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66화 (56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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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

짧지만 농후한 섹스를 하고 적당히 뒷마무리를 다 마친 다음 레나에게 게이트를 열어달라고 했다.

게이트를 열면서도 아쉬워하는 레나. 한 번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되나 보네.

"잘 지내고 있어. 괜히 엄한 놈들에게 당해서 더러운 꼴 보지 말고."

"알겠어요. 히잉. 주인님. 그럼 이따 밤에 다시 오시나요?"

"봐서.“

”꼭 다시 오세요. 오셔서…. 레나의 안에다가 또 븃븃 해주세요."

어휴. 얘는 뭐 이렇게 저돌적이야. 정말 쉽지 않네.

정말…. 감당하기 힘든 여자야. 내 생각엔 이 여자에게 잡아먹힌 남자가 제법 될 거 같다. 아무래도 그래.

어쨌든 레나와 신영이 둘 다 매혹은 리필해 놓고 게이트를 건넌다.

"닫아."

게이트 건너편으로 말하고 페이즈 아웃을 썼다.

이제 그럼…. 패왕인지 하는 놈을 만나러 갈 시간.

나고야에서 교토는 금방이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금방 도착한 도시. 상당히 올드한 분위기.

도시 자체가 얼마 크지 않기에 기척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텅 빈 도시에 모여있는 열 명 남짓한 기척들.

저게 다인가? 싶었는데 저 멀리에서 기척을 하나가 빠르게 다가온다. 속도로 봐서는 비행? 근데 고도가 낮다. 땅으로 오는데.

투시로 보니 바이크다. 하이바를 쓴 채 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오는 한 남자.

열 명 기척이 있는 쪽으로 가는 거로 봐선 목적지가 거기인가보다.

일단 하이재킹 해볼까? 결정했으면 빠르게 해야지.

축소를 쓰고 있기에 상대에 대한 탐지를 걱정하지 않고 빠르게 바이크 녀석에게 날아갔다.

바로 무효화와 수면.

그대로 꼬꾸라지는 녀석을 염력으로 낚아채고 주인을 잃고 혼자 달리는 바이크는 수납으로 삼켰다.

좋아. 나이스 하이재킹. 이정도면 깔끔하지.

기억 읽기로 녀석의 머릿속을 뒤진다. 어디…. 무슨 정보를 주려나.

패왕. 타츠야 마사츠구.

남자 놈 이름은 뭐 중요한 게 아니니 그렇다 치고.

이 똘마니 놈의 기억에서 알 수 있는 패왕은…. 의외로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었다.

정의의 사도 같은 느낌? 적어도 이놈의 기억에서는 악행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안보인다.

패왕이라는 이름과 레나의 말에서 들었던 거로 봐서는 여기저기 깽판 치는 깡패 같은 느낌이었는데.

전혀 그런 놈이 아니었다. 이런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착한 녀석이랄까?

신기하네. 그러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놈도 그렇고 지금 그의 주변에 있는 놈들은 다 그런 놈들이었다. 패왕의 정의로운 모습에 감동해서 함께 있는? 그런 놈들.

근데 나랑은 상관없지.

멋진 놈이라고, 자기의 소신을 지키며 착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다.

사람은 변한다던가, 가식이나 위선은 역겹다던가…. 그런 이유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어.

나는 그저 혹시나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치울 뿐이다.

위협의 제거와 코인의 획득. 단지 그거 두 개면 끝이야. 사람의 성향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유일하게 신경 쓰는 요소는 젊고 이쁜 여자인지 아닌지 뿐이다.

그거 말고는 그저 죽일 뿐이야. 기계적으로. 무심하게.

스킬 정보를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지만, 별로 나오는 건 없었다.

레나의 기억에서 얻은 정보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상황.

그럼 뭐…. 필요 없지. 이놈은 일단 치우자. 바로 수납을 열어서 녀석을 던져넣었다.

깔끔하게 들어오는 코인. 10만 코인이라니. 가난뱅이 녀석.

수납에 들어있던 바이크는 꺼내서 옆의 도로에 던져놨다.

그럼…. 이제 녀석들을 잡아 죽이러 가야 하는데.

그렇게 탐지를 돌리는데, 녀석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인다.

뭐지? 저건 분명히 나를 향해 오는 거 같은데.

지금 녀석들과 나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내 탐지 거리 거의 끄트머리에 걸쳐있던 놈들.

그런 놈들이 이렇게 휙 다가온다고? 설마 패왕 놈의 탐지 거리가 나랑 비슷해?

그럴 리는…. 없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닐 거 같다.

물론 그럴 확률을 배제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파티가 걸려있었다던가, 추적이 걸려있었다던가.

뭐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이쪽으로 날아오는 놈들. 아직 거리는 조금 있지만 금방 도착할 거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을 어떻게 잡을까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이게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바이크를 다시 염력으로 집어 들어 도로 한복판에 놨다. 녀석들에게 잘 보이라고.

