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48화 (54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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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여자의 연기는 썩 괜찮았다.

게이트 너머로 상체만 넣고 공격받고 있으니 조심히 한 명씩 천천히 넘어오라는 말을 하고 몸을 빼는 여자.

그렇게 게이트 옆에서 비키자 바로 한 놈이 게이트를 넘어온다.

다음 사람을 위해 게이트 옆으로 비킨 특수 파견대 녀석. 그런 녀석을 바로 수납으로 삼킨다.

비명도 빛도 없는 사망. 그리고 다음 녀석.

넘어온 다음 먼저 온 사람이 어딨는지 의아해하는 거 같았지만 여자의 대처가 좋았다.

한쪽을 향해서 손가락질했고 특수 파견대 녀석은 의심 없이 그쪽을 향했다.

역시 수납. 이렇게 두 명째.

그런 식으로 순조롭게 한놈 한놈 먹어치운다. 이거 정말…. 너무 편한데?

그렇게 마지막 아홉 번째 녀석이 넘어왔고 녀석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내가 더 빨랐다.

게이트를 가로막으며 녀석에게 덮쳐지는 수납. 깔끔한 마무리.

"이 녀석들 말고는 더 없나?"

"네? 네. 없어요."

"이 건너편은 어디지? 그 무슨 위원회 거기인가?"

"네. 맞아요."

"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여자의 등에 바짝 붙었다.

게이트를 넘어가는 여자. 나는 게이트를 넘자마자 바로 탐지를 썼다.

가까이에 느껴지는 다섯 명의 기척. 그리고 꽤 멀리에 느껴지는 기척들.

고개를 돌려서 여자의 팔과 몸 사이로 주변을 살펴보니 전형적인 관공서 같은 건물이다.

"잠깐 서 있어."

그렇게 말하고 다섯 명의 기척을 살폈다. 위원회 소속이라기보다는 잡일 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모습.

"아까 차 타고 온 열둘이랑 특수 파견대 아홉이 다야?"

"네."

"따로 어디 보고 같은 건 했어?"

"네. 위급 신호 발생 시 과학보 차관에게 직접 연락하게 되어있어서 이미 보고 했습니다."

"쳇. 그래? 그럼 글렀네. 근데 무슨 수로 연락을?"

"직통 핫라인이…."

"별개 다 있네. 어휴. 아니. 그게 정상인가."

결국, 그럼 연구소가 박살 난 건 상부에 보고가 됐다는 소리다.

당장 뭔가를 더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인데.

쩝.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쉬,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었지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게다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소장까지 있는데도 역시 아쉬움이 생긴다.

위급 신호랑 핫라인은 생각을 못 했어.

왜 제3 연구소 소장의 기억에는 그런 게 없었지? 아니, 내가 못 찾은 거였나?

어쨌든 뭔가 더 노릴 수는 없게됐다.

그래도 뭐...특수 파견대 이놈들을 잡고 360만 코인 정도 더 얻었으니 됐지.

이걸로 만족해야지.

이 여자는 그럼 더 쓸모가 있나? 그래. 혹시 모르니 더 뒤져보긴 해야겠다. 여자를 재우고 수원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게 여자를 염력으로 던져넣고 따라 들어간 뒤 게이트를 닫는다.

이렇게 짱개 연구소는 끝났다. 적어도 베이징에 있는 연구소들은 다 박살 냈어.

이제는 소장과 이 여자의 기억을 뒤질 시간.

일단 여자부터 기억을 읽는다.

한참을 읽어본 결과 역시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더는 건질만 한 정보가 없다는 것, 외모와 몸으로 위원장 자리까지 간 게 맞다는 것.

쯧. 그래. 그럴 수 있지. 됐어. 그럼 이제 필요 없네. 코인이나 돼라.

수납으로 삼키자 51만 코인이 들어온다.

이야. 그래도 제법 가지고 있네. 그정도로 이쁘진 않았었는데. 다른 능력이 죽여줬나?

뭐 어차피 짱개녀라 건드릴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이젠 죽어버렸으니 기억에서 지운다.

