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51화 (551/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선행

"우레 폭풍!"

지이이이잉

바닥에 그려지는 노란 선. 그리고 휘몰아치는 먹구름.

아무것도 모르는 짱개들은 그저 소나기가 오려나? 하는 생각 정도만 들 거다.

하지만 노란 선을 봤다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노란 선 바깥으로 넘어갔다면 목숨은 건졌을 거다. 하지만 그것도 서둘러야 한다.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질 테니까. 무수히.

"가자."

벼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바로 다음 위치로 향한 우리들.

"눈보라!"

이번에는 파란 선.

아직 우레 폭풍의 첫 번째 벼락이 떨어지기도 전이지만, 미나는 또 다른 스킬을 쓴다.

휘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급격히 차가워지는 공기.

그 누구도 이 계절의 날씨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추워지는 주변.

그리고 5월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그냥 눈발이 날리는 정도라면 신기하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이상기온이라고, 날씨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눈발은 점점 폭설로 변하고 바람마저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칼날 같은 바람으로 변한다.

서둘러 영역의 바깥으로 나갔다. 어차피 피해는 입지 않지만, 저 안쪽은 너무 추우니까.

멀리서 바라보면…. 이보다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없을 거다.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한 벼락. 그리고 하늘과 땅을 잇는 무수한 전격.

그리고 그 옆은 세찬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다.

탐지에 느껴지던 기척이 거대한 8자 모양으로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야말로 삭제되고 있는 모습. 그래도 저들은 자신들이 뭐에 죽었는지는 알겠네.

보호막으로 막을 수 있는 스킬이기에 완벽하게 기척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리고 그런 기척들은 나와 세아, 안나가 처리하러 간다.

블링크와 수납. 강화 주먹과 번개 주먹. 그리고 찾아오는 깔끔한 죽음.

미나의 티어는 17. 반경 증가 11.

200미터의 우레 폭풍과 눈보라는 반경 1.5킬로미터까지 늘어나 있다.

지름 3킬로미터짜리 죽음. 그게 두 개.

그 넓은 지역에서 보호막을 쓴 인원은 몇 되지 않는다.

그렇게 처리가 되자 아직 우레 폭풍과 눈보라가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까마귀 떼들이 날아든다.

스물 여섯 마리의 까마귀. 벼락과 눈보라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코인을 줍고 있는 모습.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짱개의 박멸.

이유? 없다. 그냥 가까이 있으니까. 숫자가 많으니까. 거슬리니까.

사실 그런 이유들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싫을 뿐이고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 녀석들을 지운다.

응당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으니까.

"온다."

저 멀리 하늘에서 날아오는 짱개 일곱. 저놈들은 항상 저 모양이야.

왜 숨어서 올 생각을 안 할까? 자신들이 파악 당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걸까?

우레 폭풍과 눈보라의 크기만 봐도 저걸 쓴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텐데.

멀리에서는 그게 안 느껴지는 걸까?

세아와 안나도 녀석들을 발견한 거 같다. 하지만 굳이 저 둘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축소를 쓴 나는 그대로 녀석들의 뒤로 블링크 했다. 그리고 펼쳐지는 수납.

다섯 놈이 그대로 수납에 들어갔고 두 놈은 블링크로 튀었다.

근데 왜 한 번만 쓰고 마는 거야? 멍청인가?

바로 블링크로 따라가 한 놈을 수납으로 먹고 다시 또 블링크를 써서 다른 놈마저 잡아먹는다.

연속으로 써서 냅다 도망가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안 하네. 븅신들.

여섯을 잡고 120만 코인. 아마 이놈들은 지급 파견대인 거 같다.

뭐가 됐든 상관없지. 이제 이런 놈들은 제대로 붙기 전에 해치울 수 있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잡는다는 게 중요하다.

서로 스킬을 쓰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안 돼.

칼을 뽑기 전에 죽이는 게 중요하다.

그게 가장 핵심이야. 칼을 뽑지 못하게 하면 칼날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잴 필요가 없지.

우레 폭풍과 눈보라가 끝났고 다시 또 이동한다.

또다시 펼쳐지는 죽음. 베이징 주변은 점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변한다.

"인제 그만 돌아가자."

우리는 돌아가지만, 까마귀들은 남아서 밤새 코인을 주울 거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이야. 이럴 능력이 된다고 해도 코인 줍기가 힘들어서 못 하는 짓인데.

역시 오토 루팅만큼 좋은 게 없지. 게임에서 캐쉬템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다음날.

밤새 까마귀가 주운 코인이 210만 정도.

그럼…. 몇명이야? 21,000명? 그쯤 되나?

온종일 잡았는데도 이만 명 수준이라니.

정말…. 짱개는 너무 많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잡지?

다시 시작한 사냥.

