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79화 (57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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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여섯 번째 스킬

이미 우한 일대는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이 아무도 없기에, 우리는 마그마 샷에 대해 마음껏 테스트했다.

다른 게 궁금한 게 아니었다. 내가 궁금한 건 딱 한 가지.

마그마 샷으로 만들어진 용암 기둥. 이건 땅에 이어진 오브젝트로 인식되는가?

이제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때문에 크게 의미는 없지만…. 만약 기둥이 생성되고 그게 매우 높다면 거기에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그건 성공했다.

구체가 아닌 가느다란 용암 기둥 모양. 거의 길이만 따지면 40미터는 될 거 같은 모습.

이건 뭐…. 왜 이런 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니까 됐고, 그러니 썼을 뿐이다.

붉은 용암이 새빨갛게 보이는 원통형 기둥.

그 위에 광역 스킬 무효화를 뿌리니 걸린 버프들이 모두 사라졌다.

나름 쓸만한 스킬이긴 한데…. 이젠 크게 의미가 없는 게 아쉽네.

게다가 용암 기둥을 보고 도망가버리면 끝이니까. 기습의 의미도 크게 없고.

쿠우웅

약간 비스듬하게 박힌 기둥이라 그런지 얼마 안 가 그대로 쓰러졌고, 요란한 소리를 울린다.

쩝. 됐어. 필요 있든 없든 된다는 걸 알았으니 됐지.

"돌아가자."

그렇게 다시 돌아온 벙커. 미나와 세아, 안나는 다시 숙련을 하러 갔고 나는 승희를 찾아 갔다.

"어디 갔다 왔어요? 중국 쪽이던데?"

"아. 미나 스킬 테스트하고 왔어."

"흐응."

내가 와서 그런가 스킬 숙련을 멈춘 승희.

"잘 돼가?"

"이거…. 스킬 이름이 너무 길어요."

"그치? 나도 그 생각했어. 래퍼로 데뷔해도 될 거 같다니까."

"줄임말 없어요?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어. 없어. 나도 별짓 다 해봤는데 결국 안되더라."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죠. 투덜거리지 말고 숙련하는 수밖에."

"아. 그래. 그럼 나도 테스트 좀 해보자. 드디어 무적 콤보를 쓸 수 있어."

"봉인은 배웠어요? 벌써?"

"어. 어젯밤에."

"얼래? 오빠 우리랑 같이 스킬 배우지 않았어요? 이틀 밖에 안 지난 거 아니에요?"

"맞아. 그게 아. 이건 다 같이 모여서 말해야겠네. 일단 돌아갈까?"

"뭔데 그래요? 중요한 이야기인가 보네. 그래요. 가요."

게이트를 열고 벙커로 돌아와 여자들을 모두 모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인의 체력과 Q&A, 그리고 그 이후로 스킬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자 다들 놀라는 눈치.

"스킬이 더 없다고요?"

"글쎄. 일단은 없어. 물론 히든 스킬처럼 뭔가가 더 있을 수는 있겠지. 근데 일단은 밝혀진 게 없으니까."

"으으음."

승희가 그렇게 입을 다물자 이번엔 세아가 물어본다.

"그 초인의 체력이란 걸 배우면 스킬을 80번 쓸 수 있다고?"

"어."

"그럼 포션을 또 반만 먹어도 된다는 소리네."

"그치. 그게 제일 크지."

"그리고 다른 건?"

"음? 뭐?"

"그게 끝이야? 다른 효과는 없어?"

"모르겠어. 힘이 더 세진 거 같긴 한데…. 음. 한번 테스트해볼까? 분명 야한 쪽으로도 효과가 있을 거 같긴 하거든?"

차마 다른 여자들이랑 열심히 테스트해서 기존보다 두 배는 더 섹스할 수 있다는 말은 할 수 없었기에 일부러 능청을 떨어본다.

근데 질색할 줄 알았던 세아가 의외로 조용히 입을 다문다.

뭐지? 왜 화를 안 내지? 뭐야. 은근히 기대하고 있나?

"환한 대낮부터 밝히기는…."

겨우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아. 뭐지? 왜 쟤는 저렇게 온순해졌지? 뭐야. 내가 알던 세아가 아니야.

돌려줘요. 틱틱거리던 세아 어디 갔어!

"흠흠. 그런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요…. 패시브는 계속 나온다고 했죠?"

이번엔 미나의 질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에 배우는 데 제한이 있거나 한 건 아닌가 보네요? 카타스트로피랑 봉인을 배웠다고 한 거 보면?"

"어. 그건 다행이지. 결국은 본인 노력으로 모든 스킬은 다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근데 그건 확실한 게 아니지 않아요? 언젠간 덜컥 막힐 수도 있으니까. 티어12랑 24에 그랬다면, 티어36에 갑자기 더는 스킬을 배울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안나의 질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지. 이놈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해놨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Q&A 트리를 타려고."

"하아. 그건 대체 뭐 하는 스킬일까요?"

한숨 쉬는 승희의 질문.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

"나도 모르지. 찍어봐야 아는 거지."

