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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스킬
스물 두번이나 해봐서 이제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작업.
일단 늘 했던 대로 보이는 패시브는 다 배운다.
반경 증가17, 지속 시간 증가17, 최대 수치 증가11, 한계 돌파11.
반경 증가랑 지속 시간 증가는 계속 나오네…. 대체 어디까지 나오려고 하는 거지?
한 100까지 나오면 탐지 한방으로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 탐지 가능해지는 거 아냐? 이거…. 언제 공학 계산기 한번 돌려봐야겠네.
어쨌든 패시브 값으로 날아가 버린 2,540만 코인. 이제는 이것도 담담해진다는 게 문제네. 어휴.
새로운 스킬…. 어디 보자. 지난번이 위시였지? 게다가 그건 뒤에 파생 스킬이 있었어. 그러니 그거랑 관련 있는 스킬이겠지?
어…. 어…. 찾았다. 이거네. 원트.
원트? One Try의 줄인 말인 원트는 아니겠지. 아마도…. Want라고 생각되는데.
원트. 바라다? 뭘 바라는 거지? 아…. 잘 모르겠네.
위시랑 원트의 차이가 뭐지? 둘 다 바라는 거 아냐? 씨이발. 한국인한텐 좀 한국말로 풀어주지.
스킬 이름들 아주 개판이야. 어휴.
어쨌든 위시도 당장 못 찍으니 그 다음 건 지금 신경 쓸건 아니지. 근데…. 굉장히 궁금하긴 하다.
22티어, 23티어에 배우는 스킬이니 시시한 성능은 아닐 텐데. 대체 감이 안 잡힌단 말이지.
근데 그러면 뭐하나 그림의 떡인데. 언제 배울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걸.
이제는 다음 스킬을 배울 차례.
일단 나노화. 바로 찍는다. 패시브라 찍기만 하면 되니 편한 스킬.
50만? 아유. 귀여워. 깜찍하네.
찍었으니 써봐야지. 바로 축소를 썼고 예전보다 세상은 훨씬 더 커졌다. 와. 이거 정말…. 쥐똥만 해졌나 보네.
"승희야! 승희야!"
승희 주변으로 날아가 귓가에서 말을 거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승희. 겨우 나를 발견하게 웃는다.
"어머? 엄청 작아졌네요!? 이게 그 나노화 그거에요?"
"어!"
"목소리 너무 작아요! 소리 좀 크게 질러봐요!"
"그러고 있어! 승희야! 나 비행 쓰고 돌아다녀 볼 테니 탐지로 확인되나 한번 봐봐!"
"알겠어요! 해봐요!"
블링크를 한번 쓰고 비행을 하면서 돌아다녀 본다.
그러면서 승희를 바라보지만…. 거의 내 쪽을 보지 못하는 모습.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승희 귓가로 다시 가서 말을 건다.
"찾을 수 있겠어!?"
"아! 깜짝이야. 언제 여기까지 왔데? 못 찾아요. 못 찾아. 알고 있어도 이 정도인데 모르고 있으면 절대 발견 안 돼요."
"해제. 그정도로 안보이디?"
어우. 소리 지르기 힘들어서라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목 아프다.
"네. 절대 못 찾아요. 그냥 봐도 찾기 힘든데 거기에 투명화 같은 거 쓰고 있으니 거의 불가능해요. 이거 찾으면 정말 대단한 사람 아닐까요? 수영장에 올챙이 한 마리 풀어놓고 찾으라는 느낌인데."
"역시 그렇지? 그럼 너네도 이거 배우면 좋긴 하겠다."
그렇게 나노화의 효과를 확인하고 다시 스킬을 배우기 위해 스킬 목록을 본다.
당연히 다음 스킬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찍을 생각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제약 해제를 배우지 않았거나 제1 연구소장 대가리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아마 안 배웠을 거야.
숙련이 거의 불가능 했을 테니까.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자신도 그 위에서 스킬을 쓰지 못한다. 게다가 해제도 못 하고.
그렇기에 숙련을 하려면 바닥에 깔린 범위를 벗어나서 써야 한다.
근데…. 지금 내 패시브가 잔뜩 있다는 게 오히려 페널티가 된다. 지금 반경 증가는 17.
30미터짜리의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반경 증가17의 효과를 받으면 486미터 까지 늘어나 버린다.
물론…. 당하는 놈들에게는 지옥 같은 일이긴 하지. 근데 숙련 올리는 나도 끔찍해지는 거다.
스킬 한방 쓴 다음 거의 500미터씩 가야 다음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것.
비행도 블링크도 못 쓰니 순수하게 자력으로 이동해서 스킬 숙련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아마 고속도로 같은 데서 차를 타고 스킬 한번 쓴 다음 500미터 가고, 또 쓰고 또 가고를 반복해야 했을 거야.
그렇게 6,250번을 반복해야 한다. 어휴. 지랄도 그런 생지랄이 없지.
