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59화 (55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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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55화에 안나가 상태회복 마스터인데 염력 마스터 했다고 해버렸습니다.

뒤늦게 제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 합니다.

이런 중요한 실수를 하게 된 것 정말 죄송합니다.

검성

잠든 여자가 깨어나는 걸 기다리면서 한자리에 다섯 시간씩 앉아있는 짓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이 여자가 티어18정도 되는 능력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짓은 안 했을 거야.

이미 오래전에 강간하고 죽였겠지. 아니면 업그레이드된 매혹으로 적당히 부려먹었던가.

이 정도로 공을 들이진 않았을 거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긴 하네. 특별대우라고나 할까?

몸을 뒤척이던 검성.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에 누워있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몸을 더듬고는 휙 하고 바로 내 쪽을 바라본다.

"안녕?"

천진난만하게 손을 들고 인사를 해주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여자.

"당신…."

"잘 잤어? 한 다섯 시간 잔 거 같은데? 그정도로 피로가 풀리나? 조금 더 자도 되는데?"

"하아."

잠시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던 검성. 그러더니 허리를 세우고 똑바로 앉더니 나를 보고 말한다.

"당신 목적이 뭐지? 왜 이러는 거야?"

"진지한 이야기 해도 될 정도야?"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여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수납에서 이온 음료 하나를 꺼내서 던져줬다.

바로 받아서 그걸 힐끗 바라보는 모습.

"목마를까 봐."

다시 한번 이온 음료를 바라보더니 그제야 이게 새것인 걸 알고 살짝 놀란다.

회귀는 모르나? 하긴, 회귀 찍은 사람은 별로 없긴 하지.

검성은 까드득 하고 뚜껑을 따더니 의심 없이 마신다.

이미 다섯 시간이나 자는 모습을 봤는데 인제 와서 음료에 장난질할 의미는 없는 걸 본인도 알 테지.

그렇게 목을 축인 여자는 다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게 대화할 준비가 끝났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야쿠자의 왕이라고 알아? 사토…. 뭐시기였는데."

"사토 히데모리."

"어. 그래. 그런 이름이었어. 혹시 그 녀석이랑 친분 있어? 뭐 생명의 은인이라던가."

"그딴 자식이랑 친분이 있을 리가."

"다행이네. 그놈은 내가 죽였어."

"뭐?"

"그리고 가면. 뭐 죽이는 건 니가 죽였고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너지만 내가 잡았긴 하지."

"음…."

"그리고 다음은 너. 뭔가 짚이는 게 있지?"

"절대 강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민망함이 느껴지는 거 같다. 하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절대 강자라고 말하는 건 좀 민망하긴 하겠지.

"맞아. 내 목표는 일본에 있는 절대 강자를 다 죽이는 거야. 사실 절대 강자뿐만은 아니고, 싹수 있는 놈들은 다 죽이는 게 목표지만."

"대체 왜…. 아니, 그런데 나는 왜 죽이지 않았지?"

"변덕?"

"뭐?"

"아니 뭐…. 죽이려고 했으면 이미 몇백 번은 더 죽일 수 있었지. 근데 좀 아까운 거 같아서."

경계심을 살짝 보이긴 했지만, 위협적인 느낌은 없다. 확실히 이 방법은 제법 잘 통해.

죽이려는 의도가 없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는 거니까. 게다가 늘 말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자신의 목숨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호기심을 채우려 드는 건 본능이지.

"뭐가 아깝다는 거지?"

"재능? 능력? 보아하니 검술에 상당히 능력이 있는 거 같던데. 검술 같은 걸 했겠지?"

딱히 대답하진 않는 여자. 뭐, 물어보는 말에 전부 꼬박꼬박 대답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으니 상관없다.

"상당히 웃긴 일이지. 이 일본에서 너보다 검술 실력이 좋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여전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검술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무나 검성이라고 불리는 건 아니라는 거야. 이렇게 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소리지. 운과 적성이 필요해. 그런 데다가 너처럼 젊고 이쁜 여자가 실력도 있으면 함부로 죽이긴 어렵잖아? 그래서 좀 친하게 지내보려고. 물어볼 것도 있고."

젊고 이쁜 여자라는 말에 약간 눈동자가 흔들린다. 부끄러움? 그런 느낌인데. 이런 쪽으로는 면역이 없나?

"뭘…. 물어보려고."

"다른 절대 강자 알고 있는 녀석들 있나? 너는 죽일 생각이 없어졌으니 다른 놈을 찾으러 가려고."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네."

"뭐, 보시다시피."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검성을 바라본다.

말없이 바닥을 바라보는 여자. 그러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연다.