"근데 생산 제조 스킬 일곱 개라면서요?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그거 배울 때는 엄청 투덜거리겠네요."

"그럴 확률이 높지."

"뭐 배울지는 정했어요?"

"글쎄. 그건 천천히 봐야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뭘 배워도 쓰레기라. 게다가 그것들은 히든 스킬도 없어. 아무런 기대가 안 돼."

"근데 위시를 배우려면 생산 제조 스킬 일곱 개인데…. 왜 스킬 삭제 했을 때 지울 수 없다고 안 떴어요?"

"글쎄. 생산 제조 스킬이 7개 이하가 되면 뜨지 않았을까? 그렇게 따지면 모든 기본 스킬들은 카타스트로피 때문에 못 지우는 거니까."

"아…."

"추측이긴 하지만, 이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이게 논리적이지."

"흐음…. 말이 되긴 하는데…."

"암튼, 내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다들 숙련 계속하고 승희는 나랑 테스트 하러 가자."

그렇게 다시 흩어졌고, 나랑 승희는 아까 승희가 숙련하고 있던 곳으로 다시 왔다.

"봉인했어요?"

"아니. 지금 해야지. 봉인."

나를 타겟으로 잡고 봉인을 쓰자 마치 저장 목록처럼 내 스킬들이 떴다. 이야. 이거 신기하네. 잠깐. 이거면 상대의 스킬도 알 수 있나?"

"승희야. 잠깐 있어 봐?"

"네?"

"봉인!"

승희를 타겟으로 잡고 봉인을 썼다. 그리고 뜨는 스킬 목록. 근데 ???하나만 딸랑 있다.

아. 승희의 스킬을 모르니까 못쓰는구나. 으음…. 그럼 감정을 배워야 하나?"

아니지. 꼭 스킬로 알라는 법은 없지. 한번 테스트해보자.

"승희야. 내 앞에서 아무 스킬이나 써봐."

"탐지."

"봉인."

그러자 이번엔 승희의 목록에 탐지가 떴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역시 나오지 않는다.

그렇군. 뭐가 됐든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근데…. 일일이 알아내기는 힘들겠네. 감정이랑 같이 쓰는 게 가장 낫긴 하겠어.

어쨌든 뭐, 나는 상대 스킬을 알 필요가 없지. 그럴 용도로 쓰는 게 아니니까.

다시 나에게 봉인을 썼다. 그리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한다.

"자. 이제…. 승희?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써봐."

"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탐지!"

스킬을 썼고…. 승희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저 멀리 느껴지는 기척 세 개. 미나, 세아, 안나겠지.

크크크크크 이거 좋네. 웃음이 절로 나와.

"비행!"

그리고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후후. 이 말도 안 되는 능력. 이제 다들 뒤졌다고 생각해라.

다시 땅으로 사뿐하게 내려와서 승희에게 말하려는데 자꾸 웃음이 나온다.

아.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네.

"승희야. 너 지금 스킬 안 써지는 거 맞지?"

"네. 탐지! 비행! 안 되네요."

"잠깐만, 수면!"

승희를 염력으로 붙잡고 수면을 썼다. 그대로 쓰러질 뻔하지만 염력에 잡혀 있어서 넘어지진 않았다.

무효화를 써서 수면을 풀어주자 나를 보고 한마디 하는 승희.

"말 좀 하고 써요. 말 좀. 나니까 참아주지."

"미안. 암튼…. 됐네. 이제 내가 필요할 때 너를 부를 거야. 그럼 와서 딱 스킬 사용 불가 지대만 딱 깔아주고 다시 돌아가면 돼."

"그래요. 게이트는 잘 열리죠?"

"게이트."

문제없이 잘 열리는 게이트. 좋아. 이러면 뭐 완벽하지.

"너 지금 티어18이지?"

"네."

"스킬 반경 증가12고?"

"어…. 네."

"그럼 어디 보자. 계산이…. 264미터? 음…. 그래도 적당한 사이즈는 되네. 이정도면 뭐 뛰어서 도망가기 전에 전부 잡아 죽일 수 있지."

"앞으로 오빠랑 만날 사람들이 정말 불쌍해지네요."

"그러게. 솔직히 나는 가장 불쌍한 게 염력이나 채찍 들고 히든 스킬 배운 놈들이라고 생각해."

"왜요?"

"그놈들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폴터가이스트나 여왕이 발동된다는 걸 알고 있다면, 혼자서 두근두근하고 있을 거 아냐. 누군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깔고 의기양양하면 그대로 카운터 칠 생각에 속으로 싱글벙글하겠지."

"아…."

"근데 스킬 맞고 쓰러지면…. 억울하고 속 터질 거야. 죽는 순간에도 어째서 저게 되는지 궁금해하며 죽지 않을까?"

"그렇겠네요. 안타까워라."

"암튼…. 이제 됐어. 풀어도 돼."

"해제."

결국은 그거다. 히든 스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와 티어를 높여 패시브를 얼마나 배웠느냐.

그리고 그중 가장 핵심은 역시 제약 해제다. 이게 이만큼 키 스킬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

아…. 키? 자물쇠? 잠금 해제? 오…. 그런 뜻일 수도 있겠나? 그냥 우연인가?

