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73화 (57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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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스킬

이름 모를 산 정상.

바위 위에 올라앉아 묵묵히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쓰고 해제하길 반복한다.

지랄 같네. 정말. 왜 줄임말이 안 되는 거야?

스불, 스사불지, 불가 지대, 뭐 아무것도 안 된다.

광역 스킬 무효화는 무효라고 해도 나가는데.

좆같은 스킬이야. 파티 생성보다 더 끔찍한 스킬 숙련이 있다니.

어쨌든 하루를 꼬박 들여서 결국은 해냈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마스터.

하아. 힘들다 힘들어. 승희도 이걸 반복해야 하는데. 어휴. 안타깝다. 힘들겠어.

어쨌든 마스터 했으니 이제는 새로운 경지를 확인할 시간.

티어24. 어떤 새로운 스킬이 있으려나.

패시브는 역시 보이는 대로 찍어둔다.

스킬 반경 증가18, 스킬 지속 시간 증가18, 스킬 최대 수치 증가12, 스킬 한계 돌파12.

정말 끝도 없이 나오는구나. 코인 빨아먹는 패시브들.

근데 나오지 않으면 또 그것도 문제긴 하지. 투덜거리지 말고 잠자코 배우기나 하자.

그런데…. 못보던 스킬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다. 게다가 둘 다 심상치 않은 이름.

하나는 초인의 체력.

와…. 씹. 이름부터 범상치 않네. 초인이라니. 나도 드디어 탈인간의 경지에 들어선 건가?

일단 한번 눌러본다. 스킬 이름이 아무리 봐도 이건 패시브야.

['초인의 체력' 스킬을 배우는데 5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역시…. 생각했던 대로네.

한참 궁금하긴 했지. 왜 체력 포션은 소,중,대가 있는데 체력 증가 패시브가 더 나오지 않는가에 대해서.

이제야 나오네. 그럼 당연히 찍는다. 내 예상이 맞다면 앞으로는 스킬 80번을 쓸 수 있겠지?

포션 가격이야 뭐 이제는 별 부담이 안 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적어도 스킬 배우는 게 두 배는 빨라진다는 소리잖아?

그게 핵심이지. 안 그래도 배우고 싶은 스킬들이 넘쳐나는데. 빨라진다면 땡큐야.

스킬을 배우고 나니…. 뭔가 느낌이 확 달라진 기분이다.

확실히 그래. 이건 내 몸이라 내가 안다. 체력이 확 늘어난 기분이야.

단지 체력뿐만이 아니고 힘 같은 것도 세진 느낌인데.

그래. 뭐 그건 헬스장 가서 측정해보면 되겠지. 그래 그건 됐고.

새로 생긴 스킬. 이름이…. 정말정말 심상치 않다.

Q&A.

씨발...가지가지 하네.

Q&A면 질의응답이잖아. 뭐…. 게임회사야? 아니지. 문의와 답변은 게임회사만 있는 게 아니지.

여기서 질문하는 쪽은…. 인간일 거다. 그리고 대답하는 건 아마도 세상을 이렇게 만든 놈들.

하. 씨발.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는 거야? 장난하나. 지금껏 존나 답답해하면서 알아서 정보를 밝혀 내놨더니…. 인제 와서 Q&A?

에라이 씨발…. 좆 같네 진짜.

허탈한 마음에 산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해. 6월이 지나서 그런가 해는 참 많이 길어졌다.

그렇게 해지는 평화로운 광경을 조금 지켜보다가 다시 스킬 창에 눈을 돌린다.

질문. 질문. 질문이라….

그래. 물어볼 거는 있지. 가장 궁금한 거.

왜. 이 세상을. 이따위로. 만들었나.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세상이 이 꼴이 난 이유. 녀석들이 바라는 것. 목적.

그동안 뇌피셜로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던 것들을 확실하게 알아낼 기회.

하지만…. 이젠 안 봐도 알 거 같다. 이 스킬은 분명 그냥 안 배워지겠지. 아마 선행 스킬이 있을 거야.

아마 높은 확률로 위시와 원트겠지. 느낌이 비슷하잖아.

['Q&A' 스킬은 '원트' 스킬을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역시…. 그랬어. 암. 그렇겠지. 세상에 쉬운 게 어딨겠어.

개지랄을 떨고 개똥밭에서 한참을 뒹굴라 이거지.

저놈들도 호락호락하게 내줄 생각은 없을 거야.

씨발. 생산이랑 제작 스킬 7개라니. 그럼 앞으로 최단으로 배워도 10개라는 소린데.

에휴. 씨발. 그전에 세상의 인간들 다잡아 죽이는 게 빠르겠다. 아니지. 아니야.

패시브를 포기하고 존나 달리면? 사냥이고 나발이고 싹 무시하고 어디 처박혀서 스킬만 스트레이트로 배우면?

일단…. 계산에 앞서서 확인부터 해보자. 초인의 체력. 이거의 확실한 효과를.

탐지를 돌렸다. 스트레이트로 80번을.

