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80화 (5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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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탐지거리 반경 2,200미터. 즉 2.2킬로미터.

블링크 거리 4.4킬로 미터.

비행속도 시속 505킬로미터.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반경 660미터.

하. 나도 이제 모르겠다. 내가 사람이 맞는지.

우한에서 홍콩까지 900킬로 조금 넘는 거리를 비행과 블링크로 한 시간 반 안 되게 주파했다.

이건 미친 거 같다. 이게 된다고? 정말로?

어쨌든 각도가 조금 틀어지긴 했지만, 결국 열심히 찾아서 도착한 홍콩.

느껴지는 기척이 많다. 아마도 이들은 홍콩 민주 자치구 반중무장조직 일원들이겠지.

주가인의 기억에서 봤었어. 세상이 망하자마자 짱개놈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궐기한 사람들.

스킬이란건 쪽수가 많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쪽수가 많은 쪽이 코인을 바치며 상대를 키워줄 수도 있다.

그래. 그렇기에 홍콩놈들은 우선순위가 아니야.

놈들이 짱개들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내가 잡아 죽이기 편하지.

일단은 놔뒀다. 하지만 정보는 얻어야 하니 일단 아무나 하나 잡고 기억을 읽는다.

적당히 정보는 얻었지만 그리 영양가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역시 이놈 저놈 많이 읽어봐야겠네. 에휴.

그나저나…. 여기는 덥다. 진짜 덥다. 씨발. 덥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게다가 습해. 지랄 같다. 뭐 씨발. 이런 동네가 다 있냐.

겨우내 추위로 고생하고 따듯한 날을 바랐던 나지만, 이런 더운 날씨는 질색이다.

아니, 그냥 덥기만 하면 모르겠어. 근데 이건 너무 습하잖아?

짜증이 막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온다. 하. 이럴 거면 조금 일찍 올걸.

근데…. 더 늦게 안 온걸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6월이 이정도인데 7월이나 8월에 왔으면 정말…. 일단 미나를 불러서 눈보라를 깔고 시작했을 거야.

축소를 쓰고 탐지를 봉인했다. 크기도 작고 탐지에도 안 걸리는…. 말 그대로 씹사기 먼치킨.

그대로 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가 아무나 재우고 기억을 읽었다.

역시, 이 사람들은 홍콩 쪽 사람들. 그리고 지금 녀석들의 격돌은 이 위의 광저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 거기 있단 말이지.

바로 날아올라 광저우로 날아간다. 그리고 금방 도착한 도시.

여기는 이름을 들어봤지. 뭐였지? 올림픽이었나? 아니다. 아시안게임?

알게 뭐야.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탐지를 봉인했는데도 탐지를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황홀한 일이다.

나는 볼 수 있지만, 저들은 나를 못 본다. 게다가 축소를 썼고 투명화까지 썼으니, 정말 운으로 찾는 거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

그렇기에 마음 놓고 도시를 돌아다녀 본다. 어떤 놈들이 있는지.

부디 뭔가 그럴듯한 놈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나는 발견했다.

눈앞을 가로지르는 붉은 빛줄기를.

와씨. 저건 그건데. 레이저.

광선의 히든 스킬. 초장거리에서 쓸 수 있고 보호막이고 나발이고 뚫고 들어가는 공격.

존나 폐급 스킬인 줄 알았는데 저걸 쓰는 놈이 있네? 근데 레이저가 쏘아졌던 곳에는 아무도 없다.

하긴…. 한번 쓰고 위치가 발각되는데 가만히 있을 리는 없지. 블링크든 뭐든 썼을 거야.

레이저가 노린 곳에도 뭐 기척은 없다. 피한 걸까? 아니면 죽었을까?

바닥에 코인이 없는 거로 봐선 죽은 거 같진 않은데…. 모르지. 같이 있던 놈이 코인만 먹고 도망갔을지도.

어쨌든 티어13 이상 되는 놈이 있다는 소리. 그리고 녀석들이 노리는 놈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지켜보는 일.

개씹먼치킨이 됐다고 해도 저런 놈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다.

내가 등장하는 건 딱 한순간. 서로 치고받고 있을 때. 딱 그때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지켜본다. 녀석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아야지.

기척이 느껴지긴 하는데 자꾸 나타났다 사라진다. 아마도 블링크겠지?

그리고 빠르게 날아가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놈들도 있다.

아주 지랄 염병을 하는구나. 이래서야 원…. 잡을 수가 있나?

하긴, 다른 놈들이라고 뭐가 다르진 않겠지.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싸우자! 하는 놈은 미친놈이다.

목숨이 여러 개거나 자살 희망자라고밖에 볼 수 없어.

빨리 새로운 스킬을 써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하긴 하지만…. 참는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신감이 넘쳤다고.

개씹캐사기 먼치킨이 됐다고 내 사냥 패턴을 바꿀 리가 없지.

나는 기다리는 사람. 인내의 화신. 관음의 대가, 잠복과 매복, 기습을 선호하는 자.

