스킬 특성상 오래가는 전투는 없다. 스치면 죽음, 실수하면 죽음, 강한 놈의 학살, 약한 놈의 개죽음.
블링크 하는 놈들은 이래저래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여기저기에서 폭발과 화염, 번개, 얼음이 보인다.
곳곳에서 번쩍거리는 빛. 하나둘씩 꺼지는 기척
참…. 보는 맛은 없어.
천하제일 무술대회처럼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힘겨루기 같은 걸 하는 모습은 없다.
안될 것 같으면 빠르게 도망가는 게 낫지. 억지로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
그래도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공격은 역시 레이저다.
쏘아지는 위치는 제각각이다. 정말 엉뚱한 곳에서 계속 날아오는 레이저.
한자리에서 두 번 쏘아지는 법이 없다.
아마 날아오는 레이저가 한가닥이 아니었다면 레이저 쏘는 놈들이 한 세 명은 됐을 거라고 착각했을 정도.
저놈이 가장 실력자인가? 확실히 살상력은 가장 높은 거 같긴 한데.
초장거리 저격이라 코인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네.
물론…. 지금 내가 보기엔 별 의미 없는 공격으로 보이긴 하지만.
몸이 근질근질하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깔아버리고 싶은 마음.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더 모여야 해. 이 근처에 있는 한가락 하는 놈들은 죄다 모아 놓고 한 번에 조져야지.
내가 하는 짓을 누군가 보고 그놈이 살아서 도망간다면, 결국 파훼 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최대한 몰아서 죽여야 해. 생존자가 없도록.
홍콩의 민간인 학살을 우선시하는 짱개들은 홍콩 녀석들이 덤벼들면 굳이 대응하지 않고 빠르게 빠진다.
그리고 그러는 순간에도 홍콩은 쑥대밭이 돼가고 있다. 결국, 똥줄 타는 건 홍콩 녀석들.
이렇게 되면 홍콩 놈들이 무리수를 던질 수밖에 없을 텐데. 과연 무슨 짓을 하려나.
하늘 높은 곳에서 판세를 보고 있기에 어느 정도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홍콩 쪽 녀석들은…. 민간인의 희생을 어느 정도는 외면하려는 것 같다.
짱개들을 요격하던 모습에서 한발 물러나더니 자기들끼리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짱개들의 배후로 돌아가는 모습.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건가? 뭐가 됐든 손해네. 녀석들에겐.
좋아. 관람은 끝.
이제 얼추 모일 만큼 모인 거 같다.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야.
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반경은 660미터. 즉 지름 1,3킬로미터의 원형.
게다가 쓸 수 있는 개수는 열일곱 개. 반경도 중요하지만 개수가 중요하다.
스킬을 쓸 수 없는 공간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건…. 끔찍한 기분일 거야. 손발이 잘린 느낌이겠지.
한창 녀석들이 싸우고 있는 한복판으로 블링크한 나는 녀석들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그 효과는 블링크를 하던 녀석들과 하늘을 나고 있던 놈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왔다.
속절없는 추락. 어이없는 표정.
운 좋게 지상에 있던 녀석들은 스킬이 써지지 않는 당혹감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료들을 보면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남은 건 고깃덩이와 신음. 빛과 코인 주머니.
나는 그런 걸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블링크를 써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확장한다.
범위 바깥까지 블링크로 날아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계속 더 깔았다.
추가로 열두 개. 이정도면 단거리 달리기 선수라도 범위를 벗어나는 데 제법 걸리겠지.
후우. 여유를 즐기며 탐지를 돌리고 녀석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황당함과 당혹감. 어찌 된 일인지 갈피를 못 잡는 놈들. 게다가 생각보다 날고 있던 놈들이 많았기에 기척은 제법 줄어있다.
게다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놈들이 많다.
떨어지면서 건물에 부딪히고 아스팔트와 포옹하는 바람에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
전투가 이뤄지던 곳은 순식간에 장례식장 분위기가 된다.
이제는 수확의 시간.
온전히 모든 스킬을 쓸 수 있는 나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가장자리에서 부터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블링크, 수납, 블링크, 수납.
살인과 동시에 코인을 주울 수 있는 깔끔함.
근데…. 너무 많네.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은 조금 천천히 잡자. 일단은 짱개놈들이랑 홍콩 놈들 정예부터 잡아야 해.
지급 파견대와 성급 파견대 놈들은 그냥 수납으로 죽인다.
그렇게 목숨을 수확하다가 발견한 특수 파견대 녀석 하나.
오. 그래. 저놈들은 잡아야지.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수면. 그리고 수원 게이트를 열어 던져 놓는다.
아까 몇 놈이었지? 여섯이었나? 그놈들은 다 잡았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내 수고를 덜어주는 놈들이 있었다.