근데 다행인 건…. 그 해결책을 제1 연구소 소장의 기억에서 찾아냈다.
제약 해제를 배우면 자신이 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해제가 가능해진다. 그 영역 안에서도 가능하고.
그렇기에 배울 마음이 생긴 거다. 만약 이게 없었으면 배울 생각을 안 했을 거야.
어쨌든 그렇게 됐기에 바로 배운다. 나는 제약 해제를 가지고 있으니까.
솔직히 하급을 그냥 써도 바로 압도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킬이잖아?
이제 폴터가이스트나 여왕 없는 놈들은 나를 만나면 그냥 죽었다고 봐야지.
물론 봉인을 배운 놈이 셀프 봉인한 다음 덤빌 수도 있긴 할 텐데 그런 놈이 몇이나 있을지는 모르겠네.
"얘들아. 잠깐 모여봐."
승미세안 네 여자를 불렀다. 갑자기 왜 불렀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네 여자.
"자. 너희는 전부 폴터가이스트를 배웠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들.
"움직이는 것에 대해 좀 익숙해졌어?"
그러자 누군가의 염력이 내 코를 간지럽힌다. 거기에 옆구리, 엉덩이. 그리고….
"야. 거시기를 만지는 건 좀 그렇잖아! 누구냐? 복수한다?"
승희와 미나가 풉 하고 웃었고 안나는 아차! 내가 할걸! 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러면 답은 뻔하지. 세아 저 가스나네.
내 염력이 세아의 가슴을 쿡쿡 찔렀고 세어 역시 내 온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한다.
금세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졌고, 결국 다른 여자들이 말린 다음에야 서로에 대한 간지럼 공격이 끝났다.
"하여간. 둘 다 애라니까."
승희의 중얼거림. 이럴 수가 세아랑 같은 애 취급을 받다니. 내 패배잖아.
"크흠…. 암튼. 폴터가이스트 스킬이 가장 좋은 건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도 사용이 된다는 점이야. 이렇게.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나는 스킬을 썼고, 이 주변은 스킬을 쓸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비행이나 투명화, 수납 같은 것을 외쳐보지만 묵묵부답이 되는 걸 보고 신기해하는 여자들.
하긴, 얘들은 이걸 당해본 적이 없지. 신기해할 만하네.
"평상시라면 상당히 암담한 상황이 되겠지. 이 안에서 우리는 그저 무력한 일반인일 뿐이니까. 그치?"
또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들.
"근데. 폴터가이스트가 있으면 아니지."
그러면서 나는 몸을 띄웠다. 스킬이 안 써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내가 공중에 뜨자 깜짝 놀라는 여자들.
"염력으로 땅을 지탱해서 떠오른 거예요?"
신기하다는 듯한 승희의 질문.
"어."
"오오…. 그럼 나도…."
이리저리 염력을 움직여보려는 듯한 승희.
"쉽지 않을 거야. 솔직히 조금 힘들걸? 그게 힘의 지탱이랑 균형도 잘 맞춰야 하고 무게 중심이랑…."
"됐는데?"
승희와 미나, 안나가 옆을 바라본다. 살짝 공중에 떠 있는 세아.
뭐야 쟤는. 왜 한 번에 하는데. 작아서 그런가? 작아서 무게 중심이 낮아서…. 아니면 가벼워서….
근데 이런 소리는 입 밖으로 내면 안 되겠지? 염력으로 얻어맞을지도 몰라. 바로 2차전 시작이지.
"와. 대단한데? 역시 센스 좋아."
"이런 걸 가지고 칭찬은 하고 난리야…. 민망하게…."
칭찬을 할 줄 몰랐는지 부끄러워하는 거 봐라. 귀여운 녀석.
아니. 이건 중요한 발견이네. 놀리고 괴롭히는 것보다 칭찬하는 게 더 효과가 좋네?
"어쨌든, 폴터가이스트는 체력도 쓰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어. 그러니 이걸 정말 손발처럼 쓸 수 있게 해둬. 앞으로 우리 사냥에서 이걸 쓸 일도 많을 테니까. 해제."
그렇게 말하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했다.
다시 스킬을 쓸 수 있는 곳이 된 곳. 그래. 이게 가장 사기야. 내 맘대로 내게 유리한 필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수납 킬 보다도 좋다.
상대가 몇 명이 됐든 전부 다 무력한 잡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거잖아. 말도 안 되는 스킬이지.
하지만 이런 걸 알아갈수록 불안감은 더 커진다.
짱개놈들. 분명 이런 걸 다 알고 있었다. 물론 잠금 해제는 아직 연구가 완전히 된 건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분명 이런 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는 거다.
우리가 그렇게 중국을 왔다 갔다 했는데도 그런 놈들을 마주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
물론 지급 파견대와 성급 파견대는 티어13이 되지 않으니 히든 스킬이 없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놈들이 다가 아닐 거야. 분명 그런 놈들보다 훨씬 엘리트들이 있을 게 분명한데….