더 생각하는 건 기억 용량 낭비야. 이제는 소장의 기억을 뒤져볼 차례.

어쨌든 이 남자는 히든 스킬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것만 알아내도 막대한 이득이다.

하나하나 전부 익히고 테스트해볼 여유는 없으니까. 굉장히 많은 수고를 줄여줄 고마운 녀석.

그렇게 녀석의 기억을 읽기 시작한다. 아마…. 또 이틀 정도 걸리겠지?

어쩌겠어. 꼭 필요한 일인걸. 그럼 잡생각은 적당히 하고 기억이나 읽자.

소장의 기억을 읽는 데는 사흘이 걸렸다.

아니. 사실 더 읽으려면 더 읽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근데 많은 게 의미가 없어진 기억이다. 상위 기관과의 접선 방법, 비밀 안가, 다른 연구소, 그런 것들.

그때그때 기억을 읽자마자 그 위치를 찾아서 가봤지만 이미 벌써 조치가 돼버렸다.

안가는 비어있고 다른 연구소도 이미 자리를 비웠다. 정말…. 행동 진짜 빠르네.

하긴, 중요 연구소 세 개가 털렸으니 녀석들도 긴급한 사항이라고 생각했겠지.

이러고도 안 서두르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고 빡대가리 새끼들이고.

아. 짱개는 사람 새끼가 아니지? 이런. 내가 실수를.

결국, 쓸만한 기억은 스킬에 대한 정보뿐.

이놈은 그래도 히든 스킬에 대해서 대부분을 알고 있었다. 무려 제약 해제까지.

역시…. 인해전술이면 뭐든지 되는구나. 씨발. 짱개들. 그러니 이놈들이 이 전술을 죽어라 고집하지.

제3 연구소 소장의 기억을 뒤졌을 때 느꼈던 거지만 모든 히든 스킬이 다 좋은 건 아니었다.

기껏 배웠다면 한숨을 내쉬며 욕할만한 스킬들.

예를 들면 일렉트릭 에리어 같은거.

번개 파동의 히든 스킬. 효과는 간단하다. 번개 파동이 사라지지 않고 주변에 머물러 있는 효과.

물론 이걸 쓰고 블링크로 적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면 대량 학살을 노릴 수는 있을 거다.

근데 단점이 너무 많다.

장애물에도 막히고 보호막에도 막히고 데미지 감소가 있다면 한 방에 죽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몸 주변에 요란하게 노란색 번개가 번쩍이는 효과.

이 스킬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딱 보면 존나 위험해 보인다고 알 수 있는 모습.

게다가 이것 역시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파티 스킬이 없는 한 켜있는 옆으로 다가가지도 못한다.

그것만으로도 실격이다. 쓰는데 제약이 있는 스킬은 중대한 감점 사유지.

게다가 은밀함을 최고로 여기는 나에게는 절대 안 맞는 스킬.

뭐 케넨 궁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건 아군에게 피해라도 안 주지.

광선의 히든 스킬도 웃긴다.

이건 솔직히 나도 혹시? 하고 예상했었다.

스킬 이름은 레이저. 사실 조금 설레는 스킬 이름이긴 하다. 근데 효과는 그렇지 않다.

보호막을 뚫기도 하고 사정거리가 엄청 길긴 하지만 직선거리로만 좁게 나가는 스킬.

무엇보다 레이저가 눈에 보인다. '나 여기 있소'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뭐, 활용하면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겠지만 내 유형은 아냐.

광선 배운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쓰거나 그냥 광선을 유기하는 게 나을 거야.

성장, 금속화, 채찍은 조금 애매하다. 좋아 보이긴 하는데 어디다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성장의 히든 스킬은 노화.

너무 급발진하는 느낌 아닌가? 아니 뭐 성장 다음은 노화가 맞긴 한 거 같기도 하고.

생물이나 무생물 가릴 거 없이 시간을 뒤로 확 돌리는 스킬.

생명체라면 늙어버리고 무생물이면 효과가 제각각이다.