"유혹의 마녀…. 는 나고야에 있다고 들었다. 패왕은 교토, 뇌제는 오사카, 야쿠자…. 그 쓰레기 놈은 도쿄가 근거지야. 근데 당신이 죽였다면 이건 별 의미가 없겠네."

음. 뭐 색다른 정보는 없네. 야쿠자의 왕 그놈을 뒤졌을 때 나온 정보랑 크게 다를 게 없어.

유명한 대도시를 먹어치운 놈들. 근데 그건 당연하다. 인구수는 코인 양으로 이어지고 성장 동력이 되니까.

근데 유난히 야쿠자 그놈 새끼하고 별로 사이가 안 좋아 보이네?

"사토 그놈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없어보인다?"

"처음 사람을 죽인 게 그놈들 패거리 때문이었으니까."

"아. 그래? 그럼 인정이지."

근데 도쿄가 근거지인 놈들이 여기까지 집적거린 건가? 아. 하긴. 야쿠자 놈들이니 부하들이 그런 건가?

거느린 놈들이 많으면 어쩔 수 없긴 하겠네.

"무명에 대해서는? 아는 거 없나?"

"없어. 근거지가 큐슈라는 것 말고는."

순순히 대답은 해주지만 별로 영양가 있는 정보들은 아니다. 하아. 결국,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나?

근데 나고야랑 오사카랑 교토면 좀 너무 가까운 거 아냐? 어떻게 서로 잡아 죽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잘 사네.

"좋아. 뭐…. 큰 도움은 안 됐지만, 어쨌든 대답해줘서 고마워. 그럼 다음 질문. 혹시 이제 할 일 있냐? 죽이지 않은 대가로 뭔가 하나 부탁 좀 하려고 하는데."

내 긁는 듯한 말투에 검성의 표정이 조금 뾰족해진다.

이 여자 의외로 생각보다 순진한 여자일지도 모르겠어.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되네.

그런 걸 보면 차라리 민희 같은 여자가 가장 어렵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

"아. 뭐 나랑 야한 짓을 하자거나 그런 건 아냐. 너무 긴장하지 마."

질색하는 표정. 저것 봐. 그대로 반응을 하잖아. 얘는 순진한 타입이 맞아.

약간 솔직담백한 체육계 같은 느낌이네.

"아까 너에게 밥을 줬던 하루카. 걔랑 같이 좀 살래?"

"뭐?"

"너도 알다시피 상당히 요리 실력이 좋은 애거든? 게다가 착하고. 근데 아픔도 많은 애야. 거기 주변을 싹 비워놔서 크게 위험한 일은 없을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불안하단 말이지? 걔는 몸을 지킬 능력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니가 가서 같이 좀 살았으면 좋겠어. 함께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너 정도 되는 녀석이 지키고 있으면 어지간한 잡놈들은 엄두도 못 낼 테니까. 게다가 그렇게 하면 맛있는 밥을 계속 얻어먹을 수 있다고?"

아무리 복수를 해줬다고 하지만, 원체 능력이 있던 여자다.

내가 마음대로 이 여자를 다루게 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 일단은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야.

그러려면…. 하루카의 음식만큼 좋은 게 없다. 먹을 거로 길들이는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게다가 그 녀석의 천진난만함과 순진무구함이면 이 녀석의 피폐해진 마음도 어느 정도는 치유될 거 같고.

"나는……."

"혹시 여기에 계속 있고 싶은 건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검성. 아무래도 내 말이 맞나 보네.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마을 사람들, 친했던 친구.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놓고 떠나는 게 걸리는 거겠지.

"여기 있으면 계속 마음만 아플 텐데? 니가 만든 비석. 그걸 볼 때마다 끊임없이 자책할 거야. 그리고 우울함에 매몰되겠지. 그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아. 그들을 기리는 건 마음으로도 충분해. 굳이 여기에서 계속 아파할 필요는 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누군가를 지켜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내 말에 발끈하듯 말하는 검성.

"당신은…. 타인의 마음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네."

"그런 걸 세심하게 따졌다면 이런 살인마가 되진 못했겠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자 검성은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내가 화나는 건, 그쪽이 말하는 거에 반박할 말이 없다는 거야."

"주변에 이렇게 필요한 말을 직구로 꽂아주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좋은 말만 해주고 오냐오냐해주는 사람만 있으면 그건 오히려 그 사람을 망치는 일이니까."

"하아."

한숨을 푹 쉰 검성. 그렇게 아무 말이 없던 그녀는 한참 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절대 강자는 왜 다 죽이려고 하는 거야?"

"내가 죽기 싫어서."

"뭐?"

"너도 알다시피 나는 한국 사람이야. 근데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내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써있는 것도 아닌데."

“호칭.”

