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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스킬
손바닥보다 작아지니 느낌이 다르다.
높은 곳을 날 때는 크게 체감이 안 된다. 근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평소에는 전혀 갈 생각을 안 했던 루트들, 신경도 안 썼던 위치, 사각 그런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
게다가 염력 탄. 이걸 염력 탄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이걸 쓰면서 완전 느낌이 달라졌다.
암석 탄환 썼던 놈들이 이런 기분일까? 근데 이건 암석 탄환 보다 훨씬 좋잖아? 일단 보이질 않아.
당한 놈들은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머리가 터졌다. 그래. 말 그대로 머리가 터졌다.
물론 터지는 즉시 빛으로 변해서 끔찍한 장면까지는 안 봐도 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순간까지는 형체가 남는 인간이라서 터지는 순간까지는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학살이 너무나도 쉬워진 상황.
물론 가까이 가서 수납으로 잡아먹는 게 더 편하다. 머리만 수납 안에 들어가도 끝이니까. 그렇게 잡아먹는 게 더 편해.
그렇다고 염력 탄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격은 공포를 부른다.
게다가 그 공격이 한 번도 못 본 부류라면 적절한 대응이 힘들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그간 공격 스킬 하나 없이 무효화와 수면만 쓰던 나로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업그레이드가 된 거다.
신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네. 히든 스킬 만세야.
영양가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민간인들은 그만 죽이고, 이젠 진짜배기들을 잡아야지.
다시 짱개 연구소로 돌아갔다. 이제는 밤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밤이 깊으면 이대로 녀석들을 전멸시켜야겠다. 그리고 소장들을 잡아서 정보를 얻고 이런 곳이 더 있는지도 알아봐야지.
제1 연구소장. 그놈이 핵심이다. 다른 연구소장들은 별 여섯 개를 달고 있었긴 했지만, 그 권력은 연구소에서뿐이었다.
그 상위기관. 중국과학보라는 곳. 거기의 인간들과 소통하는 건 제1 연구소장뿐. 그러니 저 녀석을 잡는 게 핵심이야.
미국도 그렇고 짱개놈들도 그렇고 높은 대가리 새끼들은 자기 몸은 끔찍하게 챙기는 모습.
하긴, 그건 그 두 나라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어느 나라든 똑같지. 아니, 사람이라면 당연하지. 그게 본능인데.
그런 놈들을 찾아서 기억조작 해야 해.
예전에는 나를 우호적인 인사로 만들어서 마음껏 조종할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을 쓰는 게 나아.
일부러 자신들의 핵심 전력을 노출한다거나 자기들끼리 똥볼을 차게 하면 된다.
서로 불신감을 주거나 배신하게 해도 되고.
결국은 내가 내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그게 안전하지.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내 모습을 보여.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연구소를 계속 지켜본다.
인도인들은 아직도 죽고 있다. 정말 게이트에서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 사람들.
얼마나 잡아 죽이는 거야? 진짜 대단하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녀석들이 하는 걸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다.
체계적으로 타국 인간들을 저렇게 차곡차곡 죽이다니.
하. 질 수 없지. 나도 조금 더 분발해야겠어.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저 멀리에 뭔가가 느껴졌다.
얼래? 잠깐만. 파티가 켜있나? 저 멀리에 있는 건 승희, 미나, 세아, 안나의 기척인데?
거리감으로 봐선 저쪽이 한국의 벙커다. 그럼 쟤들은 벙커에 있는 게 맞는데. 왜 아직 파티가 켜있지?
분명 아까 무효화도 썼는데? 페이즈 아웃도 썼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내가 제약 해제를 배운 게 생각났다.
아. 설마? 파티의 제약은 이렇게 풀린 건가?
확인차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써본다. 그리고 해제. 다른 버프들은 다 꺼졌는데 네 여자의 기척은 그대로 남아있다.
옴마나. 페이즈 아웃으로도 안 풀리는 거야? 그럼 무효화는?
광역 스킬 무효화를 내 발밑에 뿌렸다. 역시 파티는 그대로.
이야…. 이건 괜찮네. 맘에 들어. 의외로 이런 혜택을 받네. 이건 좀 좋은 듯? 그간 이것 때문에 번거로운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그럼 해제는 되나? 되겠지? 일단 그건 나중에 하자. 만약 해제되면 다시 벙커에 갔다 와야 하니까.
어쨌든 무효화와 페이즈 아웃에 파티가 안 꺼지는 건 확인했으니까. 그럼 됐지 뭐.
