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68화 (56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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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서

일본을 다니면서 느낀 건 이놈들도 산지가 참 많다는 거다.

근데 그건 당연하긴 하지. 일본 열도 자체가 태평양 판과 필리핀 판, 유라시아 판이 부딪치면서 융기된 곳이니까.

그렇기에 좁디좁은 평야에는 여지없이 도시들이 들어차 있다. 참…. 알기 쉬운 지형이고 돌아다니기 좋은 지형이다.

기타큐슈에서 후쿠오카를 지나 남하해서 구마모토를 지나 가고시마까지.

그리고 거기에서 동쪽으로 빠져서 해안가를 따라가 미야자키라는 곳을 지나 다시 쭉 북상한다.

생각보다 많이 살아있는 사람들.

무명 그놈은 큐슈를 이 잡듯이 잡아 죽이거나 하진 않았나 보다.

여태까지 일본을 오가면서 이만큼이나 사람이 있는 건 못 본 거 같다. 아마 지금 일본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레나와 신영이가 잡아먹을 녀석들이 많아졌네. 근데 어느 세월에 다 잡냐.

매혹 쓰는 이쁜 여자 하나만 더 있으면 딱 좋은데.

위치스라고 할 정도면 적어도 셋은 있어야지. 둘은 좀 허전하잖아?

음…. 근데 마땅한 여자가 있겠냐 싶다. 일단 이쁜 여자 찾기도 쉽지 않지. 매혹은 더 귀하고.

물론 매혹이야 배우게 하면 되긴 하는데…. 또 그 짓을 언제 다 하냐. 코인도 넉넉하지 않은데.

뉴욕에 있는 성연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 여자는 놔두자. 아들이랑 있으라고 하자.

어차피 성연은 내 미시 도시락이니까. 암튼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무명의 정보는 마땅히 얻을 게 없다.

일단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기억을 읽기도 쉽지 않다.

절대 강자 무명이라고 기억을 읽어도 뭐 나오는 것도 없다.

대체 뭐 하는 새끼지? 어떻게 절대 강자라는 이름을 얻은 거야?

이해를 못 하겠네. 사실 이미 오래전에 뒤진 게 아닐까? 중국에 갔다는 말도 신빙성이 없는데.

어쨌든 일본 순회는 끝났다. 분명 재야고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어차피 있다고 해도 코인 고갈로 아무것도 못 할 거야.

결국, 뇌제랑 무명. 이놈을 못 잡았는데…. 아. 존나 찝찝하네.

내 손으로 잡아 죽여야 확실한데.

어쨌든 밤이 됐으니 돌아가자. 뇌제 그놈은 시간을 들여서 잡는 수밖에 없지. 가면 놈을 잡을 때 그랬듯이.

도쿄로 돌아가자 신영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이한다.

영 어색하네. 화사한 신영이는 확실히 부담스러워.

지금 매혹을 풀면 어떻게 될까? 또 나를 지독하게 혐오하겠지? 사실 그 눈빛도 좋긴 한데.

오싹오싹하잖아? 지금은 아니고 좀 질리면 매혹 한번 풀어봐야지.

"시킨 건 다 했어?"

"네. 주인님이 말씀하신 여자들은…. 잡아놨어요."

"몇 명?"

"열하나요."

"얼래? 많이 잡았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잡았냐."

"아줌마…. 아니, 레나가 신나서 잡아 오더라고요."

"음…. 그래? 가서 레나 좀 데려와."

"네에…."

대놓고 싫다는 표정으로 가서 또 문 앞에서 아줌마라고 외치는 신영.

쟤들은…. 모르겠다. 그냥 저러고 살게 두자.

"주! 인! 님!"

이건 데자뷰인가? 하지만 레나는 처음 염력을 피했다.

블링크를 써서 내 옆으로 오더니 그대로 뛰어드는 여자.

하지만 레나가 사라지는 순간 온몸에 염력을 둘렀기에 겨우 막았고 레나의 입이 댓 발은 튀어나온다.

"막혔어!"

"아직 일러."

솔직히 깜짝 놀라긴 했다. 역시 절대 강자 소리는 들었었다 이건가.

겨우 막아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계속 이러는 것도 귀찮은데.

"하아앙. 안아줘요! 이거 싫어! 왜 나와 주인님 사이를 갈라놓는 거야아!"

"시끄럽고. 여자들 잡아놨다면서."

"아! 맞아! 네! 네! 주인님이 시킨 거 열심히 했어요옹! 나 잘했죠!? 나 잘했죠!?"

"신영이랑 같이 한 거 아냐?"

"헤엥. 저 애송이는 아직 멀었어요. 제가 다했어요. 제가."

탐지를 돌려보니 옆 옆방에 기척이 잔뜩 느껴진다. 투시로 살펴보니 발가벗은 여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옷은 왜 벗겨놨어?"

"입고 있는 옷 스타일이 너무 똥 같아서요! 도저히 못 봐주겠더라고요오!"

"어휴."

한숨을 한번 쉬고 방을 나서서 복도로 나갔다.