“호칭?”

“검성'씨' 라고 부르는 건 한국인밖에 없겠지.”

"아…. 그렇네. 그런 사소한 거로 아는 건가? 역시 여자들은 섬세하네."

"주절주절 자꾸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 말고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해 주면 안 될까?"

"아. 미안해. 내가 원래 그래. 암튼…. 난 내가 죽기 싫어서 강한 놈들이나 강해질 놈들은 미리 다 죽이고 있어."

"미친 사람이었네. 세상에 강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뭐…. 그리 많지는 않아. 너 정도만 돼도 상당히 수준급은 될걸? 짱개놈들 중에도 너를 이길 수 있는 놈은 몇 안 돼. 히어로 놀이하는 미국 놈들도 그럴 거고. 러시아는…. 교관 놈들이면 너랑 엇비슷하려나? 전투 센스는 니가 더 좋아 보이긴 하던데. 어디 보자…. 또…."

내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검성.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미국? 러시아? 중국? 설마 그쪽은 거길 다 가본 거야?"

검성의 말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후후. 역시 호기심만큼 훌륭한 떡밥은 없지. 궁금한 건 못 참는 거거든.

"글쎄? 어떨까?"

나를 바라보는 검성의 표정은 조금 미묘해졌다.

자신이 말려드는 걸 느꼈나? 다시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모습.

음…. 쉽지 않네. 아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확실히 이 여자는 들짐승 같은 여자야.

감이 좋아. 야생동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니 더더욱 길들이고 싶다. 승미세안이나 민희와는 또 다른 느낌이야.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말해봐."

"절대 강자…. 그들을 죽인다고 했지? 나도 함께 갈 수 있을까?"

"왜? 싫은데?"

"어째서지?"

"방해돼."

"뭐?"

"방해된다고. 니 실력이 좋은 건 사실인데, 내가 움직이는 데는 방해만 돼. 어중이떠중이들을 학살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짜 강한 놈들을 잡을 때는 니가 가진 능력은 크게 도움이 안될 거야. 나 혼자 쓱싹 잡아먹는 게 빠르지."

"대체…. 무슨 자신감이…."

"게다가 나는 니가 무슨 스킬을 가졌는지도 다 몰라. 알려고 했으면 이미 다 알아낼 수는 있었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어. 대체 무슨 스킬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을 곁에 두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러니 무리야. 너도 니 스킬은 전부 말하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아…. 나는…."

"그러니 가서 하루카나 지켜줘. 내가 바라는 건 그거야.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그래야 다음 옵션을 생각하지."

"다음 옵션?"

"왜? 궁금해?"

말없이 나를 노려보는 검성.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그런 걸 내색하면 안 되겠지.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가."

"뭐?"

"가자고. 그 여자 있던 곳으로."

"하루카? 홋카이도?"

"그래. 거기."

"의외로 순순히 가네?"

"당신은 위험한 사람이야. 그리고 그 음식 만들어 준 여자…. 그 여자는 당신에게 속고 있는 거 같았어."

"그럴 리가. 하루카가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준 거 보면 몰라?"

"속았으니까 그러는 거지."

"어휴. 그게 말이 되냐."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당신은 주변의 모든 걸 활활 태우는 불덩이 같은 사람이야. 얼마 안 가서 그 여자는 당신 때문에 위험해 질 거야. 그러니 내가 지키겠어."

음…. 왜 저런 결과가 도출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여자에 대해서 몰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 여자의 사고방식이 특이한 건가?

아무래도 뭔가를 지키는 거에 자기 사명감을 태우는 성격인 거 같기도 하고….

뭐 과정이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상관없지.

"가지고 갈 건 없어? 옷이라던가…. 아 참. 너 매혹 당했을 때도 말했지만, 그 드레스랑 화장은 안 하는 게 훨씬 이뻐.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지 마라. 그 좋은 외모를 가지고 왜 그렇게 특이하게 다니는 거야?"

"자꾸….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뭔 이상한 소리야. 이쁘다는 걸 이쁘다고 말하지. 야. 내가 얼마나 깐깐한 사람인지 아냐? 니가 안 이뻤으면 이미 아까 죽었어. 그러니까 내 말 들어라. 한 번만 더 그런 이상한 드레스 입고 다니면 그냥 내가 다 찢어버리고 알몸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너!!!"

"아까 매혹당해봐서 알지? 니가 어떤 상태가 되는지?"

얼굴이 붉어지는 검성. 아. 반응 진짜 재밌네. 놀리는 재미가 있어.

게다가 매혹을 이런 식으로 까발리고 쓰는 것도 나쁘지 않네. 하여간, 재밌는 걸 주웠어. 당분간 심심하지는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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