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60화 (5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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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이트를 열어 홋카이도를 열고 검성과 함께 넘어간다.

"어머! 금방 오셨네요!? 하려던 일은 금방 끝나셨나 봐요!"

"그래. 하루카가 차려준 밥 덕분에 힘낼 수 있었어. 아 참, 그리고 이 사람은 이제 너랑 같이 여기서 지내게 될 거야. 혹시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진 않겠니?"

"아? 여기서 같이요? 으…. 이렇게 초라한 곳에서 지내셔도 되는 거예요? 청소도 하나도 안 했는데…."

"괜찮단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거야."

"저야 당연히 괜찮죠! 천사님이 하시는 일인데 제가 싫을 리가 있나요!"

그렇게 하루카와 대화하는데 검성은 나를 이상한 놈 바라보듯 한 눈초리다.

하긴, 그래 보이긴 하겠지. 하루카의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내 이상한 말투.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이긴 할 거야.

"반가워요. 이시카와 하루카라고 해요!"

해맑은 하루카가 인사하자 검성은 살짝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반가워요. 다카하시 아키라고 해요. 신세 지겠습니다."

"신세라뇨! 누추한 곳이지만 편하게 계셔주세요. 아차. 이럴 게 아니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방을 정리해 드릴게요."

그러더니 도도도 뛰어가 빈방 하나를 정리하는 하루카.

"흐음. 다카하시 아키라고? 아키가 그거지? 가을? 아닌가?"

"함부로 이름 부르지 말아 줄래?"

"어휴. 네이네이. 검성님. 제가 감히 검성님한테 너무 친근하게 대했네요. 죄송합니다. 검성님. 다시는 안 그럴게요. 검성님."

"으…. 그 검성이란 소리도 그만해. 낯뜨거워서 원…."

"뭐야? 맘에 들어서 가만히 있는 거 아니었어? 은근히 검성 소리 듣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쫌…. 닥쳐. 민망하게…."

"흐음. 그래? 그럼 뭐라고 부르지? 다카하시라고 불러주면 되나?"

"다카하시 상."

"영 입에 안 감기는데. 스키다시 같잖아."

나를 째려보는 검성. 이크 성 가지고 이러는 건 조금 그런가.

"근데…. 너 나이가 몇인데 왜 자꾸 반말하냐?"

슬슬 서열을 잡아야지.

자꾸 반말 찍찍하게 둘 수 없잖아? 나는 이래 봬도 대한민국의 유교맨이라고. 으딜 어려 보이는 게 반말을 찍찍해?

"함부로 여자의 나이를 물어보는 건 실례 아냐? 정말 무례하구나?"

"잔말 말고 나이나 까. 매혹 걸까?"

"...스물셋."

"뭐야. 어리네? 나이도 어린 게 말을 편하게 해? 앞으로 존댓말 해라. 음. 그리고 넌 앞으로 아키짱이다. 아. 좋네. 입에 짝짝 달라붙고."

"너 진짜!"

"왜? 그냥 아키라고 불러줘?"

"그…. 그건…."

"뭐. 억울하면 일찍 태어나던가. 니가 늦게 태어나놓고 왜 억울해해. 존댓말 하기 싫어? 일본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막 함부로 말하나 보지? 예절도 매너도 없는 나라네."

"으…."

"내 이름은 성철이다. 권성철. 그러니까 앞으로 부를 때 성.철.상 이라고 또박또박 말해라. 아니면 성철쿤이라고 부르던가. 알겠니? 아키짱?"

"하!"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문이 막히는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아키.

그래. 검성 이런 것보단 훨씬 좋네. 이름도 이쁘고 얼마나 좋아.

"다 준비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타이밍 좋게 하루카가 나와서 아키에게 말한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을 삼킨 아키는 나를 살짝 노려보다가 결국 하루카에게 붙잡힌다.

"그럼, 하루카. 둘이 좋은 시간 보내렴. 나는 이만 가보마."

"어머. 천사님은 바로 가시는 거예요? 하긴…. 천사님은 늘 바쁘시니 어쩔 수 없죠."

안타까워하는 하루카. 그리고 그걸 보면서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표정의 아키.

"아키짱에게 잘 대해주렴. 알겠지?"

"네? 네에…."

하루카의 표정이 갑자기 급 시무룩해진다. 뭐지? 아. 설마?

"하루카. 하루카짱이라고 불러주길 바라니?"

"네? 헤헤…. 사실은…. 그래요."

"알았어. 앞으로는 하루카짱이라고 불러주마."

"감사합니다! 천사님!"

아키는 정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고 하루카는 그저 싱글벙글 한 모습이다.

재밌어. 이쁘장한 애들이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니 재밌네. 보는 즐거움이 있어.