내 뒤를 따르는 레나와 신영. 여자들이 있는 문 앞에 선 나는 레나를 보고 물었다.

"근데 이렇게 그냥 놔둬도 되는 거야? 스킬 쓰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괜찮아. 위험한 스킬 가지고 있는 여자들은 없어요! 다 방어막이나 투명화, 비행, 뭐 그런 것들만 있어요!"

"그래? 제법 유능하네."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알아서 필요한 것들까지 착착 준비해놓는 모습이 상당히 맘에 든다.

저 저돌적인 부분만 없으면 제법 괜찮을 텐데.

"그럼 공격 스킬은 없는 거야?"

"네! 설마 제가 주인님이 위험할 짓을 하겠어요오? 레나를 너무 무시하시면 안되죠오!"

사람은 믿지 않지만, 매혹에 걸린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다.

이 여자는 나에게 거짓은 말할 수 없으니까.

물론 마킹처럼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할 수도 있지만…. 뭐 그거야 매혹 건 사람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불안한 표정의 여자들이 나를 보며 몸을 가린다.

지금 내가 매혹을 걸 수 있는 숫자는 열다섯. 매혹 마스터로 4명에 스킬 최대 수치 증가11.

근데 이미 레나와 신영에게 매혹을 걸었으니 남은 건 열셋. 방 안에 있는 여자는 전부 다 매혹을 걸 수 있다.

"둘만 더 잡아 오지."

"헉…. 설마 이게 모자라는가요?"

"어. 그리고…. 저런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는 뭐하러 잡아 왔어. 그걸 또 벗겨놔서 눈 썩겠네."

"아아…. 저도 좀 고민하긴 했는데…."

어지간하면 넘어가겠는데, 저 여자는 좀 그렇다.

그대로 염력 촉수로 찍어 죽이자 여자는 바로 빛이 되었고 방안의 여자들은 죽어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오. 귀아파."

무효화를 걸고 매혹을 건다.

예전이었다면 무효화를 걸면 주변에 있는 여자들까지 전부 매혹이 풀려서 못했겠지만, 매혹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가능해진 짓.

혹시라도 반사가 있을지 모르니 무효화와 매혹을 계속 써가면서 결국은 방 안에 있는 열 명의 여자에게 전부 매혹을 걸었다.

"뭐…. 열 명이나 열세 명이나, 그게 그거지. 레나 너도 저기 가서 앉아."

"냥?"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서 앉는 레나.

"아. 너 가진 코인으로 회복 포션 소 짜리 사서 여기 가운데에 쌓아놔."

"에에? 몇 개나요?"

"신영 너 무효화 하급이냐?"

"네…. 하급요."

"6,250번. 사람 열하나. 568번. 포션 28개. 312개. 300개만 사라. 너는 회복 포션 중 사 먹고."

"에에…. 300개요…."

"빨리 사서 쌓아놔. 시간 꽤 걸리니까."

그러고 매혹 걸린 여자들을 보며 말한다.

"이제부터 이 여자가 준비라고 말을 하면 각자 가지고 있는 버프 스킬들을 쓰고 왼손을 올린다. 버프 스킬이 모르는 사람? 자기에게 걸리는 스킬을 말하는 거야. 투명화, 비행, 그런 것들…."

민희에게 했던 방법. 오직 광역 스킬 무효화만 할 수 있는 궁극의 편법.

한 번에 지워지는 양이 많을수록 숙련이 빨리 오르니 사람을 모을수록 유리하다.

이만큼 밖에 없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만큼 혹독하게 하면 되니까.

세 시간쯤 지나고 신영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한다.

"마스터…. 했어요. 으으."

그녀는 물론이고 방안의 매혹된 여자들은 죄다 온전한 상태가 아니게 됐다.

레나만 중급 포션을 먹을 수 있기에 쌩쌩한 상황.

급격한 포션 드링킹으로 포션 멀미가 온 여자들. 어쨌든 뭐,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신영. 코인 있어?"

"네에…. 52만 정도…."

"비행부터 배워. 그리고 포션 먹어가면서 숙련해."

"으윽. 알겠습니다아…."

"레나, 신영. 니네는 이제 쉬어."

“어…. 저 칭찬 안 해주시나요? 주인님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했는데에!”

“가서. 쉬어.”

"히잉…. 알겠어요오."

"네에…. 후우."

방으로 돌아가는 그 둘에게 무효화를 걸고 매혹을 리필한다.

일단 쟤들은 됐고.

"너희들은 이거 타라. 게이트."

오사카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렸고, 머리를 부여잡은 알몸의 여자 열 명이 비틀거리며 게이트를 탄다.

전부 다 게이트를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바로 나도 게이트를 넘었다.

하아.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뇌제 그 새끼를 끌어들이려면 어쩔 수 없지. 뭐라도 해야지.

오사카 도시 중심부. 5월 말이긴 하지만 밤은 약간 쌀쌀하다. 알몸의 여자들이 있기엔 조금 춥겠지.