히든 스킬 여왕을 가진 놈, 폴터가이스트를 가지고 있는 듯한 녀석.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린 걸 기회라고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학살하는 녀석들.
보아하니 성급 파견대인거 같은데.
그냥 놔두면 알아서 홍콩 놈들을 정리해주려나? 코인도 모아주고?
근데…. 그냥 죽인다. 변수는 최대한 없애버리는 게 맞지.
수면으로 재우고 수납으로 그대로 삼켜버렸다. 오우. 코인 좀 많이 있네. 달달하다. 달달해.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건물 옥상에서 몸을 숙이고 숨어있는 놈들을 발견했다.
아. 저놈은 아까 레이저 쏘던 놈인데? 그럼 홍콩 놈들이잖아?
숫자는 넷. 저건 잡아야지. 바로 내려가 혹시 모르니 무효화와 수면을 건다. 그리고 게이트를 연 다음 수원 벙커로 던져넣는다.
수원 벙커에 잡아놓은 놈은 이제 다섯.
음…. 테이프 질을 해야 하나? 해놓는 게 낫겠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금방 테이프 칠을 하고 다시 홍콩을 돌아다닌다.
보이는 족족 수납으로 삼키는 모습은 무슨 쓰레기 수거차 같다.
스킬을 쓸 수 없게 되자 패닉에 빠져서 도망가는 놈들.
한데 모여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다급한 목소리로 타개책을 생각해보는 놈들.
건물 한쪽에 숨어서 마치 없는 척하고 죽은 듯이 있는 놈들.
아쉽게도 나는 탐지가 된단 말이지. 이놈들이 나를 피할 방법은 없어.
어려울 것도 없고 복잡할 것도 없는 작업이다. 보이면 수납으로 삼키기.
다만 조금 지루할 뿐. 혼자서 전부 잡아 죽이기엔 너무 많아.
빨리 승미세안 네 여자도 이걸 배우게 해야겠어.
해가 질 무렵엔 특수 파견대 녀석들 세 놈을 추가해 수원 벙커 입주자를 여덟 명으로 늘렸다.
나머지 두 놈은 보이질 않네. 추락사로 죽었나? 그런 게 확인 안 되는 게 좀 찝찝하단 말이지.
가장 궁금한 건 무명 그놈인데…. 이게 문제야. 난전 중에 죽어버렸으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사를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죽인 놈 중에는 뇌제의 기억에서 봤던 무명 놈은 없었다. 으. 찝찝해.
위력은 정말 좋은데 이런 건 참 불편하단 말이지.
근데 되게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나도 참.
일단은 내 탐지범위 안에 있는 모든 기척을 다 잡아 죽였다.
황량한 땅이 되어버린 홍콩. 총 얻은 코인은 대략 3,400만 코인.
1억 7천에 다다르는 코인이다. 하긴 짱개놈들 파견대만 거의 100마리가 있었는데…. 이정도는 돼야지.
근데 의외로 많은 건 아냐. 이래도 아직 패시브 찍으려면 버거운 양이다.
하아. 또 짱개놈들의 코인 공장을 발견하면 좋겠는데. 그거만큼 쏠쏠한 곳이 없잖아?
깔끔하게 정리된 홍콩을 한 번 더 쓱 훑어보고 이번엔 광저우로 갔다.
녀석들이 이런 작전에 나섰으니 아직 시 정부 건물에 녀석들이 남아있을 거야.
코인은 별로 없더라도 다 잡아야지.
깔리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그리고 나는 유리창을 깨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맨 위층부터 보이는 놈들은 족족 잡아 죽인다. 다 정리 하는 데는 30분도 안 걸리고.
자…. 이제 그럼 얼추 끝인데.
정보 모으는 데 하루. 잡아 죽이는데 하루. 타이밍이 잘 맞은 게 다행이네.
게다가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아직 보너스 상자가 남았어.
수원 벙커로 순간 이동했다.
아직 잠들어 있는 여덟 명의 남자들. 아. 왜 여자가 없는 거야. 귀찮게.
그렇게 일단 하나하나 기억을 읽는다. 그러다가 특수 파견대 한 놈은 빼놨다.
캬. 보물 발견. 게이트가 있는 놈. 내가 찾던 놈이다.
이놈만 있으면 녀석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수 있잖아?
그렇게 녀석들의 기억을 다 읽으니 거의 자정이 됐다.
덕분에 훌륭한 수확을 얻을 수 있었어. 그럼 고마웠다. 친구들아.
일단 필요 없는 일곱 놈은 그대로 죽인다. 들어오는 코인 700만.
정예 놈들 치고는 생각보다 짜네. 에휴.
"게이트."
도쿄 게이트를 열었다. 염력 촉수로 남아있는 특수 파견대 놈을 집어 들고 게이트를 넘어갔다.
"오셨어요? 주인님? 근데…. 그 남자는…."
