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61화 (5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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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땅한 녀석들을 찾아보다가 한 연놈들이 눈에 띄었다.

모텔에서 신나게 떡 치고 있는 녀석들.

문신남과 갸루녀. 분명 야한 장면이어야 하는데 꼴리기보단 거부감이 먼저 든다.

블링크와 페이즈 아웃. 그리고 모텔의 화장실에서 해제.

그리고 연놈에게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그렇게 갸루녀에게 힘차게 허리를 흔들던 근육 문신남은 그대로 흉물스러운 자지를 드러내놓으며 맥없이 쓰러진다.

아. 눈 버렸어. 씨발.

염력 촉수가 그대로 목을 꿰뚫었고 남자 놈은 빛이 되었다. 아. 이제야 좀 낫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다리를 쩍 벌린 채 보지를 훤히 내놓고 있는 갸루녀.

분명 본바탕은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몸매도 괜찮은 편이고. 물론…. 배꼽에 있는 피어싱이 존나게 거슬리긴 하지만.

왜 이 지랄일까? 왜 본인을 못생기게 보이고 싶어서 애를 쓰는 거지?

이해를 못 하겠어. 뭐, 내가 이해한다고 뭐 달라질 건 없지만.

여자의 옆에 앉아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기억을 읽는다.

시부야의 상황, 이놈들의 정체, 하는 일…. 키워드를 바꿔가며 기억을 읽었고 어느 정도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이놈들은 한구레. 적당하게 말하면 야쿠자 따까리.

젊은 시절을 깡패, 양아치, 파칭코 죽돌이, 폭주족 등으로 살던 놈들.

한번 등록되면 통장 개설도 못 하고 경찰들의 감시대상이 되는 야쿠자 놈들과는 달리 평범한 일반인인 척하면서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해대는 새끼들.

그런 놈들에게 세상이 망한 건 오히려 좋은 일이 되었다.

더는 음지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당당하게 자신들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었으니까.

변변찮은 인생을 살며 삶을 낭비하던 놈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세상이 온 거다.

그리고 녀석들은 이런 일에 익숙했다. 그렇기에 빠르게 망한 세상에 익숙해졌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수준은 떨어지네.

스킬 세 개, 많아야 네 개.

하긴, 이놈들이 자기 계발 같은걸 할 리가 없지. 사람을 죽이는 건 잘해도 그걸 지속할 성실함은 없었으니까.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마약 하고 강간하고 살인하고 섹스하고…. 낙원이겠지. 이놈들에게 지금처럼 좋은 세상은 없을 거야.

이제는 퇴물 패션이 된 갸루가 많은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어쨌든 갸루 꼴을 하고 있면 이놈들은 일행으로 받아줬으니까.

자신을 받아달라고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보다 익숙했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게 더 쉬웠겠지.

게다가 갸루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시부야니까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파악은 했다. 그럼…. 이제 이 쓰레기들을 치울 시간인데.

녀석들의 기억에서 야쿠자 사무실의 위치는 알아냈다. 이놈들에게 가나가와구미는 의뢰주간은 거니 당연히 위치를 알고 있었다.

좋아. 그럼…. 일단 야쿠자 놈들부터 청소하자.

바로 여자를 찍어 죽이고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비행. 어렵지 않게 찾아낸 야쿠자 사무소. 기척은 스물. 생각보다 적네. 밖에 나다니는 놈이 많은 건가?

건물 벽에 붙어서 페이즈 아웃. 그리고 비어있는 옆방으로 가 해제. 바로 투명화와 축소와…. 암튼 버프를 다 걸었다.

아. 귀찮아. 버프가 많아지면서 페이즈 아웃 해제 한 다음 버프 걸기가 너무 귀찮아진다. 쓸 게 너무 많아. 번거로워.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문은 열려있으니 다행이다. 그대로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바로 수납을 썼다.

아까랑 똑같은 상황. 사람 죽이는 게 편해져서 참 좋네. 일이 빨리빨리 진행되니까.