뜻밖의 소득을 얻고 기분이 좋았지만,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왔고 조금씩 지루해진다.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그렇게 지루해하고 있는데 인도인들이 나오는 게이트 옆쪽에 또 다른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튀어나온 남자 하나. 저 복장은 성급 파견대네.
연구소 쪽으로 들어간 녀석은 제1 연구소 소장을 만나서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다시 게이트로 간다.
다시 게이트 저쪽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나오더니 세 명의 인원을 끌고 온다.
그리고 거기에서도 나오는 인간들.
하. 인도만 줴패는 게 아니었어? 저건…. 아무리 봐도 동남아 쪽 사람들이다.
짱개놈들 진짜 부지런하네. 주변 동네는 다 작살내고 있구나?
아니 그럼 북한하고 우리나라는 왜 안 건들었지?
북한은 꼬붕이고 남한은 알아서 자멸했기에 안 건드는 거였나?
하긴, 대호 녀석들이랑 거래했던 놈들이니 남한 사정은 충분히 알았을 거다.
음. 그건 오히려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짱개 새끼들에게 존나 털릴뻔했어.
구덩이에 들어가는 인도인과 동남아인들.
이제는 두 줄이 되어버린 구덩이 쪽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니…. 분명 이놈들은 적이 많다. 파룬궁, 위구르, 홍콩, 티베트, 거기에 상해당까지.
그런 놈들을 전부 상대하면서 인도까지 작살내고 있고 거기에 동남아까지 털고 있다는 뜻이잖아?
씨발. 역시 체급이 깡패네. 진짜 작정하고 주변을 말살하고 있는 느낌이야.
근데 왜 몽골은 놔뒀지? 인구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나중에 먹으려고 찜해놓은 상태인가?
축소 숙련을 하고 싶지만, 이따 새벽을 위해서 체력을 남겨놔야 하기에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대신 심심하니 염력 탄 다루는 걸 조금 더 연습했다.
이건 체력을 쓰는 게 아니니까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에임에 자신이 없다. 그러니 한 발 쏠 생각을 하면 안 돼.
산탄총처럼 일정 범위를 조진다는 생각으로 흩뿌려야 해.
그렇게 생각하고 염력 탄을 날리는 연습한다.
보이지 않는 염력으로 보이지 않는 탄환을 날리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
오로지 상상력만으로 이뤄내야 하는 일.
그래도 머리가 빠가사리가 아닌 게 다행이다. 어찌어찌 구현해낼 수는 있게 됐어.
투투투툭
쏘는 소리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염력 산탄. 따로 입으로 스킬 이름을 말하거나 정신집중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의지만으로 나가는 흉탄. 그 탄환들이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낸다.
오. 좋아. 바위에 구멍을 낼 정도면 두개골 정도는 뚫을 수 있겠지.
몸뚱이에 맞으면 가볍게 관통할 수 있을 것이고.
보호막에 막힌다는 게 조금 아쉽다. 하긴, 보호막도 무시하면 그건 씨발 씹사기지.
그러면 염력 산탄을 뿌리면서도 보호막까지 상대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염력 산탄이 막히는 걸 보고 차선책을 쓰는 게 아니고 쓰면서 함께 날리는 거지.
염력 산탄을 열심히 날리면 결국 보호막 속에 숨을 수밖에 없다.
그대로 도망가면 모를까 녀석이 보호막을 거둘 엄두는 안나겠지.
그런놈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 그걸 확실하게 익혀야 해.
염력 산탄과 염력 실을 같이 날린다. 와. 생각해보니 이거 넨이네. 히소카가 된 느낌이야.
하. 그립읍니다. 토센세. 결국 완결은 못 봤지만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문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저 구덩이에는 그게 깔려있을 거야.
거기에서도 염력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해보자. 지금이 기회야.
만약 그게 된다면 앞으로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쫄 필요가 없어.
봉인을 배워서 셀프 봉인을 하고 혼자 스킬을 쓰는 것보단 약하겠지만 폴터가이스트만 있어도 얼마든지 무쌍이 가능하잖아?
상대 놈들이 자기네들이 유리하려고 까는 순간 오히려 내가 무쌍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지.
약점을 장점으로. 캬. 이것도 빈틈 찌르기엔 더없이 좋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잖아?
그럼 한번 확인해보자. 일단 염력을 실처럼 가늘게 만들고 저쪽으로 슬금슬금 보내봐야지.
누가 밟아도 못 느낄 정도로 얇게. 그러면 대놓고 가서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이건 뭐 천리안이나 탐지에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만든 염력 실이 꾸물꾸물 기어서 구덩이 쪽으로 향한다.