그런 여자들에게 수납에서 MRE를 30개 정도 꺼내 여자들의 앞에 놓고 말한다.

"너희들은 각자 흩어져서 이 도시에 불을 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불 켜. 가정집이든 사무실이든 가게든 상관없어. 닥치는 대로 불을 켜. 그리고 내일 자정에 이곳으로 다시 모인다. 눈앞의 식량은 각자 세 개씩 가져가고 지금은 일단 아무 데나 편한 데로 가서 일단 자. 옷 같은 거부터 적당히 찾아서 입고. 아침이 되면 바로 행동을 시작하면 돼. 알아들었으면 해산."

뇌제 놈이 무슨 이유로 도시의 불을 전부 꺼놨는지는 모른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녀석이 아무리 밖으로 나다닌다고 해도 결국 이곳으로 돌아오긴 할 거다.

그렇다면 불 켜진 도시를 못 볼 리는 없겠지. 저 여자들을 발견 못할 리도 없고.

그리고 켜진 불을 어떻게든 할 거다. 박살 내든 지 다시 끄든지 하겠지.

나는 그걸 노리면 된다. 여자들의 안위는 상관없어. 어차피 미끼니까.

여자들이 전부 흩어지는 걸 보면서 잠시 지켜본다. 먼저 불이 켜지는 건 역시 옷가게다.

우르르 가게로 들어가 옷들을 골라 입는 여자들.

갸루가 여섯, 아닌 여자가 넷. 한구레 놈들이 살려둘 정도니 외모나 몸매는 그냥 평균 이상은 된다.

아까 죽인 여자 하나 빼고. 근데 그 여자는 대체 뭐였을까.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지?

근데 여자들이 옷 입는 걸 변태처럼 지켜보고 있는 건…. 좀 웃기네.

그래도 좋은 장면이야. 남자라면 흐뭇해할 장면이지.

옷들을 다 챙겨 입은 여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근처에 있는 모텔들을 찾아 들어간다.

세 개의 모텔에 불이 켜지고 각자 방 하나씩을 잡고 들어간 듯한 모습.

어둠이 잡아먹은 도시에서 불이 켜진 몇 개의 건물들은 유독 눈에 띈다.

흐음. 이게 잘 먹혀야 할 텐데.

사흘 뒤.

중국도 몇 번 가서 적당히 쓸어주고, 느긋하게 숙련도 하고, 하루카와 아키도 보고 오고….

하지만 뇌제는 오지 않았다.

밤. 이제는 제법 불이 켜진 오사카의 중심가.

알고 보니 내가 있던 곳은 도톤보리였다.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곳.

그 결승점 들어오는 듯한 남자 간판이 있는 곳.

그 간판이 켜진 다음에야 여기가 거긴지 알았다. 하긴, 내가 뭘 와봤어야 알지. 만화책에서만 본 곳인데.

어쨌든 상당히 신기하긴 했다. 근데…. 신기하면 뭘 하냐고. 뇌제 그 새끼가 안 오는데.

이 새끼도 가면 그놈처럼 어딘가에서 삽질하다가 한 달씩 늦게 돌아오려나?

그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고.

어느정도 기다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한 달씩 걸리는 건 사양하고 싶어.

이제 곧 자정. 탐지에 걸린 여자들의 기척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오늘도 꽝인가. 썩 맘에 안 드네. 그래도 내가 힘든 건 없으니까. 그냥 날마다 매혹을 리필하러 오는 게 귀찮을 뿐.

혹 여자들이 문제 있는 건 없나 싶어서 천리안과 투시로 하나씩 살펴보는데….

기척을 하나가 늘었다. 그리고 하나가 사라졌다.

왔다!

등줄기에 짜릿하고 자극이 오는 기분.

축소를 쓰고 있기에 내 모습이 들키지는 않을 거야. 그런 안심이 들자 바로 여자들을 살펴본다.

또 하나의 기척이 사라졌고, 여자는 여덟이 되었다.

누군가 여자를 죽이고 있어. 그리고 이건 안 봐도 뻔하지. 뇌제. 그 새끼겠지.

다른 여자들을 전부 살펴보지 않고 한 여자만 뚫어져라 지켜본다.

기척에서 다른 여자들이 하나씩 지워지는 게 느껴지지만 무시한다. 지켜봐야 해. 뇌제. 그놈이 맞는지.

비명 같은 것도 하나 없는 상황이라 아무것도 모른 채 내가 지정한 곳까지 걸어오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옆에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순식간에 여자에게 번개가 파직 거리는 주먹을 날리는 녀석.

여자는 순식간에 빛이 됐고, 녀석은 그대로 다시 사라졌다.

뇌제다.

컨셉에 과몰입한 새끼. 머리까지 샛노란 색으로 염색해서 올백으로 넘긴 녀석.

녀석이 하는 짓은 블링크. 그리고 번개 주먹.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블링크를 계속 쓰면서 단 1초도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남은 여자는 둘. 아니. 하나.

마지막 여자를 노릴 때 녀석을 잡는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면 저놈도 꼼짝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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