바위 같은 거라면 풍화되어버리고 금속이라면 잔뜩 녹이 슨 다음 내구도가 형편없어져 버린다.

근데 그건 산화 아닌가? 게다가 산화는 표면만 일어나는 거 아니었어?

그런 데다가 효과는 약간 금속피로 같은 느낌인데…. 모르겠다.

애초에 스킬 자체가 과학을 무시하는데 이런 걸 따져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게다가 생물을 늙게 하는 것도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죽이면 되는 거 아닌가? 음…. 깊은 절망을 주는 효과라면 쓸만하긴 할 거 같다.

그거 말고는 어디다 쓸지 생각이 안 나네.

금속화의 히든 스킬은 융해.

놀랍게도 몸이 액체로 변한다. 씨발. 무슨 슬라임도 아니고.

아니 슬라임조차 아니다. 그냥 액체 인간이 되어버린다.

되게 활용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또 막상 쓰라고 하면 으잉? 할만한 스킬.

잘 모르겠어. 근데 어딘가 침투하기는 편하겠네. 완전 방수 처리돼서 밀봉돼있는 곳 아니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소리잖아?

근데 페이즈 아웃이 있는데 굳이 저걸 써야 할까? 음…. 정말 모르겠어.

내 머리로는 더 좋은 활용처가 생각이 나질 않네.

채찍의 히든 스킬은 여왕이다.

나는 내가 기억을 잘못 본 줄 알았다. 근데 진짜 여왕이다.

씨발. 스킬 만든 새끼들 뇌 구조 한번 보고 싶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효과는 폴터가이스트랑 상당히 비슷하다.

패시브이고 별도로 채찍을 쓰지 않아도 마음대로 채찍을 만들어서 쓸 수 있다.

문제는 보인다는 점? 그런 면에서 봤을 땐 폴터가이스트가 더 좋다.

근데 위력은 채찍이 더 세다.

하긴, 그냥 채찍도 마스터 하면 차 정도는 반갈죽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채찍에 닿으면 매혹 효과가 생긴다. 문제는 동성도 걸린다.

진짜 정말 진심으로 잘 모르겠어. 그런 삶이 즐거울지는. 근데 효과는 확실하지.

당하면 좆되는 거니까.

쓰라고 하면 잘 쓸 자신은 있는데 굳이 배우고 싶진 않다. 나는 폴터가이스트가 있으니까.

근데 둘 다 쓰면 개쩔긴 하겠네. 씨발.

그나마 히든 중에서 가장 쓸만해 보이는 건 추적이다.

히든 스킬은 마킹. 무슨 짓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표식.

광역 스킬 무효화에도 안 풀리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 들어가도 안 풀린다.

아마 그러면 페이즈 아웃을 써도 안 풀리겠지.

효과는 추적의 효과를 그대로 계승하는 데다가 보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을 다 알 수 있다.

씨발. 개인정보침해의 끝판왕이네. 한번 걸리기만 하면 그냥 끝인 거잖아.

내가 당하면 개좆같겠지만 내가 쓸 때는 이보다 좋은 스킬이 없다.

미국 대통령, 짱개 놈들 중에 가장 높은 놈, 뭐 이런 놈들에게 하나씩 걸어 놓으면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지도?

조온나 피곤할 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일단 이걸로 히든 스킬의 효과는 전부 다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제약 해제의 모르고 있던 효과도 몇 개 더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매혹.

제약 해제를 배운 매혹은 매혹 쓴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페이즈 아웃도, 광역 스킬 무효화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도 안풀린다.

대신 매혹이 풀리는 걸 원하면 언제든지 풀리고.

테스트해보려고 했던 건데 안 해도 되겠어. 내 궁금증을 풀어줬네.

결국, 나는 제약 해제 이후 늘 쓰던 대로 매혹을 썼지만, 그럴 필요가 없던 거였어.

근데 이건…. 정말 지독하다. 말도 안 되는 거야.

매혹 마스터 시 유지시간은 2시간. 지금 나는 스킬 지속시간 증가16이라서 내가 매혹을 걸면 29시간이다.