근데 가다가 멈췄다. 거리가 멀어.
아. 염력의 구동 범위 밖으론 못 나가지? 쳇. 그럼 조금 가까이 가야 한다는 소린데.
축소 쓰고 조금 가까이 가봐야겠다. 염력 기본이 10미터니까 지금 패시브를 다 받으면…. 어휴. 이젠 계산도 어려워.
스마트폰을 꺼내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음. 145미터. 이론상으로는 145미터가 가능하네.
최대한 구덩이 가까운 쪽 산으로 가서 다시 염력 실을 움직여본다. 그렇게 구덩이 전체를 돌아보는데 실은 문제 없이 움직여진다.
좋아. 그럼 됐고. 이제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데.
염력 실을 회수하고 정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잡고 투명화를 풀었다가 다시 썼다.
그리고 염력 실로 그 돌멩이를 잡고 구덩이 쪽을 향해 움직인다.
구덩이 쪽과 게이트 앞쪽을 한 바퀴 휙 훑고 나서 다시 돌멩이를 가져온 다음 천리안을 풀고 돌멩이를 확인했다.
크…. 투명화가 풀려있다. 저기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다는 건 확실하다는 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염력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거고.
행복하네. 더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무서운 스킬이 아니게 됐어.
아니, 이러면 오히려 내가 배우고 써야 할 판이다.
기본 거리가 30미터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쓰면 거의 열 배가 넘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435미터가 되겠네.
그럼 그 범위 안에서는 나 말고는 아무도 스킬을 못 쓴다는 이야기잖아?
공기총이나 전기충격기 같은 걸 쓸 수도 있지만, 내가 더 빠를 거다. 염력 산탄이나 염력 실이 더 빠를 테지.
생각해보니 좋네. 모두가 스킬 따위 없는 순수의 공간에서 나 혼자 이능을 쓸 수 있다는 거.
그것만큼 치트키는 없다. 나는 직접 내 눈으로 봤잖아. 야쿠자의 왕. 그놈이 쓰는 모습을.
흐음….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어.
이번에 저 소장 놈들을 전부 잡은 다음에 히든 스킬들을 확인해보고 그다지 끌리는 게 없다면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배우자.
그리고 치사하게 숨어서 다 죽이는 거지. 크. 속 편하네. 그래. 이게 맞지. 모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고 학살하는 거.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
그리고 천천히 봉인도 배우고…. 승미세안에게도 염력 배우라고 하고, 이야…. 좋아.
지금은 이것보다 좋은 스킬이 없다.
대량학살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필요할 때 원하는 적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스킬이 우선이지.
그동안은 쓸만한 유틸 스킬들 배우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원하는 놈들을 죽일 수 있는 스킬들을 배워야 할 때가 됐다.
일본에 있는 절대 강자 놈들도 그렇고 여기 짱개놈들에게도 분명 핵심 전력이 있을 테니까.
게다가 미국에도 어떤 놈들이 있을지 모르고. 러시아의 그 스멜리 코퍼레이션 놈들도 있지.
핏맨과 같은 교관 놈들. 그놈들도 어지간히 강할 테니까.
그런 놈들을 잡아 죽이려면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갖출 때가 됐어.
그렇게 인생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시간은 쑥쑥 지나간다.
어느덧 해서 동남아 쪽 게이트는 보낼 사람들을 다 보냈는지 닫혔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 쪽 게이트는 그대로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씨발.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냐. 대체 얼마나 쳐 잡은 거야? 어디 한번 세보자. 얼마나 나오는지.
음…. 대략 3초에 한 명씩 나오는 거 같네. 그럼 1분에 20명. 한 시간에 1,200명. 지금이 아홉 시고 아침부터 저 짓을 했으니까….
12시간이라고 치면 14,400명.
얼래. 생각보다 별로 안 되네. 한 10만 명은 죽인 줄 알았는데.
근데 저 정도 숫자면 700만 코인 정도 되겠네. 흐음. 그냥 놔둬 볼까? 대체 인도 놈들을 얼마나 잡아 오는지?
왠지 지금 저놈들을 때려잡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느낌인데?
저렇게 알아서 잘 모은 다음 뒤처리까지 다 하고 가져가기 쉽게 코인까지 포장해 놓는 놈들이 어딨겠어.
이거 고민되네. 그냥 지켜보면서 하루 더 기다려 볼까?
그래. 그래야겠다. 저놈들이 날마다 700만 식 모아준다면 그걸 마다할 필요는 없지.
일단은 지켜보자. 아. 근데 스킬 숙련이 밀리는 게 좀 그렇네. 귀찮게.