한 명만 남은 가장 높아 보이는 녀석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고 또 기억을 읽는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이놈이 죽어버린 야쿠자의 왕을 이은 이번 구미초인걸 알게 되었다.

하. 진짜…. 질적하락 심각하네. 이렇게 쉽게 당해도 되는거야?

적어도 사토 히데모리 그놈은 뭔가 있어 보이기라도 했지.

아니지. 그때 비해 내가 쓸만한 스킬이 많아진 것도 있을 거다.

솔직히 강해진 건 맞지. 이런 어중이떠중이들에게 쩔쩔맬 정도는 아니게 됐으니까.

어쨌든 야쿠자는 정리 끝. 남아있는 놈들이 있긴 한데…. 그놈들은 언제 잡고 있냐.

비어버린 야쿠자 사무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린 채 잠시 생각한다.

어쨌든 다 깨끗이 청소는 해야 하는데. 일일이 다잡기는 너무 번거롭다. 코인이 왕창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야쿠자 20명을 처리하고 130만. 아까 요코하마에 있던 놈들보단 조금 더 나왔긴 했지만, 야쿠자니까 이만큼이다.

아까 연놈은 둘이 합쳐서 5만이였잖아. 잡는 보람이 없어. 잡기도 귀찮고.

뭐…. 이제는 저런 잔챙이들은 무시할 수밖에 없다.

아키보고 잡으라고 하면 편할 텐데. 으음…. 뭐. 어쩔 수 없지.

놔두고 절대 강자 놈들이나 찾으러 가야지.

그렇게 나가려는데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 괜찮아. 왠지 맘에 들어. 생각났으면 바로 해야지. 이건 분명히 될 거야.

일단 밖으로 나가 근처에 숙박업소를 둘러봤다.

가장 깔끔하고 비싸 보이며 아무도 없는 호텔, 아니 모텔? 아무튼.

거기에 들어가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순간 이동한다.

밝은 낮이었던 도쿄에서 밤의 뉴욕으로.

성연의 집까지 바로 날아간 나는 페이즈 아웃을 써서 그대로 집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해제. 간단하게 반사와 탐지, 투시만 쓰고 방을 살펴본다.

이제는 따로 자는지 아들놈은 자기 방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얇은 잠옷을 입고 잠든 성연, 그리고 방에서 우두커니 앉아서 창밖의 야경을 보고 있는 신영.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네. 정신 멀쩡한거 맞아?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신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마치 망부석이 된 듯한 여자.

"최신영."

내 목소리를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분명 살아 움직이는 데도 무기질 같은 모습.

로봇? 안드로이드?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다. 감정 하나 없이 무표정한 얼굴.

저 여자를 저렇게 만든 건 온전히 내 책임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죄책감 같은 건 안 든다.

어차피 내 장난감일 뿐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더 재미있게 가지고 놀 생각이고.

"재미없지?"

뭐라고 악에 받친 대답이라도 나올 줄 알았지만, 그녀는 다시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야경을 바라볼 뿐이다.

확실히 정상이 아니네. 뭐가 많이 망가진 거 같아.

그대로 다시 방을 나와 이번엔 성연의 방에 들어갔다.

잠들어 있는 성연의 위에 올라타 두 가슴을 꽉 움켜쥔다.

"꺅! 읍…."

"아들이 깨면 어쩌려고 소릴 질러."

잠에서 깨어 나를 부릅뜨고 노려보는 성연. 그녀의 입은 염력으로 막혀있기에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한다.

가슴을 주무르자 찡그려지는 얼굴. 그리고 혐오와 경멸의 눈초리.

나는…. 왜 이걸 즐기는 걸까? 나도 미친 게 분명해. 뭐, 어제오늘 일이냐 만은.

성연의 몸에서 내려온 뒤 입을 막고 있는 것을 풀었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고 침대 뒤 등받이까지 물러난 성연. 그리고 두려움으로 바뀐 표정.

"최신영. 내가 데리고 간다."