80번을 쓰고도 살짝 여유가 있다.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아.

네다섯 번을 더 쓰자 그제야 확 힘들어진다. 그래…. 그럼 80번 맞네. 얼추 맞다고 치자고.

상점에서 회복 포션 대짜리를 샀다. 사천 코인. 그대로 한 병을 들이키고 또 탐지를 돌려본다.

역시 80번 정도. 그래. 확인은 됐어. 그럼 계산해볼까.

6,250번. 포션 78개. 하루에 40개는 무난하게 먹으니까 빠르면 이틀.

스킬 열 개라고 해봐야 이십일. 뭐야. 생각보다 금방이네.

이십일 정도…. 폐관 수련 한번 해봐?

근데…. 생산, 제조 스킬은 그다지 걱정 안 한다. 그거야 뭐 아무거나 막 배우고 만들기만 하면 끝이니까.

문제는 위시, 그리고 원트.

저거는 숙련이 어떻게 되지? 소원을 6,250번 빌어야 하나?

원트는? 뭔 스킬인지도 모르잖아. 갑갑하네.

잠깐 고민에 빠진다. 확신이 없다는 게 크다.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미친 짓을 해볼 텐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힘들다. 티어24까지 올리기도 힘들뿐더러 아무나 그렇게 하게 둘 수도 없어.

결국은 승희, 미나, 세아, 안나 정도인데…. 그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걔들은 계속해서 강해져야 해. 실수로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그리고…. 이건 내가 직접 배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당히 중요할 것 같은 스킬이니까.

아무리 내가 네 여자를 온전하게 믿고 의지하게 됐더라도…. 결국은 내가 중요한 거니까.

나는…. 네 여자를 위해서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한다.

당연히 나와 네 여자 전부 살리는 방법을 생각하지.

희생같이 고귀한 짓은 나 같은 놈이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숭고한 짓을 할 정도로 나는 대단한 사람이 못돼.

다시 생각.

산 정상 바위에서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슬슬 엉덩이가 아프다.

젠장. 고민은 무슨 고민이야. 일단…. 봉인까진 찍자. 봉인까지 찍고 생각해보자.

적어도 셀프 봉인에 스킬 사용 불가 지대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겠지.

그럼 그때는 좀 여유가 생길 거야.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 잠시 미뤄두자고.

그렇게 새로 생긴 스킬 Q&A는 기억에서 뒷순위로 돌렸다.

이제는 스킬을 배울 차례.

뭐, 생각할 것도 없다. 당연히 침묵이지.

절대로 배울 생각이 없던 스킬인데…. 이걸 내가 내 손으로 배우게 되네.

하아. 그래. 뭐, 지금 봤을 땐 그거보다 완벽한 콤보는 없으니까.

야쿠자의 왕 그새끼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안에서 양학하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긴 했지.

한숨을 크게 쉬고 침묵을 배웠다.

그래. 됐어. 됐는데…. 문제는 이거 숙련이 좆같아졌네.

이런 스킬 성격상 이미 걸린 사람에게 스킬을 또 써봐야 숙련도는 오르지 않는다.

침묵이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만 써야 오르지.

스킬 최대 수치 증가가 12가 됐기에 지금 하급 침묵이라도 13명에게 스킬을 걸 수 있다.

그 말은 숙련을 하기 위해선 14명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

조온나 귀찮네. 진짜.

게다가 중급이 되면 한 명이 더 필요해진다.

물론…. 승미세안 네 명에게 걸고 무효화 한번을 걸면 되긴 하다. 근데 역시 귀찮아.

무엇보다 침묵은 상대가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숙련하고 있는 승미세안에게는 쓸 수 없다는 소리.

잘 때 해야 하나? 아…. 잘 때는 또 승희가 숙련한다고 했는데. 뭐가 됐든 번거로워지네. 하아.

아…. 그래. 맞다. 주가인. 걔가 있지?

걔도 광역 스킬 무효화는 배워야 하잖아. 오. 씨발. 머리 좋아. 그래! 바로 그거네.

바로 도쿄로 순간이동 한다. 신영이의 방으로.

가니까 아무도 없다. 아직 사냥 중인가?

탐지를 돌려보니 저 먼 곳에 기척 세 개가 모여있는 게 느껴졌다.

천리안과 투시로 보니 레나와 신영, 가인이길래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주! 인! 님! 저를 보러…!?"

"무효화. 침묵."

나를 보고 달려오려다가 입이 틀어막힌 레나. 입을 뻥긋거리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와. 나이스. 쓰레기 스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좋은 점이 있네.

앞으로는 종종 써야겠어. 레나 입을 막으니 조용해서 좋네.

"내일까지 또 여자 많이 잡아놔. 버프 스킬 있는 여자로. 뭘 하려는 지는 알지? 이번엔 외모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많을수록 좋으니까 잘 모아놔."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레나는 처량한 표정으로 내 앞에서 자신의 입을 가리키더니 손을 모으고 다시 입을 가리킨다.