참고 지켜보는 데는 이골이 났잖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렇게 주변의 모든 것에서 정보를 얻고 기회가 나면 한 놈씩 잡아서 기억 읽기를 한다.

괜히 죽였다가 경각심을 줄 필요는 없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우고 기억을 읽은 다음 살려둔다.

막상 올때는 당장 홍콩을 다 쓸어버릴 것 같이 여기로 왔지만…. 결국 하루를 꼬박 지켜봤다.

정보 수집은 소중하니까. 적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아야지.

게다가 밤에는 위치스 매혹 리필도 해야하니까.

다시 다음날 점심 무렵에 다시 순간이동으로 돌아온 이곳.

어제 기억을 읽었던 걸 종합하면,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 오후에 성급 파견대 네 팀과 지급 파견대 10팀이 이곳으로 집결한다는 정보.

그리고 홍콩 쪽에서는 그걸 각개격파하기 위해 모인다고 한다.

양쪽을 골고루 읽었으니 아마 신빙성은 높을 거야. 그리고 웃긴 건 이런 일이 상당히 잦았다는 거다.

어쩐지. 본토를 그렇게 존나 쓸어버리고 다녀도 짱개놈들이 코빼기도 안 비친 이유가 있었어.

안 온 게 아니고 못 오는 거였다. 이쪽에 병력을 계속 꼬라박고 있느라 정신없었다는 거지.

뭐, 아무렴 상관 없다.

이제라도 영양가 높은 놈들이 잔뜩 모인다니 나에겐 무조건 좋은 소식이잖아?

타이밍을 잘 맞춰서 왔네. 이런 이벤트를 놓치면 안 되지.

다만 문제는…. 저런 정보들이 유출용 역정보일 수 있다는 것.

아무리 그래도 저런 정보가 저렇게 쉽게 흘러나올 리가 없다.

게다가 그리 급이 높지 않아 보이는 놈들이 저런 걸 전부 알고 있는 것도 웃긴다.

아마 서로 통수의 통수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겠지.

짱개 놈들은 홍콩 놈들을 빨리 쓸어버리고 전선을 줄이고 싶을 거고, 홍콩 녀석들은 될 수 있는 한 짱개놈들을 많이 잡아먹고 싶을 거야.

일단은…. 짱개놈들의 지원군이 오는 건 확실한 거 같다.

내가 기억을 읽은 놈 중의 하나는 광저우시의 시 서기도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 같은 녀석.

아무리 구라핑을 섞는다 해도 시 서기면 이 도시의 가장 윗대가리다.

게다가 광저우시도 작은 곳이 아니고.

그런 녀석의 기억을 직접 읽었으니 적어도 거짓은 아닐 거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이 있는 시정부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

아마도 지원이 나타나면 이쪽으로 올 거니까.

지난번에도 몇 번의 지원이 왔었고, 그때도 이 건물로 왔으니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 거다.

그렇게 건물이 탐지 끝에 걸릴 정도로 멀리서 천리안과 투시로 지켜보는데…. 오후 네 시쯤 되자 건물 앞뜰에 게이트가 하나 열렸다.

왔다!

게이트가 열리자 거기에서 나오는 짱개들.

숫자가…. 많다. 매우 많다. 하긴, 성급 파견대 4팀이랑 지급 파견대 10팀이랬지?

한팀에 7명이라고 잡아도 거의 1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잖아?

지급 파견대는 최소 티어9이상, 성급 파견대는 티어12이상이다.

지금 보면 상당히 가소롭긴 하지만…. 어쨌든 뭐 쪽수는 상당히 중요하긴 하지.

많이 상대해본 놈들이라 누가 성급 파견대고 누가 지급 파견대인지는 알고 있다.

아니, 상대해보지 않아도 관찰력이 조금 좋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을 거다.

어떻게든 그런 건 티 내고 싶어 하는 놈들이니까.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표시는 해놓지.

근데 성급 파견대와 지급 파견대 말고도 한 팀이 더 있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녀석들.

성급 파견대 녀석들이 굽신거리는 거로 봐선 저놈들이 가장 높은 놈들인가 보다.

특수 파견대 놈들인가? 그렇다는 건 저놈들은 정보를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지?

좋아. 일단 저놈들 위주로 노리자. 노리는데….

홍콩 놈들도 분명 이걸 보고 있을 텐데.

녀석들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멀리서 천리안으로 보고 있나? 음. 잘 모르겠네. 딱히 의심 가는 놈들은 없는데.

게다가 짱개와 홍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명. 그놈도 있겠지. 이런 기회를 놓치진 않을 거야.

여기 꽤 있었다면, 그리고 아직 살아있다면 어디선가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녀석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디로 갈지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

게이트에서 나온 녀석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강당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가 편하게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뭐지? 지금 바로 움직이는 건 아닌가? 그렇다고 도착하자마자 쉬는 건 조금 웃기는데?

뭐 차로 이동하거나 비행기로 와서 잠시 휴식하는 거면 몰라도…. 게이트로 왔잖아?