어쨌든 하루카와 아키가 방쪽으로 이동했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아키는 시간이 조금 걸릴 테고…. 기왕 일본까지 왔으니 다른 놈들을 찾아보긴 해야지.

아직 닫히지 않은 게이트를 타고 다시 센다이로 넘어온 나는 바로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금방 나타난 바다. 음…. 바다라. 그래 해안가를 따라가는 게 편하겠지?

아무래도 바다만큼 음식을 얻기 쉬운 곳은 없으니까. 사람이 있을 확률도 높겠지.

하지만, 의외로 사람이 없다. 거의 도쿄 근처까지 온 거 같은데 지금까지는 어선은커녕 사람도 못 봤다.

뭐지? 이 정도로 사람이 없나? 일본 인구가 남한 인구의 두 배는 훨씬 넘을 텐데? 이해가 안 가네. 벌써 싹 다 죽은 건가?

바로 도쿄로 들어가려다가 계속해서 해안가를 돌아봤다.

치바라고 돼 있는 곳을 빙 돌아가자 그제야 보이는 어선.

그럼, 사람이 있다는 소리지? 어선 근처로 가서 살펴보니 배에 세 명이 타고 있다.

드디어 사람이네. 기억을 좀 읽으려고 배에 무효화를 쓰려는데…. 안 나간다.

얼래. 아. 배에는 광역 스킬 무효화가 안 들어가나?

하긴, 이건 땅이랑 이어진 곳만 써지지. 물 위에 떠 있는 배에는 못 쓰는 게 당연한 건가.

에잉…. 번거롭네. 일단은 놔두자. 저 어부들은 운이 좋았네.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목숨을 건졌어.

계속 올라가다 보니 저 멀리 항구 하나가 보인다. 그럼 저긴 사람이 있겠지.

바로 가보니 역시 기척이 느껴진다. 그럼…. 정보 수집의 시간이야.

항구 근처의 건물. 혼자 있는 놈들을 찾아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쓰고 기억을 읽었다.

그렇게 여러 명의 기억을 읽고 알아낸 것들.

이들은 그냥 평범한 민간인들이다. 스킬 하나만 꼴랑 있는 생존자들.

그리고 이놈들은 가나가와구미 야쿠자들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가나가와구미…. 그건 야쿠자의 왕 그놈이 대가리인 곳.

부산으로 갔었던 사토 녀석이 나에게 죽고 뒤늦게 부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낸 녀석들은 금세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애초에 야쿠자의 왕 그놈이 여러 놈들을 규합해서 하나로 만든 거라 그런지 구심점이 사라지니까 흩어지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이곳은 가나가와구미의 근거지인 곳이라 그 영향력이 남아있는 거 같았다.

근데 웃기네. 우연히 온 곳인데 거기가 가나가와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온 거잖아? 물론 그놈의 적들은 시원찮은 놈들만 남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 이런 고기잡이를 하는 민간인들은 그들의 비호를 받고있어도 크게 관심이 없는 거 같다.

신경은 쓰고 있지만, 뭐든 어떠냐? 그런 느낌?

누가 보호해주든 자신들의 일상만 해치지 않으면 뭐든 상관없다는 투.

하긴, 이건 어디나 비슷하지. 시대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민초들의 삶은 비슷비슷하다.

왕조가 바뀌든 정당이 바뀌든 자신들의 삶에 피해가 없다면 뭐든 상관없다는 마인드.

그러다가 한번 미친놈이 득세하기 시작하면 바로 민중봉기 트리를 타는 거지.

뭐…. 역사가 지금껏 그래왔잖아?

어쨌든 아직 도쿄 인근까지는 가나가와구미 놈들이 그나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럼 아직 뭐가 남아있긴 하다는 소리잖아? 한번 가봐야겠네.

녀석들의 본거지가 있는 요코하마.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있는 도시.

많이 들어본 이름이네.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오는 곳이잖아.

요코하마에 도착한 나는 반경 1.6킬로미터의 탐지로 도시를 훑는다.

탐지 반경이 커지니 이 짓도 점점 쉬워지네.

몇 번만 훑어도 도시 안에 있는 인간이 몇이나 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텅텅 빈 도시라면 더욱 편하고.

그러다 발견한 인간무리. 바글바글한 기척이 반가울 정도.

천리안과 투시로 살펴보니 저놈들은 야쿠자 새끼들이 확실하다.

빡빡 민 대가리, 문신, 정장. 저러면 야쿠자 아니라고 우기는 것도 힘들겠네.

빠르게 날아간 다음 근처에 가서 멈추고 잠시 안쪽을 더 살펴본다.

야쿠자 놈들은 어느 놈이 높은 놈인지 알기 편해서 좋다.

서 있는 놈들은 따까리. 앉아있는 놈들이 높은 새끼들이잖아?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열려있는 창문.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서 있는 놈들을 수납으로 전부 삼켰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가장 중앙에 앉아있는 놈 하나만 남기고 순식간에 전부 수납 안으로 들어가 코인이 된다.