"뭐!? 그 애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알아서 뭐하게."

"안돼! 이 빌어먹을 새끼야! 언제까지 우리를 괴롭힐 생각이야!"

"꼬우면 다시 수원 가서 살던가. 보내줘? 당연히 너랑 신영이만."

그러자 성연은 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찾은 아들인데 다시 떨어지고 싶겠어.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씨익 웃고 말했다.

"그러니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아. 내가 뭐 신영이 쟤를 죽이려고 데려가겠냐?"

그리고 성연의 방을 나와 신영의 방으로 향했다.

황급히 성연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지만, 신경 안 쓴다.

그렇게 바로 신영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무효화와 매혹을 걸었다.

"최신영. 이리와."

내 말에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신영. 방금까지 빈껍데기 같았던 여자의 얼굴에 거짓의 웃음이 피어올랐다.

"하지 마!"

뒤늦게 성연이 방문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신영은 내 품에 안긴 상태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나에게 꼭 붙어있는 모습. 그리고 그걸 보고 허망한 표정을 짓는 성연.

"자꾸 소리 지르면 아들이 깬다니까?"

"이…. 개새끼…."

"게이트."

도쿄로 향하는 게이트. 그리고 성연의 얼굴에 떠오르는 무력함.

"다시 말하지만,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아. 방해꾼은 데려가 줄 테니."

그렇게 말하고 신영을 안은 채로 게이트를 넘었다.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지만, 역시나 신경 쓰지 않는다.

게이트는 닫혔고, 성연과 나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어지게 됐다. 한…. 일만 킬로 정도?

"최신영."

"네에?"

그저 이름을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마치 달콤한 사랑의 고백이라도 받은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는 여자.

제약 해제로 업그레이드됐기에 이제는 내 의지가 아니면 풀리지도 않는 매혹.

게다가 지속 시간 증가로 인해 유지시간도 길어졌다.

약 32시간. 그 안에만 갱신해주면 영원히 매혹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

"여긴 시부야야."

"시부야? 일본 도쿄의 시부야요? 아. 몇 번 와봤어요. 세상이 망하기 전에."

"그래? 하긴, 해외여행 정도는 질리게 해봤겠지."

그러면서 얇은 잠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브라를 살짝 올리고 탱글탱글한 가슴을 만지자 신영의 표정이 야해진다.

나에대한 호감이 맥스로 올라가는 매혹.

그렇기에 그저 이렇게 가슴을 살짝 만지기만 해도 단번에 스위치가 올라가 버리는 몸.

"나는 이제부터 너를 이용해서 여기에 나다니는 쓰레기들을 싹 청소할 거야."

"으응…. 그럼…. 저는 이제 청소부가 되는 거예요?"

재밌네. 농담도 할 줄 알고.

그녀가 마음을 닫고 폐인처럼 있던 이유는 오로지 나 때문이다.

그런 나에대한 원망과 증오는 매혹으로 인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니 그녀는 우울하게 있을 이유가 없다. 아마 이게 그녀의 본래 모습이겠지.

나에 대한 애정만 거기에 덧씌웠을 뿐.

"잘 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당신이 시키는 건데 당연히 잘해야죠. 근데…. 난 아직 당신의 이름도 몰라요."

그러면서 신영은 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부드러운 입술이 내 목을 간지럽히고, 축축한 혀가 내 목을 핥는다.

"이름은 됐고…. 주인님이라고 해."

"알겠어요. 주인님. 그럼…. 뭐부터 하면 돼요?"

그러면서 그녀의 손이 슬쩍 내 물건 쪽으로 내려온다.

변변찮은 연애 경험도 별로 없었으면서 매혹에 걸렸다고 바로 이렇게 밝히는 여자가 돼버리는 건 정말 웃기네.

처녀였던 주제에 말이지.

"일단 이런 건 천천히 하고…. 밖에 나가자."

신영을 안은 채로 모텔의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탐지를 돌린다. 저기 모퉁이 건너 술집인듯한 가게 안에 세 명. 전부 남자.