"그럼 지금 오빠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못쓰죠?"

"그렇겠지. 봉인이 걸려있으니까. 어…. 잠깐만."

"왜요?"

"제약 해제가 있잖아."

“네?”

“제약 해제. 봉인은 제약 해제 효과를 안 받을까?”

"헐? 설마?"

"아냐. 안될 거야. 이게 되면 너무 사기지. 사기야. 사기일 텐데…. 해보자. 후우.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세상은 변한 게 없다. 물론 당연하지. 이 스킬이 무슨 이펙트가 있는 건 아니니까.

확인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승희가 스킬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승희야? 스킬…. 아무거나 한번 써볼래?"

"어…. 네. 알겠어요. 탐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승희를 바라본다. 과연?

"...안 써져요."

"으아아악!? 진짜? 정말? 다른 거 써봐! 빨리!"

"비행! 폭발! 진동파! 안돼요…."

"미쳤다. 미쳤어. 우와. 씨발. 우와. 만세다!"

나는 승희를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이건 미친 거야. 이게 된다고? 말이 돼?

"으아. 어지러워요. 내려줘요. 나 지금 스킬도 못 쓴단 말야."

승희를 내려주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확인해본다.

지금 나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했다. 그래서 이 효과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봉인해버리면 효과를 받지 않는 대신 나도 이 스킬을 못 쓴다. 근데…. 써졌다.

분명 야쿠자의 왕 그 새끼는 자신의 스킬을 봉인했을 때 직접 못 썼다. 근데 나는 됐고.

그놈과 나의 차이라면 제약 해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봉인의 얼마 안 되는 제약…. 맞지.

"그럼…. 오빠는 지금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굳이 내가 안가도?"

"그럴 거 같아. 다른 스킬로도 한번 테스트해봐야겠어."

뭐가 좋을까. 뭐가 좋지? 탐지. 그래 탐지로 해보자.

"봉인!"

탐지를 봉인했다. 그리고 나는 승희를 향해 말했다.

"탐지 한번 써봐. 나 감지 되니?"

"탐지!"

그러더니 나를 보고 말한다.

"근데 그렇게 눈앞에 서 있으면 내가 헷갈리는데."

나는 근처에 있는 건물로 블링크 해서 건물 뒤에 숨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희가 나에게 외친다.

"기척 안 느껴져요!!!"

좋아…. 그럼….

"탐지."

나에게는 승희의 기척이 느껴졌다. 미나, 세아, 안나까지도.

등줄기를 타고 짜릿하게 느껴지는 감각.

이건 끝이다. 게임 끝이야.

이것만큼 압도적이고 끔찍한 조합은 없다.

잠금 해제, 제약 해제, 침묵, 봉인,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물론 봉인이 티어11이고 제약 해제가 티어13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찍어야 하지만….

어차피 우린 다 티어13이 넘으니 상관없잖아?

다시 승희에게 돌아간 나는 바로 게이트를 열었다.

"가자.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미나와 세아, 안나를 다시 불렀다.

"아. 정말. 한 번에 하자. 한 번에. 왜 자꾸 부르는 거야?"

오랜만에 툴툴거리는 세아. 하지만 그런 툴툴거림도 귀엽다.

아니. 지금 내 눈에는 얘가 입에서 불을 뿜으며 바가지를 긁어도 이뻐 보이겠지.

내가 모든 이야기를 다 하자 미나와 세아, 안나의 눈이 커진다.

그래. 얘들도 이제 스킬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아는 애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충분히 알지.

"그럼…. 무적이잖아?"

"그렇지. 무적이지. 상대는 스킬을 못 쓰고, 나는 스킬을 마음껏 써. 그야말로 무적이지."

"하…. 하하. 맙소사. 그야말로 먼치킨이네."

그래. 맞다. 먼치킨. 돌고 돌아서 찾아낸 최고의 조합.

이거라면 앞으로 어떤 놈들을 만나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가장 맘에 드는 건 이건 다른 놈들이 알아내기가 상당히 힘들 거라는 거다.

어떤 미친놈이 잠금 해제와 봉인을 배우겠어? 게다가 그런 걸 배우고 티어13을 찍어?

쉽지 않을 거다. 우연히라도 발견되기 힘든 조합.

정말 만약에 짱개놈들의 상위 연구소가 있다면…. 거기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놈들은 모든 스킬들을 다 배워서 테스트해보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녀석들이 이걸 다 알아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찾기 어려운 조합이긴 하니까.

"그런 이유로, 너희들이 배워야 할 스킬들은 정해졌어. 침묵, 봉인,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어…. 저는요?"

미나의 질문. 아...그러네. 미나는 어쩌나.

"넌…. 일단 천국의 문 가자. 살짝 돌아가지 뭐."

"알겠어요."

"그러면…. 난 이제 홍콩을 다녀올게."

내 말에 다들 놀랐지만,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준다.

그래. 홍콩아 기다려라. 씨발. 부족한 코인을 충당하러 먼치킨 님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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