그렇게 잠시 기다리는데…. 강당 중앙에 게이트가 하나 생겼다.

그 안에서 나온 한 남자. 녀석은 특수 파견대에 가서 보고했고, 거기 대장인 듯한 놈이 녀석의 등을 두들긴다.

그러더니 뭐라고 손을 저으며 외쳤고, 강당에 있던 파견대 놈들이 전부 일어서서 모인다.

한 팀씩 게이트로 들어가는 모습.

뭐지? 어디 가는 걸까? 지금 바로 공격 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녀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고 비장하다. 저걸 보면 그냥 어디론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가는 건 아닌 게 분명해.

한팀씩 한팀씩 게이트로 들어가는 놈들.

저건…. 따라가야겠다. 저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일단은 따라가야 해.

지금은 나노화도 있는 데다가 탐지의 대상도 안 되니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바로 블링크를 써서 건물 위에 도착하고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썼다.

그렇게 강당 안쪽으로 들어온 나는 사각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한다.

그런 다음 바로 버프들을 걸고 탐지를 봉인한 뒤 지급 파견대 한 녀석의 제복 목깃으로 블링크 했다.

이러고 있으면 죽어도 내가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

대신 얌전히 있어야 한다. 혹 잘못해서 이 녀석을 건드리면 벌레인 줄 알고 털어낼 수도 있으니까.

내가 타고 있는 놈은 아무런 의심 없이 게이트를 타고 넘었다.

여긴 어디지? 바다? 웬 바다?

하늘 높은 곳으로 블링크를 해서 내려다보니…. 여기는 홍콩 남쪽의 한 섬이다.

아. 이놈들은 우회해서 아예 홍콩 자체를 쓸어버릴 생각인가?

근데 이게 먹히려나? 홍콩에 아직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런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는 이야긴데.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나? 하긴, 내가 기억을 읽었던 놈들에게서 이런 걸 본 적은 없었다.

거의다 홍콩 녀석들이 공격이고 짱개가 수비였지.

언제나 홍콩 녀석들이 질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아무래도 소수가 코인을 잔뜩 먹고 쑥쑥 컸을 테니까.

어쨌든 멀리서 바라보는 나는 그저 흥미진진할 뿐이다.

기왕이면 녀석들이 화려하게 격돌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한꺼번에 싸 먹지.

짱개놈들은 부지런히 날아가 홍콩섬 본섬에 도착했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며 기척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잡아 죽이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거의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홍콩 주민들이 급속도로 죽어갔고 녀석들의 진격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음…. 카타스트로피 마렵네.

여기서 쓰면 거의 해일이 나오지 싶은데.

아니, 해일이 안나와도 그냥 몇 번이고 쓰면 된다. 그러면 뭐든지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짱개놈들이 도망갈 테니까.

적어도 게이트가 있는 놈이 있는 이상 쉽게 스킬을 맞아주진 않을 거잖아?

역시 싸우기 시작한다면 첫 스킬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부터지. 그래야 못 도망가지.

그렇게 녀석들이 빠른 속도로 민간인들을 학살하면서 시내 방향으로 달리는데…. 어제 봤던 그 레이저가 쏘아졌다.

와우. 효과 좋네?

레이저에 맞은 녀석이 그대로 빛이 됐다. 그렇게 사상자가 생기자 짱개놈들은 마치 불켰을 때 바퀴벌레들 흩어지는 것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몇놈은 블링크를 했는지 모습이 사라졌다. 아마 레이저 쓰는 놈들 잡으러 간 거겠지?

생각해보니 저 레이저는 그리 나쁘진 않다.

위치가 노려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블링크 한방이면 회피할 수 있잖아?

오히려 상대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유인할 수도 있고 말이지.

하지만…. 광선 스킬이 너무 쓰레기라 배우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안 든다.

아니. 무슨 스킬이든 다 필요 없지. 나는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해.

가진 걸 잘 활용해서 쓸 생각을 해야지.

이제는 Q&A 쪽으로 집중해야 하니까.

아. 근데 번개 같은 반사신경 그거는 좀 배우고 싶긴 한데. 우레 폭풍까지 배울 엄두가 안 나네.

그렇게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본격적인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홍콩의 정예들이 도착한 거 같다. 그리고…. 짱개들이 있는 곳에 검은 원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데스 윈드? 와. 이걸 배운 놈이 있어?

일단 나는 검은 원 밖에 있는 데다 상공 높은 곳에 있기에 여유롭게 구경한다.

익숙한 검은 원. 짱개들도 이게 뭔지 아나 보다. 미친 듯이 원 바깥으로 나가는 녀석들.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서도 블링크와 비행으로 대부분 빠져나왔고, 서너 명? 그 정도만 미처 나오지 못하고 쓰러진다.

또다시 발동이 안 되는 거 보면…. 제약 해제는 없나 본데? 그럼 존나 허접이네. 안타까운 놈들.

이래서 정보가 힘이라니까. 옛날 말들 틀린 게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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