마침 딱 좋네. 일단 저놈들부터.

신영을 안고 그 앞까지 날아가서 염력으로 촉수를 만들고 유리창을 뚫으며 찔러 넣었다.

술을 마시며 카드를 하고 있던 남자 셋이 그대로 찔려죽었고, 빛과 함께 코인으로 변한다.

"가서 주워와. 아차. 신발이 없네. 신발부터 구해야겠어. 유리 있으니 발 조심하고."

안고 있던 신영을 내려주자 사뿐사뿐 걸은 그녀는 코인을 전부 회수해온다.

"얼마 나왔어?"

"13만 2천 2백…."

"끝까지 말할 필요 없어. 앞으로 코인 물어보면 만 단위만 이야기해."

"네. 알겠어요."

"다음으로 가자."

그렇게 탐지에 걸리는 녀석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 죽였다.

금방 모인 30만 코인. 잡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금방금방 모이네. 역시 질이 안 되면 양이지.

"그걸로 광역 스킬 무효화 배워. 바로 배울 수 있지?"

"네. 물론이죠."

그렇게 허공에 손을 휘젓는 신영.

"배웠어?"

"네. 배웠어요."

"그럼…."

신영에게 광역 스킬 무효화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땅과 이어진 곳만 쓸 수 있는 스킬. 쓸 수 있는 범위가 있고, 그 범위 안에서 목표지점을 찍으면 그 일정 범위로 스킬이 발동된다는 것, 그리고 그 범위를 잘못 찍으면 신영이 걸고 있는 반사도 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전부다.

"이해했지?"

"네. 이해했어요."

똑똑한 여자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럼 이제 바로 실전으로 가보자. 어디 보자. 마침 저기 남자 넷이 있네."

신영을 안고 남자들 쪽으로 날아갔다. 헬스장 같은 곳. 거기서 운동하고 있는 남자 넷.

"들어가서 남자 넷 전부 매혹해서 나와."

"알겠어요."

아직도 맨발인 그녀는 이번에도 사뿐사뿐 걸어 헬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에 다시 나왔고, 그 뒤를 남자 넷이 따른다.

"했어요!"

"잘했어. 이리와."

신영이 내 품에 안기자 남자 넷의 시선이 사나워진다.

저놈들은 신영에게 매혹 걸린 놈들. 그렇기에 지금 나는 저놈들에겐 거의 파렴치한 놈이 되는 거다.

씹어 먹고 싶을 정도겠지. 근데 뭐 어쩔 건데? 븅신 같은 놈들. 노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텐데.

"쟤들 보고 지시해. 가서 자기가 아는 놈들 전부 죽이고 오라고.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한 방에 죽이라고 해. 들키지 않게. 그런 다음에 어디 보자…. 저녁 아홉 시까지 여기로 다시 오라고 해."

신영은 내가 말한 대로 말했고, 남자들은 바로 밖을 향해 나간다.

"이런 식인 거야. 너는 굳이 앞에 나설 필요는 없어. 지시만 잘하면 돼. 대신 지시를 꼼꼼하게 해야 해. 괜히 오바하게 하면 나대다가 매혹이 풀릴 수도 있고, 그러면 매혹이 풀린 놈은 너에게 복수하러 올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매혹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요."

"아. 그렇지. 매혹을 마스터 했으니 그 정도는 잘 알겠지.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그럼…. 우리는 우리 볼일을 보러 갈까?"

내 말에 신영의 눈동자 안은 마치 하트가 들어있는 느낌으로 변한다.

웃겨. 웃기는 일이야.

미나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

고작 스킬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던 그 말.

그래. 나는 신영에게 사랑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 이 정도 장난질은 괜찮겠지.

어차피 기대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나는 얘랑 뭔가를 잘해볼 생각은 없으니까.

철저한 장난감.

그리고 이렇게 성장시킨 신영은 그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빌런으로 만들 거다.

그 까만 정장 놈들이 신영이에게 접촉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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