그리고 축소를 쓴 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녀석들을 기다린다.

천리안과 투시로 보니 가장 가운데에 날고 있는 패왕 녀석이 보인다.

덩치가 제법 큰 녀석. 운동선수였고, 지금도 하루의 반 정도를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놈.

그를 따르는 다른 놈들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전원이 체육계. 테스토스테론이 넘쳐흐를 것 같은 놈들.

그렇게 날아오던 놈 중 한 놈이 이쪽을 가리킨다. 아마도 도로 한가운데 있는 쓰러진 바이크를 봤겠지.

질문) 갑자기 날아가다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만날 확률은?

답) 내가 있으니까 100퍼센트.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썼다.

대로를 따라 날아오던 놈들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리자마자 경악한 표정이 됐고, 그대로 떨어진다.

쿵 쿵 쿵...

대로 한복판에 떨어진 열 개의 고기 반죽. 아니지. 네 개는 빛이 되었으니 여섯 개의 고기 반죽이구나.

전투고 나발이고 없다. 그저 스킬 한 번에 녀석들은 그대로 곤죽이 되었다.

그나마 완전 높은 곳에서 날고 있지 않아서 여섯이나 살았나 보네.

조금만 더 높았어도 그냥 전원 사망이었을 텐데.

그렇게 바닥에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 놈들에게 천천히 걸어간다.

가까워질수록 심해지는 신음들. 그리고 근처까지 갔을 때 한 놈이 빛으로 변했다.

"커 헉…. 제…. 기랄."

"이야. 말할 기운도 있나 보네."

패왕이라는 이름값은 하나 보다. 몸이 상당히 튼튼한가 봐.

아마 떨어지면서 몸을 돌려 낙법이라도 했나 보다. 근데…. 아스팔트에 낙법을 해봐야 몸이 박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

살아있긴 하지만, 살아있다고 볼 수 없는 녀석.

패왕이라는 이름치고는 상당히 허무한 결말.

이런 걸 보면 앞으로는 고공비행은 조금 무서워질 거 같다.

아니…. 뭐 나는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폴터가이스트를 활용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염력 촉수를 길게 뽑아 스프링처럼 만들어볼까? 아니면 쇼바처럼 충격을 어떻게든 흡수하면….

아니다. 차라리 주머니에 큰 천이라도 넣고 다닐까? 그럼 공중에서 염력으로 낙하산처럼 펼칠 수 있을 텐데.

그런 잡생각을 하는데 또 한 놈이 빛이 되었다.

남은 건 패왕과 부하 셋. 근데 뭐…. 죽는 건 시간 문제지.

염력으로 살아있는 세 놈을 전부 죽인 다음 잠시 고민한다.

이놈에게 기억을 읽을 만한 게 있을까? 아. 뇌제랑 무명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물어봐야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하고 바로 녀석에게 수면을 걸었다.

통증이 저렇게 심한데 재운다고 잘까 모르겠네.

역시나 잠이 들었지만 심하게 끙끙거리는 녀석.

기억 읽기 하는데 잠 깨면 귀찮아. 게다가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스킬이라도 쓰면 위험해져.

아직 시간은 뜨고 있기에 포션 하나를 사서 녀석에게 붙어줬다.

어차피 죽을 놈이긴 하지만 기억 읽기 하는 동안은 살아있어 줘야지. 갑자기 죽으면 손해야.

포션 대짜리를 부어주자 녀석은 컥컥 거리는 건 좀 멈췄다.

뭐, 이정도면 기억은 읽을 수 있겠네. 망설이지 않고 바로 기억 읽기를 한다.

녀석의 시간이 얼마 없잖아? 빨리 읽어야지.

이제 곧 죽을 놈의 정보는 별로 필요 없다. 원하는 건 뇌제와 무명의 정보.

아. 그리고 혹시나 모를 내가 모르는 스킬.

뇌제의 정보는 제법 있었다. 거리상으로 가까우니 접촉이 제법 있었던 거 같다.

그래…. 뇌제는 됐고. 됐는데…. 무명에 대한 정보는 없네.

왜 다들 무명에 대한 정보가 이리 없지?

하긴, 이름조차도 무명인 거 보면 개인정보에 상당히 민감한 놈인가보다.

무명이라는 이름, 그리고 큐슈를 비롯한 서부 쪽에서 활동한다는 것.

다들 이거 말고는 아는 게 없네.

무명…. 그놈은 조금 피곤한 녀석인 거 같다. 왠지 나랑 비슷한 부류 같은 느낌.

근데 절대 강자는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작정하고 정체를 숨기면 무명이라는 이름도 알려지기 힘들다.

정체는 숨기고 싶은데 명성은 얻고 싶나? 새로운 관종 유형이야?