상태 회복 고급이 된 안나의 데스 윈드도 짱개 지우기에 합류했다.

이제는 침 한 번만 뱉으면 피가 났는지도 모르게 된 안나.

무조건 마스터를 하고 쓰라고 한 나지만, 더는 안나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게 됐다.

에휴. 저 고집을 누가 말려.

데스 윈드가 더해지면서 학살의 속도가 체감상 배는 빨라졌다.

세 스킬의 범위를 합치면 어지간한 작은 동네 하나는 그대로 지워버릴 수 있게 됐으니까.

게다가 뭔지도 모르고 다가온 지급 파견대 놈들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뿜으며 죽는 걸 보고 확실히 위력을 실감한다.

솔직히 이거 너무 사긴데. 막을 방법은 있는 거야?

상태 회복을 쓰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어보인다.

선행 스킬에 독무가 있으니 방독면으로도 되려나?

아무래도 되겠지? 될 거 같긴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방독면으로 시야가 좁아지면 블링크 수납에 먹이가 될 뿐이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네.

사냥 3일 차.

전날 코인은 320만 정도. 역시 데스 윈드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수익이 확 늘었다.

문제는 사냥시간이 길어지니까 스킬 숙련할 시간이 확 줄어든다는 점?

하. 이거 무슨 짱개 죽이는데도 워라밸을 따져야 하는 건가. 쉽지 않네. 진짜로.

그래서 오늘은 사냥시간을 조금 줄여보기로 했다.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서 스킬 숙련할 여력은 있어야지.

지급 파견대 녀석들이 잔뜩 덤볐으면 좋겠는데.

잡기도 편하고 코인도 쏠쏠하게 주는 녀석들이잖아?

근데…. 녀석들의 대응이 달라졌다. 함부로 달려드는 놈들이 없어졌어.

어디선가 숨어서 보고 있는 건가? 우리를 마냥 내버려 두진 않을 거 같은데.

미나와 안나가 열심히 스킬을 쓰는 동안 나는 주변을 살핀다.

그렇지만 작정하고 숨어있는 놈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는 없겠지.

저 먼 곳에서 천리안 같은 거로 지켜보고 있으면 절대 찾기 힘들다.

엄청나게 운이 좋으면 몰라도.

"찝찝한데?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녀석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철수한다. 그래도 사냥은 적당히 했으니까. 뭐…. 상관없겠지.

집으로 돌아가서 느긋하게 숙련을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조금 덜 잡았으니 한 200만 정도 되겠지? 그 정도는 한 거 같은데.

다음날.

눈을 뜨고 밤사이 코인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해본다. 근데…. 15만밖에 안 들어왔다. 뭐지? 왜 이것밖에 안 들어왔어?

승세미안 네 여자를 깨워서 확인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테이밍한 까마귀가 다 죽어있네요."

"나도."

"저도요."

"아. 새끼들. 머리 쓰네. 까마귀를 다 잡은 건가."

자국민의 희생은 지켜볼 수 있지만, 코인은 뺏기지 않겠다 이건가?

귀찮네. 이러면 짱개들을 잡는 이유가 없잖아.

"일단은 그럼…. 우리도 방법을 바꾸자. 얌생이에는 이쪽도 얌생이지."

요 며칠간 했던 것처럼 오늘도 똑같이 사냥한다.

까마귀들을 찾아 테이밍 한 다음 주변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작업.

우레 폭풍, 눈보라, 데스 윈드가 몰아치고 짱개들이 삭제됐다.

그렇게 적당히 사냥을 마치고 저장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게이트를 써서 돌아간다.

그런 다음 나 혼자 순간이동.

축소까지 쓴 상태에서 느긋하게 까마귀들이 코인을 줍고 있는 쪽을 주시한다.

자. 이제 나타나겠지? 어디. 얼마나 나타나나 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파견대로 보이는 녀석들이 나타났다.

어디 보자. 여덟? 그럼 파견대 하나 정도 되나? 근데 까마귀 잡으러 여덟 명이나 왔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전부 다 까마귀를 잡는 건 아니었다.

두 놈 정도만 까마귀를 잡고, 나머지들은 자신들도 까마귀를 불러서 코인을 줍게 한다.

헐. 저놈들도 테이밍이 있나? 아닐 텐데?

지급 파견대 한 팀당 테이밍 배운 놈은 한 놈 아니면 두 놈이다.

예전에 봤었던 벌. 그런 놈들이 있었으니 테이밍은 나름 유용하게 쓰이지.

근데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계속 지켜보니 녀석들은 전부다 테이밍이 있는 거 같다.

아마 테이밍 있는 놈들만 뽑아 이쪽으로 보냈나 보다. 코인 회수하러.