없을 리가 없지. 정보를 알고 있는데 그걸 육성 안 한다? 그건 븅신들이잖아.
가장 의아한 건 그거다. 그놈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본진이 이렇게 털리는데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게 의심스럽다.
물론…. 내가 하는 짓이 거의 기습과 매복 위주이니 대응하기 힘든 건 이해한다.
근데 승미세안 네 여자랑 다닐 때는 아니잖아. 분명 우리에게 덤벼들 타이밍이 있었을 텐데.
매번 허접한 파견대 놈들만 나타나서 우리에게 코인을 상납하고 죽어버리니…. 이상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
뭔가 이유가 있긴 하겠지. 그리고 언젠간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사실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스킬 확인을 다 했으니 이제 일본으로 가야지. 목적지는 센다이. 검성 아키.
그 여자가 있는 곳으로.
아. 그전에 일단 가면 놈부터 확인하고.
수원 벙커로 순간 이동한다. 얼마 전까진 짱개놈들이 방문했는데, 이제는 쪽바리 놈이네.
내가 나타나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는 가면 녀석. 아니…. 가면은 벗겨져 있지.
녀석은 지금 카멘사마도 아니고 절대 강자도 아니다.
그저 화상 자국이 남아있는 운 좋은 새끼 정도? 물론…. 그 운도 전부 끝났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
녀석을 염력으로 들어서 테이프들을 점검한다.
음. 떨어지거나 한 부분은 없네. 생각해보니 이 짓도 상당히 위험하네.
폴터가이스트나 채찍을 배운 놈이면 이렇게 묶어 둘 수도 없잖아?
신경 써야겠어. 게다가 내가 모르는 히든 스킬도 있을 수 있으니까.
뭔가 주절거리면서 비틱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관뒀다. 그런다고 뭐 내가 기분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녀석에게 수면을 걸고 눈까지 테이프로 막은 다음 몸에 테이프를 더 둘렀다.
적어도 검성 그 여자에게 넘겨줄 때까지는 얌전히 있어야지.
친밀도를 쌓을 수 있는 선물이잖아? 그러니 그때까진 얌전히 있어 줘야겠어.
홋카이도로 순간이동. 탐지를 쓰고 천리안과 투시로 하루카를 살펴본다.
오늘도 보람차게 자신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여자. 참 웃긴 여자야. 저 여자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가서 반갑게 인사라도 해주고 싶지만, 참는다.
어쩌면 나랑 많이 만나지 않는게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
이제 일본을 종단할 시간. 센다이까지 거리는 680킬로미터 정도.
비행속도는 점점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 지금 내 최고 속도는 시속 380킬로미터.
이게 맞나 싶다. 일단 KTX 속도는 이미 재꼈어.
어쨌든 비행속도가 빨라지는 건 좋은 일이지. 쓸데없는 시간을 줄여주니까.
이 정도 속도면 괌까지 가는 것도 크게 문제없지 않을까? 아. 거기도 슬슬 가긴 해야 할 텐데.
두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탐지를 써가면서 지상을 살피고 가면 금방인 시간.
러시아와 미국을 다녀온 나에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근데 일본 북부도 죄다 산지네. 평지가 몇 없어. 강원도 같은 느낌인데?
그나마 보이는 평지를 따라 계속 남하한다. 근데…. 인간이 없네. 이미 싹 쓸린 건가?
아니면 내 탐지범위에만 없는 것일 수도 있지. 어쨌든 신경 쓰지 않고 날아간 끝에 센다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좋아. 그럼 여기에서 또 길을 찾는 게 문제인데.
그래도 이 도시는 상당히 도시가 계획적으로 만들어져있다.
길을 찾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정도.
어디 보자. 이즈미 구라고 했는데. 이즈미구…. 저쪽이구나.
간판을 따라 움직일수록 도시에서 논밭으로 변하는 주변. 어떻게 이렇게 분위기가 확 바뀌냐.
신기하네.
결국, 나는 가면 놈의 기억에서 봤던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
성검과 그 친구가 지키고 있던 마을, 그리고 가면 녀석이 전멸시킨 곳.
아무것도 안 잡히던 탐지에 드라마같이 하나의 기척이 잡힌다.
좋아. 일이 술술 풀리네. 그럼 이제 어떻게 다가가…. 어! 씨발!
기척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순간 뭔가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몸을 최대한 옆으로 움직이며 블링크를 썼다.
방금 내가 있던 곳으로 뭔가 소름 끼치는 것이 지나간 느낌이 든다.
설마…. 지금 공격 한 거야?
두 번, 세 번. 그렇게 블링크를 연속으로 쓰면서 기척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아니. 저기…. 있었는데 또 사라졌다.
나도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일단 거리를 벌리자. 이 여자. 인정사정없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게다가 탐지를 쓰고 있던 건가? 범위도 제법 넓고?
와. 만만치 않은 여자네. 지금껏 봐온 녀석 중에 가장 빡쎈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