잘 모르겠네. 암튼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

뇌제와 무명의 정보는 다 살펴봤고…. 다음은 스킬.

스킬은 열여덟 개. 전에 예상했던 대로 근접 전투 계열 위주.

괴력, 가속화, 비행, 금속화, 반사, 강화 주먹, 번개 주먹, 블링크, 보호막, 데미지 감소, 힐? 힐이 있어? 얼래? 질병 해제도?

자기 몸 상태를 끔찍이 여기는 놈인가 보네. 얼래. 신체 복구도 있네.

진짜 몸 관리에 진심인가보다. 대단해.

거기에 파티, 소환, 전송, 통신, 그리고 융해.

으음. 아까 바이크 탔던 놈이 문제 생기자마자 달려온 건 이것 때문에 맞나 보다.

파티에 통신이라니. 아마 이 오토바이 녀석이 파티에 있었겠지? 그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네.

근데 융해가 있다는 건 히든 스킬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뜻인데.

왜 다른 히든 스킬을 찾을 생각을 안 했지?

아. 아니지. 주변에 티어13을 찍은 녀석이 없으면 이게 히든 스킬인지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

그냥 배우면 나오는 스킬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지.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융해는…. 전에 연구소 소장 기억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사실 나도 융해가 딱히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금속화 자체도 찍을 이유가 크게 없기도 하고.

스킬까지 다 알아봤으니 그냥 죽이려 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녀석의 정보도 한번 훑는다.

굳이 깊게 알 필요는 없어. 남자 놈의 정보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고.

숨겨놓은 도내최고S급미녀(처녀) 이런 게 있을지도 모르니 그런 걸 위주로 기억을 살펴보는데…. 있다.

하. 이게 있네.

물론 처녀가 있다는 건 아니다. 녀석이 숨겨놓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생각해보니 당연히 있을법하다. 녀석들도 사람인 이상 먹고살아야지.

게다가 이놈은 정의감이 넘치는 놈이라 녀석이 구해준 사람이 제법 있다.

도시에 남겨놓으면 또 위험해질 수 있으니 근처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인적 드문 곳에 있는 마을로 옮긴 것.

청평 같은 거네. 그보다는 규모가 더 크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걸 알았으니 됐다. 이제 이놈은 필요 없어.

염력 촉수가 녀석의 목을 꿰뚫었고, 녀석은 그대로 빛이 됐다.

이제 남은 건 코인 회수. 바닥에 떨어진 코인들을 전부 주우니 400만 정도가 나온다.

열 명에 400만…. 총합 2천만 정도.

어휴. 절대 강자라는 이름값치고는 너무 적네.

역시 짱개놈들이 코인 벌이에는 최고구나. 일본에 시간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겠어.

그냥 빨리 쓸어버리고 가는 게 낫지.

일단 녀석이 숨겨놓은 마을은 한번 가보기로 한다. 위치를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어야 나중에 필요할 때 쓰지.

그렇게 다시 버프를 걸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텅 비어버린 교토 시내를 한 바퀴 쓰윽 훑은 뒤 그대로 패왕이 숨겨놓은 마을로 향한다.

땅덩이가 작다는 건 좋은 거야. 그만큼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니까.

마을은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실수로 지나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마을.

패왕 녀석의 기억과 탐지에 걸리는 거로 봐선 대략 200명 남짓한 인구.

적당히 훑어보니…. 그냥 정말 평범한 인간들이다. 청평이나 캐슬, 펜스와 같은 곳.

산골에 숨어서 조금 불편하게 살긴 하지만, 적어도 목숨 잃을 걱정은 안 하고 식량만 생산해서 연명하는 인간들.

연령층이 주로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도내최고미인은 없는 게 아쉽네. 늘 궁금했는데.

하긴, 아키나 하루카, 레나 정도면 도내최고미인은 되겠지. 처녀는 아니겠지만.

아. 하루카랑 레나는 아닌 게 확실한데. 아키는? 잘 모르겠네. 기억을 제대로 좀 읽을 걸 그랬나?

뭐 그건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고…. 확인을 다 했으니 이제 이동해야지. 오사카로.

그나저나…. 여기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없어진 걸 알까? 당연히 모르겠지?

매번 식량을 가지러 오던 패왕이 안 오면 상당히 불안해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청평 생각이 났다.

안 가본 지 꽤 됐는데. 그 사람들은 나를 기다릴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고 잘 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궁금하긴 하네.

일본을 다 정리하면 한번 들리긴 해야겠다. 적어도 가서 승규 형에게는 생존 신고를 하고 와야지.

다른 사람들은 뭐…. 굳이 볼 필요 없지.

특히 여자들. 다른 남자애들이야 봐도 크게 문제는 없는데 여자들이 조금 꺼려져. 특히 지연이랑 식물 자매.

모르겠다.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일단 할 일만 하자고.

오사카나 가자. 뇌제인지 뇌절인지 하는 놈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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