"내 이야기는 들었냐?"

고개를 끄덕이는 레나.

"풀어줬는데도 쓸데없는 이야기 하면 앞으로는 두고두고 침묵 행이야. 알겠지?"

그러자 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톡톡 친다.

자길 믿으라는 건가?

"무효화."

"으앙! 주인님! 너무해요! 저는 오로지 주인님밖에 없는데 왜 저한테 이런 벌을…. 읍."

"넌 좀 학습능력이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울 것 같은 표정의 레나. 다시 풀어주니 그제야 조심스럽게 말을 해보고는 입을 다문다.

침묵. 나쁘지 않네. 좋은 스킬이었어.

"저…. 주인님?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주가인. 방금 눈앞에서 레나가 당한 걸 봐서 그런지 상당히 깍듯하다.

아니지. 얘는 레나가 아니더라도 깍듯했을 거야.

"그건 내일 되면 알아. 아. 너 스킬 여섯 개지?"

"네. 그렇습니다."

"마지막 배운 스킬이 뭐지? 마스터 했나?"

"블링크입니다. 마스터 했습니다."

"그럼 다음 스킬은 코인이 없어서 못 배우고 있던 거야?"

"네."

"내일 얘한테 30만 코인 이상으로 몰아줘. 아. 너 체력 증가 패시브는 찍었니?"

"아니요. 못 찍었습니다."

"하긴, 너한테 50만은 크겠지. 얘한테 80만 이상 몰아줘. 너는 80만 이상 코인 들어오면 체력 증가부터 배우고."

"알겠습니다."

"레나? 대답은 해야지?"

"네에…. 알겠어요. 주인님."

확 시무룩해져있는 레나. 쯧. 조울증이야? 뭐 저렇게 감정 기복이 큰 거야?

하지만 뭐…. 매혹 걸린 여자를 기분 풀어주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특히 레나 저여자는 더더욱.

"지금 매혹 해놓은 놈들 사냥하고 있나?"

"네에…."

"언제와?"

"곧 와요오…."

탐지를 돌려보니 이쪽으로 오고 있는 기척들이 보인다.

많기도 하네. 몇 명이야? 열여섯? 아. 레나 여덟에 신영 넷, 가인 넷인가.

"저놈들한테 내가 시킨거 지시하고 와. 빨리."

세 여자가 바로 나갔고 남자들에게 다가간 여자들은 금방 매혹 리필과 지시를 전달하고 돌아온다.

그렇게 여자들이 다시 방으로 돌아오자 나는 짧게 말했다.

"너희 셋 다 옷 벗어. 그리고 내 옷 벗겨."

단번에 환해지는 레나의 표정. 그리고 신영과 가인도 크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기쁘다는 표정을 짓더니 빠르게 옷을 벗는다.

알몸의 세 여자가 내 옷을 벗겼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미 잔뜩 발기된 자지. 하긴 이쁜 여자 셋이서 옷을 벗기는데 반응이 없으면 그것도 문제지.

"나는 누워있을 테니 너희가 맘대로 해라."

그 말을 듣자 세 여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내게 달려든다.

마치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사람들이 옹달샘을 발견한 모습처럼.

염력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레나, 신영, 가인은 돌아가면서 알아서 내 위에 올라타고 허리를 흔든다.

입을 맞추고 가슴을 내 몸에 문지르고 내 손을 가져다가 알아서 자신의 보지에 비빈다.

아. 이거 좋네. 너무 편하잖아?

승희, 미나, 세아, 안나와 하는 게 사랑이 담긴 성교라면, 이건 봉사다.

매혹 스킬로 인해 발정 난 여자들의 혼신의 힘을 담은 봉사.

가만히 누워 자지만 우뚝 세워놓은 나에게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나를 만족시키려 하며 본인들도 함께 가버리려 하는 모습.

몇 번을 사정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사정감이 느껴지면 그대로 싸질렀다.

근데 신기한 건…. 자지가 죽질 않는다. 이미 불알 안에 쌓여있던 정액은 텅텅 빈 지 오래일 텐데.

대충…. 이유는 알 거 같다. 아까 찍은 패시브. 초인의 체력.

그거 말고는 짐작 가는 게 없다. 아니 그게 확실하겠지.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 이름을 보고도 이런 효과일 걸 생각 못 하면 그건 지능이 좀 문제 있는 거겠지.

"주인니임 대단해에…. 어째서 아직도 자지가 이렇게 빳빳하게…."

오히려 지친 건 여자들 쪽인가 보다.

신영과 가인은 내 옆쪽에서 내 손에 만져지면서 꿈틀거리고 있고 레나만 아직도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다.

"레나."

"네에? 아으응."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방아를 찍으면서도 꼬박꼬박 대답하는 여자.

"넌 세상이 망하기 전에 뭘 했지?"

"호스티스요오. 아앙. 나고야 바니즈 지명 1위의 에이스였다구요오…. 아응…. 갈 거 같아."

역시…. 범상치 않은 과거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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