즉…. 그 안에만 갱신하면 영구 매혹이 가능하다는 소리.

하. 매혹 처음 배웠을 때 고민했던 게 이렇게 해결되네. 이건 진짜 미친 거 아닌가?

그럼 아까 그 위원회 여자는 굳이 죽일 필요가 없었는데.

아니 뭐 그 여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디든 여자는 많으니까. 높은 자리, 쓸만한 자리에 있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지.

날마다 만나서 매혹 리필만 해줄 수 있다면 절대 배신당하지 않는 노예가 생기는 거잖아?

물론 날파리년 같이 정신 나간 년은 피해야겠지만…. 어쨌든 씹사기다. 아니. 씹사기 수준이 아니지.

뭐가 됐든 이미 얻은 능력이니…. 앞으로 스킬 쓸 때 잘 고려해야겠다.

어쨌든 전략, 전술적으로 훨씬 더 유용한 방법을 쓸 수 있다는 소리니까.

그리고 다른 건 나에게 없는 스킬들이라 딱히 필요는 없는데…. 미나에겐 좋은 정보가 있다.

우레 폭풍, 눈보라, 메테오의 제약 해제. 그건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가장 지랄 같은 이동 불가. 그게 해제되는 것.

안 그래도 미나가 잠금 해제 배우고 있는데 잘됐다.

제약 해제만 배우게 되면 씨발. 그때는 이제 짱개 놈들은 작살나는거야.

내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중국 땅 위에 있는 놈들은 탐지에 걸리는 놈 없이 다 잡아 죽일 테다.

그러고 보니 슬슬 배울 때 안됐나? 돌아가면 다 배웠으려나?

얻은 정보가 많기에 충분히 만족스럽긴 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녀석들도 천국의 문 스킬의 효과를 모른다는 것.

하긴, 이건 그럴 만하다. 녀석들이나 우리나 배우는 속도는 비슷했을 테니까.

놈들도 티어13에 도달해서 스킬 확인을 하고 우레 폭풍, 눈보라, 메테오 세 가지를 전부 배우게 하는 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사실 지금 미나보다 스킬 배우는 게 빠른 녀석들도 별로 없겠지. 아무리 코인을 퍼다 주고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힘들 거다.

일단…. 아무에게나 배우게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무슨 효과일 줄 알고 아무에게 배우게 해.

어쨌든 그건 아쉽다. 결국은 직접 써보는 수밖에 없어.

가장 의아한 건, 이놈들은 티어 17까지의 정보까지 밖에 모른다는 거다.

내 생각엔 둘중에 하나다.

정말 거기까지 밖에 배운 놈이 없거나, 아니면 더 상위 기관에서 테스트 하고 있거나.

전자일 리는 없을 거 같다. 17까지밖에 못 배웠을 리가 없어. 결국은 내가 잡아 죽인 연구소 말고도 뭔가가 더 있다는 소리.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근데…. 그런 놈들이 있다면 코인이 감당 가능한가?

물론 스킬이야 배울 수 있겠지만, 패시브까지 다 배우게는 못할 거 같은데.

패시브가 딸리면 티어가 아무리 높아도 속 빈 강정이다.

결국은 거리 싸움이고 패시브 싸움인데.

가장 중요한 패시브를 안 배웠다면 과연 그게 제 성능을 낼 수 있을까?

기껏 힘들여서 스킬을 배운 놈들만 픽픽 죽어 나갈 뿐일 텐데.

어쨌든 일단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녀석에게 가져온 가진 연구 자료가 있으니 이제 이 녀석은 필요 없어.

수납이 열리고 소장 놈은 그대로 먹혔다.

31만 코인을 남기고 그렇게 소장 놈은 사라졌다. 뭔…. 위원장 년보다 코인이 적냐.

어쨌든 이로써 세 개의 연구소는 완벽하게 박살 난 셈.

이제 가서 자자. 자고 나서 조금 쉬고 짱개 박멸이나 해야지.

미나가 잠금 해제를 배울 때까진 이제 집에서 쉬어야지. 코인도 빵빵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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