"가서 레나랑 가인이 불러와."
신영은 바로 가서 남은 두 여자를 불러온다. 그런 그녀들에게 매혹을 리필하고 레나에게 말한다.
"얘 매혹해봐."
"네. 주인님. 매혹."
특수 파견대 녀석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고 레나에게 다시 말한다.
"이놈보고 자기 본부 게이트 열라고 해."
"본부 게이트를 열어."
"네. 게이트!"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나는 바로 파견대 놈을 수납으로 삼켰다. 들어오는 150만 코인.
"간다. 하던 일마저 잘하고."
축소를 쓴 뒤 그대로 게이트를 넘어갔다.
그리고 바로 무효화. 게이트 너머에서 '주인님!' 하는 레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내 버프가 모두 풀리며 게이트도 닫힌다.
바로 버프를 다 돌리고 탐지를 돌렸다.
특수 파견대 녀석이 저장해놓은 위치가 사람의 인적이 없는 곳이라 다행이야.
내가 도착한 곳은 켈커타. 그래. 인도의 켈커타다.
이 특수 파견대 놈들이 원래 맡고 있던 일은 인도에 상주하면서 인간들을 잡아 오는 것을 관리·감독 하는 것.
덕분에 새로운 맵을 밝힐 수 있게 됐어. 고맙게.
탐지에 걸리는 바글바글한 기척들.
이야…. 진짜 장관이다. 장관이야.
지난번 제1 연구소. 거기에서 종일 게이트를 타고 넘어왔던 인도인들.
그놈들을 여기에서 보내는 거다. 결국…. 홍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지. 여기가 진짜 노다지 밭이라는 소리.
크. 이건 정말 조심스럽게 잡아먹어야지. 아직 특수 파견대 놈들이 죽은 건 알려지지 않았으니 아직 이놈들이 철수할 리는 없잖아?
이놈들이 보내는 곳, 잡아 오는 곳, 그런 곳들을 한꺼번에 싹 일망타진할 좋은 기회야.
막대한 코인이 보장된 곳. 어휴. 저 기척들 봐. 진짜 바글바글하네.
일단 이 위치를 저장해놨다.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간다.
홍콩부터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지.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홍콩 놈들의 아지트가 마카오에 있다는 건 상당히 웃긴다.
훼이크라고 해야 할까? 짱개놈들도 이건 예상 못 했나 보다.
기억에서 읽은 대로 아지트를 찾아간다. 텅 비어버린 마카오. 그리고 도착한 아지트.
느껴지는 기척. 인원은 서른 명 정도.
홍콩 세력의 마지막 인원들. 아직은 스킬이 별로 없어서 오늘의 전투에 참여도 못 한 반푼이들.
허름한 건물 지하에 모여있는 녀석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있다.
말 그대로 전멸당하기 직전이라고나 할까?
녀석들을 남겨두고 짱개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주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젠 그럴 필요 없다.
내 손으로 직접 잡아 죽이는 게 낫지.
더는 필요 없는 녀석들. 나는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썼다.
갑자기 녀석들의 기척이 부산스러워진다.
스킬 숙련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면 느꼈겠지. 갑자기 스킬이 안나가게 됐으니까.
그런 녀석들을 천리안과 투시로 지켜본다.
당황하지 않고 세 무리로 나뉘더니 각자 다른 출구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대응은 좋았으나…. 상대가 안 좋았네.
옆 건물 1층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로 나온 열 명. 미리 도착한 내가 녀석들이 전부 나오자마자 그대로 수납을 썼다.
그리고 바로 다음 비밀 통로로 향한 녀석들을 잡으러 간다.
옥상까지 올라간 녀석들. 바로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넘는다.
여기도 열 명 정도. 옥상을 전부 넘어오자 바로 수납을 썼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녀석들.
이제 남은 건 열 명. 더 아래로 향하는 통로로 내려가는 그들은 하수구 같은 곳으로 나와 뛰기 시작한다.
쯧. 저긴 좀 더러워서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
한참을 달려 녀석들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거의 바깥까지 이동했다.
어이구. 나가면 안 되지. 어딜 감히.
바로 하나를 더 써준다. 아마 미치고 팔딱 뒤겠지. 아무리 가도 가도 스킬이 안 써지는 건 정말 끔찍할 거야.
맨홀 뚜껑 하나를 열고 밖으로 나오는 최후의 생존자들.
불안한 눈빛과 두려운 표정. 그게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하에서 마지막 사람이 나오는 걸 보며 그대로 수납을 쓴다. 그대로 삼켜지는 녀석들.
끝.
깔끔하게 마무리된 홍콩 민주 자치구 반중무장조직. 고생 많았다.
너희들이 못다 한 짱개 박멸은 내가 해줄 테니 편히 눈감아라.
어휴. 이게 무슨 개소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