음……. 좋은건 바로 배운다는 건가? 하긴, 이게 좀 쩌는 방법이긴 하지.

근데 뭐 어차피 이놈들도 테이밍으로 코인 먹을 수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건 뭐 상관없고.

우리 쪽 까마귀는 금세 다 죽었다.

원래 목표는 우리 까마귀가 공격당할 때 녀석들을 잡아 죽이는 게 목표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됐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누가 줍든 줍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대신 주워주면 고맙지. 나야 마지막에 수금만 하면 되고.

느긋하게 축소 숙련을 하면서 녀석들을 지켜본다.

웃긴건 코인을 줍는 녀석들의 표정이 뭔가 신나 보인다.

뜻밖의 부수입을 얻어서 기분 좋은 건가? 하긴, 절대 적은 양은 아니지.

어쩌면 스킬 배울 코인을 얻고 성급 파견대로 승진할지도 모른다고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렇게 네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어느 정도 코인을 다 주웠는지 슬슬 모이기 시작하는 녀석들.

자. 그럼 잡으러 가볼까? 근데 숫자가 좀 많네. 번거롭게.

공격당하는 순간 뿔뿔이 흩어져버리면 귀찮아진다. 그러니 각을 잘 잡고 한꺼번에 잡아 죽여야 해.

그렇게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한 놈이 게이트를 열었다.

아. 그건 안되지. 타게 둘 수는 없지.

다행인 건 녀석들은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자연스럽게 모였다는 거다.

이건 뭐 인간의 습성이니 어쩔 수 없지.

전투 중이나 위급상황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아니잖아?

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여유롭게 게이트로 다가가는 꼬라지를 보면 안다.

첫 번째 놈이 게이트 바로 앞에 와서 들어가려 하는 찰라에 그 머리 위로 블링크를 쓰고 수납을 열었다.

어? 하는 순간에 그대로 수납에 휩쓸린 놈들.

나이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잡았다. 요란하게 떠오르는 코인 획득 메시지.

다 합치면 220만 정도 되겠네. 그럼 천백만이네? 이놈들 코인 하나 빼먹지 않고 잘도 주웠구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이트. 그걸 보며 잠깐 고민해본다.

여길 들어가서 깽판을 쳐볼까? 아니면 무시할까?

분명 이놈들이 들어갈 거니까 공격은 안 당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영 찜찜하다. 오늘은 관두자.

게다가 들어갔으면 바로 들어갔어야지. 시간이 조금 지체됐어.

만약 저 건너편에 누군가 있다면 게이트가 열린 지 꽤 됐는데 아무도 안 들어오는 걸 보고 의심스럽게 생각할지도 몰라.

들어가는 건 관두고 누가 나오는 놈이 있는지만 기다려 본다.

게이트는 열렸는데 아무도 안 들어오면 의심스러워서라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러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면 나오는 놈의 몸에 바짝 붙어서 들어가 볼만한데.

음…. 나오지 않네. 저쪽에서도 몸을 사리는 건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게이트는 닫혔다.

쩝. 아쉽긴 하네. 음…. 빨리 축소를 마스터 해야겠어.

나노화를 배우면 이런 게이트는 몰래 들어가기 수월해질 거야. 지금은 축소를 썼어도 너무 크지.

어쨌든 오늘의 사냥과 수확도 전부 성공했으니 됐다.

근데 또 내일은 어떻게 나올까 모르겠네.

연속으로 얻어터지고 있으니 분명 뭔가를 준비해오긴 할 거 같은데.

아무리 이놈들이 인해전술을 쓴다고는 하지만, 의미 없이 인력 갈아 넣는 걸 즐기진 않을 거 아냐.

아…. 즐기나? 하긴 짱개놈들은 그게 일상이지?

녀석들을 한방에 몰락시킬 방법은 없을까? 광역스킬. 물론 좋긴 하지만 천만 코인이면 기본 코인으로 계산해도 2만 명이다.

2만 명. 그렇게 만 번을 잡아야 2억 명. 10억 명을 죽이려면 5만 번.

하아. 한숨이 나오는 숫자다. 씨발. 쪽수로 밀어붙이는 게 이렇게도 끔찍하다니.

그런 의미에서 산샤댐은 참 좋았는데. 뭔가 더 획기적인 방법이 없는 걸까?

짱개놈들. 산샤댐 같은 거 200개 정도만 더 만들어 놓지. 에휴.

일단은 돌아가야겠다. 아. 그전에 하루카나 확인하고 가자.

홋카이도로 순간이동하고 바로 탐지를 켜본다.

근데...오늘도 뭐 별다른 일은 없다. 이거 참 희한하네.

그 가면 놈은 왜 오지 않는 걸까? 기껏 설치한 덫인데…. 걸리지 않으니 좀 아깝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