깜짝 놀라는 것과 동시에 염력으로 붙잡힌 마지막 야쿠자.

입안에 잔뜩 들어있는 염력 촉수 때문에 스킬도 못 쓰는 녀석.

이제는 재울 필요도 없네. 세상 참 좋아졌어.

그래도 기억을 읽으려면 재우는 게 속 편하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게다가 아무리 염력이라지만 냄새나는 아저씨 입안에 촉수를 쳐넣고 있는 것도 찝찝하고.

무효화. 그리고 수면.

무효화 덕분에 풀린 축소. 뭐. 상관없다. 의자에 앉아있는 야쿠자 녀석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신발을 벗어 녀석의 발 위에 올렸다.

그리고 기억 읽기.

녀석은 그래도 나름 급이 있는 놈이었다. 허무하게 당한 거 치고는 스킬도 꽤 있네.

물론…. 아홉 개면 이제 별 감흥이 없긴 하지만.

하긴, 그러고 보니 들어온 코인도 나쁘지 않다. 30명을 잡고 160만 코인 정도.

순식간에 처리한 것 치고는 짭짤하지. 물론 숫자가 많아서 그런 거긴 하겠지만.

이곳은 가나가와구미의 옛 본진 같은 곳이었다. 그러니까 녀석들이 세력이 커지기 전 첫 아지트 같은 곳.

나름 이놈들에게는 근본인 곳. 근데 지금은 이 녀석들의 본진은 도쿄에 있다.

도쿄도 시부야구.

시부야라니. 여기도 익숙하네. 나 의외로 일본에 대해 많이 아는지도?

이놈들의 가나가와 담당 인원은 50명 정도. 그러니까 거의 반절 이상이 지금 나에게 당한 거다.

남은 녀석들은 근처에 있는 항구들을 돌아보러 간 것 같다. 음…. 운이 좋았네. 그럼 그놈들을 다 잡아야 하나?

아. 이런 거 정말 싫다. 하나하나 다 쳐 죽이는 건 정말 귀찮아.

아키 그 녀석을 불러서 뒤처리시키면 좀 편할 텐데.

쩝. 아직은 좀 이르지. 느긋하게 하자. 어차피 여기 남은 놈들이라고 해봐야 스킬 여섯 개를 못 넘는 놈들이니까.

게다가 이제 그놈들은 성장하기도 힘들다.

녀석들이 중국으로 넘어가서 코인을 모으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싹 쓸려버린 일본 땅에서는 뭔가 크게 자라는 것은 힘들 거야.

됐어. 이제 이놈들은 됐고, 그 시부야나 가봐야겠다.

바로 기억 읽던 놈을 수납으로 삼키고 축소를 썼다.

벌 사이즈로 변한 나는 다시 하늘을 날았고 도쿄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가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기는 서울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제는 남지 않은 인간들.

유령도시와 별반 다름없는 곳.

역시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들어간 건 잘한 짓이야.

한정된 자원. 결국, 인간은 자원인 세상.

다 캐버린 미네랄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봐야 아무런 방법이 없다.

빨리 멀티를 펼치는 게 답이지.

비어버린 서울에서 평화로워졌다고 안주하고 있었으면…. 나도 이런 꼴이 났겠지.

간판을 보니 확실히 도쿄로 들어온 거 같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없다.

이렇게 인간이 없는데 시부야에는 뭐하러 있지? 상징성인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네.

하긴, 내가 할말은 아니지. 나도 빨리 거점을 옮겨야 하는데. 그건 또 언제하려나.

드디어 도착한 시부야. 근데 의외로 이곳은 사람이 약간 있다.

뭐지? 왜 있지?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을 구하기 힘든 인간들은 도시를 벗어나야 정상아냐?

상점에서 음식 사 먹을 정도로 코인이 넉넉한 놈들인가? 근데…. 그건 존나 맛없는데.

내가 괜히 펜스를 먹은 게 아니라고. 코인만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사람은 맨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

웃긴 건 녀석들이 야쿠자가 아니라는 거다.

비교적 젊은 녀석들. 내가 젊다고 하니까 웃기네. 결국은 다 나랑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데.

근데 옷차림도 요란하고 뭐랄까…. 상당히 놀아본 친구들 같다.

대부분이 문신한 녀석들이네. 양아치들인가?

게다가 여자들 중에 갸루 비중이 높다.

크…. 저게 바로 갸루 현지인이구나. 실물로 보니 이제야 일본에 온 거 같네.

근데 실제로 보니 왜 저러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저게 이쁜가? 본인들은 좋으니까 저러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상관없다. 하나 잡아서 뭐 하는 놈들인지나 알아봐야지.

뭐…. 시시한 놈들일 테지만 확인은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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